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 찾으러 갈 때 안나는 엘사가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을 표함. 하지만 이는 엘사를 보호하는 동시에 안나 역시 보호하기 위해 했던 일임. 성앞에 당도해서 올라프를 만난 이후에도 안나의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처럼 보임(필자는 여기서 올라프가 더 극적인 캐릭터여야 했다고 주장하고 싶음).

 안나는 올라프를 통해 엘사와 놀던 좋은 때를 기억해내지만 엘사의 마법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음. 여기까지의 감정선으로 미루어보아 안나의 심리는 "아 우리 그땐 참 사이 좋았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된걸까? 그래 지금이라면 다시 언니를 돌릴 수 있어."라고 보여짐. 그리고 나서 언니를 만났을 때 부르는 First time and forver(reprise)에서 안나는 언니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겠다고 함. 전혀! 안나는 감히 엘사의 짐을 짐작할수도 없는 상황임. 사실상 노래에서 드러나는 안나의 진심은 격한 표현으로 "싸지른 똥은 치우셔야죠?"임. 그리고 여기서 벌어진 갈등으로 안나는 엘사의 의도치 않은 공격을 받게 되고 목숨이 위태로워지기까지함.

 그렇다면 도대체 안나는 어디서부터 엘사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녀를 위해 희생할 결심을 하게 된걸까? 트롤을 만날때도 그러지 못했고 올라프가 녹아버릴때도 아니었다(이 때 올라프가 녹아버리고 엘사와 안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참 좋았을텐데. 예전에 나랑 놀던거 기억나냐? 이런식으로. 다소 진부할지는 몰라도 작품의 스토리 구성은 더 매끄러워졌을거임). 그렇다면 안나는 지금까지 계속 사이가 서먹했고 자기 말도 안들어주고 자기를 죽기 직전까지 만들었던 엘사를 그저 자기 언니이기 때문에 몸을 바쳐 구한것이니 정말 피가 물보다 진하단 이야기는 될지라도 별로 세련되지는 않은 거임.

 겨울왕국이 비판받는 이유, 특히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약하다는 것은 바로 이 갭을 극복해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나와 엘사의 갈등이 드러나기만 하고 봉합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봉합되려면 안나가 엘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 역할을 했어야할 올라프는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는 진정한 사랑을 크리스토퍼라고 믿게 만드려는 장치였을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잡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올라프 대사량을 좀 늘려주고 상황설정만 좀 깔끔하게 하면 될텐데?

 삽입되지 못한 곡들을 들어보면 이 갭을 매울만한 넘버들이 좀 있던거 같은데 들어가지 못한게 아쉬움. Let it go를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의 위치에 있는 곡이라 여긴다면 겨울왕국엔 One day more의 역할을 해줄 곡은 없어보였음. 아니 One day more가 모든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을 다루는 넘버니까 이를 First time and forever(reprise)라고 볼 수도 있을거 같음. 하지만 이렇게 되면서 곡들의 힘은 초장부에 다 실려버리고 말았던 모양. 그 뒤에 나오는 곡이래봐야 트롤들의 노래처럼 가벼운 곡들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