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눍은이옆동네여햏:안녕하세요.

본햏:오랜만이오.안녕하시오.백주에 천둥번개에 우박에 요즘 날씨가 참 변덕스럽소.일기예보도 자꾸 바뀌는구려.

여햏:그런데 밭에는 어쩐 일이오?
본햏:진작 해 놓았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하여 이제서야 둘러보고 있소.

여햏:(밭을 둘러보며,)어찌 풀을 키우시오, 풀 꽃이 이뻐 그냥 두시는게요? 꽃이 이쁘긴하구려. 뱀 나오겠소. 요 옆 밭 노인네가 뱀에 물려 병원에 보름동안이나 입원했다고 하더이다. 본햏은 뱀이 가장 두렵고 싫소. 

본햏:목 긴 장화로 개비하시면 좋을 것 같소.살모사 있다고 막대기로 놀리거나 하면 물릴 수도 있으니 그저 가만히 피해 가시오. 풀을 베어내면 좋겠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못하고 있다오. 뱀 나올 것 같은 곳엔 들어가지 마시기바라오. 또한, 귀햏처럼 풀 한포기 없이 맨 땅이 드러나게끔 하는 것도 좋겠으나 작물 자라는데 지장 없을 정도로만 풀을 매시는게 어떻겠소. 소출은 1~2할 줄겠으나 풀 매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여러가지 가치 있는 일들을 하시길 권하오.

여햏:본햏은 그렇게는 못하오. 밭에 풀이 있으면 밤잠을 못잔다오. 술 먹을 시간에 풀 베면 되지 않겠소? 그러나저러나 이 나무 좀 어떻게 해주시기 바라오. 그늘이 지고 꽃가루가 날리니 작물 생육에 지장이 있소.

본햏:귀햏도 날 뜨거우면 그 나무 그늘 아래서 쉴 수도 있고, 작물 생육에 지장이 없고, 나무 모양도 좋으니 그냥 두어도 좋겠소.

여햏:이 밭 수확하면 얼마 버오? 한 500만원 나오오? 본햏이 하면 3천은 나오겠소. 본햏 능력 있소.

본햏농사는 형편대로 짓는게요. 인근에 놀리는 토지 있는 것 같으니 그거 얻어 지어보시는 게 어떻겠소. 바깥아이 아니 바깥분 일 곧 잘하지 않소? 그나저나 귀햏이 짓는 밭엔 풀 한포기 없고 마치 집 앞 뜰의 정원같아보이오. 참으로 보기 좋소.

여햏:(털썩 주저 앉아 호미로 풀을 긁으며) 이 풀을 어찌 하면 좋을 지 모르겠소.

본햏:풀 없는 밭에서 풀 많다고 호미질을 하시니 잡초를 키우는 본햏 그저 민망해지는구려. 개복숭아 솎아주었는데 조금 가져가시려요?

여햏:필요 없소. 옆집에서 자두 솎아 가라고 하는데 구찮아서 안했소.

본햏:요즈음 하루 막일을 해도 10만원 정도 버니 그걸로 마트에 넘쳐나는 먹을거리를 사면 그만이겠소. 농사 짓지 말고 막노동이라도 하는게 남은 거니 그러라고 권하는거같소.

여햏:본햏은 일당이 15만원이오. 본햏은 이 농사 취미로 하는거요. 안해도 그만이오.

본햏: :(참으로 한심하구려. 시방까지 귀햏이 얼마나 버르장머리 없고 주제 넘은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소. 부처님 예수님이 가르쳐도 알아듣지 못할테니 안습이오만... ) 아 그렇구려… 사먹는 게 더 나을 것 같소. 본햏은 농사지어 먹고 살아야 하니 귀햏하고는 사정이 다르구려. 흙이 이제 어느정도 말라 씨앗을 넣을 수 있겠으니 이만.. 오늘 본햏 말이 조금 많았소. 좋은 하루 보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