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좃소뺑이 인생이 3대 400을 들게 된 이야기.

천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16 16:54:45
조회 132787 추천 1,927 댓글 1,015

콱 죽어버렸음 좋겠다.


그 생각은 특정 누군가에게 향해있지 않았다.

나도 죽고 남들도 죽고 그냥 세상이 죽었으면 바랐다.

스물다섯. 알음알음 모았던 통장 잔고 2천은 온데간데없이, 앞으로 갚아 나가야 할 돈이 8천만원가량임을 알았다.


병역 특례로 주야교대로 일하면서 돈이 제법 모였다.


집에서 노는 엄마는 아들 힘든 모습 보기 싫어 재테크를 시작했고, 평생을 일만 하면서 살았기에 돈이 돈을 만드는 재미에 너무 깊이 심취해버렸다. 세상만사 아무것도 모르고 글쓰기랑 일만 하던 멍청이 아들은 엄마가 통장잔고 불려올 때마다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엄마랑 나도 몰랐다. 리스크라는 개념이 없었다.


천만 원을 빌려주자 딱 일주일 만에 백만 원이 얹혀 돌아오는 일쑤놀음에 엄마는 너무 심취해버렸다. 2, 3금융권까지 끌어다가 쓰고 지인들에게 선이자까지 잘려가며 돈을 빌렸다. 그래도 남는 장사니까…… 결국 금액이 억 단위가 됐을 때 사기꾼은 도망가 버렸다.


엎드려서 비는 엄마 앞에서, 그냥 다 같이 죽자고 했다. 만사가 귀찮았다. 앞으로 감내해나갈 미래가 너무 무거워서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근데 어쩌나.


막상 억 날리는 걸로 자살하기엔 내가 너무 쫄보였다.


어릴 적부터 흙수저라 비참한 삶은 익숙해져 있기도 했다.

수습을 보름 안에 끝냈다. 그림 공부하던 동생은 군대로 보냈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엄마 친구들 빚은 기한을 정해 달마다 갚아나가기로 했다. 안 떼인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줘서 이자 스노우볼링은 피할 수 있었다.


주야간 풀 잔업, 일 없는 주말엔 막노동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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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일하러 들어와보니 길냥이들이 용접 자재함에 새끼를 까놨다. 오냐오냐 해줬더니 나중엔 대놓고 정문으로 슥 들어오는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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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 시작 전. 해 보고 멍 때리고 있을 때 워커에 앉은 나비. 많은 생각이 들었다.)


//


악착 같이 사니까 암만 배운 거 없는 놈이라도 순수익 평균 월 400은 찍더라.

그렇게 3년 사는 동안 몸이 완벽하게 망가졌다. 거의 안 찌는 체질임에도 키 169에 몸무게 80대를 찍었다.

비만뿐이랴. 만성 피로와 수면장애 및 엄청나게 낮은 면역력. 무엇보다 허리와 무릎 통증으로 삶이 너무 괴로웠다. 당장 일어나서 몸이 아프면 가난이고 잃어버린 대인관계는 뒷전이 된다. 정말이다.


그때부터 살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양산에서 구한 직장은 출퇴근이 달리면 20분 거리라 유산소가 쉬웠다. 집 앞에 공원도 있어서 턱걸이랑 딥스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동네 운동으로 시작해서 헬스장을 가고, 헬스장을 가면서 무거운 바벨을 든다는 행위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거리감이 점차 사라져갔다.

문득 중학생 때가 떠올랐다.

빅 쇼를 들어다 매치는 브록 레스너. 2m가 넘는 케인과 언더테이커 형제의 대립. 각본인 걸 알면서도 그들의 우락부락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쵸이즘에 취할 수 밖에 없던 시절. 막연히 강한 육체를 가지고 싶단 욕망이 들끓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잘 배우면 허리와 무릎 통증에 좋다네?

더 늦기 전에 얼른 고중량 운동을 해보잔 생각이 들었다.


그게 3년 전 이야기다. 그 동안 삶이 많이 바뀌었다.


동생은 제대했고,
빚은 이제 700만원대가 남았고,
실업급여를 받으며 7개월을 유유자적 지낼 수 있었다.

엄마의 입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이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단순히 파워 리프팅을 해서 삶이 이리 변한 건 아니다.


하지만 중량을 올려나가는 재미. 게임처럼 인간의 성장을 숫자로 볼 수 있는 명료함은 분명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무게 치는 게 즐거우니 방해 되는 요소를 하나씩 치우게 되었다. 술을 거의 안 마시게 되었다. 기름진 것도 줄였다. 그것만으로 아침 해를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


3대 400. 그것도 자세 엉망에 스트랩 쓸 수밖에 없던 동네룰 400은, 내겐 단순한 중량이 아니라 좀 더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 동안 얻은 소확행의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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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등이 스트랩, 최후의 양심으로 컨벤) D : 17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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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8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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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 145kg

(새 벨트 온 겸 PR 치겠다고 오바했는데 어떻게 들리긴 들렸다. 캔디토 6주 4번 돌리는 동안 얼추 3대 35 정도 건진 듯.)


인증글이 너무 장황해졌다.


사실 갤러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그냥 이런 사람도 꾸역꾸역 산다. 라는 것이다.

좃소공장 전전하며 자살 방법만 수십 개를 고민하던 인자약 청년이 운동으로 구원 받았다.

중량 2.5씩 증량해나갈 때마다, 나라는 사람이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파워 리프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치지 않고 조금씩 더 강해져 나가고 싶다.


면접 하루 전날, 다짐처럼 되뇌어 본다.

//

세줄 요약이 트렌드라길래 요약

S : 145
B : 85
D : 170



출처: 파워리프팅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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