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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대회 우승작] 얼어붙은 이방인 - 14

엘사v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10 01: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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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링크


13. 아토할란으로 가는 길 - 1839728/ 현재 1938/ 남은 시간 516개월


아렌델을 떠난 지 하루째, 안개에 둘러싸인 그 숲에 도달했다. 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엘사가 향했을 만한 곳으로 가고 있었지만, 엘사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안나와 그놈의 관계도 재고해봐야 했다. 안나의 남편은 그놈이 아니라 크리스토프였다. 내가 없는 동안 아렌델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안나는 그놈과 결혼하지 않았다. 아니 그놈과 결혼 후에 이혼하고 크리스토프를 만난 걸까? 그럼 내가 그놈에게 느끼는 분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이혼한 이유가 정말로 개떡 같았나? 아냐 왕족인 이상 이혼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텐데.

숲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예전에 봤던 댐이 보였다. 매티어스와 그의 부하로 보이는 병사들이 댐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병사 하나가 다리 위에서 댐을 바라보고 있던 매티어스에게 다가왔다. 매티어스는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1826년에 봤을 때 17년째라고 했으니 지금은 꼬박 31년째 이곳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단정히 군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이 사람이 언젠가 이 숲을 빠져나가서 아렌델에서 가장 뛰어난 군인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칭송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위님. 점검을 끝냈습니다. 하지만 저희로서는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댐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잘해봐야 5년 안팎입니다. 그보다 짧을 수도 있고요. 그때까지 이곳을 나가서 아렌델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아렌델은

알았네. 고마워.”

매티어스가 병사의 말을 끊었다.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첫 번째 여행 때 겪었던 참사의 결과가 생각났다. 5. 그 안에 이 댐은 무너진다. 해일과도 같은 큰 사건은 일어났었고 누군가가 그걸 막아냈다. 당연히 그건 엘사밖에 없다. 그것도 그 엄청난 물길을 막을 정도로 마법이 강해진 엘사가. 지금은 1839. 엘사가 각성을 한 시간대는 1844년 안쪽이다. 그게 지금이라면.

나는 아토할란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건 바로 오늘이 될 거고. 나는 그 모습을 봐야만 했다.

틀렸다. 엘사는 이곳에 오지 않았다. 아토할란은 내가 출발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엘사와 올라프의 행방도 행방이지만 그놈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14. 아렌델 성 - 183982/ 현재 1938/ 남은 시간 516개월


안나는 숙청되었다. 엘사 대신이었다. 사라진 여왕.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공주. 여왕의 저주라는 말과 왕족의 책임감이 합쳐진 결과였다. 그놈은 아렌델 사람들을 선동했다. 그리고 혁명의 선두에 서서 아렌델을 차지했다. 안나는 결코 엘사를 탓할 수 없었지만, 놈은 달랐다. 엘사를 적으로 돌리자 민심의 분노는 엘사를 향했고 그간 모습 한 번 내비치지 않아 베일에 싸여있던 엘사는 쉽게 아렌델의 주적이 되었다. 그놈은 곧 토벌대를 조직했고 곳곳으로 수색대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분명한 목표를 주자 일은 쉬워졌다.

물론 이것들은 가짜다.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올라프를 찾아야 했다. 이 시간대에 두고 혼자 여행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중요한 교훈 하나를 얻었다. 단 한 가지라도 마음에 걸리거나 말이 되지 않으면 그건 다른 시간대의 사건이다. 그리고 그 특정한 사건으로부터 분화된 이 기억들은 모두 가짜다. 그러니까 이 시간대에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건 엘사가 어느 시간대에 정령들을 깨우고 아토할란으로의 여행을 한다는 정보뿐이었다. 한편으로는 안나가 계속해서 죽는다는 것도. 첫 번째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안나가 결국엔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놈은 역시나 악당이라는 것도.

하지만 나는 올라프를 찾기 위해 놈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북쪽 산기슭에서 처음 보는 얼음성 하나가 생겨났다는 보고를 받은 그놈이 친히 원정대를 이끌고 그쪽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심 엘사가 안나의 죽음을 알게 되어 이놈을 처참하게 죽였으면 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환상이라도 이놈은 안나를 죽인 놈이니까. 어쩌면 내가 아토할란에게 놀아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5. 북쪽 산 얼음성 - 183983/ 현재 1938/ 남은 시간 516개월


생각보다 엘사는 강력했다. 이 얼음성을 세우면서 마법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분명했다. 그놈은 아렌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눈앞의 마녀를 죽일 필요가 있었다. 이미 안나를 죽인 이상 살려두는 건 아주 위험했으니까. 그리고 이미 아렌델의 주적으로 규정된 엘사에게 자비심은 없었다.

더 볼 필요는 없었다. 여기서 누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아토할란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그것에 놀아나는 건 정말 사양하고 싶었다. 나는 한 마녀와 한때 그 마녀의 충직한 군인이었던 사람들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한 가운데로 걸어갔다. 엘사의 마법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가고 화살이 내 머리를 지나갔다. 엘사는 이미 희생자들의 피를 뒤집어쓴 채 적들을 향해 마법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엘사 옆에서 떨고 있는 올라프의 손을 잡고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향했다.

올라프. 여긴 시끄러우니까. 이따가 아토할란에 가면서 엘사가 뭘 했는지 얘기해 줘.”

그리고 나는 막 2층 계단에 첫 번째 단에 오른발을 올려놓았다. 그 순간, 내 왼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휘청 이면서 앞으로 쏠렸다. 간신히 균형을 잡은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감했다. 얼음으로 되어 있는 계단에 내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당혹감과 더불어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나는 뒤돌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가만히 있던 나는 내 왼발을 옥죄고 있는 얼음을 슬쩍 녹이면서 뒤쪽으로 빠르게 냉기를 뿜어냈다. 동시에 피투성이의 엘사가 반대쪽으로 구르며 나에게 새빨간 고드름을 몇 개 날려 보냈다. 나는 재빨리 벽을 세워 그것을 막아냈다. 투명한 얼음벽에 비친 2층의 모습은 그렇게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그놈은 내 바람대로 조각 조각나서 흔적을 찾을 수도 없었다. 그가 입고 있던 옷만이 그것이 한때 놈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주변의 얼음은 온통 피로 빨갛게 물들고 있었고 예전에 여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군인들의 시체가 여럿 있었다.

엘사는 쉬지 않았다. 내 머리 위에 고드름 몇 개를 만들어서 그대로 떨어뜨렸다. 나는 한쪽으로 뛰어서 그것들을 가볍게 피해냈다.

정상적이라면, 그러니까. 아토할란의 장난이 지나치지 않았다면 이 시간대 엘사의 마법은 내가 가진 힘에 비하면 우스운 정도다. 나는 힘을 끌어내어 엄청난 양의 냉기를 뿜어냈다. 엘사가 벽을 세웠지만, 순식간에 깨져버리고 벽에 처박혔다. 나는 재빨리 팔목과 발목 부분에 벽에 붙은 수갑과도 같은 구속구를 채웠다. 그대로 벽에 매달린 형태가 된 엘사는 아직 얼음을 녹이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한참을 낑낑대던 엘사는 이내 포기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굳어 버린 피가 다 눌어붙어 검붉게 변한 엘사의 드레스는 내가 이리스를 위해 입었던 옷과 같았다.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라니.

내 말이 들려?”

엘사는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그대로 눈가루가 되어서 사라졌다.

올라프는 한쪽에서 입을 쩍 벌리고 이 모든 것을 감상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입을 벌리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올라프에게로 다가가 열린 입을 살며시 닫아주었다.

얼음성을 빠져나와서 아토할란으로 가는 길은 착잡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긴장했지만, 다행히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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