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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퓨전?/장편] 아래대 표류기(雅騋垈 漂流記) - 에필로그 PT1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11 23: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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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PT1


1845년 9월.


청국(淸國) 항주(杭州) 절강성(浙江城) 호족 단(段)씨 가문 대저택


단씨가문의 대저택은 절강지역의 최대 호족가문답게 그 규모가 황족 별궁과 비견될 정도였다.

거기에다 단씨 가문은 만주족이 아니었기에 얼마나 이들의 정치/경제적인 수완이 뛰어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에 걸맞게 주변을 돌며 지키는 사병들의 수도 1000명에 달한다는 소문이 항주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자했다. 처음에 진우는 그것을 믿지 않다가 나무 위에 앉아 며칠 동안 지켜본 결과, 그들의 말이 완전한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병들은 집 안에서 훈련을 하는데, 훈련이나 병사의 질 역시 관군 그 이상이었다.


그가 절강성주(浙江城主) 단상신(段常辛)을 만나려면 정문을 포함한 대문 2개, 담벼락 중간중간에 배치된 사병 약 850명, 그리고 저택 최심부에 있는 최측근 보호인원 100명을 뚫어야 했다. 항주도 상해 근처라 최근 양인들의 발길이 은근히 잦아 서양언론에라도 실리게 되면 난감해질 수 있기에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조용히 가는 편을 택했겠지만, 이건 일반적인 군사작전이 아닌 개인적인 분노표출이 사실상 컸기에 그걸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조용히 복면을 쓴 뒤 나무에서 내려왔다.


///


대문을 지키는 경비병 넷은 가끔씩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다 피곤한 듯 하품을 크게 했다.

“不能在這裏打哈欠.可能會失去工作 (여기서 하품하면 안돼 직장 잃을 수도 있어)”

“一次就一次 太過分了 (거참 한 번 가지고 너무하네)”

“你覺得這裏有給予嗎?所以聽我說. (여기처럼 주는 데가 있을 거 같아? 그러니까 내 말 들어.)”


하지만 그들의 농담 따먹기는 남색 옷을 입은 남자 때문에 멈췄다. 그는 같은 색의 복면을 한 채 홀로 걸어나왔는데, 그에게는 조총도 없이 칼과 활만 덩그러니 찬 채 걸어오고 있었다. 거기에 특이한 점이라면 활은 있는데 화살통이 없다는 점과, 머리가 변발이나 상투 없이 서양인처럼 짧게 잘려 있었다는 것이었다.

“朝鮮人?但是頭髮爲什麼那麼短? (조선인? 근데 머리는 왜 저렇게 짧아?)”

“是日本商人嗎?(일본쪽 상인인가?)”


사병 중 한 명은 그에게 다가갔고, 나머지는 장전한 총을 겨누고 있었다.


“不管怎麼樣,在那兒!現在馬上停..(어쨌든 거기! 지금 당장 거기서 멈…)”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곧바로 빈 활시위를 당겼다.

사병들은 그런 그를 보고 미쳤다는 듯 비웃었지만, 그 활에서 화살이 점점 만들어지며 빛이 나는 것을 보고 점점 얼굴이 어두워 졌다.


什..麼呀? (뭐..뭐야?)”

不要氣餒, 快點兒開槍!! (어버버하지말고 빨리 쏴!!)”


사병들은 곧바로 조총을 쐈고, 그걸 들은 주변 순찰조도 같이 사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었고, 총알들은 옆의 바닥에 구겨진 채로 떨어져 있었다. 그들은 점점 더 이 상황이 항상 봐오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자는 활시위를 놨고, 그것이 만들어낸 바람에 대문 앞을 지키던 병사들은 다 옆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 화살은 단숨에 안의 대문까지 뚫어버리자, 안에 있던 사병들까지 박살 난 문 너머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是敵人! (적이다!)”


사병들은 소리를 지르며 총을 장전하기 시작했고, 진우의 모습이 보이면 연달아 총을 쏘기 시작했다.


“都倒進去了! (다 쏟아부어!)”


하지만 요르뭉간드의 불도 막아낸 수정에 조총은 당연히 흠집도 못냈고, 진우는 이들도 베어버릴지 말지 고민하다가 알아서 칼을 들고 달려와주었기에 그들을 하나씩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몇몇은 진우가 막고 있는 사이 그를 찌를 수 있었지만, 수정갑옷을 두르고 있었기에 칼들은 구부러지던가 부러져 버렸다. 그 와중에 진우는 특이하게도 사람들의 허리를 베어버렸고, 그대로 수정으로 지혈해 버렸기에 상하체가 분리가 되어도 살아있는 아주 기괴한 광경을 자아내게 했다.


“我操這到底是什麼啊!(XX 이게 도대체 뭐야!)”


여기저기서 아직 꿈틀거리는 자신의 다리를 보며 소리지르는 통에 저택은 아비규환이 되어갔고, 양끝 통로에는 시종과 시녀들이 도망가고 있었다. 하지만 진우의 머릿속에는 여기에다가 불도 질러서 다 싸그리 죽여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자신의 마을이 당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가 떠나기 직전에 했던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


“사람들을 죽이지 말아 줘.”


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엘사를 바라봤다. 우선 그녀가 자신의 계획을 이미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두 번째로는 이런 그의 분노를 알고 있는 그녀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에 기가 막혔다. 덕분에 그의 조선어도 세게 나와버렸다.


“무슨 소리야? 걔네들은 우리 마을을 그딴 식으로 만들었는데, 나는 그러지 말라고? 내가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데?”


분노에 찬 그의 얼굴을 엘사는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녀도 이 말을 할려고 엄청난 고민을 했었고, 그 때 나온 안쓰러움도 동정보다는 공감이었다.

하지만 그가 사람들의 목을 다시 베며 피를 뒤집어 쓸 생각을 하니, 말을 꺼내지 않을 수 가 없었다.

“그렇게 안하는게 힘든 것도 알아. 만약에 나도 안나가 한스한테 당했다면 같은 생각일 테니까.

하지만, 하지만, 복수라는 건 결국 반복되잖아?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그 복수의 칼을 꺼내지 않길 바라.


그러더니 갑자기 엘사가 진우의 얼굴을 잡아 거의 그녀 코 앞까지 끌었다.

그는 당황해 얼굴이 빨개지며 순간적으로 뒤로 빼려 했지만 엘사는 그런 그를 꽉 잡은 채 놔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난 진우 네가 과거 때문에 피를 이 이상 뒤집어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확실히 엘사의 하늘색 진주 같은 눈에는 남들과는 다른 깊이가 있었다. 이것이 자신의 슬픔에서 나온건지 아니면 일생 동안 책임감에 눌려와 생긴 결과인지는 몰라도, 그 부탁한다는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우는 엘사의 양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얼굴에서 뗐다. 하지만 그의 떨떠름함은 가시지 않아 보였다.


“...알겠어”


///


“쯧”


그가 혀를 차며 두 번째 대문을 통과했을 때는 단씨 정예군이 그를 둘러싸게 되었다. 진우는 이들이 말이라도 걸려나 싶었지만, 그런 것 없이 칼을 든 채 덤비기 시작했다. 원래는 진우도 칼을 들까 싶었지만, 아까 오면서 해보니 너무나도 지루해 그는 칼을 검집에 넣었다.

그의 행동에 정예군들은 더욱 빠르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진우는 씨익 웃으며 양손에서 빛을 내며 손가락을 튕겼고, 바닥에서 십수개의 수정 기둥들이 솟아났다. 워낙 큰 크기에 기둥들은 저택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저택 근처 민가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그들이 없는걸 확인한 그는 수정으로 길 주변에 울타리를 본관까지 쳐버렸다.


진우는 걸어가는 와중 무릎이 풀려 주저 않게 되었다. 자신의 손을 바라봤을 때 이미 조금씩 갈라진 손등에서 사파이어 색 조각들이 흩어지며 떨어지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잠에서 일어나 걷는 와중에 발톱이 떨어지더니, 가면 갈수록 몸이 부서져 가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힘을 이정도로 써버리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얼마 안 남았다.’


그는 다시 똑바로 선 채로 몸을 풀고 걸어나갔다.

본관 대문 앞에는 마지막으로 지키던 오큰만 한 남자가 진우의 얼굴을 정통으로 때렸지만 얼굴도 수정을 두른 터에 그의 손뼈는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남자는 아픈 걸 참고 다시 발로 차려 했지만, 이번에는 진우가 그의 명치를 정확히 맞춰 때렸다.


(쾅!)


덩치는 문과 함께 날아가며 단씨 방 안 한구석에 나동그라졌다.

방 내부는 상당히 컸는데, 그 끝에는 침대가 있었고, 바로 앞에 있는 탁자에 한 노인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


“你沒有逃跑? (도망가지 않고 있었네?)”


단상신은 의외라는 눈초리로 가까이 온 진우를 바라봤다.


“會說我們的話嗎? (우리말을 할 줄 알고 있었나?)”

“來到這裏的時候,連清國語都不知道嗎? (여기까지 오며 청국어도 모른 채 왔을까?)”


진우는 그의 앉아 복면을 풀고 앞에 있던 차를 마셨다. 단씨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창한 조선어로 바꿔 말했다.


“어차피 도망가 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더군. 특히나 그 상대가 남옥(藍玉)의 마귀라면 말이지.”

“그건 또 뭔 별명이야?”


진우는 그 이름이 싫어 인상을 세게 찌푸렸다.


“창치(長崎,나가사키)에 보내놓았던 우리 쪽 상단 생존자가 지어줬더라고.

거기서 얼마나 난도질을 해댔으면 그 놈들이 이 말을 듣자마자 부들부들 떨면서 난리를 피우겠어?”

“그래도 죽은 사람은 없으니 된 거 아닌가?”

“싹 다 사지를 날려놓고 말은 잘하는군. 그런데 그 쪽을 뒤지고 여기까지 올 정도면 웬만한 건 알 법도 한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피울 필요가 있나?”


진우는 그를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가 조선, 일본, 청국을 거쳐 반 년 넘게 조사를 했지만, 그가 막연히 가정했던 자금성과의 연관성은 그닥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너무 있어 보여 오히려 없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런 소리를 한다고?


“그렇지. 그런데 뭔가 이상해서 당사자의 입을 통해 듣고는 싶었단 말이지. 게다가 당신은 이제 퇴역까지 했는데 숨길 필요도 없지 않겠어?”


그의 말에 기가 막혔는지 단상신은 작게 웃다가 찻잔을 내려놨다. 그는 진우를 바라봤고, 그에 맞서 진우도 그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을 하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눈을 먼저 돌린 것은 단상신이었고, 그는 찻잔을 다시 들며 말했다.


“그래서 뭘 듣고 싶은 거지? 목적? 과정?”

“목적으로 하지.”


단상신은 다시 차를 마셨다.


“없어.”


진우는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 없다고?”

단상신은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고, 진우의 어이없다는 표정은 점점 더해갔다.


“자네는 뭔가 있다 생각했을 거 같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없어. 가뜩이나 저 서양의 조그만 섬나라한테도 패배 해 X같은 조약을 맺은 지 3년 밖에 안됐는데 민심은 전에 쌓여왔던게 이 조약으로 터지기 일보직전일세. 그런데 지금 해외로 나가는 해적들 따위에 신경을 쓸 수 있을 것 같나?”


비록 진실의 겉모습을 볼 수 있어도 그걸 직접 아는 것과는 받는 충격이 달랐다. 진우는 머리를 긁다가 조금 미심쩍은 것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기들이 해적들이 가질만한 수준이 아니었는데?”

“아, 우리 성(城)쪽 관리들이 무기가 더 필요하다고 해서 조달을 해주긴 했네.

몇몇 해안 도시의 관리들이 아예 해외에 나가는 해적들과 내통하고 뺏어온 걸 나눠 먹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게 사실이었나 보군.”

진우는 한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뭐야, 그럼 연경(燕京 현 베이징)쪽에서 일부러 놔두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걸세. 나도 내가 가진 관군으로 민란을 막는 게 다인데 무슨. 지금 연경은 조공국에 신경쓸 여유도 없다는 건 내 보증할 수 있네.”


진우는 어이가 없어 그를 노려보다 실수로 찻잔을 한 손으로 부쉈고, 의자에 등을 기댄 단상신은 떨어지는 유리조각을 보며 몰래 침을 삼켰다.


“그런데 그 피해를 왜 우리가 겪어야 하는데?”


그 역시 이런 생각을 했던 이유는 창치에 가서 서류들을 봤을 때 였다. 그 서류들은 어색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명백히 청 정부의 주도라고 적혀 있는 문서들이 수두룩 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 정도로 위에서 명령을 했으면 기밀로 숨겼을 법한 것들도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그저 말단들의 해적질이라니...


어쩐지 진우가 잘라놓은 일당들이 청국 정부가 복수할거라고 노발대발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무리 해적이여도 그 배경이 그 위까지 있다는 말이 돌면 조선의 세도가들도 찍소리 하지 못할테니까.

진우는 이 사실이 너무나 뼈아팠다. 이렇게 하찮은 이유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어야 하다니..


싹다 죽여버릴걸 그랬다.


진우는 의자에서 일어나 걸어가기 시작했다.

“날 안 죽여도 되겠나?”

“아, 목숨 값은 이미 받았어.”

“?”

“찾아보니 당신이 몰래 숨겨 놓은 돈들이 많더군. 창치 뿐만 아니라 영파(宁波-닝보), 호주(湖州-후저우), 금화(金华-진화)까지..거의 이 성(城)의 반년치 예산 정도는 되던데? 그래서 내가 연경(燕京)에 편지 한 통 보내 놨어. 아무리 바빠도 이 정도 돈이 나갔다는데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뭐?”

“게다가 모으는 동안 뭔 놈의 적을 이렇게 만들어 놨어? 몇몇한테 얘기 하니까 아주 그냥 나한테 절을 하려던데?”


금시초문이었던 단상신은 사람을 부르려 했지만, 당연히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아직도 기절해 있던 부하 한 명 뿐 이었다.

“거기에서 우리 쪽 피해 입은 만큼 가져갔으니 너무 원망 말라고. 또 어차피 망해가는 나라의 노(老)관리를 죽여서 뭐에 쓰겠어?”

단상신의 여유있던 자세는 온다간데 없이 관자놀이에 핏줄이 서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는 울분을 못참고 소리쳤다.


“너는 우리가 망해간다고 하는데, 그건 조선도 마찬가지 아니야?”


진우는 그를 잠깐 돌아봤지만 아무 말 없이 나왔다.

그는 다시 손가락을 튕겨 수정들을 없앴고, 잘려있던 병사들은 부위들이 아물게 해버렸다.


///


이틀 뒤, 제주목(濟州牧) 대정현(大靜縣-현 서귀포 부근) 저녁


자신의 배를 숨겨놓고 터덜터덜 걷던 진우는 한 주막에서 연기가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울타리 주변을 빙 돌며 걸었지만, 손님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여기서 조금 쉬고 내일 오후에 떠나야겠다.’

그는 대문을 밀면서 주모를 불렀다.

“예! 나가요!”

의외로 젊어보이는 여인이 앞치마를 두르며 나왔고, 진우는 마당 앞에 있던 자리 아무데나 올라 양반다리를 하며 앉았다.

“하룻밤 묵는데 얼마정도요?”

“5전(錢) 입니다.” (*1냥 = 현7만원 기준)

“? 한양은 3냥은 되는데 그것 밖에 안되오?”

“워낙 시골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으리께서는 지금 말도 없으시니까요.”

“고맙소. 그러면 우선 탁주 두 병에 고기국수 한사발 말아주실 수 있소?”


주모가 들어간 사이, 너무나도 본능적으로 그는 자신의 동전 주머니를 찾았지만,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건 성 주민들에게 뿌리고 남은 금덩이들 밖에 없어 난감해 하다가 그냥 하나를 꺼냈다. 손가락 한 마디 두께에 손바닥정도 크기 되는 이것은 아무래도 밀무역에 걸리지 않으려고 했는지, 금 증명 표시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표시되어있지 않았다. 주모는 우선 탁주를 내오자 진우는 그녀에게 금덩이를 내밀며 말했다.


“내 동전이 없어 이걸로 대신 하는데 내가 줬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

주모는 눈이 쟁반만한 채 금과 진우를 번갈아 봤고, 그걸 받자마자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해대는 통에 진우는 주모를 겨우 진정시켰다.

“알겠으니 국수나 맛있게 내와주시오. 배가 등가죽에 붙겠소.”


주모는 곧바로 들어가 버렸고, 진우는 막걸리 한 잔을 따라 한 번에 마시며 밤하늘을 바라봤다. 이 힘을 가졌다면 그는 그래도 마을사람들의 한을 풀 수 있을줄 알았다. 그런데 그러기는 커녕 이미 상대는 혼자 무너지고 있는 판국에 그는 어찌해야될지 몰랐고, 결국에는 그의 시간은 다 되어 버렸다. 다시 손가락을 바라봤는데, 상당히 기괴하게 마디 사이에 틈이 생겨버린 것을 진우는 발견했다. 그는 그걸 다른 손으로 메우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돌아갈 수 밖에 없겠네.’


그나마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금이라도 나눠라도 줄 수 있다는 것에 그는 위안을 삼았다. 찾아가보니 그의 마을에는 새로운 요새가 들어서 있었고, 그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무너졌던 폐허에서 다시 활기를 찾고 있었다. 자신의 집이 있던 자리에는 집이 아닌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마을 사람들은 추모의 의미로 꽃이나 편지등을 냅두고 있었고, 그 역시 꽃을 놓은 뒤 어머니에게 인사 드렸다.


이제 진우가 조선에 남겨놓은 미련은 없게 되었다.


‘그래, 이거면 됐지.’

“고기국수 대령했사옵니다!”


주모가 상당히 커 보이는 쟁반을 내려놨는데, 거기에는 생각보다 많이 큰 대야에 국수가 먹음직스럽게 담겨있었다.

그런데 그 옆에는 처음 본 돼지 구이, 잘 익은 김치와 동치미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걸 시키지 않았소만?”

“나으리께서 주신 돈에 비하면 제가 드릴 수 있는건 이런거 밖에 없으니 마음껏 드셔주시기 바라옵니다! 부족하시면 말씀해 주시옵소서!”


입꼬리가 귀에걸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득히 높아진 호칭에 진우는 그녀를 빤히 보다가 ‘이런 호사를 언제누리겠어?’ 라는 마음으로 진한 국물을 들이켰고 먹기 시작했다.

그는 고기를 먹다 김치를 들었는데 적당히 매콤하고 톡 쏘는 그 맛에 그의 눈은 절로 감동에 차 감겨져 버렸다.

그는 다시 고기를 김치에 싸 먹은 뒤 막걸리를 들이켰고 거기에 옆에 있던 동치미까지 마시니, 이것이야 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의 정의였으리라.


“주모! 이 김치랑 동치미도 싸줄 수 있겠소?”

“물론이죠! 얼마나 드릴까요?”

“항아리 째로 전부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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