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츠키 못 느끼는 애들이 있는 거 같아서 감상 팁 좀 알려드림

흔히 앨범 감상법은 앨범에 따라 두가지로 나뉘는데

각잡고 가사를 보며 트랙 하나하나 음미하며 감상하는 법,

또 하나는 일상 생활을 하면서 라디오 처럼 틀어놓고 가볍게 듣다가 점점 흡입 되는 감상법

노비츠키는 후자에 해당된다

이지리스닝을 하라는 말이 절대 아니야

노비츠키가 시상식에서 상 다 휩쓸고 평점 높고 음잘알들이 다 극찬한다고 해서

전자처럼 접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애초에 노비츠키 앨범 자체가 어려운 앨범이 아님.

이 앨범은 무언가를 전달하려고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통해 설득을 하려 하지도 않음

노비츠키는 인간 '임성빈'이 공백 기간 동안 겪은 일들, 느낀점들, 감정, 새로운 부분들을 '빈지노'라는 창구를 통해 배출해낸 앨범일 뿐이다.

단지 그 뿐임.

팔짱 끼고 '그래 너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 하는지 보자는 식'의 토론을 하자는 태도로 듣는게 아니라

친한 형이랑 캠핑 떠났다고 치면 밤에 모닥불 앞에서

"야 형이 재밌는 얘기 해줄까?" 하는 형의 이야기들을 듣다가 밤이 새버리는 그런 태도로 들어야 한다

그 무용담들이 재밌다면 우리는 노비츠키에 설득당한 것이고
재미가 없다면 그냥 넘기면 된다

빈지노는 이미 타이틀 곡을 <여행 again>으로 선정하며 이 앨범이 관통하는 부분을 알려줬음.
킬링 트랙은 없지만
빈지노라는 재밌는 형이 들려주는 무용담에 빠져들면 됨

이렇게 접근하면 어느순간 유기성이 확 느껴진다
특히 이 유기성은 중반이 넘어가고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가장 체감이 크게 옴

정말 신기한 경험임. 트랙들 간에 사운드가 유기적인 것도 아니고
스토리 적으로 어떠한 기승전결을 가져가지 않으면서
트랙 하나가 끝나면 다음 무용담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기대가 되게 됨

빈지노가 이번 앨범을 통해 어떠한 것에 대한 설득을 논했거나 각잡고 만들었다면
평가는 오히려 안 좋았을거임

노비츠키를 못 느낀다면 각잡고 듣기 보다
설거지나 청소 같은 집안일 하며 이 앨범을 틀어놓고 있으면 부담감 없이 부드럽게 귀에 들어올거다

사운드적인 부분이라던가 라임등을 논하는 건 그 부드러운 유기성을 느낀 이후에 진행되어도 괜찮다

오히려 이 앨범은 각잡고 느끼려 할 수록 더 귀에 안 들어오는 앨범이기 때문

(다만 이러한 감상 포인트가 있음에도 취향이 아닌 사람들이 분명 있고 그들을 부정하진 않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