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첵스와 어머니.ssul앱에서 작성

ㅇㅇ(39.124) 2016.02.06 02:32:22
조회 590 추천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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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딩때의 난 좀 개차반이었다. 그땐 파오후여서 그랬나 덜 맞고 자라서 그랬나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곤 했다. 중쓰리가 끝나고 방학동안 난 집에서 디아블로와 사투를 벌이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하루는 일어나서 느긋하니 누나들이랑 아부지가 출근하는 걸 바라보다가 컴퓨터를 켰다. 역시나 누나들은 아침밥을 죽어도 안 먹고 나갔고 엄마는 누나에게 뭐라도 먹이려고 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냉장고에 음료수를 집으러 가던 나는 우유에 말아진 첵스를 보았고 에혀 아깝네 하고 오렌지 주스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한창 누나를 밖까지 바려다 주고 온 엄마는 늦게나마 한 술을 뜨고 계셨다. 하지만 이내 아들이 걱정되었던지 밥 먹으라고 부르시기 시작했다. 겜돌이었던 아들새끼가 대답만 하고 밥을 먹으려 하지 않자 어머니는 아들이 그나마 좋아하는 첵스를 말아서 들고 오셨다. 그리고 먹으라고 하셨다.

한창 지루한 로딩 씬이 끝나고 첵스를 주워 먹었는데 너무 퍽퍽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누나가 먹다 남은 첵스에 새 첵스가 말아져 있는게 아닌가. 화가 났다. 내가 음식물 쓰레기 통이냐고 따지고 식은 밥을 드시던 어머니의 식탁 앞에 첵스를 땅! 하고 내려놨다. 분이 식지 않아서 버린다고 으름장을 놓고 주방으로 첵스를 들고 가는 순간
어머니가 말을 흐리면서 말씀하셨다.
'말은지 얼마 안되서 괜찮을줄 알았지...'

그땐 이해 못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첵스를 드셔보셨던 적이 없었다. 비단 첵스만 아니라 어머니는 별로 드셔보신게 없다. 조실한 어머니, 알코올쟁이 아버지, 망나니 삼촌과 이모들 사이에서 어머니는 항상 양보만 하셨다. 재산, 땅은 고사하고 맏딸로서 어머니가 희생하신 시간들은 어머니로 하여금 그 흔한 시리얼 한번 드셔볼수 없을 만큼 고된 것이었다. 물론 그 시간들은 어머니로 하여금 시리얼은 우유에 오래 담그면 맛이 없다는 사실마저 모르게 했다.
그런 어머니의 첫 씨리얼은 딸이, 아들이 안 먹는 다고 남겨버린, 죽이 다된 거무튀튀하고 물렁한 그것이었을게다.
그런 시리얼도 죽도 아닌 차갑고 눅눅한 첵스를 아까워서 묵묵히 드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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