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이 비뚤어진 이유

    필자가 20년 전에 진중권의 변절을 예견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인간은 환경에 지배되는 동물이다. 그 역시 별 수 없는 인간이다. 물리적 조건에서 1센티도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진중권의 문제는 밀어야 할 자기 콘텐츠가 없다는 거다.

    미학을 팔았지만 외국 지식을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 그는 네티즌을 이용하려고 했다. 안티조선을 주도하여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얻으려고 한 것이다. 그러다가 많은 네티즌과 격돌했는데 판판이 깨졌다. 상처를 입은 것이다. 문제는 승복하지 않는 거다.

    한 명 한 명은 진중권이 이길 수 있다. 학벌로 찍어누르거나 지식을 끌어와서 팩트폭력으로 조지면 된다. 그러나 여럿을 이길 수는 없다. 각자 전문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밀리터리 전문가 나오고, 삼국지 전문가 나와주시고, 과학분야 전문가 나와주신다.

    독서량이 절대 부족한 진중권은 말싸움에 밀리지만 승복하지 않는다. 독일에서 공부하기 바쁜데 삼국지 읽어야 되냐? 이런 식이다. 나는 구조론이라는 콘텐츠가 있다. 진중권은 그게 없다. 밀어야 할 핵심이 없다. 자기 사상이 없는 사람은 백퍼센트 변절한다.

    조선시대의 제승방략과 같다. 현지 지휘관이 병사를 모아놓으면 중앙에서 내려와서 지휘한다. 그게 될 리가 있나? 병사는 자신의 직속상관 외에는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 함경도를 주름잡던 신립장군이 급하게 모은 충청도 병사를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신립은 승자총통 집중사격으로 여진족의 기병돌격을 가볍게 분쇄했다. 그런데 왜군은 기병돌격을 하지 않았다. 신립이 자신의 주특기인 기병돌격을 감행했다. 문경새재 놔두고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친 것은 직속부하가 아닌 병사들이 도주할까봐서다.

    현지 지형을 잘 모르는 문제도 있고 자신의 주특기인 기병돌격을 써보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사실은 문경새재를 넘어가서 고모산성에서 막아야 했는데 늦었다. 문경새재의 관문은 임진왜란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문경새재를 넘어 경상도로 이동하면 산골에서 흩어진다.

    마속이 산꼭대기에 진을 친 것도 같다. 지휘경험이 없는 애송이를 병사들이 따르지 않으니까 도주우려가 없는 산꼭대기에 진을 쳤다. 권율이 이끌었던 전라도 병사는 이티에서 도망가지 않았다. 원래부터 알고 있는 직속부하였기 때문이다. 통제가능성의 문제다.

    문재인이 문빠들 한 곳에 모아놓으면 내가 지휘하겠어. 안철수 생각이다. 그게 될 리가 있나? 아직도 제승방략 마인드를 가진 사람 많다. 그들은 병사를 지휘해 본 경험이 없다. 사람은 원래 직속상관 외에는 말을 안 듣는다. 이건 호르몬 문제다. 인간의 본성이다.

    주체성인가 타자성인가, 내편인가 남인가, 내 콘텐츠인가 남의 콘텐츠인가, 여기서 인간의 가는 길이 갈리는 것이다. 자기 콘텐츠가 없는 사람은 백퍼센트 배신한다. 직속부하가 없는 사람은 백퍼센트 배신한다. 인간들은 원래 남의 말을 절대로 안 듣는다.

    호르몬과 싸우지 말라. 현장을 모르는 책상물림 샌님들이 항상 오판하는게 이런 것이다. 진중권은 네티즌들이 도무지 말을 안 들으니까 왜 말을 안 듣지? 왜 나를 따르지 않지? 이렇게 된 것이다. 김어준처럼 자기 콘텐츠가 있는 사람은 직속부하를 만들어낸다.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사람과 배신할 사람은 3초 안에 판단된다. 똑 보면 보인다. 얼굴에 배신이라고 딱 씌어져 있다. 배신자의 특징은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 없이 남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말싸움에서 이겨 설득하면 된다고 순진하게 믿는다.

    그런데 인간들이 말을 안 듣는다. 그래서 화를 내고 배신한다. 내 말을 듣지 않은 니들 잘못이다 하고 책임을 전가한다.

    ###

    박가분님의 페북글을 요약해설하면

    · <윤석열이 한국사회와 진보세력에 의미하는 것>

    1. 윤석열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행간을 읽으면 자기는 '조직에 충성하는 인간'이라고 말한 셈이다.

    2. 한국 사회의 병폐는 민주적 통제를 따르지 않는 엘리트 집단이 '우리가 남이가' 패거리 정신으로 뭉쳐 조직에 충성한다는 점이다. 제국주의 시절 내각의 통제도 따르지 않은 일본 군부의 폭주와 같다.

    3. 검찰은 증거를 가지고 기소만 하면 되는 공무원이다. 주민센터 공무원과 다르지 않다. 이들이 기소와 수사를 가지고 '정무적 판단'을 한다면 그게 반역이다.

    4. 시험 하나 잘 봤다고 국민 머리 위에 군림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엘리트들의 폭주가 가장 위험하다.

    5. 윤석열은 한국사회가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중간보스다. 최종보스는 그 뒤에 있다.

    ###

    일본 군부 중에 특히 악명이 높은 황도파 하급장교는 주로 동북지역 가난한 농민들이 입하나 덜려고 입대시켰기 때문에 기득권 재벌과 관료들에 대한 분노가 상당했다. 그들이 패거리로 똘똘뭉친 이유다. 홍준표처럼 밥을 쫄쫄 굶으며 남들이 데모할 때 공부만 해서 어렵게 고시 붙어서 벼락출세한 검사들과 정서가 같다.

    ###

    중요한 것은 우리가 척결해야 하는 개혁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처단하는 주체의 역량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그만한 역량과 자격을 갖추었는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가? 지금 시험대에 든 것은 검찰이 아니라 우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통제되지 않는 사설권력들에 던지는 질문은 그대로 우리 자신에게 되돌려져야 한다. 우리는 비뚤어진 검찰과 재벌과 기레기들을 해결하고 각자 시골로 돌아가서 농사를 지을 것이 아니라 광장을 지키고 주둔하며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야 한다.

    여기서 질문이 돌아오는 것이다. 너희들 언제 해산할 거야? 우리는 초야에 묻힌 선비가 아니라 광장을 지키는 지성이다. 답은 상호작용에 있다. 팽팽한 긴장이 유지되는 동안 우리는 타락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 우리는 적과 싸울 뿐 아니라 자신과 싸워야 한다.

    우리 내부의 기득권을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 돌고 있는 팽이는 쓰러지지 않는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끝끝내 바다를 만나게 된다. 날고 있는 새는 균형을 잃지 않는다. 멈출 때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