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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대회}1839년 7월의 겨울, 안나, 그리고 이두나

엘사v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4 19: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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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것만 확실히 하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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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가 들린 것은 안나의 마지막 숨이 얼어붙은 폐를 통해 나온 직후였다.

안나는 조금 전까지 불어닥치던 눈보라가 정말로 멈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완전히 아렌델의 시간에서 유리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스의 칼이 부러지고 찾아온 그 적막한 시간은 어떤 소리도, 움직임도 없었기에.

어떠한 변화도 없는 눈동자에서는 조금 이른 아렌델의 겨울의 풍경이 들어왔다. 그래, 그것까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완벽히 굳은 귀에 속삭이는, 아니 또렷이 들리는 이 목소리는 당최 알 수가 없었다.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단지 이두나의 기억을 가진 어떤 존재일 뿐이지."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말을 걸어왔다. 어차피 듣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안나는 그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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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엘사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자신을 불렀지만 안나는 아무것도,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엘사가 차가운 자신의 몸을 껴안았을 때였다.



"여기에서 몸 좀 녹여. 초콜릿 좋아하지?"

목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눈앞의 엘사는 사라졌다.

대신 안나의 손에 핫초코가 쥐어져 있었고 13년 전, 엄마가 첫 자장가를 불러주었던 그 날의 침대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차가운 침대였지만 이상하리만치 포근했다. 직감적으로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안나는 눈앞에 서 있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아니, 엄마의 기억을 가진 누군가라고 했던가?

"당신은 대체 누구...? 전 죽은 건가요...?"

그 존재 -이두나-는 안나의 곁으로 다가와서 그 날과 같이 안나의 곁에 자리 잡았다. 엄마의 기억을 빌린 가짜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놀랍게도 싫지는 않았다.

"일단은..."

"...저도 이것만 확실히 하고 갈게요. 제 질문에 대답해줄 건가요? 아니면 자기 할 말만 할 건가요?"

한 번 풋 하고 웃은 이두나는 새끼손가락으로 안나의 코를 살짝 쓸어내렸다.

"넌 여전하구나. 걱정 마. 네가 궁금한 건 전부 말해줄 거야. 그래도 궁금한 게 생기면 언제든지 질문해도 좋아."

"그럼 좋아요."

안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이두나의 어깨에 머리를 두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순식간에 눈물이 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환상이라도 좋았다. 아니 환상이기에 오히려 기뻤다. 저 밖에서는 언니가 뭘 하고 있을지 빤히 보였으니까. 그리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로 생각했던 엄마를 이렇게나마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이게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지 따위는 아무 상관 없었다. 엄마의 품에 기대고 있다. 그것뿐이었다.

엄마가 물었다.

"네 선택에 후회하고 있어?"

물 한 모금 마실 정도의 조금의 시간이 걸렸지만 안나의 대답은 확고했다.

"네."

"...조금 놀라운걸? 그럼 네 언니는..."

"알고 있어요. 내가 크리스토프에게 갔을 때 벌어지는 일은 제가 잘 알고 있어요. 말하지 말아 주세요."

"이유를 물어도 될까?"

"언니는 강하면서도 약해요. 그건 내가 잘 알아요. 지금에서야 진실을 알았지만, 언니는 날 지키기 위해 13년 동안 고독을 참아왔어요. 그리고 오늘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결말이 났어요."

안나는 핫초코를 한 번 후룩 마셨다.

"언니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상상할 수 있으세요? 이다음에 언니가 뭘 할지를? 아니 뭘 할지 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안나는 핫초코를 침대 위 서랍장에 올려놓았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모든 걸 내가 짊어지고 싶어요. 언니는 저걸 못 버틸 거예요. 언니는 비참해질 거예요. 아렌델은 영원히 얼어붙은 저주받은 땅이 될 거예요. 아마 언니는 날 녹일 방법을 찾아 헤매겠죠."

안나는 이두나의 품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얼음의 포근함이라는 모순된 느낌이 안나의 피부를 간질였다.

"만약에 방법을 찾아도 그다음은? 아렌델은 사라지고 미쳐버린 언니와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걸 생각하면, 차라리 언니가 한스의 칼에..."

"넌 그 상황을 버틸 수 있어?"

이두나의 다음 말에 안나는 한참 말이 없었다. 다시 핫초코를 찾으러 몸을 일으킨 안나는 따뜻함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아뇨... 또 후회하겠죠. 내가 죽인거나 다름없으니까요. 크리스토프와 키스를 한다고 해도 그게 진실한 사랑의 행위인지도 모르겠고요. 어쩌면 나는 얼어붙고 언니는 죽었을지도 모르죠."

여기까지 말하던 안나는 한 번 피식 웃었다.

"세상에, 난 이게 가장 끔찍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밑이 있었네요."

안나는 반쯤 사라진 핫초코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게 나아요. 언니는 이제 죽는 것 보다 못한 삶을 살아갈 거니까요. 그건..."

안나는 핫초코를 벽에 집어 던졌다. 얼음으로 된 벽에 부딪힌 핫초코는 갈색 자국을 길게 남기며 새하얀 얼음 속에 스며들었다.

"마법 따위 다 저주야! 대체 왜 그런 걸 언니한테!"

안나가 이두나의 품에 파고들었다. 간헐적으로 몸이 떨렸다. 얼음으로 된 베개에 물 자욱이 서서히 번져나갔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
.
.


"마법을 가진 사람은 자만심을 가지게 되지."

이두나가 말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인 것일까? 안나가 서서히 몸을 일으켜서 이두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바로 그게, 네가 언니를 지켜야만 하는 이유야."

이두나는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반쯤 빠져나온 이두나는 검지로 안나의 코를 톡 쳤다.

"옥타 후 왓! 기억하고 있어?"

안나는 눈을 한 번 빙그르르 굴렸다.

"아토할란...?"

"잘 알고 있네."

이두나는 이제 침대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바다와 만나는 곳. 그곳에 모든 것을 기억하는 진실의 강이 있지."

"...?"

"곧 네 언니의 마법이 강해지면..."

"이게 강한 마법이 아니라고요?"

안나는 얼어붙은 아렌델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처음으로 언니가 정말로 무시무시한 마녀 같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아토할란이 엘사를 부를 거야.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네가 언니를 지켜 줘야 해. 네 말대로 엘사는 강하면서 약하니까."

이번에 안나는 '비유적으로' 얼어붙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나는 저렇게 얼어있는데? 어떻게 언니를 지키라는 거죠?"

이두나가 안나에게 손짓했다. 홀린 듯 침대에서 빠져나온 안나는 자연스레 이두나의 손을 잡았다.

이두나는 양손 모두 안나에게 내맡기고 이마를 안나의 이마에 갖다 댔다. 그리고 눈을 맞췄다.

"넌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아. '진실한 사랑의 행위'가 키스뿐이라고 생각해?"

"네?"

"그건 너 스스로 잘 생각해 봐."

이두나는 깍지 낀 손을 풀었다. 그리고 문 쪽으로 다가갔다.

안나는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직감했다.

안나 또한 문 쪽으로 달렸다.

팔을 벌려 이두나의 등을 안았다.

그렇게 또 아주 긴 시간이 지났다.


"고마워요."

하지만 이두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네가 한 선택이야.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네 언니에게 고마워해."

"언니에게요?"

"그래. 아토할란의 부름은 오로지 마법에만 반응하는 힘. 네 언니가 너에게 마법을 걸지 않았다면, 네가 그렇게 얼어붙어 마법의 힘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날 만나지 못했을 거니까."

이두나는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있는 일은 모두 사라질 거야. 널 얼렸던 마법이 모두 빠져나가면서 여기서 있었던 마법의 기억과 함께."

안나가 다급하게 이두나의 팔목을 잡았다.

"가지 않으면 안 되나요?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침묵이 계속되자 안나가 한 마디 덧붙였다.

" ...엄마?"

문고리를 잡고 있었던 이두나가 뒤를 돌아 안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이 기억이 뿌린 감정은 씨앗이 되어 네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거야. 그게 앞으로 널 이끄는 작은 목소리가 될 거고."

이두나는 한참 눈을 맞추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네 언니를 지켜줘. 아토할란에 도착하고 나서는 큰 시련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모든 걸 잃었을 때, 네 안에서 속삭이는 작은 목소리를 따라 해야할 일을 해."

이두나는 문으로 한 발자국 나갔다.

"어쩌면 아토할란에서 다시 만날지도 모르지."

이두나는 문을 서서히 닫았다.

안나는 마지막으로 이두나의 한쪽 눈을 바라보았다. 사라질 때까지 계속.

.
.
.


"안나...?"

"언니...?"

"날 위해 희생한 거야?"

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나는 자유롭게 된 몸으로 말했다. 당연하게도.

"언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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