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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팬픽] 공소관의 일기 SS - 안탄절 특전

YS하늘나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6.22 23:42:37
조회 927 추천 19 댓글 8
														

[장편문학/공소관의 일기]

공소관의 일기 - 프롤로그

공소관의 일기 - 제1화

공소관의 일기 - 제1화 ~리부트~

공소관의 일기 - 제2화

공소관의 일기 - 제3화

공소관의 일기 - 제4화

공소관의 일기 - 제5화

공소관의 일기 - 제6화

공소관의 일기 - 제7화

공소관의 일기 - 제8화

공소관의 일기 SS - 제8.5화「꿈」

공소관의 일기 - 제9화

공소관의 일기 - 제10화

공소관의 일기 - 제11화

공소관의 일기 - 제12화

공소관의 일기 - 제13화

공소관의 일기 - 제14화

공소관의 일기 - 제15화

공소관의 일기 - 제16화

공소관의 일기 - 제17화

공소관의 일기 - 제18화

공소관의 일기 SS - 제18.5화「두번째 막」

공소관의 일기 - 제19화

공소관의 일기 - 제20화 (두번째 선택지)

공소관의 일기 - 제21화

공소관의 일기 - 제22화

공소관의 일기 - 제23화

공소관의 일기 - 제23.5화 (BAD END #03)

공소관의 일기 - 제24화

공소관의 일기 - 제25화 ~ Let It Go ~


[공소관의 일기 외 다른 창작물/번역물 보기]


==========

공소관의 일기 Side Story


안탄절 특전 - 「Making Today A Perfect Day」


하짓날 아침 아렌델 왕궁. 내무공소관 잉리드는 머리카락을 끈으로 묶은 채 한 방의 문 옆에 기대어 서있었다. 방에는 ‘사용인용 사우나실’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아직도 안 끝났어요?”

“다 돼가요! 잠깐만요!”

 

잉리드의 물음에 사우나실 안에서 낮은 톤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잉리드는 에휴하고 한숨을 쉬었다. 벌써 1시간째였다. 엘사의 부탁이라고는 해도 남자의, 그것도 대체 언제 마지막으로 씻은 건지 알 수도 없는 남자의 단장의 책임을 지라는 건 고역 중에도 고역이었다. 안나의 남자친구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관두겠다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잉리드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큰 금발의 남자가 머리를 긁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괜찮아 보이나요?”

 

잉리드는 남자의 셔츠 깃을 잡아당겨 코를 가져다 댔다가 이내 셔츠를 놓았다.

 

“일단 냄새는 안 나고...”

 

그 다음에는 한발짝 뒤로 물러나서 팔짱을 끼고 위아래로 남자를 훑어보았다. 잉리드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평상시 같으면 그냥 합격점을 드렸을만한 외견이지만...”

“대충 이정도면 되지 않겠어요? 안나도 별로 신경쓰는 것 같지 않...”

“저기요, 크리스토프 씨.”

 

잉리드가 팔짱을 풀며 말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벌써 잊어버리신 건 아니죠?”

“그야, 안나의 생일이잖아요.”

 

크리스토프에게서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왔지만, 그게 더 잉리드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지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왜 아침부터 이렇게 잉리드가 이 사람의 옆에 붙어서 감시를 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저런 말을 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맞아요. 그런데 그런 날 아침에,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머리를 산발을 하고 남자친구가 나타나면, 크리스토프 씨 같으면 기분 좋으시겠어요?”

“그야 만나기만 하면 별로 상관은 없잖아요? 생일이란 게 그렇게 특별한 날인지도 모르겠고.”

 

두통이 심해졌다. 정말 한 마디 해주지 않고서는 못 참을 것 같았다.

 

“크리스토프 씨, 혹시 사교성 없다는 말 자주 듣지 않아요?”

“제가요? 글쎄요...”

 

그걸 또 진지하게 듣고 생각을 하고 있다. 정말 이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없던 병도 생기는 것 같았다. 엘사의 얼음에 심장을 맞아도 이렇게까지 가슴이 답답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차라리 눈사람과 말을 하는 게 더 나을까.

 

“새삼스럽게 크리스토프 씨가 공주님의 남자친구라는 건 상기시키지 않을게요. 하지만 적어도 여자친구한테 보이는 자기 모습 정도는 좀 신경 쓰시라구요. 네?”

 

하지만 크리스토프는 여전히 왜 그래야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뒤통수를 긁고 있었다.

 

“하아... 됐어요. 그냥 제가 가는 대로 잘 따라만 와주세요.”

 

되도록이면 크리스토프가 깔끔해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잉리드는 남성용 단장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따라 들리는 크리스토프의 발소리 사이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안나는 괜찮아하던데...”

“제가 안 괜찮아요!!”

 

결국 해가 남중을 넘어가기도 전부터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크리스토프의 단장이 끝난 건 그러고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잉리드의 도움 요청에 시녀장 겔다가 달려와 크리스토프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옷도 싹 갈아입히고 싶었지만, 사용인용 옷을 빼고는 왕궁에 남자용 의복이 없었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잉리드가 크리스토프의 단장을 마치고 왕궁 앞 광장으로 나왔을 때는 엘사의 지휘 아래에 사용인들이 파티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여왕 폐하.”

“아, 잉리드!”

 

자기를 부르는 엘사의 소리에 잉리드는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는 시늉을 하고 오른쪽을 살며시 가리켰다. 잉리드의 아버지, 집사장 카이가 시종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있었다. 카이 앞에서 엘사와 말을 놓았다가 한바탕 설교를 들었던 악몽은 아직도 생생히 잉리드의 머릿속에 남아있었기에, 다시 그걸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엘사도 무슨 뜻인지 이해한 듯 다가와 다시 호칭을 정정했다.

 

“내무공소관님, 부탁한 일은 다 됐나요?”

“네. 명하신대로 크리스토프 씨의 단장을 마쳤습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마음에 드실지...”

“제 마음에 드는 게 중요한가요? 안나가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하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말끔해진 크리스토프를 훑어본 엘사가 싱긋 웃었다. 내심 만족한 듯했다. 그 사이 저편에서 광장 저쪽에서 발굽 소리가 들렸다. 시종이 순록 한 마리를 이쪽으로 끌고 오고 있었다.

 

“세상에, 스벤!”

 

크리스토프가 옆에 서있던 두 사람은 신경쓰지도 않고 스벤에게 달려가 끌어안았다. 스벤도 크리스토프의 얼굴을 핥아대고, 이산가족 상봉이 따로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았던 웃음이 새어나왔다.

 

“저래서야, 안나랑 스벤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잉리드, 그냥 둬. 원래 저런 사람이잖아.”

“안나도 정말, 어쩌다가 저런 사람을 만나서...”

“그래도 정략 결혼해서 불행하게 사는 것보다는 저런 사람이랑 행복하게 사는 게 낫지 않아?”

“그야... 그렇지만.”

 

엘사가 카이의 눈치를 한번 보고는 잉리드에게 슬쩍 물었다.

 

“또 크리스토프 씨한테 뭐라고 한 거야?”

“소리지른 거 들었어?”

 

아차 싶었다. 아까 참다못해 크리스토프에게 한 마디한 것이 엘사에게 들렸던 모양이었다.

 

“왕궁이 쩌렁쩌렁하게 다 울리더라, 얘. 왜 그렇게 크리스토프 씨를 미워해?”

 

엘사가 물었다.

 

“어? 미워하는 거 아냐.”

“아니긴. 크리스토프 씨랑 안나 사귀기 시작한 뒤로 너 되게 짜증 많이 부리는 거 알아? 난 처음에 나한테 쌓인 거 크리스토프 씨한테 화풀이하는 줄 알았다니까.”

“그런 거 아니래도 그러네.”

“그럼 왜 자꾸 크리스토프 씨한테 짜증을 내?”

“그냥... 안나한테 어울리는 그런 남자가 되려고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답답하잖아. 저래서야 어떻게 믿고 안나를 맡겨? 차라리 올라프랑 말하는 게 낫겠다싶다니까.”

 

그 말을 들은 엘사가 푸핫하는 소리를 내더니 배를 잡고 웃었다.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가까이 있던 시종들이 다 쳐다볼 정도였다. 잉리드는 혹시 카이가 들은 게 아닐까 불안해져 돌아봤는데, 다행히 카이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겨우 웃음을 진정시킨 엘사는 잉리드를 보고 말했다.

 

“하하... 아... 한참 웃었네. 잉리드, 너 방금 되게 우리 아버지 같았던 거 알아?”

“어? 나?”

“아버지처럼 신경 쓰는 사람이 카이 아저씨 한 분 뿐인 줄 알았는데, 설마 너도 그럴 줄이야. 하하... 하... 에... 에... 에취!”

 

너무 웃은 건지 엘사가 기침을 했다. 엘사의 주변에 얼음조각들이 떨어져 내렸지만 하루 이틀 일도 아닌지라 별로 신경쓸 것은 없었다. 문제는 엘사의 상태였다.

 

“엘사, 너 괜찮아? 감기? 몸 안 좋은 거 아냐?”

“아냐, 괜찮아. 그냥 재채기야.”

“재채기가 아닌 거 같은데... 목소리도 약간 갈라지는 것 같고.”

 

잉리드는 지난 며칠 간 봤던 엘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돌이켜보면 일주일도 전부터 안나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썼고, 또 준비를 위한 시간을 내기 위해, 그리고 오늘 하루의 스케줄을 비우기 위해 하루 종일 해도 다하기 벅찬 사무를 반나절만에 해왔다. 병이 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너무 무리했어. 오늘 종일 쉬자는 말은 안 할 테니까, 안나 깨우기 전까지 만이라도 좀 쉬자. 너 오늘도 2시간 밖에 못 잤잖아. 이러다 진짜 쓰러져.”

“오늘 파티 끝나고 자면 되지. 처음으로 같이 맞는 안나 생일이잖아.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줘야지.”

“안나한테 최고의 선물은 너랑 같이 있는 거야. 크리스마스 때도 이것저것 실컷 준비해놓고 결국 눈싸움이랑 선물교환만 하고 난로 옆에서 쓰러지듯이 잠들었던 거 기억 안나? 그것도 네 생일 지나고 사흘 만에!”

“기억 나. 하지만 생일은 특별한 날이잖아.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아왔으니까, 내가 그 상처를 덮어줘야지.”

“엘사...!”

 

‘네 책임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결국 그러면 책임은 두 사람을 갈라놓은 선왕 아그나르 내외에게 돌아가게 될텐데, 그건 엘사에게 스스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아픔이 될 게 분명했다. 간신히 능력을 감춰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엘사에게, 이젠 동생에게 많은 걸 해줘야한다는 새로운 강박관념이 생긴 것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대놓고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잉리드에게 엘사가 말했다.

 

“잉리드, 그렇게 걱정되면 내 대신 나가서 내가 연결해놓은 실들 잘 있나 확인 좀 해줄래? 끊긴 곳 있으면 좀 이어주고. 난 조금 있다가 안나 깨워서 나갈게.”

 

고민하던 잉리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 대신에 오늘 파티 끝나면 푹 자는 거야. 약속해.”

“그래, 그래. 진짜 아버지처럼 걱정도 많다니까. 약속.”

 

잉리드가 내민 새끼손가락에 엘사가 자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걸 보면서도 내심 불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성 밖으로 연결된 실을 따라가보니 정말 아렌델 요소요소로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이정도 길이면 중간에 어디가 끊어져있을 법도 한데, 잉리드의 눈에 들어오는 끊어진 곳은 없었다. 중간에 끊어졌던 흔적이 있는 곳은 이미 다른 시민들이 묶어놓은 뒤였다. 엘사가 선물을 넣어놓은 곳에는 엘사가 넣어놓은 것 말고도 몇 종류의 선물이 더 들어 있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데...”

 

그때, 줄을 튕기면서 따라가던 잉리드를 뒤에서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유후~ 아가씨! 장보러 나오셨나? 우리 물건 보고 가!”

“오큰 아저씨! 또 내려오셨네요?”

 

북쪽산 중턱에 무역본부를 차려놓고 있는 오큰이었는데, 오늘은 커다란 바퀴 달린 가판대 비슷한 것을 끌고 와 노점상을 벌여놓고 있었다. 20년도 넘게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해왔던 오큰이라서 이런 행사가 있는 날이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더 재밌는 건 가판대의 생김새로, 가판을 벌여놓은 옆에 작은 문이 하나 붙어있고 ‘사우나’라는 팻말이 걸려있었다. 아렌델 사람들이 사우나 없으면 못사는 것이 꼭 민족성처럼 되어있었지만, 이 오큰이라는 상인은 그 중에서도 별종이라고 할 정도로 사우나에 애정을 보였다.

 

“점심 반찬? 아니면 생일파티 용품?”

“아, 아니에요. 오늘은 업무 때문에 나온 거에요.”

 

옳다구나 싶었는지 오큰이 가판대 아래를 뒤적여 하얀색 통을 꺼냈다.

 

“저 끈 때문에 그러는 거지? 여기 내가 만든 접착제 어때? 이것만 있으면 뭐가 떨어졌든지 금방 다시 붙일 수 있다구!”

“괜찮아요, 그냥 끊어진 부분만 다시 묶으면 돼요.”

“그럼 혹시 모르니 여기 여분의 끈을 들고 가는 건 어때? 혹시 아주 잘려나갔으면 큰일 아니겠어? 응?”

“어... 이미 들고 나왔는데요. 그보다 아저씨.”

 

잉리드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상점가로 나가는 골목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었다. 그런데 오큰의 이 가판대가 그 길의 절반 정도를 막고 있었다.

 

“왜, 뭐 필요한 거 생각났어? 말 해 말 해.”

“그게 아니라... 이렇게 골목 막고 가판대 차리시면 불법인 거 아시잖아요. 저 무슨 일 하는지 아시면서 너무 당당하시다 진짜.”

“왕궁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밖으로 나왔으면 퇴근한 거니까 상관없지!”

“말씀 드렸잖아요, 일하러 나온 거라고. 그리고 퇴근했어도 현행범 체포 같은 건 할 수 있거든요? 얼른 넓은 데로 옮기세요. 이러다 경찰 아저씨들한테 쫓겨나시지 말고.”

 

하지만 오큰은 들은 건지 만 건지 여유로운 표정으로 가판을 뒤져서 갈색 병을 꺼내들었다.

 

“우리 사이에 뭘 그러나, 아가씨? 여기 내가 이번에 새로 만든 감기약 줄 테니까 이거 받고 그냥 하던 일 마저 하면 딱 좋겠는데. 이 좋은 날에 말이야.”

“아, 아저씨! 뇌물수수 추가하실래요?”

“알았어, 알았어. 옮기면 되잖아 옮기면. 농담을 못 해요 농담을.”

 

오큰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가판을 접기 시작했다. 잉리드는 가판대 앞에 있던 끈을 확인하면서 왼손으로 광장 방향을 가리켰다.

 

“광장 쪽에 사람 많더라구요. 나중에 축하 공연 같은 것도 하는 거 같으니까 그쪽에 계시면 여기보다 훨씬 잘 팔릴 거에요.”

“나 아가씨 태어나기 전부터 장사한 사람이야~ 그 정도는 꿰고 있으니까 걱정 마셔~”

“네~ 네~”

 

오큰에게 손을 흔들고 다시 갈 길을 가려던 찰나, 잉리드의 머릿 속에 기침을 하던 엘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잉리드는 오큰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가시기 전에 감기약 하나만 주세요.”

“역시 필요할 줄 알았다니까!”

 

잉리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저씨가 만든 거 말고 저 어릴 때 엄마가 사가시던 걸로요.”

“더 비싼데 괜찮겠어?”

“이래봬도 봉급은 꽤 나와요. 동전 하나 없어서 칭얼대던 어린애가 아니라니까요.”

“내가 볼 땐 아직도 어린애야. 뭐 나야 고맙지! 이거 받고, 잘 가~”

 

약을 받고 줄을 튕기며 시내로 향하는 잉리드 앞으로는 해가 남중을 넘기고 내려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성으로 돌아온 잉리드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생각지도 않은 난장판이었다. 이게 무슨 난리냐고 경악할 사이도 없이 작은 눈사람 하나가 잉리드 옆으로 날아갔다. 경비병한테 들으니 웬 작은 눈사람들이 안나의 생일케이크를 노리고 자꾸 달려들고 있어 막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크리스토프와 스벤, 올라프가 막기 시작했고, 성문이 열린 뒤에 파티 준비를 돕겠다고 들어온 시민들도 눈사람들을 막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눈사람이 살아 움직인다면 잉리드가 아는 한 범인은 한 명 뿐이었다.

 

“오, 엘사...”

 

왜 저런 눈사람들이 생긴 것인지 추리할 틈은 없었다. 곧장 잉리드도 그 난장판 속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잉리드가 지쳐쓰러질 것 같다고 생각할 즈음에 안나가 열과 피로 때문에 녹초가 된 엘사를 데리고 성으로 들어온 덕분에, 엘사가 몸을 해쳐가면서까지 준비한 파티는 무사히 열릴 수 있었다. 엘사가 뿔피리를 부는 걸 볼 때는 하루종일 쌓인 피로마저 싹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잉리드와, 엘사가 기침을 하는 걸 본 안나가 생각했던 대로 왕실주치의가 내놓은 엘사의 병에 대한 진단은 감기였다. 작은 눈사람들의 정체가 엘사가 기침을 할 때 만들어진 것들이라는 사실은 세 사람 앞에서 계속 엘사가 기침을 하면서 몸소 증명해 주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엘사는 지금까지 감기가 무슨 병인지도 몰랐던 모양이었다. 눈의 여왕이 감기라니 이런 모순도 없었지만, 지난 며칠동안 엘사가 일하는 걸 봐왔던 잉리드는 그럴만 하다고 수긍했다. 좀 더 일찍 말리지 않은 걸 후회하면서.

 

파티 정리를 끝마치고 잉리드는 램프를 들고 엘사의 방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문을 슬쩍 열어보니 침대에 누운 엘사는 곤히 잠들어있었고, 안나도 간병을 하다가 그대로 잠든 것인지 엘사의 이불에 얼굴을 묻은 채로 새근거리고 있었다.

 

“뭐하고 있어요?”

 

언제 따라온 것인지, 잉리드의 발밑에서 올라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재잘재잘하는 소리에 아래를 내려다 본 잉리드는 올라프가 혼자온 것이 아니라 작은 눈사람들을 데리고 왔다는 것을 알았다. 잉리드는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쉿. 잠들었어.”

 

잉리드의 손짓을 따라하듯 작은 눈사람들이 잘 보이지도 않는 입을 1 모양으로 만들었다. 아마 저 눈사람들에게 손이 있었다면 그대로 그 행동을 따라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잉리드는 장난기가 조금 동해서 올라프에게 말했다.

 

“얘들아, 안나 방에 가서 이불 좀 가지고 올래? 아무래도 방해하면 안될 것 같아서.”

 

잉리드의 말을 들은 작은 눈사람들은 재잘재잘 대면서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가 이내 안나의 이불을 정확하게 들고 왔다. 올라프를 처음 봤을 때도 놀랐지만, 이렇게 작은 눈사람들도 말을 알아들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눈사람들이 가져온 이불을 들고 방에 들어가 안나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것은 잉리드의 몫이었다. 사이좋게 잠든 두 사람을 보는 것을 본 잉리드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좀 시끄럽고 바쁜 하루였지만, 엘사 위에 엎드려 잠든 안나를 보면서 잉리드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행복하게 잠든 안나의 표정은 마치 ‘태어난 이래 가장 즐거운 생일이었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잉리드는 책상에 놓인 휴대용 램프의 불을 끄고 문을 닫으며 속삭였다.

 

“좋은 꿈 꿔.”

 

방에 어둠이 내리면서, 가장 완벽한 날을 보낸 두 사람의 하루는 저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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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잇고 이후 두달만의 공소관의 일기 연재.


피버라는 좋은 안탄절 에피소드를 두고 안탄절을 그냥 넘길 수는 없어서... 급하게 완성했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단행본에 넣게 된다면 좀 더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 뿐이네요.


연재가 중단된 것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1차 반환점을 돌고 힘이 빠졌던 것도 있지만... 글쟁이가 게을러서 그렇다는 변명 밖에 더 할 얘기가 있을까요.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8월까지 단행본 2막 분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정말 눈코뜰새 없이 써야죠 하하...


푸갤라미 여러분의 어제 오늘 안탄절 연휴는 어떠셨는지? 처음으로 맞는 안탄절인데 다들 행복하게 보내셨더라면 좋겠네요. 다음 번엔 반드시 26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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