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에 가면 누워 있는 내 얼굴에
눈을 가리고 재생 레이저라면서
수박을 반으로 잘라 속을 긁어낸 것 같은 모양의
속이 빈 반구형태의 도구를 씌워 줘
그러면서 빨간 빛을 쏘아 주는데
난 폐쇄공포증까진 아니지만 좁은 공간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라서 첨에 되게 그 시간이 힘들었어
그래도 꾹 참고 있으면 내가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서 우주 미아가 돼서 떠돌아 다니는 착각을 느껴
조금 외로워 지다가 어느 순간 그 빨간 빛 속에서 조금씩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시점이 오는데, 매번 그때 간호사 양반이 다가와서
"끌게요" 하고 스위치를 내리지
ㅋㅋㅋㅋ
그 십여분의 체험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웃기지?ㅋ
우리가 보통 이렇게 랜선으로 만나잖아
그 실체는 존재하지만 육안으론 확인할 수 없는 사이지
봉이도 그런 존재일거야
어디 밑도 끝도 없는 원대한 우주 속에서 떠돌고 있는 존재
서로 그렇게 떠돌다가 어느 순간 아주 드물게 만나게 되는 거지
그러니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으렴
머나먼 우주 속에서 짠하고 나타날 언젠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