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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문학대회 참가작] -274℃, 눈의 마녀 이야기 (1/4)

엘사v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17 2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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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73℃

    

  이론상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

    

    

1. 1℃

    

  그 날 이후 아렌델의 최저 기온.

    

    

2. 25℃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방 안.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눈송이들이 천천히 내려온다.

    

  “안나, 엘사! 잘 시간이야.”

    

  아렌델의 여왕이 차가운 공기를 뚫고 포근하게 말한다.

  하지만 수북이 쌓인 눈 위의 두 꼬마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붉은 머리를 한 아이가 말한다.


  “눈의 마녀가 저주를 내렸어! 아렌델이 얼어붙었어!”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의 손에는 눈으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인형이 쥐어져 있다. 아이는 고개를 휘휘 돌리다가 쌓인 눈 위에 서툰 글씨로 북쪽 산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는다.

    

  “엘사 언니! 빨리! 여기 성이 필요해! 눈의 마녀의 성 말이야!”

    

  “여기면 되겠어? 안나?”

    

  엘사는 북쪽 산의 한 곳을 가리킨다. 안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잘 봐!”

    

  엘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북쪽 산의 한 구석에 손을 댄다. 곧 순수한 얼음으로 된 성이 완성되고, 안나가 발코니에 인형을 놓는다.

    

  엘사가 인형에 바짝 붙어 냉기를 뿜어낸다. 북쪽 산 밑에 있는 아렌델이 점점 얼어붙는다. 성긴 눈으로 만든 아렌델은 매끈한 얼음으로 변해간다.

    

  문이 열리더니 아렌델의 여왕이 들어온다. 서른을 훌쩍 넘긴 그녀의 모습에선 기품이 느껴지지만 무언가 잃어버린 사람의 불안이 깃들어있다.

    

  여왕은 방 안에 깔린 상황을 보고는 살짝 놀란 듯 감탄사를 내뱉는다. 뒤이어 들어온 그녀의 남편, 크리스토프도 눈을 크게 뜬다. 그가 살짝 입을 뗐지만 여왕은 그의 입에 손가락 하나를 갖다 댄다.

    

  두 아이의 놀이는 계속된다.

    

  “엘사 언니! 왕자가 필요해! 멋진 사람으로!”

    

  엘사는 간단하게 왕자를 만들어 안나에게 준다. 안나는 곧바로 얼음 성의 발코니로 왕자를 가지고 간다.

    

  “안 돼! 왕자가 함정에 빠졌어!”

    

  안나의 말에 여왕은 살짝 웃어본다.

    

  ‘어떻게 할 작정이지?’

    

  ‘글쎄.’

    

  크리스토프의 귓속말에 여왕 역시 속삭인다.

    

  “사랑만 있다면 두려울 게 없소!”

    

  안나가 눈의 마녀를 한 손으로 잡는다.

    

  그리고는 키스.

    

  입술들이 부딪치는 그 모습에 여왕은 한숨을 쉬고, 크리스토프는 외마디 비명을, 엘사는 헛구역질을 하며 각각의 방법으로 어색함을 즐긴다.

    

  “으엑, 안나. 키스로 아렌델을 구할 수는 없어!”

    

  엘사는 얼음 불꽃으로 장식한 인형 하나를 만들어낸다.

    

  “아렌델을 구할 불꽃의 여왕이야!”

    

  엘사가 인형을 눈의 마녀에게 살짝 던진다. 눈의 마녀는 곧 북쪽 산 밑으로 굴러 떨어진다.

    

  “불꽃의 여왕이 나쁜 눈의 마녀를 물리치고 아렌델을 구했어!”

    

  안나는 그 동안 쌓아두었던 얼음 인형들을 양 팔에 껴안는다. 여왕은 앞서 벌어진 대서사시가 궁금했지만 곧 결말에 집중한다.

    

  “그리고 모두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안나의 마무리로 이야기가 끝나자 여왕이 조심스레 묻는다. 

    

  “무슨 놀이를 하는 거니?”

    

  “눈의 마녀 이야기요!”

  

  엘사와 안나가 동시에 말한다.

    

  “엄마가 본 눈의 마녀는 그렇지 않았는데...”

    

  ‘진심이야?’

    

  여왕의 말에 크리스토프가 무언의 손짓을 하며 신호를 보낸다.

    

  두 아이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올라간다.

    

  “네? 눈의 마녀를 실제로 봤나요?”

    

  엘사가 말하고,

    

  “잠깐 뭐라고요?”

    

  안나가 말한다.

    

  “그럼. 봤지. 어릴 때, 그리고...”

    

  여왕은 잠시 뜸을 들인다.

    

  “13년 뒤에 한 번.”

    

  “그런데 그 얘길 아직까지 해주지 않았다고요?”

    

  여왕의 말에 안나가 말한다. 허리춤에 손을 얹고 화가 단단히 난 표정이다. 엘사 또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 한다.

    

  “눈의 마녀는 누구도 볼 수 없었다고 하는 걸요?”

    

  “그래. 누구도 볼 수 없었겠지...”

    

  여왕은 침대에 살짝 걸터앉아 아이들에게 손짓한다.

    

  “그래서 지금 그 얘기를 해줄까 하는데 어때? 듣고 싶니?”

    

  두 아이는 빠르게 침대로 뛰어든다.  

    

  “괜찮을까?”

    

  크리스토프가 걱정스레 여왕에게 한 마디 건넨다.

    

  “우리 아이들에게 만큼은 진실을 알려줘야지. 난 괜찮아. 크리스토프.”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고 크리스토프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더니 천천히 문을 향해 나아간다. 문이 닫히자 여왕은 창 밖에 펼쳐진 오로라를 바라본다. 늦은 밤이었지만, 하늘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오래 전에...”

    

  아렌델의 여왕, 안나는 결심한 듯 힘겹게 입을 연다.

    

  “한 자매가 있었단다.”

    

    

3. -18℃

    

  ‘괴물! 괴물이다!’

  ‘엘사 여왕! 괴물이 되지 마시오!’

    

  아렌델을 찢어발길 것 같던 폭풍은 이내 그치고 크고 작은 눈송이만이 공허한 아렌델의 하늘에 알알이 박혀 있다. 모든 소리가 죽어버린 그 침묵의 축제에서 대관식 날 누군가가 했던 말이, 얼음성에서 누군가 했던 말이 엘사의 귀에 끊임없이 들린다. 그녀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려는 듯, 시간마저 얼어붙은 고요한 아렌델의 바다에서.

    

  나의 운명, 나의 마법, 나의 저주, 괴물. 멀리했기에 오히려 가까이 있었던 나의 진정한 정체. 도망쳤지만 다시 돌아온 나만의 겨울. 도망쳤기에 되돌아온 모두의 겨울.

    

  고통이 슬픔을 이기는 비극의 시간이 왔을 때, 얼어붙은 안나를 껴안고 있던 엘사는 고개를 들었다. 한창 흘리던 눈물마저 얼어붙은 그 시린 여름의 한가운데로.

    

  ‘언니가 모든 세상을 영원한 겨울로 만들어 버렸어.’

    

  ‘괜찮아. 언니가 녹여주면 돼.’

    

  ‘언니는 할 수 있어. 난 그렇게 믿어.’

    

  방법을 찾는다면, 속죄할 수 있을까? 날 이해한다는 안나에게 정말로 그러냐고 다시 한 번 물어볼 수 있을까? 저주받은 나의 동생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었던, 13년 간 포기하지 않았던 그 노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엘사는 안나의 두 볼을 부여잡았다. 이때만큼이라도 추위란 걸 느꼈으면 좋으련만, 이내 엘사는 고개를 저었다. 대관식 날 완전히 무너져서 도망쳤던 그날의 모습은 이제 버려야 한다.

    

  숨기고, 느끼지 마.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지금의 감정 따위는 잠시 밀어두고 다시 한 번 고독의 세월이 필요할 때였다. 해방감에 젖어 얼음 성을 짓던 그 날에서 벗어나야했다. 아버지의 말을 들었더라면,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이 일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

    

  “안나, 나는 방법을 찾을 거야.”

    

  엘사가 말했다. 그리고는 안나의 맑고 공허한 눈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호흡하지 않은 코를 바라보았다. 들릴 리가 없는 귀를 바라보았다. '초콜릿'을 발음할 수 없는 입을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죽어서 이 모든 걸 끝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야.”

    

  엘사가 어색하게 씨익 웃었다.

    

  “하지만 나는 확신이 없어. 그래서 이제부터 내 마법에 대해서 알아낼 거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리고 다른 방법이 없을 때, 그 길이 확실해진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을 거야.”

    

  엘사는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네가 그랬듯이.”

  

  그녀는 한 발자국 떨어졌다.

    

  “지금 너한테 해줄 수 있는 말은 조금만, 아주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거야.”

    

  그리고 엘사는 몸을 돌려 한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당신, 안나와 날 찾아온 사람이죠?”

    

  “네? 아...”

    

  부름을 받은 남자는 깜짝 놀라며 말을 더듬었다. 아주 잠깐 봤을 뿐이지만 조금 전에 얼음성에서 봤던 그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이었다.

    

  “당신도 아렌델 사람이죠? 여왕의 명령입니다. 성으로 가 카이를 찾아서 성을 비우도록 하세요. 한 명도 빠짐없이.”

    

  “저는 아렌델 사람이...”

    

  엘사는 크리스토프의 팔을 잡아챘다. 그리고는 여왕의 직인이 찍힌 두루마기 문서를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물론 얼음으로 되어 있었기에 크리스토프는 시린 손을 간간히 부여잡아야 했다.

    

  “난 추위를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제 슬슬 알겠죠. 점점 추워지고 있다는 걸요.”

    

  엘사의 말대로 그는 점점 오한을 느끼고 있었다. 1초, 1초가 지날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아 그리고...”

    

  “네?”

    

  엘사는 꼴사납게 쓰러져 있는 한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 사람...”

    

  엘사는 살짝 눈을 감았다.

    

.

.

.

    

    

  “알았으면 당장 가세요.”

    

  스벤은 두 사람을 태우고 아렌델 성으로 내달렸다. 

    

    

4. -67℃

    

  아무도 없는 성은 엘사에게 익숙했다. 그동안 갇혀 지냈던 방이 조금 커진 것에 불과했으니까. 매일 들려오던 안나의 노크 소리가 없다는 게 불만이었지만.

    

  추위를 느낄 수 없었기에 지금 얼마나 온도가 내려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바스러지는 물건들로 대략적인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성의 복도는 온통 고드름과 얼음 기둥으로 뒤덮였고 움직일 때마다 마법으로 그것들을 치워주어야 했다. 마법에 마법이 겹치고 통제할 수 없는 기온 하락으로 인해 성은 거대한 얼음 무덤처럼 변해갔다.

    

  실로 오랜만에 모든 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추억에 젖을 사치는 허락되지 않았다. 엘사는 서재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마지막 책을 덮었을 때 확신이 되었고 그 확신에 따라 성의 기온은 더욱 내려갔다. 서재의 책들은 서서히 서리에 덮여갔고 펼치지도 못할 정도로 단단하게 변해갔다.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누군가 저 책을 읽고 이 저주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

    

  엘사는 이제 유령처럼 목적지도 없이 복도를 서성였다. 서재에 없다면 대체 어디에서 마법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

    

  트롤? 한가한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 시간을 쥐어짜서 방문했지만 패비는 고개를 저었다. 진정한 사랑의 행위라는 헛소리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때 해결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 때, 아렌델 성의 숨겨진 방을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극심한 냉기를 버티지 못한 입구가 무너지며 드러난 것이었다.

    

  늘 그랬듯 엘사는 별 생각 없이 그 방 안으로 한 발자국 들어갔다. 책 몇 권이 있기에 뽑아들었다. 책에 글자가 있기에 한 번 훑어보았다. 글에 의미가 있기에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해보았다.

    

  익숙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 동안 마법을 숨겨왔던 장갑의 그림이었다. 엘사는 누군가 머릿속에 냉기를 불어넣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번쩍 차린 엘사는 첫 페이지로 돌아갔다. 차근차근 읽어나가던 엘사는 한 글귀에서 책을 떨어뜨렸다.

    

  「...에 따르면 마법의 저주를 받은 자는 죽지 못하고 영원히 저주 속에 갇히게 된다. 이를테면 얼음 속에 갇혀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의식은 그대로 남아 있으며...」

    

  엘사는 꽤나 큰 비명을 질렀다. 바다 한가운데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안나에게도 충분히 들릴 만큼.

    

  비명은 얼음과 얼음 사이를 튕겨 괴상한 소리를 만들어내었고, 그 울음은 저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를 묻어버리기엔 충분했다. 비명이 잦아들고 다시 한 번 적막한 아렌델 성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엘사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극한의 냉기와 얼음 기둥에 반사되어서 울리는 괴물의 괴상한 울음소리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안나는 지금 일주일 이상 홀로 방치되어 있다. 엘사의 모든 생각은 이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엘사가 다급히 떨어진 책에 손을 가져다댔지만 그녀의 마법이 좀 더 빨랐다. 책의 모든 곳은 냉기로 바스러졌다. 글자는 형태를 알 수 없게 깨져버렸고 책은 누구도 열 수 없을 만큼 얼어붙었다.

    

  기온은 약속이나 한 듯 급속도로 하강했고 숨겨진 방의 모든 곳에서도 아렌델성의 모든 곳이 그랬던 것처럼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책 몇 권이 더 있었지만 펼칠 수 없었기에, 엘사는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애써 감추고는 바다로 달렸다. 안나에게로.

    

    

5. -113℃

    

  엘사는 안나의 몸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얼어붙은 아렌델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엘사가 입을 열었다. 얼어붙다 못해 아무런 표정이 없는 얼굴로.

    

  “안나, 넌 답을 알 수 있을까? 내 저주를 받은 지금의 너라면?”

    

  안나는 말이 없었다. 엘사는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 속에서 넌...”

    

  “엘사?”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람의 소리였지만 엘사는 무시했다. 이런 온도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나는 내가 지키고 있어.”

    

  환청이 아니다. 고개를 돌렸다. 눈사람 하나가 안나의 곁에 앉아있었다.

    

  “올라프?”

    

  “안나가 답을 알거라니 무슨 소리야?”

    

  올라프의 팔과 코는 이미 떨어져 나간 채 온통 얼어붙어 제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어려워보였지만 눈으로 된 몸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마치 이런 날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바닥에 바짝 붙은 올라프의 몸은 철벽처럼 안나의 곁에 자리 잡고 있었다.

    

  “네가 어떻게...?”

    

  “그 때 모두 가버리고 혼자 남아서 그냥 안나를 지키려고 여기 남았어.”

    

  “여기서 뭘 한 거야?”

    

  엘사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안나한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지.”

    

  “이야기라고?”

    

  “방금은 진정한 사랑의 행위가 뭘까 하는 걸로 얘기를 했고. 그게 얼어붙은 심장을 녹일 거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모르겠어.”

    

  “진정한 사랑...?”

    

  “난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엘사가 막 입을 열었을 때,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더 이상의 비명도 없고 생각을 방해하는 그 무엇도 없었기 때문일까? 엘사는 소리가 들려오는 북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였다. 마치 자신을 부르고 있다고 착각할 만큼 선명하게.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기에 엘사는 인상을 지으며 북쪽 하늘을 올려다봤다. 한참 그렇게 깨어난 하늘을 바라보던 엘사는 안나를 껴안았다.

    

  “안나.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건 다 찾아봤어. 너도 알겠지만 답은 없었어.”

    

  엘사는 포옹을 풀고 안나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엘사의 눈에서 나온 알 수 없는 액체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아무래도 다른 곳에 여행을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엘사는 볼에 맺힌 얼음 조각 하나를 떼어냈다.

    

  “이번엔 더 오래 걸릴지 몰라.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소리가 날 부르고 있는 것 같아. 저 소리를 따라가면 답이 있을까? 난 알 수 없어. 하지만...”

    

  엘사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어떤 가능성이라도 시험해 볼 때야. 내 마법의 비밀을 풀든,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알게 되든. 반드시 어느 하나는...”

    

  엘사가 올라프를 바라보았다. 엘사는 한 번 눈을 감고는 다시 떴다. 그리고 올라프의 커다란 눈망울을 바라보며 분명하게 말했다.

    

  “올라프? 안나를 지켜줄래? 이번에는 조금 오래.”

    

    

6. 25℃

    

  “그렇게 눈의 마녀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따라 북쪽으로 떠났단다.”

    

  여왕의 목소리는 푸근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위화감이 서려있다.

    

  “눈의 마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엘사가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안나의 턱을 올려주며 말한다.

    

  “그건 아무도 몰라. 그 날 이후로 눈의 마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 올라프라는 눈사람은 어떻게 되었나요?”

    

  안나가 말한다.

    

  “올라프.”

    

  여왕은 눈을 감는다.

    

  “아렌델의 겨울과 함께 올라프도 사라졌단다.”

    

  엘사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제 마법과 마녀의 마법이 같은 걸까요?”

    

  여왕은 눈을 뜨고 엘사의 손을 그러잡는다.

    

  “엘사.”

    

  “네?”

    

  여왕은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연다.

    

  “그 마녀의 이름이야. 네 이름이기도 하고.”

    

  여왕은 이번에 안나의 손을 잡는다.

    

  “안나, 네 이름이 왜 엄마와 같은지 궁금했던 적 없어?”

    

  안나는 눈을 굴린다.

    

  “있어요.”

    

  여왕은 자세를 고쳐 잡는다. 침대 머리맡의 벽에 기대고 아이들을 향해 손짓한다.

    

  “이리 가까이. 바싹 붙어.”

    

  두 아이는 여왕의 양 옆에 편하게 자리를 잡는다. 여왕은 먼저 엘사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엘사, 네가 태어나던 날에 조금 특별한 일이 있었단다.”

    

  여왕은 이내 둘째 딸에게도 푸근한 인상을 보낸다.

    

  “안나, 너도 마찬가지야. 그 날...”

    

    

7. 23℃

    

  여왕은 갓 태어난 아이를 안았다. 산파와 시녀들의 놀라는 표정은 애써 무시했지만 아이의 촉감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느껴본 언니의 그 차갑고도 따뜻한 피부, 그 머리색, 그리고...

    

  아이의 울음을 타고 작은 눈송이들이 방사형을 그리며 실내를 수놓고 있었다. 여왕은 반사적으로 한 마디 내뱉었다.

    

  “엘사...”

    

  시녀와 산파가 모두 나가고 뒤늦게 들어온 크리스토프는 방 안에서 벌어진 그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의 마녀의 저주를 피해 3년간 얼어붙은 아렌델 성을 떠나 사람들을 이끌던, 그 험난했던 생활이 생각났던 것이다. 눈의 마녀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 여왕의 친필 명령서를 들고 있던 사람. 트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살던 사람. 그렇기에 사람들을 이끌 수 있었고, 3년 뒤에 마녀의 저주가 풀렸을 때 왕위 계승자 안나 공주와 결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저주의 실체가 있었다. 자신의 딸의 탈을 쓰고.

    

  “안나... 그 아이...”

    

  크리스토프가 아이를 가리켰다. 여왕은 아이를 끌어안았다. 서늘한 감촉이 여왕의 피부에 내려앉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우리 딸. 엘사.”

    

  “엘사라고?”

    

  크리스토프의 얼굴이 굳어졌다. 여왕은 크리스토프를 노려보았다.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아니, 넌 몰라. 내가 3년 간 겪었던 그건... 그걸 또다시 겪을 순 없어.”

    

  여왕은 갑자기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 크리스토프에게 미소 지었다. 그는 당황했지만 자연스레 미소로 화답했다.

    

  “크리스토프, 날 믿어?”

    

  “그래. 하지만...”

    

  “하지만?”

    

  “그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해?”

    

  여왕은 조용히 손짓했다. 크리스토프는 홀린 듯이 여왕의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니와 나의 관계는 조금 특별해. 어쩌면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그런 사이야. 마법을 쓸 수 있는 언니를 둔 동생. 그것 때문에 13년 동안 서로 그리워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거하고 이거 하고는...”

    

  여왕은 조용히 손을 하나 꺼내서 검지를 크리스토프의 입술에 갖다 대었다.

    

  “겨우 찾았다고 생각한 언니를 다시 잃어버렸는데 내가 어떻게 멀쩡히 살 수 있겠어? 저주가 풀리던 날에 난 편지 하나를 받았어. 얼음으로 된 세상에서 유일한 편지를.”

    

  “내용이 뭔데?”

    

  “생각이 안나.”

    

  “뭐?”

    

  “정말이야. 생각이 안 나. 그 때 거의 미쳐버린 상태에서 그 편지를 받고 하루 종일 울었던 기억밖에 없어. 그런데 이것만큼은 기억해. 언니는 어딘가에 살아있고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날 거라는 거. 때가 오면 알 거라는 거. 난 이상하게 사람들로부터 눈의 마녀를 물리친 불꽃의 여왕으로 불리고 있지만, 알잖아? 난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거. 이 아이는 언니의 선물이야.”

    

  크리스토프의 시선이 자신의 딸, 엘사에게로 향했다.

    

  “다시 만날 거라는 게 이 아이라는 말이야?”

    

  “아니, 우리 딸 엘사는 언니가 살아있다는 증거야. 이 아이를 통해서 언젠가 진짜 언니를 만날 거라는 거. 난 그걸 믿고 있어.”

    

  여왕은 품고 있던 아이를 조심스레 크리스토프에게 내밀었다. 크리스토프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여왕의 눈가가 서서히 젖어들고 있었다.

    

  “크리스토프.”

    

  여왕의 볼은 이제 흘러내리는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무서워하지 말아 줘. 네 딸이야. 우리의 사랑의 결실이라고. 아빠가 되서 자기 딸을 무서워하면 되겠어? 걱정 마. 난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알아. 부끄럽지만 우리 부모님의 방식은 확실히 잘못되었어. 지금 엘사를 안아 봐. 이건 여왕의 명령이야.”

    

  크리스토프는 손을 떨면서 엘사를 안았다. 차갑고도 따스한 신비로운 느낌에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나왔다. 그는 더욱 엘사를 꼭 껴안았다. 해맑게 웃는 엘사의 미소에 3년간의 기억이 순간적으로 모두 사라짐을 느꼈다.

    

  “말해 봐. 우리 딸. 작은 눈송이. 엘사.”

    

  크리스토프가 입을 열었다.

    

  “우리 딸. 작은 눈송이. 엘사.”

    

  “날 믿어줘. 그리고 우리 딸을 믿어 줘.”

    

  크리스토프는 여왕과 눈을 마주쳤다. 여왕이 말했다.

    

  “그런 일은 절대로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날 믿어줄 거지?”

    

  크리스토프는 이미 엘사의 미소에 잠식당한 뒤였다. 확인은 필요 없었다. 차가운 아이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따스한 포옹에, 크리스토프의 두려움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는 무릎을 꿇고 작은 햇살과 작은 눈송이를 동시에 껴안았다.

    

  “수고했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

  .

  .

    

  그리고 3년 뒤, 붉은 머리를 한 안나가 태어났고, 여왕의 마음 속 깊숙이 남아있던 먼지 같은 의심은 확신이라는 커다란 산이 되어 마녀가 향했던 북쪽을 굽어볼 수 있었다. 여왕과 그녀의 국서는 다시 한 번 기적 같은 일에 희망을 얘기하며 손을 잡았다. 여왕은 사라져 버린 언니, 눈의 마녀와의 거리가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8. 17℃

    

  저주가 풀린 그 날 이후, 아렌델의 가을은 겨울을 대신한다. 기온이 1℃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 불꽃의 여왕의 통치하고 있어서라는 설이 농담처럼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지만 여왕은 언니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28년 전의 잃어버린 여름에 맞춰 잃어버린 겨울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아렌델의 사람들은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다. 자연적인 눈은 아렌델에서 완전히 사라졌기에 엘사는 아렌델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매 12월부터 여왕의 계획에 따라 아렌델에는 인공 눈이 떨어졌고 엘사의 마법은 그만큼 강해지고 있다. 물론 끔찍한 기억을 가진 아렌델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눈의 마녀와는 다른, 활기찬 성격과 사람들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합쳐져 점차로 눈의 공주, 엘사는 사람들 사이로 녹아들어간다.

    

  여왕은 눈이 내릴 때 마다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녹초가 되어 다음 날에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엘사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마녀의 저주는 아직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에게는 웃으며 앞으로 나서고, 성에 도착하면 저녁도 먹지 않고 곧바로 곯아떨어진다. 그래서 겨울을 상징하는 눈의 공주는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렵다.

    

  불꽃의 여왕은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눈의 마녀를 찾아내서 잃어버린 겨울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이내 마음을 굳힌다. 엘사의 힘은 눈의 마녀를 찾아낼 정도로 성장하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매년 차갑지 않은 겨울이 찾아올 때마다 엘사만이 희생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여왕은 어찌할 수 없는 비극 속에서 만약 부모님이 언니에게 그 장갑을 주지 않았다면, 혹은 문을 닫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40대 중반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도 여전히 그리워지는 언니. 자신의 딸 엘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언니를 기억해보며 한 번씩 눈물을 내보이게 된다. 28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소식 없는 그 사람은 정말로 살아있는 것일까? 그냥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거짓부렁을 늘어놓은 것일까?

    

  그리움은 점차 옅어져가고 자신의 딸에 겹쳐진 백색의 마법과 마녀를 꼭 닮은 얼굴은 언니를 대신할 선물로 여겨진다. 엘사뿐만 아니라 안나 또한 어린 시절의 불꽃의 여왕과 꼭 닮은 성격과 외모를 가지고 있다. 두 자매가 거리에 나설 때면 언제나 웃음이 뒤따르게 될 정도로 거리는 활기에 가득 차게 된다. 그렇게 아렌델의 엘사와 안나라는, 두 희망은 점차로 대체제로 변화한다. 그때마다 고개를 흔들어보지만 세월 앞에는 그 무엇도 무력한 법이다. 그렇게 깊이 간직했던 희망의 물결이 의심의 파도에 덮쳐지는 바로 그 날, 21살이 된 엘사가 처음으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처음에는 별 일이 아닌 것으로 시작한다. 겨울이 끝나고 언제나 그렇듯 무심히 찾아온 어느 봄 날, 엘사는 무언가 귀를 간지럽히는 듯, 귀를 파는 일이 잦아진다. 그리고 간헐적으로 북쪽을 바라본다.

    

  .

  .

  .

    

  똑 똑 똑 똑똑...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엄마가 항상 그렇게 노크했기에, 엘사와 안나도 별 생각 없이 따라한 노크. 어딘가 모르게 어두워진 소리에 안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곧 문을 열고 들어온 엘사는 더 없이 불안한 표정이다.

    

  “왜 그래? 그런 표정 처음 봤어.”

    

  “도저히 못 견디겠어.”

    

  “뭘?”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손에서 얼음이 나가는 것만큼 이상해?”

    

  “응.”

    

  안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변한다.

    

  “와, 그 정도라고?”

    

  안나의 표정에서 장난기를 눈치 챈 엘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겨울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엘사지만 겨울이 끝나고 찾아오는 봄은 모든 것이 풀리듯이 그녀도 모든 것을 놔버리는 좋은 계절이다. 여왕도, 안나도 그것을 알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이때의 엘사는 장난을 걸기에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

    

  “아니, 이건 심각한 일이라고.”

    

  “그러니까 뭔데?”

    

  “소리가 들려.”

    

  “나도 맨날 듣고 있거든.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 언니도 눈의 마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

    

  안나는 날아온 베개를 맞고 나가떨어진다. 침대 밑으로 떨어진 안나는 발딱 일어나서 베개를 집고 두 주먹을 올려서 전투 자세를 취한다.

    

  “그랬다 이거지?”

    

  “좀 진지하게 들어 봐. 이년아.”

    

  “어허? 체통을 지키시지!”

    

  “우리 사이에 체통은 무슨. 그런 건 사람들 만날 때나 지키고. 아니 그게 아니라 어렸을 때 엄마가 해준 마녀 이야기 기억나?”

    

  “아 몰라. 난 그 때 다섯 살이...”

    

  베개에 한 번 더 직격당한 안나는 추가로 이어진 시원한 느낌에 소리를 지른다.

    

  “베개에 얼음 넣지 말랬지. 이건 반칙이잖아! 마법 없는 사람 서러워서 참.”

    

  “시끄러. 진지하게 들을 때까지 할 거야.”

    

  “네 죄송해요.”

    

  “또!”

    

  “...”

    

  한바탕의 소동이 지나가고 둘은 한 침대에 걸터앉는다. 엘사가 먼저 입을 연다.

    

  “그 마녀가 엄마의 언니라는 건 너도 알거야. 오래된 전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30년도 안 된 가까운 이야기라는 거도 알거고.”

    

  “그래서?”

    

  “그 마녀가 왜 얼어붙은 아렌델을 떠났는지 기억해?”

    

  “나 정말 기억을 못 하거든? 난 5살이었어. 몇 살 때인지 기억하는 것도 기적이야.”

    

  엘사는 납득한다. 안나의 이마를 살살 만져준다. 왠지 미안해진다.

    

  “분명 어떤 소리를 들었다고 했어.”

    

  “그러고 보니...”

    

  “그리고 같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 소리가 나한테 들리는 거 같아.”

    

  “그건 생각지도 못했던 말인데.”

    

  잠시 동안의 침묵이 어색할 만큼 짧은 시간이 지나고 안나가 말한다.

    

  “뭘 고민해? 당장 엄마한테 말해!”

    

  “그래서 너한테 먼저 온 거야. 이 소리가 눈의 마녀를 불렀던 것과 같은 거라면, 아니 그곳에서 눈의 마녀가 나를 부르는 거라면?”

    

  “뭘 위해서?”

    

  “엄마를 만나기 위해서?”

    

  “왜 엄마가 아니라, 언니...”

    

  안나가 엘사의 손을 잡는다.

    

  “이것 때문일까? 마법?”

    

  “마법?”

    

  “그래, 어쩌면 언니가 그 마녀와 같은 마법을 타고난 게 운명 같은 거라면? 눈의 마녀가 엄마를 만나려고 언니에게 준 선물이라면? 언니의 마법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잖아? 엄마도 너무 자주 쓰지는 말라고 하고. 특히 베개에 얼음을 집어넣는 거라든지.”


  엘사는 안나의 마지막 말을 깨끗이 무시한다.

    

  마녀가 나를 부른다. 눈의 마녀라고 불리는 그녀가. 그럴듯하다. 하지만 마법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안나의 말은 틀렸다. 사람들의 폭동을 막기 위해, 엄마와 안나를 지키기 위해 한계까지 힘을 쓴 뒤, 침대에 처박히는 삶. 그런 날이면 매번 울었지만 눈물을 얼려버려 그 자국을 지운다. 처음으로 울었던 날에 안나에게 눈물 자국을 들키고 난 뒤로, 반드시 눈물을 얼릴만한 힘 정도는 남겨둔다. 그 때 안나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는 걸 기억한다. 마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건 그때 즈음이다.

    

  눈의 마녀와는 다른 이유로, 그리고 같은 이유로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 묻고 싶다. 대체 왜 나에게 이런 능력을 준 것인지. 본격적으로 눈의 공주라고 불린지 7년. 정말 그 마녀가 준 선물이라면 가서 일단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다. 그게 설령 이모일지라도.

    

  엘사는 이런 생각을 깨끗이 털어내고 편안한 성격으로 돌아온다.

    

  “그 마녀가 부르는 거라면, 잃어버린 겨울이랑 상관있을까?”

    

  “그야 모르지.”

    

  엘사는 잠시 눈을 굴려본다.

    

  “분명 관련이 있을 거야. 아니, 그 마녀밖에 없어.”

    

  엘사가 침대에서 벗어나서 안나를 향해 말한다.

    

  “안나? 아무래도 이 일의 끝을 봐야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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