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로봇연구회' 동아리, 누우면 천장에 로봇이 어른어른 [매일경제 2006-07-21 16:23]        광고    ◆로봇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 지난 17일 밤 10시 광운대 '로봇연구회' 동아리방. 5~6명의 학생들이 본격적인 하루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열정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말하는 이들은 10평 남짓한 동아리방을 '로봇마니아 치료소'라고 부른다. 머릿속에서 꿈꾸는 로봇을 손으로 그려내고 그를 토대로 전자회로를 설계하고 여기저기서 구해온 부품을 조립해 하나의 로봇이 움직일 때까지 잠시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올 10월 산업자원부 주관으로 개최될 '로보월드 2006'에 출전할 40㎝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 4종의 기능점검 때문에 요즘은 더 바쁘다. 사용자 움직임을 따라하는 모션 캡처 기능을 갖춘 로봇 헥토르와 빠른 보행을 자랑하는 헤라퀸, 블라스트, 아폴론 등 모두 4가지 휴머노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표윤석 씨(24ㆍ전자공학과 2년)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이어지는 대회 준비로 이틀에 한 번 집에 들어가는 요즘보다 로봇을 만들 수 없었던 군대 복무기간이 더 힘들었다고 귀띔했다. "이등병 때는 잠을 자려고 누워도 로봇이 천장에서 어른거리는데 죽겠더라고요. 꾹 참다가 상병이 돼서야 휴가 때마다 로봇 관련 책을 사 모으며 공부를 할 수 있었죠. 제대할 때가 되니 어느새 사과박스 2개 분량이더라고요." 표씨는 제대 후 6개월 동안 중소 로봇업체인 로보티즈에서 일하면서 복무기간 동안 억누를 수밖에 없던 로봇에 대한 열정을 쏟아부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로봇은 지난해 3월부터 3개월간 작업해 만든 로봇인 휴머노이드 KR-1이에요. 지금은 후배에게 노하우를 물려주기 위해 분해작업을 하고 있죠." 좋아서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학생이기 때문에 제작비를 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40㎝ 크기의 걷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1000만원가량. 각종 대회 참가비와 상금, 스폰서 비용 등으로 충당하기도 하지만 아르바이트비를 쏟아붓는 일이 더 많다. 또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로봇을 처음 만들 때는 제작에 필요한 공구며 전선, 전자회로판 등을 청계천 부품상가 등지에서 하루종일 발품을팔며 구했기 때문에 동아리 사람들의 로봇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이들은 최근에 600만원이 훨씬 넘는 모터를 구하기 위해 주머니를 털어 한 달 내내 라면만 먹고 지냈다면서도 로봇 얘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인다. "새벽 6시까지가 열정 바이러스의 주활동시간입니다. 다음달에는 일본의 휴머노이드 8강팀이 한국을 찾아 로봇격투 대회가열리죠. 10월에는 구조로봇 대회가 열리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휴머노이드의 크기를 50~60㎝ 정도로 키우고 로봇의 출력을 높이는 것이죠." 표씨는 지난 1985년 시작돼 이곳 로봇연구회를 거쳐간 학생만 300명이 넘는다고 자랑했다.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