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쓴건데 그냥 기억나서 올려봄
‘오늘 저녁 7시에 제스처 게임 있는 거 알지? 여왕의 명령이므로 꼭 참석하길 바래! ’
“풋!”
이른 아침, 게일이 전해 준 편지를 받은 엘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최근 정령 일이 매우 바빠 아렌델에 방문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편지에다 명령이라고 적어버리다니. 편지를 읽고 안나를 조금 더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 엘사였다.
“게일? 미안하지만 이 편지를 보내줄 수 있겠니?”
안나에게 답장을 적어 전해주는 엘사의 머리를 게일은 귀찮다는 듯이 헝클어뜨렸다.
“앗! 미안해.. 하지만 나도 밀당이란 걸 한번 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휘리릭!”
안나를 골려준다는 엘사의 계획을 알아챈 게일은 흥미가 생겼다는 듯이 엘사 주변을 여러 바퀴 돌고 난 이후 편지를 받아 안나에게로 떠났다.
“이게 뭐야!!”
엘사의 편지를 받은 안나는 앉아있던 의자가 날아갈 정도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뭐라고 답장 왔는데 그래요?”
안나의 옆에 앉아있던 크리스토프가 물었다. 화가 난 안나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크리스토프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아니 뭐? 정령 일이 바빠 오늘도 참석이 애매하다고? 아니 동생 보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안나는 성이 무너질 듯이 방방 뛰며 열을 냈다.
크리스토프가 안나를 진정시키려는 찰나, 크리스토프는 엘사가 성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했던 말이 기억났다.
“정령 일이 거의 끝나가서 곧 숨을 좀 돌릴 수 있겠어요.”
흘러가듯이 말했던 엘사의 한마디를 기억해낸 크리스토프는 혼잣말을 했다.
“음? 저번에 정령 일이 곧 끝난다고 그랬는데?”
크리스토프의 혼잣말을 캐치한 안나가 크리스토프 앞에 쿵쿵거리며 다가왔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요?”
“악!!”
갑자기 눈앞에 다가온 안나를 보고 놀란 크리스토프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뭐. 라. 고. 했. 냐. 고. 요.”
“아니 그게.. 그게 있잖아요.. 음..”
“당신이랑 언니가 내게 뭔가 숨기는 게 있는거예요!!?”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속고 있다는 것에 화가 더 나려는 안나를 보고 크리스토프는 얼른 털어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저번에 엘사가 왔을 때 있잖아요. 그때..”
“그때?? 일주일 전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맞아요. 그날 엘사가 노덜드라로 돌아갈 때 정령 일이 막바지라고 했거든요. 상황을 보니 엘사가 당신과 밀당하려는 것 같은데요??”
평소 눈치는 더럽게 없던 크리스토프가 하필 이럴 때 눈치를 발휘하다니, 안나는 깜짝 놀랐다.
“크리스토프! 눈치가 왜이리 좋아졌어요?? 사람이 많이 바뀌었네~.”
안나는 칭찬의 의미로 크리스토프의 머리를 쓰다듬어 헝클어뜨렸다.
“아니 뭐.. 헤헤... 예???”
갑작스러운 안나의 공격에 얼이 빠진 크리스토프를 뒤로 하고 안나는 자신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실에 들어간 안나는 책상에 걸쳐 앉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해주는 척해줄까..? 아니면 역으로 공격을 해버릴까?”
한참을 고민하던 안나는 마침내 결심하고는 편지를 적어 게일을 통해 엘사에게 전해주었다.
‘여왕의 명령을 거부했으니 군사를 보내 노덜드라를 없애버리겠다. 그게 싫으면 아렌델로 협상하러 저녁 7시까지 올 수 있도록’
“에..?”
상상도 못한 편지의 내용을 본 엘사는 넋이 나가 나무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그냥 장난일 뿐인데 일을 너무 크게 만들어버린 건가 갑작스런 후회가 몰려왔다.
“편지의 내용이 뭐길래 넋 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서있어요?”
순록을 데리고 풀을 먹이던 허니마린이 엘사에게 다가왔다.
“아니 그냥 장난을 쳤는데 안나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였나 봐요..”
울상을 짓고 있는 엘사에게서 편지를 건네받은 허니마린은 편지의 내용을 보고 꺌꺌 웃었다.
영문도 모른 채 허니마린을 바라보던 엘사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물었다.
“심각한 상황인데 웃음이 지금 나와요?”
“엘사! 편지 이 부분에 있는 이 문양 못 보셨어요?”
허니마린의 손가락을 따라 엘사의 시선이 이동한 곳에서는 장난스럽게 생긴 다람쥐 그림이 있었다.
“아!”
엘사는 편지를 허니마린에게서 뺏은 뒤 부끄러운 듯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하지만 양 볼이 붉어지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정령님이 여왕님께 한수 먹었군요?”
허니마린은 엘사의 어깨를 토닥거린 뒤, 순록을 데리고 휘파람을 불며 유유히 노덜드라 쪽으로 걸어갔다.
“하.. 역시 안나는 한수 위라니까. 항상 당하는 건 나야 정말!”
엘사는 억울한 듯이 바닥을 힘껏 찼고, 그 소리를 들은 녹크가 엘사의 앞에 나타나 머리를 흔들었다.
“후.. 마음좀 진정시키고.. 그래 녹크. 오늘은 아렌델로 갈 거야. 너도 기대되지? 나도 정말 기대돼”
엘사는 아렌델로 가면 기필코 괘씸한 안나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하며 녹크를 얼렸다. 얼어붙은 녹크는 물 밖으로 나와 고개를 숙인 뒤, 엘사를 등에 태웠다.
"가자 노크!"
엘사의 말과 함께 녹크는 점차 지는 태양을 뒤로 한 채 아렌델로 향해 힘차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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