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ㄹㄹ] 포롤의 {의사 둘 중 한명.M3에 걸린게 명주라는 걸 미군한테서 들은 유시진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소재로 출발합니다.
이것까지 아마 서른 개일텐데 링크따서 올리는 건 내일 새 글로 쓰겠음 오버
"당신들이 준 혈액 샘플, M3형 바이러스가 맞습니다. 환자는 양성, 그리고 의사 둘 중에 한 명도 양성반응입니다."
미군 연구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영이 시진을 순간 돌아봐.
두남자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어.
대영이 시진을 돌아봤지만, 아주 살짝 고개만 대영을 향했던 시진은 곧바로 연구원을 쳐다보고 물어.
둘 중 누가 양성반응이 나왔는지.
"Yoon Myung-ju?"
드라마에서는 연구원의 대답도 그걸 듣고 난 두남자의 얼굴과 심리도 보여주지 않았어.
그 사이를 건너뛰어 바로 격리실 문을 밀고 들어와 명주를 꼭 안고 눈물 흘리는 대영을 비춰주었지.
그리고 그 뒤에 조용히 따라들어와 모연과 말없이 눈맞춤을 하고 대영과 명주를 바라보고 서 있는 시진만을 보여주었을 뿐이야.
그 때 시진의 마음은 어땠을까?
M3가 맞다는 연구원의 말을 듣고 나서 시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을 거야.
그토록 아니길 바랐건만 시진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어.
그리고 이어지는 [둘 중 한 명]이라는 연구원의 말.
그 순간 시진은 과연 그 한 명이 누구이길 바랐을까.
아니, 이 말은 너무 끔찍하다.
시진은 그 한 명이 누구는 제발 아니길 바랐을까.
유시진은 총알이 빗발치는 데를 뚫고 전우를 구하러 가는 걸 주저하지 않아.
작전지역에서 임무가 다 끝나고 난 후 퇴각할 때에도 부하들을 먼저 보내고 자신이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지.
그렇게 전우들을 위해서라면 시진은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그런 군인이야.
대영을 구하기 위해, 또는 명주를 구하기 위해서, 아니면 그 외의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시진은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달라.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켜보는 것 뿐이야.
전염병 때문에 누군가의 생명이 사그라드는 건 군인인 시진이 막을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지.
차라리 핀이 뽑힌 수류탄이라면 그가 몸으로 덮어 그 폭발의 충격을 받아내기라도 하고, 총알이라면 대신 맞아줄 수 있지만 병(病)은 그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야.
시진은 그저 그 [병(病)]이라는 적이 사람들을 시체로 만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아주 무력하게 말이야.
시진이 대적할 수 없는 그 적군이 만약 모연과 명주 중 한 명만을 포로로 원한다면 시진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정해져 있어.
그 한 명의 포로가 시진 자신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겠지만, 그 적군은 절대 시진을 바라지 않아.
그런 상황에서 시진은 절대 모연을 보낼 수는 없어.
그렇다고 둘 다 보낼 수 없으니 다같이 죽자고 하지도 않겠지.
유시진이라는 사람에게 강모연은 무언가와 또는 누군가와 비교해보고 재보고 따져봐서 그 중요성을 판단할 수 없는 존재야.
그냥 유시진의 인생에 강모연은 항상 존재해야 해.
그가 죽어도 모연은 그가 죽고 난 후의 세상에서 계속 잘 살았으면 좋겠어.
딴 놈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손주까지 보면서 120살까지 사는 동안 유시진이라는 놈 이름은 한 번도 안 떠올리고 살아도 모연이 무탈하게, 행복하게 산다면 그걸로 시진은 만족할 수 있어.
시진에게 모연은 누구보다도 평화롭게,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누구보다도 환하게 잘 살아야 하는 사람이야.
그렇기 때문에 시진이 [둘 중 하나]에서 [하나]가 제발 모연이 아니길 바라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감정이야.
M3에 전염된 의사가 명주라는 연구원의 대답을 듣고 나서 시진이 가장 처음 한 생각은 아마 '다행이다.'였을 거야.
그건 정말 시진 자신이 어떻게 자제할 겨를 없이 그냥 드는 생각이야.
그 병에 결린 사람이 명주여서가 아니라, 모연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거지.
물론 바로 다음 순간에는 대영에 대한 안타까움과 명주에 대한 걱정이 바로 시진의 마음에 들이찼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의 마음 한 켠에는 어쩔 수 없는 안도감이 남았겠지.
그런 자기 자신에게 실망감도 들었겠지만 시진도 사람이잖아.
액운이 사랑하는 사람을 피해갔는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어.
그게 기쁘지 않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지.
두남자가 함께 차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운전은 시진이 했을 거야.
아무리 그가 상관이지만, 제정신이 아닐 대영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는 없는 일이잖아.
그리고 두사람은 어떤 말도 주고받을 수가 없었겠지.
대영은 명주 걱정에 무슨 말을 할 정신도 없었을 거고, 시진은 그런 대영에게 괜찮을 거라는 말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차마 할 수가 없었을 거야.
그 말은 대영에게 절대 위로가 될 수도 없고,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시진이라면 더더욱 대영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테니까.
조금 전만해도 두남자는 하고 있는 생각, 바라는 것이 오직 하나인 아군이 확실했어.
아주 날이 잘 선 칼날 위를 맨발로 함께 걸으며 칼날이 발바닥을 점점 더 파고들어오는 듯한 고통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지.
그런데 연구원의 한 마디 말로 인해 한 남자는 칼날 위에서 내려갔고, 한남자는 이제는 칼날이 발바닥을 배고 올라와 발목을 타고 오르는 고통 속에 전우도 없이 홀로 남겨진 거야.
두남자의 처지가 이제는 너무도 달라졌어.
대영은 아주 검고 탁해진 눈으로 그저 조용히 차창 밖을 바라볼 뿐이고, 시진은 이성이 돌아온 총총한 눈으로 전면에 펼쳐진 어두운 도로만을 응시하며 묵묵히 운전만 했겠지.
"선배. 이 사람 좀 데리고 나가줘요."
만약 명주도 감염되지 않았더라면 중대로 돌아와서 두남자는 각각 연인을 품에 꼭 안고 다행이라고 기뻐했을 거야.
하지만 한 쪽만 전염병에 걸린 이 상황은 함께 슬퍼할 수도 한 쪽만 기뻐할 수도 없게 만들었어.
그래서 시진과 모연은 두사람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는 거야.
자신이 무서운 전염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걸 안 모연도, 연인을 잃을 위험에서 벗어난 시진도 그저 눈맞춤 한 번으로 가슴을 쓸어내릴 뿐인 거지.
"예방백신 싣고 오던 약품차량이 통째로 강탈당했대요! 그 안에 윤중위 치료약이 같이 있어요!"
아구스가 다이아몬드와 약품 트럭을 맞바꾸자는 거래를 제안해왔어.
중대 내에 당장 그 약이 없으면 죽을 사람이 있다는 걸 아구스가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 거야.
그저 긴박한 전염병 대응 상황에 거점 의료시설로 가는 약품트럭을 탈취하면 그것을 되찾으러 모우루 중대에서 움직일 거라고 생각한 거였겠지.
그의 속내는 모연을 빼오기 위해 시진을 불러내는 양동 작전이었지만,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다급한 입장에서는 그게 보이지 않았던 거야.
서둘러 거래 장소로 향하기 위해 무장을 하는 알파팀들 사이에서 시진은 아구스의 행동이 어딘가 미심쩍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명주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지금의 상황에서 시진을 비롯한 알파팀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아구스에게 탈취 당한 치료약을 되찾아오는 것이기에 시진은 묵묵히 거래를 준비해.
그 때 거래에 쓸 진영수의 다이아몬드를 모연이 직접 갖고 왔어.
"이거 갖고 누구 만나요? 혹시 라이언 일병?"
"세 개가 비는 거 같은데."
"대위님 농담에도 기분이 안 나아져요. 너무 걱정돼요. 윤중위도 대위님도."
모연은 아구스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위험한 남자랑 다니시네. 총 든 남자 옆에 있으면 총 맞을 확률이 높은데."
그 말을 하면서 웃던 아구스의 그악스럽던 웃음 소리까지도 모연은 생생하게 기억해.
그런 위험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시진도, 시시각각 죽어가는 명주도 모연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걱정들이야.
왠지 모르게 너무 불안하고 예감이 좋지 않은데 시진을 말릴 수도 없어서 모연은 할 수 있는게 걱정 뿐이야.
"험한 일 하시는 분들은 농담으로도 해결 안 될 때 어떻게 해요?"
"서로 의지하죠."
"그렇구나..."
시진에게도 이번 일은 어딘가 이상하고 불안해.
아구스가 미군 작전을 눈치채고 있다면 고작 다이아몬드 때문에 이렇게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닐 이유가 없을텐데,
이상하게 그와 충돌 상황을 만드는 것 같아서 시진은 아구스의 행동이 수상하지만, 그래도 지금 시진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뿐이라 그는 가야해.
그래서 시진은 그의 불안과 모연의 걱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모연을 끌어 안아.
서로의 품은 두사람 모두에게 위로가 될테니까.
"지금 하는 걱정 중에 내 걱정은 뺍니다. 할 수 있습니까? 명주 잘 부탁합니다."
시진은 부디 모연의 걱정과 불안에서 그의 자리가 가능한 좁았으면 해.
그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모연에게 걱정끼칠 만한 일들을 많이도 할 테니까.
"대위님도 유대위님 잘 부탁합니다. 제가 진짜 많이 좋아하거든요. 오면 말해주게요."
모연은 부디 오늘밤의 걱정이 그저 그녀의 노파심으로 끝이 났으면 해.
내일 아침 명주와 시진의 평온한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어.
제발 이 불길함이 그저 쓸데 없는 걱정이기를, 시진이 무사히 돌아와 그 얼굴을 보여주기를 모연은 아주 간절하게 소원해.
모연이 말로 다하지 않는 그 간절한 호소를 시진은 등으로 느끼며 돌아섰어.
그 불안 속에 모연을 두고 가는 시진도 마음이 아프지만 그 인사가 길어서 좋을 것이 없기에 시진은 말없이 눈으로만 모연을 담고 그의 일을 하러 가.
모연은 시진의 등을 바라보고 한참을 서서 눈물을 참았어.
눈물 흘릴 일이 아니니까.
어차피 조금 지나면 시진은 꼭 돌아올 거고 그러면 오늘밤도 무사히 지나갈 테니까.
그래서 모연은 눈물을 그저 속으로 삼켰어.
그렇게 돌아선 시진도 그를 보낸 모연도 그들이 느낀 불길함이 그토록 끔찍한 현실이 될 줄은 몰랐을 거야.
역린(逆鱗) : 용은 성질이 유순하므로 길들이면 탈 수도 있다. 그러나 턱 밑에 길이가 한 자나 되는 ‘거꾸로 솟은 비늘’이 있으니, 용을 길들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만약 이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를 죽인다.
시진은 하룻 밤 내내 보이지 않는 모연을 찾아다니다 의료팀 막내 간호사에게 아주 불길한 대답을 들었어.
모연이 파티마를 따라 현지 경찰서에 갔다는 것.
현지 경찰과 아구스의 커넥션을 알고 있는 시진에게 그 대답은 절대 반가운 말이 아니었어.
무작정 차를 몰고 중대를 나온 시진의 앞에 총을 들이대고 나타난 남자들.
그들 사이로 머리 한 쪽엔 총이 겨눠진 채, 모연이 서 있었어.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반사적으로 겨누고 있던 총을 시진은 즉각 내려놓았어.
이 남자들은 파티마를 구하러 갔을 때의 그 어리숙한 소년들이 아니야.
총을 들고 있는 세 명의 남자 사이에서 모연과 총 맞은 파티마까지 시진이 무사히 데리고 탈출할 수는 없어.
그것도 모연의 머리에 총구가 들이대진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것도 시진은 시도할 수 없어.
바로 다음 순간 모연의 머리를 총알이 관통할지 모르니까.
"많이 다쳤네? 어쩌나? 저 의사 선생은 지금 진료 못 하는데."
"그 손 치워."
"상황 파악을 못하네. 죽고 싶어? 아님 니 여자 죽이고 싶어?"
시진은 이 모든 상황을 꾸민 아구스를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구스를 자극하지 않는 일이야.
어제부터 아니, 그의 약점이 모연이라는 걸 알고부터 아구스가 이 모든 것을 계산하고 계획했을 걸 생각하면 시진은 미치도록 화가 나.
왜 그토록 안일하게 행동했는지.
파티마에게 총 맞고 쓰러졌을 때 죽어버리게 둘 것을 결국 그는 또 후회할 짓을 한 거야.
아니 그 전에, 모연을 아구스에게 노출시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원하는 게 뭐야."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일 얘긴 남자들끼리 하는 게 좋겠지?"
아구스의 수신호에 따라 모연이 자리를 뜨기 시작하자 시진은 본능적으로 쫓아가려다 멈춰.
지금 시진은 할 수 있는게 없어.
그저 아구스의 차 안으로 던져지듯 떠밀리는 모연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아구스가 원하는 대로 모든 상황이 흘러가고 있어.
시진을 무력화할 킥으로써 너무도 훌륭한 효과를 보여주는 모연 덕에 시진은 아무 저항도 못하고 그저 아구스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어.
"거래가 끝남과 동시에 내가 이 나라를 뜰 수 있는 방법을 가져와.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내 퇴로 확보. 예전처럼 또 한 번 나를 구해 내란 얘기야, 캡틴."
이 상황이 만족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아구스는 시진에게 말해.
그를 죽이려는 조국의 손으로부터 그를 또 한 번 구해내라고.
그렇지 않으면 네 여자를 어딘지 알 수 없는 사창가로 팔아버리겠다고.
"넌 내 손에 죽는다. 내 모든 명예를 걸고 넌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시진에게도 [역린]이라는 게 있어.
누구도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거꾸로 난 비늘이 있는 거야.
너무 아파서 그 자신도 함부로 만지고 건드릴 수 없고 절대 뽑아낼 수도 없는 그런 비늘 한 조각 말이야.
누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반드시 그를 죽이고 나서야 끝이 나는 그런 시진의 '거꾸로 솟은 비늘'을 지금 아구스가 뽑아내겠다고 했어.
그래서 시진은 아구스를 죽이겠다고 마음 먹었어.
시진의 가장 큰 약점을 쥐고 거들먹 거리는 저 쓰레기를 그는 더이상 동정하지 않기로 한 거야.
시진은 멀어지는 모연을 그저 보내야만 하는 이 상황이 마치 지옥불 속으로 점점 걸어들어가는 것 같아.
지옥불에 타고 있는 땅 위를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천천히 걷고 있는 듯해.
그의 몸 전체로 불이 붙어서 화형을 당하는 기분이야.
이어지는 글 : 가야합니다. 갔다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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