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장치에서 기어나온 것은, 하얗고 작은 나비였다.

자그마한 나비는 바깥 세상에 겁을 내며 당황하고 있었다.

촉각을 신경질적으로 움직이며, 천천히 망설이는 듯이 날개를 펼쳤다.

몇 번 날개짓을 한후, 옅은 날개의 색상을 흩날리며,

자그마한 나비는 가볍게 육성장치에서 날아올랐다.

여린 날개로 바람을  잡으며 실험실 안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그 모습은 바람에 날리는 종이 조각과도 같았다.

그리고는 하얗고 자그마한 나비는 열린 창 밖으로 바깥 세계로 나가 그 모습을 감췄다.

후에는 모든 것이 나비로 뒤덮혔다.

육성장치에서 셀수 없을만큼  많은 나비가 모습을 드러내어,

내 눈앞에서는 선명한 색채들이 난무했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랑, 보라, 하양, 은색, 금색....

하얀색 하나만 보더라도, 음침한 색상에서부터 눈부실 정도로 

밝은 순백까지 무수한 색조가 존재하고 있었다. 지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색채가 내 눈앞에 나타나고는 사라져 갔다.

나는 시인이 이야기한 천국의 모습을 떠올렸다.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시인이 도달했을때,

천사의 노랫소리가 공간을 무수한 색상으로 채우고 있었다.

신을 찬양하고 선을 말하는 그들의 노랫소리

그것은 지고천에 넘쳐 흐르는 선명한 색채들의 소용돌이였다.

그 광경이 내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내 마음은 압도적인 색채의 소용돌이 속에 녹아들어 갔다.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환희 속에 빠져들어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 실험실은 밤의 어둠 속에 있었으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램프에 불을 붙여서 육성장치 속을 들여다보았다.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실패였다.

호문크루스는 보다 고차원적인 생명을 고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크로네아는 ... 수많은 나비가 되어 허공 속에  사라져 버렸다.

나는 육성 장치를 닫고 의자에 몸을 내던졌다. 

앞으로는 나비가 날아 다니는 계절에 자기자신의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할수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곤충의 작은 몸 속에 갇혀 사고력을 빼앗긴 그녀는, 이곳을 떠나기 전에 나를 천국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떠올린 나는, 잠시 동안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