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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3

wlahtal(59.15) 2020.07.09 00:08:41
조회 85 추천 2 댓글 3

 봄이 다가올 때 즈음에 너는 내게로 걸어왔어. 나는 가만히 서있었어. 가만히 서있었다기 보단 많은 것을 기다렸어. 너는 어떨지 모르겠네. 하지만, 너가 나를 보고 멈춰섰을 때 너는 알았을꺼야. 너도 많은 것을 기다려 왔다는 것을. 아니 많은 것이라기보단, 나를 기다려 왔단 것을. 나 또한 내가 기다렸던 것이 많은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너를 보고야 알았지. 쉽지는 않은, 퇴보도 진보도 계속 하면서 우리는 같이 걸어갔지. 아마 누군가는 우리의 만남을 두고 고난을 헤쳐왔다고 느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알았지. 우리는 명확한 길을 걸어오고 있었어. 단지 조금 뒷걸음질을 쳤을 뿐이야. 우리가 서로 보고 멈춰섰을 때, 나는 우리의 길을 봤어. 그리고 우리는 그 길을 걸었어. 나란히 손을 잡고.


 길은 너무나도 뚜렷해. 목적지가 내 눈엔 뻔할 정도로 보여. 목적지란 말을 썼지만, 우리는 과정을 목적으로 생각해. 우리의 여정에 마침표가 있을까? 그렇지 않아. 과정을 목적으로 생각한다는 말은 과정이 너무 아름다울 때나 가능한 말일거야. 힘들게 힘들게 과정을 거치고 목적을 거두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는 아냐. 우리는 주위에 핀 겹벚꽃을 보며, 향내음을 맡으며, 많은 것을 얘기하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어. 너무나도 행복하고 숭고한 길이야. 우리는 마치 순례자야. 산티아고는 없지만, 우리는 천사들과 함께 걷고 있어. 너는 나의 천사니 나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네.


 나는 너를 기다리며 너에게 보여주지 못할 글들을 쓰고 있었어. 고통과 불안으로 점철되고 귀결되는 글들을 쓰며 나 자신을 비하했어. 그 때는 나의 길이 너무나도 불명확했어. 내 목적지는 안개에 가려졌고, 과정은 고통스러웠어. 목적지도 안보이는 채 고통스러운 걸음길을 걷는 나의 마음이 상상이 가려나? 재밌는 것은 그 길의 마지막을 그 때는 그렸다는 사실이야. 아니, 있다고 되내였어. 그것도 하나의 고통이었어. 과연 내가 명확하다고 구체적인 그림을 완성해도 내가 행복할까? 내가 구원받을까? 그래서 너가 나를 안아줬을 때 나는 세개의 큰 변화가 있던 거야. 목적지가 보이고, 그 길이 행복해졌어. 그리고 나는 확신해. 우리의 그림이 나를 구원하고, 너를 구원하고 우릴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란 것을.


 난 요즘 마치 영어 단어를 새로 배우는 기분이야. Baby, Girl, Harmony. 이런 기초적인 것들을 다시 배우고 있단다. 너는 나에게 그것을 소리내어 발음하고 나에게 따라하라고 말해. Dream, Hope, Happy. 다 너가 나에게 알려준 단어들이야. 이렇게 배우다보니. 세상에 어찌나 그런 단어들이 많이 쓰이는지 맨날 맨날 깜딱쿤야 깜딱쿤야 놀랄 때가 있어. 싱그러운 초록 빛깔의 덤불에, 더이상 슬프지 않은 청명한 하늘에, 너와 마주앉은 식탁위에 내가 너에게 배운 그 단어들이 어려있어. 심지어 너가 내 곁에 없을 때도 말이야! Love, 내 마음에도 있어. 내 마음에도 이 단어가 있었어. I never thought that I still got love for you.


 생경하지만, 점점 익숙해지겠지. 사랑이란 단어에 나는 점점 익숙해지겠지. 너에게도 더 더 익숙해지겠지. 그 과정에 여러가지 일들이 있겠지만 나는 너무 행복할거야. 너도 행복할거야.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거야.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그리고 너도 나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데. 그런 당연한 사실을 나는 지금까지 몰랐어. 내게 많은 것들을 알려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나에게 더 많은 것들을 알려줘. 사랑하는 A이.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자. 


사랑해

B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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