프렌즈로부터 시작된 미드(미국 드라마)의 인기가 거세다.

미국 드라마가 갖는 독특한 매력 때문에 나는 프렌즈를 비롯해서 \'위기의 주부들\', \'The Apprentice\', \'프리즌 브레이크\', \'CSI\' 그리고 최근에 나온 \'Heroes\'까지 두루 보았다.

대부분 시즌별로 나눠지고 시즌당 23~24편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 다 챙겨 보려면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CSI는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 뉴욕 등 지역별로 나눠 있어서 다른 어떤 드라마에 비해 시즌 편수가 많다. 세 도시의 것을 모두 합치면 시즌이 10개가 훨씬 넘으니 말이다.

원래는 라스베이거스의 길 그리썸 반장의 논리적이고 냉철하면서도 다소 관조적이고 회의적이기까지 한 언어가 좋아서 CSI에 빠져 들었다. 수사물이 갖는 긴장과 기상천외한 발상 또한 다시 CSI를 보게 만드는 이유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의 7개 시즌 (24×7=168편)과 뉴욕의 3개 시즌(24×3=72)등 거의 240편 정도를 보고 나니 \'과다시청 증후군\'이 나타나곤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 아침에 화장을 하다가 브러쉬로 볼터치를 하려 할 때, 문득 브러쉬를 볼로 가져가는 대신 영양크림 손잡이에 찍힌 지문 채취에 써야 할 것 같다.

- 차를 운전하다가 문득 내 운전대에 몇 사람의 지문이 묻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지문을 떠서 DB에 돌리면 혹시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나오지는 않으려나?

-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내릴 때 혹시 머리카락 같은 것이 빠지지 않을까 살피게 된다. 내 존재의 증거를 남기면 안되지.

- 길을 걷다가 침을 뱉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왜 저렇게 DNA 소스를 오만군데 남발하며 다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 조금 늦은 시간 퇴근할 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틈 사이로 승강기의 오르내림이 보인다. 띵동~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찰나, 혹시나 총에 맞은 시체가 있으면 어쩌지 고민한다.

정도가 지나친 것은 아닐까? 그래도 CSI는 본 것을 또 보아도 절반 쯤 보기 전까지 다시 보는 것임을 눈치채지 못한다. 설사 이전에 한 번 본 것임을 기억한다고 해도 범인이 누구였는지, 범행의 디테일이 무엇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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