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택배기사들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발언이 여럿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단지 안에 택배차량을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 택배기사들과 주민들이 갈등을 빚어왔다.

8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고덕동 모 아파트 입주민 대화방에서 일부 입주민들은 "(기사들이) 배부른 멍청이들 같다", "누구 때문에 먹고 사는 건데" 등 기사들을 비하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아파트를 ‘개인별 배송 불가 아파트’로 지정한 것에 대해 택배기사들을 싸잡아 비하한 것이다.

공개된 단체 대화방에서 입주민 A씨는 "(우리 아파트를) 택배 불가 지역으로 지정하면 우리 손해보다는 택배사가 타격일텐데 (시위하는 사람들은) 배부른 멍청이들 같다"고 비난했다. 또다른 입주민 B씨는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에 배정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며 "특혜에 특혜를 바란다"고 썼다. 입주민 C씨는 "택배노조 기자회견 때문에 우리가 전국적으로 ‘갑질 아파트’ 이미지가 돼서 화가 난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앞서 해당 아파트는 지난 1일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 아파트 단지 내 지상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뀐 방침에 따라 택배차량 역시 지하주차장만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반적인 택배차량의 경우 지하주차장 진입 높이인 2.3m보다 차체가 높아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결국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 후문에 택배를 두고 갔다. 다음날 아파트 후문 인근에 택배 1000여개가 쌓이자, 주민들이 직접 나와 택배를 가져가며 고충을 토로하는 일이 발생했다.

손수레를 끌고 직접 물품을 배달하던 택배기사들은 이날 해당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금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이 아파트에서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4일부터 택배기사들은 공식적으로 물품을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기로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애초 이 아파트는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공원형 아파트’로 설계된 것"이라며 출입 통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입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합의점을 마련해 택배 노동자들과 상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