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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이야기를 작가별로...(한상운 추가)

윤무(203.229) 2007.08.29 04:30:44
조회 662 추천 0 댓글 13

팩트 :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출근했다.



평범(1인칭) :

좋은 아침이다.

열린 창으로 흘러드는 산뜻한 공기는 새벽다움으로 방안을 채우고 있었다.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니 그 산뜻함이 가슴에 차올라 기분마저 상쾌해진
다. 창턱에 잠시 앉았다 가는 새의 지저귐마저 좋은 기분에 한몫 거들었다.

샤워하는 내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눈을 떴을 때부터 좋았던 기분은 아직
도 계속 내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대로 딱히 불쾌한 일 없이 간다면 오늘
 하루 종일 웃음을 머금고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좋아, 기분이다!"

난 평소엔 하지 않던 짓을 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
저 주방에 가서, 잠시 뒤면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날 마누라의 아침을 준비하면
 된다. 내가 차린 상을 보면 마누라의 하루 시작도 상쾌해지겠지?



좌백 :

- 모르오.

음식의 명칭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니 마누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을 짓고 날 희귀한 동물처럼 보았다. 하지만 나로서는 음식 명칭을 모른다는
 것은 마누라가 자기 손으로 한 음식 명칭을 아는 것 만큼이나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때로는 마누라에게 당신은 어떻게 음식 명칭을 아는가, 알고 있는 음식이
진짜 그렇게 불리는지 어떻게 확신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말이 길어진다.

그것이 귀찮아 그냥 이유를 설명해준다.

- 나는 요리를 처음 해 봤소.

마누라는 예상과 한 치도 다름없이 당황한다. 사실을 말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말이다. 뭔가 내가 한심하다는 듯, 혹은 내가 대단한 일을 해
낸 사람으로 보인다는 듯 핀잔 줄  말을 찾는다.

그러나 음식을 처음 해 봤다는 것이 어째서 핀잔받을 일일까?



야겜에 길들여진 고딩 양산 작가 :

마누라를 식탁 한쪽에 앉히고 난 음식을 날랐다.

억지로 우기면 오믈렛이 될 수도 있을 계란 부스러기와 김치, 멀게 보이는 된
장 푼 국이 식탁에 하나씩 자리를 잡아 갔다.

앞치마를 벗고 손을 닦으며 고개를 돌리는데 마누라와 눈이 마주쳤다.

뭔가 기대하는 시선.

뭐지?

뭘 기대하는 거지?

숟가락? 젓가락? 이도저도 아니면 평소처럼 주걱?

순간 번개가 번쩍하듯 머리를 스치는 이미지가 있었다.

갑자기 거대한 이미지가 뇌리를 가득 채워 어지러울 지경이다.

아, 그래......

마누라를 벗겨서 식탁 위에 자빠뜨리는 거야. 자빠뜨린 후 벗겨도 좋겠지.

크크크크.

점차 난 어둠의 이미지에 잠식되어 갔다.



초우(3인칭) :

"맛 없어."

어두운 감정에 침잠하던 그를 건져낸 것은 문득 흘러나온 마누라의 목소리였
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단지 끄집어냈을 뿐이 아닌, 끄집어내어 땅에 패대기
치는 짓과도 같았다.

남편은 분노한 눈으로 마누라를 노려보았다.

"무엇이?"

잡아먹을 듯한 남편의 기세가 솟구치자 마누라는 다리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미 내친 말,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고 생각한 마누라가 손으로 떨리
는 다리를 억누르며 외쳤다.

"맛 없다구!"

그때였다.

분노한 남편의 우수右手가 식탁 위를 날았다.

번쩍!

사기 그릇 하나가 볕에 반짝이며 튕겨졌다.

쨍그랑!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허공으로 치솟았던 계란 부스러기가 이
제야 추락하는 중이었다.

모든 것이 진정되고 나서야 남편은 울먹이는 마누라에게 무저갱만큼이나 낮고
 습한 목소리로 물었다.

"처먹을래, 저 그릇 꼴 될래?"

겨우 쥐어짜낸 듯한 목소리가 마누라에게서 흘러나왔다.

"......먹을게."



제 방에서 빠끔히 열린 문틈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던 딸이 감탄하여 중얼거
렸다.

"오오오오. 아빠. 오오오오. 역시."

이제 아빠만 믿고 가자고 결심하는 딸이었다.



한상운 :

마누라는 밥술을 뜨는 척하며 몰래 식탁 밑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었다.

대범한 녀ㄴ이다.

잠자코 지켜보니 숫제 밥공기 째로 쓰레기통에 쏟아 붓는다.

독한 녀ㄴ이다.

그러더니 남편을 돌아보며 멀쩡한 얼굴로 묻는다.

"맛있네? 한 공기 더 먹을까?"

이건 전쟁터 한가운데 데려다 놓아도 제것 다 챙겨 먹을 녀ㄴ이다.

"지금 밥 버렸냐?"

음울한 목소리로 묻자 마누라는 잠시 당황한 듯하더니 곧 신색을 회복하고 말했다.

"아잉. 밥 먹으면 자기가 한 다른 맛있는 요리를 배 불러서 못 먹잖아."

뭐지, 이 녀ㄴ은?

남편은 마누라와 심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난 직후의 대화가 나름 정감있다고 생
각했다. 여기서 더 뭐라고 말을 붙였다가는 진짜라며, 믿어 달라며 울며불며 난리칠
것이 빤했다.

감이 온다, 감이 와.




검류혼 :

"밥!"

마누라는 아무 말 없이 내밀어진 밥공기를 조용히 다시 채웠다. 그러나 마누
라의 그런 부단한 노력에도 밥공기는 금방 다시 비워졌다. 밥공기 밑에 구멍
이 뚫려 있지는 않았다. 뚫려 있는 쪽은 남편의 위 쪽이었다. 저 배는 이상한
 게 밥에 대해서는 저장 용량이 끝이 없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밥공기를 비
워낸 남편이 밥공기를 또다시 내밀며 물었다.

"내가 정말 힘들게 밥을 했다는 건 알고 있어?"

다시 한번 빈틈없이 채워진 밥공기를 비우며 남편이 마누라에게 물었다.

"알지. 내가 바 보도 아니고 왜 모르겠어. 머리에 칼 맞지도 않았는데. 하아...
...."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 세상에 그 사실을 자기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으
리라는 것은 거의 확신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밥을 버렸어? 너 바 보구나."

풋 하고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바 보 아냐. 잘 먹고 오래오래 행복한 게 내 원대한 목표 중 하나라고."

마누라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것 참 어려운 목표를 세웠군. 그만큼 이루기 힘든 게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부부가 평생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는 것만큼 힘든 것은 없었다. 그것은 아마 천
생연분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라 해도 그 난이도에 변함은 없을 터였다.

"어려운 목표니까 이루는 게 의미가 있는 거지."

그 목표가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그 시점에서 이 세상을 깔보고 있는
 것이다. 행복을 얕잡아 보는 이는 결국 안이한 행동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 식으로
 해도 행복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니 행복해지지 못하는 것이다. 행
복하게 산다는 것, 그건 정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이루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였다.



설봉 :

밥 다 먹고, 출근 했다. (대미大尾)



ps. 한상운스럽다기보다는 무림사계스럽군.
용노사와 와사마도 해 달라는 형이 있었는데.. 지금 야근 중이라 어렵..
와사마틱한 글 쓰다가 직장 동료 누군가가 모니터를 들여다보기라도 해봐..
난감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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