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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마마!"
누군가 나를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떳다. 닭도 울지않은 게슴츠레한 새벽녘이었으나 벌서부터 나를 깨우는 장난꾸러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 하느님..이 천사가 딱 십분만 더 자게 해 주소서..
"아바마마! 심심해!"
"안나...지금 너무 시간이 이르지 않니? 들어가서 자거라."
안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금지옥엽 둘째 딸이자 아렌델의 공주인 5살짜리 꼬마아이였다.
참,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자랑을 늘어놓자면 끝이없다. 착하지, 독립심 강하지, 사람 잘따르지, 애교도 많지, 또..
"하늘이 잠을 깨서 나도 잠에서 깬거예요! 그러니까 우린 놀아야 되는거예요!"
이렇게 새벽부터 깨우지만 않으면 참 좋을텐데, 이런점은 자기 언니를 안닮고..그러나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나를 깨우는 것도 참을 수 있다. 나는 졸린 눈을 손등으로 비비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폐하, 벌써 일어나셨어요? 어디 가시게요?"
내 옆에서 들랴오는, 잠이 덜깬듯한 다른 여자의 목소리. 왕비였다.
"안나가 벌써 놀아달라고 보채길래, 저기 어디 산보나 다녀오려던 참이오."
왕비는 내 말을 듣고는 아직 잠이 덜 깬듯 하품을 하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오늘 유달리 피곤한가 보다. 하긴 어젯밤 그렇게 힘을 썼으니...아니 내가 무슨말을 하는거지?
"빨리, 빨리! 급하단 말이에요!"
평소에도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안나였지만, 오늘따라 무슨 급한일이라도 있는지 천방지축으로 서둘러 대는 것이었다. 이럴때는 정말 강아지 같다니까.
나는 허리를 굽혀 안나의 작은 손을 잡고는 침실 문을 나섰다.
그리고 텅빈 복도와 홀을 지나 실외로 나온 우리. 궁전 뒤편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한참을 걷자, 양쪽으로 화사하게 늘어선 노란 튤립과 캐모마일 사이로 굽이굽이 나있는 오솔길, 조그마한 연못과 버드나무 그늘이 보였다.
내가 이 궁궐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자 우리 가족들만의 정원이었다. 안나는 언제나 이곳에 와서 뛰어놀기를 좋아했다.
엘사가 방문을 걸어잠근 이후로 더더욱.
'엘사..'
갑자기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둔해보여도 의외로 눈치가 빠른 안나가 내 생각을 알아채면 곤란했기에.
그런데 첫눈오는 날 강아지마냥 신나서 뛰어다니던 안나가 갑자기 내 앞으로 조심조심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곤 무슨 말을 하려는듯 입술이 달싹거린다. "무슨생각 하세요?" 라는 질문이 제발 나오지 않기만을 빌었다.
"아바마마. 저 소원이 있어요."
"음? 어, 그래 안나..그게 무엇이니?"
의외의 질문에 당황한 나머지 약간은 어색한 대답을 하고 말았다. 언제나 다정한 아버지가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왕으로써의 생활이 몸에 배어버려서인지 쉽지 않다.
"동생 갖고싶어요."
"응?"
이녀석, 아까 서두르자고 보챌때부터 뭔가 수상한 기색이 있었는데, 이런 부탁을 하려고 여기까지 불러낸거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천진난만한 안나의 소원에 웃음이 터질뻔 했으나 금새 얼굴에 웃음기를 거두고는 대답했다.
"안나, 그건 좀 들어주기 힘든데.."
옆동네 서던제도 같았으면 '그래! 이 아빠가 동생하나 더 낳아주마!' 하고 숨풍숨풍 잘도 낳았겠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엘사때문에..
"왜요? 언니도 안놀아주고 왕궁도 텅비어서 심심한데! 나도 동생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어린녀석이 얼마나 외롭고 심심했으면 이런 투정을 부릴까, 하는 생각이 가슴 한켠이 짠했다. 그러나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인데 어쩌랴. 대신 협상을 해보자.
이런, 외국 사신도 아니고 5살짜리 딸과 대화하는데 이게 무슨꼴이람. 안나의 기분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입가에 미소를 띠고 답했다.
"안나, 심심하면 대신 이 아빠가 놀아주는 건 어쩌니?"
"아니에요! 동생이어야 돼요!"
역시 통하지 않았다. 단칼에 잘라 대답하는 안나. 서던제도보다 대하기 어렵고 위즐턴보다 협상이 힘든 유일한 존재, 바로 나의 딸 안나다. 대체 누굴 닮아 저리 황소고집인지 원..
"음..그럼 이 아빠가 오늘 안나의 동생이 되줄테니 같이 노는건 어때?"
남들이 들었으면 '드디어 국왕폐하가 미치셨어!' 라고 벌쩍 뛰겠지. 국왕으로서의 체면, 남들의 시선 다 잊기로 마음먹고 내가 제안했다.
"엥? 아빠가 제 동생이 된다고요?"
"그래. 아빠가 네 동생역할을 할테니 그만하면 되겠니?"
"좋아요!"
어라? 그전까지 찡찡대던 안나가 너무도 흔쾌히 수락해 버리는 바람에 약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실 안나는 동생이 아니라 그냥 같이 놀아줄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럼 제가 언니할게요! 옷부터 갈아입으세요!"
안나가 신이나서 소리치며 나를 드레싱룸으로 끌고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보고 자기를 데리고 드레싱 룸을 찾아가라고 시켰다.
그리고 난 안나가 자신을 [언니] 라고 칭한것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순순히 드레싱 룸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비극의 서막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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