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 사람을 데려올 수 있겠어?" 대통령이 물었다. 나는 진서를 하나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1990년 4월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이 대한민국 대통령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하게 되었다. 슐츠를 통해 문제가 제법 간단히 풀렸다. 그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날 작별 인사차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을 면담했는데 아주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고르바초프가 곧 미국을 방문하게 되어 있는데 자기와 스탠퍼드 대학이 공동으로 초청 강연을 개최할 예정이니 그때 좋은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소식이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슐츠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는데 슐츠가 돌아가고 일본 도쿄에서 전직 국가수반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한국에 들렀는데, 소련 정부 외교 고문 아나톨리 도브리닌(주미 소련대사를 25년이나 지낸 인물)도 그때 서울에 왔다. 그가 슐츠와 같은 말을 전했다. "고르바초프가 6월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가는데 그때 한국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