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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훈 에세이] 멋진 한강 만들기

운영자 2006.01.06 20:25:14
조회 2117 추천 0 댓글 5

 2. 서울을 향한 좌절과 희망

  멋진 한강 만들기

  서울을 살리기 위한 내 구상의 중심축에 서 있는 소중한 공간이 하나 있었다.

  한강! 강원도와 충청북도 내륙에서 발원(發源)하여 경기 땅을 도도히 흐른 후 서울의 허리를 가로지르고 있는 생명줄. 나는 서울의 생명을 온전히 되살리는 일의 시작이 바로 그 생명줄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에 돌아와서 한강을 처음 봤을 때 한강의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수면 위나 강변이나 어디고 쓰레기 더미가 넘쳐 나고 있었고, 그나마 별로 많지 않은 수량(水量)에도 불구하고 시커멓게 썩은 물에는 물고기 한 마리 살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당시 한강은 죽은 강이었다.

  나는 그 죽은 강을 되살리기 위한 계획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방안으로 마련한 논문이 “서울 시민의 생활 환경으로의 한강의 활용”이었다.

  논문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한강 전체 도면을 5천분의 1 크기로 축소하여 내 사무실의 벽 3면과 천장에 붙였다. 한강 자체에는 푸른 색종이를 붙이고 둔치와 활용 가능 지역에는 수채화를 그리듯이 초록색 물감을 칠하였다. 어떻게 보면 한 마리 멋진 청룡과 같은 형태로서, 그 자체로 서울의 활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당시 서울 시립대학 학술 세미나에서 한강을 살리기 위한 나의 구상을 발표했다. 첫째, 한강을 호반화(湖畔化)한다는 구상이었다. 도시의 청량한 대녹지 체계의 기본 요소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파리의 세느도 호반이고, 보스턴의 찰스강, 브라질리아의 중심 호수, 캔버라의 그리핀 호수 등 강에 댐을 막아 호반화시킨 사례를 세계 도처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행주산성 근처에 낮은 댐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한강 양안(兩岸)이 시민의 여가 활용 공간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저수로를 확보하고, 홍수에도 넘치지 않는 둔치 또는 고수 부지의 이용을 확대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하여 저수로를 팔 것을 제안했다.

  둘째, 본래 한강은 서울시의 남쪽 경계부로 인식되었으나 나는 서울의 중심부라는 개념을 가지고 한강 양안의 인접한 부지에 도심 업무, 상업, 문화, 체육 기능을 배치하는 구상을 하였다. 아울러 한강에서 보는 서울 도시 경관을 외국의 찰스강, 세느강, 템즈강, 티베르강 등과 같이 아름답게 꾸며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셋째, 서울의 녹지 체계는 동서로 흐르는 한강의 녹지 축과 북한산, 남산, 용산 기지, 동작동 국립 묘지, 관악산으로 이어진 녹지 축으로 그 골격을 이루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또한 인왕산, 낙산, 우면산 등의 산세를 살리고, 탄천, 수색천, 중랑천, 청계천, 안양천 등의 지류를 한강에 연결시킴으로써 보행자 전용 도로의 맥을 살리도록 한다는 제안이었다.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여 한강의 활용 가능성과 그 방법, 서울시의 대책, 자연 훼손 방지책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이 논문은 본격적인 한강 개발에 처음으로 이론적 접근을 한 논문으로서, 오늘날 한강이 있게 한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발표가 있자마자 격려와 심층 토의 대신 또다시 비난이 뒤따랐다. 그들의 주장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었다.

  첫째, 소위 환경론자라는 사람이 왜 강을 자연 그대로 놔두지 않고 개발하려 하느냐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반론을 폈다. “인구 1,000만의 도시 중간에 있는 한강은 시민의 활용 밀도가 높기 때문에 그냥 자연대로만 놓아둘 수 없고 많은 시민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가꾸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둘째, 그런 대대적인 개발을 하려면 돈이 드는데 여기는 미국이나 프랑스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나는 즉각 반론을 제시했다. “현 시점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고, 실제로 퇴적된 모래를 파내서 팔면 공사 비용이 나오고 저수로가 만들어지는 등 다중 효과가 있고, 시민의 세금을 쓰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경제성이 있다.”

  셋째, 우리나라는 장마가 있고 한강은 평지가 아니라 경사가 있어 세느강이나 템즈강 등과 같이 장마도 없고 평지인 지형 조건과는 맞지 않는,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는 지적이었다. 그런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서울대 안수한 교수 같은 분들은 나를 적극 격려해 주기도 했다. “염려하지 마라. 곽 교수가 비전을 제시했는데, 한강 수리(水理)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말은 한강 되살리기를 향한 내 발걸음을 훨씬 가볍게 해주었다.나는 일주일쯤 후에 안 교수에게 전화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안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내 이름 석 자를 풀어 보세요. ‘한강 물을 안전하게 한다.’는 뜻의 ‘안수한’ 아닙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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