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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요청) 참신한 프1결말 - [문학/초단편] Frozen Elsa

프3존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20 15:58:06
조회 403 추천 37 댓글 22

0. 

"크리스토프...."

"안나!"


폭풍은 가라앉았지만 안나는 눈조차 뜰 힘이 없었다. 자기한테 달려오는 크리스토프가 흐릿하게 보였다.

안나는 얼어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태어나서 처음 겪는 따뜻함을 느꼈다.


크리스토프는 쓰러진 안나를 껴안고 키스했다. 패비 할아버지의 말처럼 진정한 사랑의 행동이 얼어버린 심장을 녹였다.

안나의 머리카락은 다시 갈색으로 되돌아왔으며, 얼음장처럼 차갑던 몸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둘의 시야에는 서로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1.  

"넌 안나의 심장을 얼렸어. 안나가 되돌아왔을땐, 손쓰기엔 너무 늦었지. 네 여동생은 죽었어!"

"안돼..."

엘사는 모든 것을 잃었다. 어릴 때 그녀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왕족이었고, 사랑하는 부모님과 동생이 있었다. 맘껏 눈을 만들 수 있는 마법도 가지고 있었다.

안나.


엘사는 안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문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고, 마법은 숨기기 위해 애썼다. 부모님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엘사에게는 안나 외에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런데 결국 마법 따위가 안나를 죽였다.


엘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폭풍이 멈추고 눈발이 함께 주저앉았다.




2. 

추위 따윈 느끼지 못하는 그녀는 거대한 빙판 위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후회와 죄책감에 엘사의 심장은 어느때보다 차가워져 갔다. 


"안돼...안돼..."

눈물을 흘리며 엘사는 마지막으로 절규했다.

"안돼!"


그러자 그녀의 마법은, 스스로의 심장을 얼려버렸다.

와사삭 소리를 내며 엘사의 전신이 어는 데까지는 채 일 초도 걸리지 않았다. 방금까지 떠나갈듯 소리치던 입에서 이젠 한 줌의 온기가 빠져나갔다.


엎드린 여왕의 모습을 한 얼음 동상 하나가 빙판 위에 세워졌다.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다가 함께 얼어붙었다.




3. 

한 남자가 괴물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남자는 그날 아침, 처음으로 실제 적을 검으로 베어봤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여기 무방비 상태의 두 번째 목표물이 한스의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아렌델의 여름을 돌려놓기 위해..."

한스는 검을 뽑아 높이 치켜들었다. 그는 수년간 오늘을 위해 검술을 익혔다.


마침내 그가 아렌델의 왕이 되는 순간이었다.

한스는 역사에서 지워질 어떤 여자의 목을 향해 정확히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순간 엘사의 심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줄은 몰랐으리라. 




4.

한 번도 보지 못한 신기한 얼음에 부딛힌 검은 유리만도 못했다.

검은 열두 조각으로 쪼개져 산산히 흩어졌다.

그 충격에 한스는 뒤로 넘어져 십여 미터를 미끄러졌다.


한스의 머리가 울리며 삐-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미끄러지다 멈춘 곳엔 크리스토프의 가죽 신발이 있었다.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이제야 그곳에 한스와 엘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은 이 상황이 하나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안나는 황급히 크리스토프의 품에서 빠져나와 엘사에게 달려가 껴안았다.

소용이 없었다. 지금 엘사는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차가웠다.


"언니... 대체 어떻게 된거야? 내가 미안해. 난 언니가 어떤 얼음도 녹일 수 있다는 걸 알아. 난 언닐 믿어. 그러니까 빨리 녹아!"


안나는 엘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떨어지다 만 눈물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잠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여기 있어. 난 진정한 사랑을 찾았고 봐봐 이렇게 살아있잖아. 언닌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그만 슬퍼해."

"녹아! 빨리 녹으라고!"


안나는 목이 나갈 때까지 소리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마 얼어붙은 엘사는 이 한 방울의 눈물로 영원히 울고 있을 것이다.

안나는 채념하고 엘사에게 기대어 함께 울었다.





5.

크리스토프는 자기 앞에 기절해 있는 이 사내를 죽여도 될지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신은 미천한 얼음장수였으므로, 왕자를 죽여서 좋을 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크리스토프는 한스의 배 위에 무릎꿇고 앉아 얼굴에 미친듯이 주먹을 날렸다. 


한스의 턱이 빠진 듯 했다. 기절하여 당분간 일어나지도 못할 것 같았다.

뒤로는 아렌델의 군인 몇명이 뛰어오고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얼음장수들과 20년을 함께하면서도 처음 보는 신기한 얼음을 향해 걸어갔다.





6.

폭풍이 가라앉은 직후, 올라프는 몸을 재조립하고 여기로 뒤뚱뒤뚱 걸어오기 시작했다.


엘사가 얼어붙자, 사방을 뒤덮은 눈과 얼음들은 더 이상 얼어있을 수 없었다.


구름이 걷히고 여름 하늘이 드러났다. 빙판은 조금씩 녹고 있었다.

하지만 얼음이 워낙 많아서 한 순간에 모두 사라지진 않았다.


올라프는 자기 안에 있던 마법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몸이 조금씩 조금씩 눈송이가 되어 흩날렸다.

하지만 올라프가 걷는 속도가 더 빨랐다. 올라프는 꽤 온전한 상태로 엘사에게 도착할 수 있었다.


올라프는 얼어붙은 엘사에게 기댔다. 눈사람인 올라프지만, 엘사에게서 차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햇살이 따뜻했다. 더 빨리 녹는 기분이었다.


"엘사?" 올라프가 물었다.

"당신이 절 처음 만들었을 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요? 따뜻한 포옹을 좋아한다고 했죠?"


"그런데 제 생애 마지막 포옹은 차가운 포옹이 될 것 같아요. 그것도 좋아요.

엘사, 전 녹고 있어요. 그니까, 전 지금 얼음이라기 보다는 물에 더 가까워요


그런데 엘사는 지금 얼음이잖아요. 그니까 지금은 제가 더 따뜻해요."


안나는 훌쩍이느라 울라프가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하나도 듣지 못했다. 지금은 엘사를 잃었다는 슬픔에 올라프가 녹는 것은 관심 밖이었다.


"제가 안아줄께요 엘사.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라면 녹는 것쯤은 감수할 수 있어요.

아까 안나와 있을 때는 녹는 것을 피했지만, 지금은 기꺼히 녹을 때인 것 같아요.


여름이란 이런거군요? 햇살이 참 따뜻해요.

절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엘사. 덕분에 따뜻함을 느꼈어요."


위로는 상승기류에 실린 눈송이가 흩날리고, 바닥에는 물과 당근, 석탄과 나뭇가지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졌다.




7.

패비 할아버지의 예언은 이미 안나와 크리스토프의 진정한 사랑으로서 한 번 검증됬다.


그리고 올라프는 몇분 전 자신이 이야기했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온몸을 희생해 실천했다.

엘사는 심장부터 시작해 온 몸이 녹았다. 한 방울의 눈물이 마저 떨어졌다. 마침내 엘사의 몸에서 모든 냉기가 빠져나가자, 엘사와 그 위에 안나가 겹친 채로 엎어졌다.


안나는 혼란스러웠다.


아무렴 상관없었다. 따뜻한 언니가 밑에 있었다.

"히익! 엘사!"

허겁지겁 일어난 안나가 엘사를 껴안았다.

"흐으흑... 대체 왜 얼었던거야? 


엘사가 안나의 어깨 위에서 울먹거리며 말했다.


"내가 널 죽인 줄 알았어. 나한텐... 이제 너밖에 없는데. 어제 널 내 손으로 내쳤어.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어.

짧은 시간 동안 13년을 후회했어. 그랬더니 내 안의 폭풍이 날 얼려버리더라."


안나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어. 한스가 언닐 죽이려고 했어. 그 때 얼지 않았으면 베었을거야."


엘사가 안나의 코를 쓰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하필 그 순간이었던 이유는, 오직 아토할란만이 알겠지."


얼음이 급속히 녹기 시작했다. 빙판 아래 가라앉아 있던 배가 떠올랐다. 엘사는 모든 냉기를 모아 하늘 위로 흩뿌렸다.




8.

크리스토프와 스밴은 자매가 보지 못한 올라프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았다.

배가 떠오르며 물이 출렁거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있던 올라프의 당근 코와 나뭇가지, 석탄은 날아가 버렸다.


파도가 갑판 위를 한번 싹 쓸었다. 올라프를 구성하던 물은 바다에 섞여 떠내려갔다.


엘사와 안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안나가 한스를 바다에 빠뜨리고 나서야 올라프가 어딨냐고 물었으니 말이다.


크리스토프는 자신이 본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올라프의 기억을 담고 있는 물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눈사람은 언니가 다시 만들면 되잖아? 응? 할 수 있지?"


"어... 그게, 나는 죽을 뻔 했지만, 올라프의 생명을 잃은 대가로 살아난거잖아. 죽은 생명을 인위적으로 다시 살리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래... 올라프는 아토할란에 갔겠지."


엘사는 뭔가 울적했다. 올라프를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안나, 나랑 13년만에 눈사람 만들래?" 


엘사는 작은 눈구름을 하나 만들고, 그 아래에 눈사람 하나를 만들었다.


"안녕! 난 사만다야! 난 따뜻한 포옹을 좋아해!"










입갤후 처음 문학 올려봅니다! 못썼다구요?ㅠㅠ 추천을 먹으면 실력이 좀 늘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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