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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단편집] 9화 - 새롭게 태어나는 날

한-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2.13 00:00:17
조회 515 추천 16 댓글 7

한나의 일기 - 마스터링크


 

전작 링크: 쏭픽 마스터링크 바로가기

 

 

전작 링크: 악마의 집회 - 마스터링크

 

 

전작 링크: 정령살해자 - 마스터링크

 

 

이 픽은 패러렐 아렌델에서 이어지는 단편집입니다. 패러렐 아렌델을 읽지 않으셨다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으니 먼저 읽는 걸 권장합니다. 그 전편인 정령살해자 역시 읽어두면 좋습니다.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i0RzN

 

 

 

 

ㅇㅇㅇㅇ년 12 24멜리사 언니, 성스러운 날에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움.

 

***

 

성탄절 종교가 있건 없건, 성스러운 날을 떠나 기쁜 날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걸 모르는 각 나라가 아니라, 이런 때에는 성대하게 연회를 열어 귀족들과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곤 한다.

더구나 아렌델로서는, 영원한 겨울이 끝나고 처음으로, 그러니까 13년 만에 처음으로 진심으로 맞이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그렇게 된 주원인인 새 여왕의 입장에서는 그걸 고려해서라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그 아픈 기억을 다 날려버릴 정도로 성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멜리사는 여왕으로서 그 책임을 완수했다. 실제로 이번 아렌델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연회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컸고 (물론 왕실 재정에 부담이 많지 않은 수준으로), 외국에서 내빈도 꽤나 초대되어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만남의 장이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곤란하게도, 이 만남의 장을 주선한 여왕 본인이야말로 사람 대하는 데에 가장 서투른 것이다.

아으…… 춤추는 부분까지도 무사히 넘겼는데……” 뒤편에 있는 테이블에 일단 동생들과 함께 후퇴해서는 머리를 싸쥐고 중얼거리는 멜리사.

하아, 우리 큰언니는 평소엔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면서 이런 때에만 소녀로 돌아오는 걸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안나지만, 멜리사는 소녀라 부르기엔 23살인 것이다.

제가 먼저 나가서 시간은 끌 수 있지만……  슬슬 언니도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주지 않으면 곤란해요?” 난감한 표정으로 속삭이는 엘사.

알아, 안다고……” 끙끙대며 중얼거리는 멜리사. “아씨, 그래도 이제 거의 반년 되어가니까 슬슬 익숙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으음, 왜 그렇게나 힘들어하는 걸까?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신나고 기대되는 일인데……” 불가사의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안나지만, 이내 고개를 들어 두 언니와 동생이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걸 발견한 것이다. “……. ?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작은언니가 너무 잘하는 거야, 그건……”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때의 일침은 한나의 몫이다.

으우, 한나, 너무해……” 직설적인 응답에 잠시 풀이 죽은 안나였지만, 이내 바로 팔팔해지며 멜리사의 등을 떠민다. “아무튼, 큰언니! 해보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 이제 가랏!”

, 밀지 마! 밀지 마…….!” 당황해 저항하면서도, 엉겁결에 연회장 중앙까지 떠밀려나온 멜리사. 아무튼, 안나 이 녀석 팔 힘 하나는……

, 멜리사 여왕님!”

오오, 드디어 나오셨군요!”

그리고 염려했던 대로, 멜리사가 나타나자마자 웅성웅성대며 그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하는 귀족들. 이유가 제각각이겠지만, 어찌됐건 강력한 힘을 가진 여왕의 눈에 들어 나쁜 일은 없는 것이다; 멜리사에게 있어선 난감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 으음……”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질문의 공세에 어쩔 줄을 모르는 젊은 여왕에게 별안간, 누군가가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

여왕님, 조금 피로하신 모양입니다; 최근 정무에 힘쓰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국외에까지 소문이 났었지요.”

젊은 여자의 목소리…… 주로 귀족들이 모인 이런 장소에서는 듣기 힘든, 꾸밈없는 목소리였다.

괜찮으시다면, 동생분들 쪽으로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말하고 있는 것은 노란색 드레스로 차려입은 갈색머리 여인. 꽤나 기품은 있어 보이지만, 동시에 어딘가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소탈해보이는 면이 있는 옷차림이었다.

…… 괜찮습니다,” 익숙치 않은 경어를 더듬거리며 중얼거리는 멜리사. “못난 모습을 보여드려 면목없습니다. 조금 피곤했을 뿐입니다.”

그런가요……” 중얼거리다가 퍼뜩 생각난 듯이 예를 표하는 여자. “, 실례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온 벨이라고 합니다, 여왕 폐하.”

…… 멜리사의 짧은 교양으로 생각해도 귀족 집안 여식의 이름은 아니다. 그럼 역시 평민 출신이란 소리인데……

훗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 라고. 이유없이 이 벨이라는 여성에게 흥미를 느낀 멜리사였던 것이다; 이 자리의 불편함도 잊게 할 정도로.

잠시 둘이서 얘기나 할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권하고 있는 젊은 여왕. “확실히 이렇게 많은 사람을 대하는 건 오랜만이라…… 솔직히, 조금 지치는군요.”

어째서 자신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솔직할 수가 있는 거지?

어쩌면…… 처음 보는 사람 치고는 너무도 낯익은 분위기가 풍겨서일지도 모르겠다.

 

***

 

벨과 대화를 시작한지 불과 몇 분만에, 멜리사는 그 이유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 여자는, 마치 엘사와 안나를 합쳐놓은 듯한 존재였던 것이다.

어쩌다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이야깃거리는 어쩌다보니 책으로 빠졌었고, 그 때 벨이 갑자기 눈을 빛내며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책 많이 읽는 사람은 엘사인 줄 알았던 멜리사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면에서, 이 여자는 엘사를 닮았다. 상냥하지만 이지적이고, 각자의 입장을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로 지식이 풍부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안나를 닮기도 했다. 다른 건 둘째치고, 대화 간간히 엿보이는 그녀의 긍정적인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여자에게선…… 마치 안나와도 같은,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태양같은 따뜻함이 느껴진다.

세상엔 이런 식으로 닮은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

“…… 여왕님? 제 얼굴에 이상한 거라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문득 벨이 의아한 얼굴로 물어온다.

? 딱히…… 어째서 묻죠?” 어리둥절해하며 되묻는 멜리사.

아뇨…… 방금 굉장히 푸근한 미소를 띠고 계시길래,” 약간 민망한 듯하면서도 살짝 미소를 띠며 대답하는 벨. 아아…… 무심코 생각이 얼굴에 드러났던 모양이다.

그냥…… 당신과 얘기하다 보니 동생들이 생각났을 뿐이에요,” 괜히 부끄러워하며 대답하는 멜리사. 으으…… 일일이 예법 따져가며 말하기 힘들다.

그런가요……” 저 뒤쪽에서 자기들끼리 두런거리고 있는 (그러면서 슬쩍슬쩍 이쪽을 쳐다보는) 엘사와 안나, 한나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벨. “여왕님께선 동생분들을 몹시 사랑하시는군요.”

당연하죠,”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살짝 높여 대답하는 멜리사. “처음부터, 오래 전부터…… 심장이 완전히 얼어있던 시절에도, 그 마음만은 끝까지 잃지 않았어요. 오랫동안 잊고 있었지만……”

그렇지요……” 그 때였다; 듣고 있던 벨의 눈빛이 살짝 그리움으로 바뀐 건. “어떤 추악한 모습이라도, 우린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요. 잠시 잊고 있을 뿐……”

“……?” 무언가 변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눈꼬리를 올리는 멜리사. 아무래도 단순히 자기 말에 동의해서 나오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쪽도 무언가 사정이 있는 모양이군요……?”

…… 그렇네요,” 순간 아차 하는 표정을 지은 벨이었지만, 이내 다시 담담히 말을 잇는다: “여왕님 앞에서는 숨길 필요가 없겠지요; 여왕님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마법의, 불가사의한 일을 겪은 적이 있으니까요. 아니…… 저라기보단, , 저기, 남편이지만.”

이건 또 신선한 반응이다. 남편이라는 호칭에 익숙하지 않은 걸 볼 때, 아직 신혼이 갓 지난 모양이지?

“…… 지금 굳이 따져 묻지는 않도록 하지요,”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참으며 말하는 멜리사. “제게서 그 분의 모습을 보았습니까?”

정확히는, 여왕님께서 말하신 예전의 자신에게서 그이를 보았습니다,” 쓴웃음과 함께 대답하는 벨. “사랑을 잊고 모두에게 괴물 취급 받았지만, 결국엔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되찾고 행복해졌죠.”

그렇군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몰라도, 당신 덕분에 행복해진 거군요?” 약간 짓궂은 마음에 놀리듯 묻는 멜리사.

그렇네요…… 여왕님께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행복에 가히 견줄 만 하네요,”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능숙히 반격하는 벨. 오호라, 이 여자 제법이네.

그래요…… 마치 새롭게 태어난 느낌이네요,” 솔직한 감상을 입에 담는 멜리사.

그렇다면 그야말로 성탄절에 어울리는 기분이네요,” 살며시 웃으며 한마디 하는 벨. “성탄절은 성스러운 이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것. 그렇다면 우리 모두 이 날에는 새롭게 태어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라…… 나쁘지 않다. 아니, 그야말로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사람을 미워하던 예전의 자신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새로운 자신으로 변한다. 지금, 그 머나먼 길을 한 발짝 더 내딛은 기분이 드는 멜리사였다.

“…… 조금 잡담이 길어졌네요,”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멜리사. “대화 즐거웠어요, . 언젠가 이보다도 더 즐거운 자리에서 만나도록 하죠.”

영광이었습니다, 여왕님,” 웃음을 되돌려주며 예를 갖추는 벨. 아아 이 사람과는, 꽤나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이 성공을 발판 삼아, 오늘은 계속 사람을 만나는 일에 도전해 보도록 할까.

 

***

 

뭐야, 큰언니. 생각보다 훨씬 잘 하잖아?” 저 뒤에서 벨과 헤어지는 멜리사를 보며 숨죽여 킥킥 웃는 안나.

언니도 언니지만, 저 여자도 어딘가 범상치 않은 기분이 드네……” 벨이 신경쓰이는지 그쪽으로도 한 번 눈길을 주는 엘사. “그럼 다음엔 내가 말을 걸어 볼까나……”

이번 대화는 길어질 것 같네……” 담담히 코멘트하는 한나지만, 그녀의 얼굴에도 작게마나 미소가 띠어 있다.

, 우리 모두 조금씩 그렇게 세상을 알아가는 거야.

 

***************************************************************************************************************************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 그 첫번째 이야기. 멜리사와 벨의 만남이었습니다. 혹시 미녀와 야수 안 보신 분은 없지?

디즈니 프린세스들 중에 엘사와 안나의 편린이 보이는 사람들이 몇몇 있지. 벨도 어떻게 보면 엘사와 안나의 모습이 조금씩 섞인 게 보이는 듯 해.

다음 화를 내일 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장담은 못하겠군. 내일은 좀 흥겨운 쏭픽이 될지도..... ㅎㅎ.

 

- 저기 댓글이 있군요. 좋은 창작욕 공급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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