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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두번째 사랑- 캠퍼스 러브 스토리 22-23화

ㅇㄱㄱㄱ(211.194) 2011.06.24 15:49:47
조회 42 추천 0 댓글 0






☆★☆★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2화 ☆★☆★

 

◐ 지연의 일기 ◑

 

테잎이 빠지질 않는다..

"아.. 진짜 미치겠네.. 이거 왜이렇게 안나와.."

민성이와 민규가 캠코더 여기저기를 만져보지만..

테잎은 여전히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까.. 내가 캠코더를 들고오다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아무래도 그때 뭔가 이상이 생긴거 같았다.

...............

"앙.. 어떡해.. 재영선배가 10시까지 편집 안해놓으면 운동장에 집합시킨댔는데.."

"으잉.. 좀 빨리 고쳐봐.."

윤아.태희 모두 울쌍이다.

물론.. 난 지금.. 캠코더를 고장낸 장본인이기에..

얘네들보다.. 더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아.. 이거 고장났나봐.. 아무리해도 안된다.."

민규가 결국 포기를 한듯.. 캠코더를 내려놓는다.

"아.. 안돼.."

모두 좌절한다.

 


* 어디냐? *

봉구선배의 문자가 온다.

* 동아리방요 *

* 밥 안먹냐? *

.............

지금 밥먹을 상황이 아니랍니다.

* 저 오늘 밥 못먹어요. 지금 좀 바빠요 *

* 왜? *

아.. 바쁘다면 바쁜줄 알지 왜자꾸 묻는거야..

* 애들이랑 영화 마무리 져야되요. 지금 머리아프니까 나중에 연락해요 *

* 그래 알았다 *

..............

으휴.. 부럽네..

속편하게 밥이나 먹고 다니고..

아..

그나저나 이걸 정말 어째..

이제 4시간도 안남았는데..

지금 테잎 꺼내도 겨우 편집 마칠까 말까한 시간인데..

이놈의 캠코더는 도대체 어디가 고장인거야.. 흑..

혹시 캠코더 고장냈다고 나만 혼자 운동장에서 기합받는거 아냐?

아...

미치겠네..

 

 

"안..안녕하세요"

"어이 귀염둥이들.. 잘들 있었냐?"

때마침 들어오는 4학년 경환선배랑 기태선배..

"아.. 선배님.. 이것좀 고쳐주세요.. 테잎이 안빠져요.."

지푸라기라도 잡듯.. 선배들에게 기대해본다.

"어 그래? 줘봐.."

그래.. 선배들이라면.. 뭔가 알겠지..

제발..

고쳐주세요..

선배님들..

"이거 고장났나보네.. AS맡겨야겠다.."

.................

"어디 줘봐"

기태선배가 건네 받아.. 캠코더를 확인한다.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급기야 방바닥에 툭툭 쳐댄다.

.............

아예 부셔지겠네..

"야.. 이거 재대로 고장났구만.. 니들 어쩌다 이랬냐?"

"아.. "

일제히 한탄섞인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경환선배랑 기태선배가 떠나고..

남아있던 우리들은..

앞으로 다가올 재영선배와의 만남시간에 대한 공포로

아무말없이 떨기만 하고 있었다.

"아.. 좀 조심좀 하지 그랬냐.."

..............

민규가 침묵을 깨고 나에게 말을 꺼낸다.

"미안해.."

"아.. 진짜.. 너땜에 이게 뭐냐.. 진짜.."

..........

민성이까지 합세한다.

얘네들 뭐야.. 치사하게..

지금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운다는거야?

뭐 내가 떨어뜨린건 맞지만..

그래도..

........

그래도 치사하게 너희들 이럴꺼야?

우정이 어쩌고 할땐 언제고..

"미안하다구.."

"됐어.. 나 그냥 갈래.."

민규가 뜬금없는 말을 하자...

다들 놀란다.

"뭐..뭐? ?"

"지연이 니가 재영선배한테 얘기해놔.. 캠코더 고장나서 오늘 편집 못한다고...."

민규야.. 이러지 말자.. 왜 이러니..

안그래도 머리터져 죽겠는데..

"그래.. 어짜피 여기 있어봐야 아무것도 안돼는데.. 그냥 가자. 혼나도 내일 혼나지뭐.."

민성이 너까지.. 이럴꺼야?

................

"야.. 그래도 혹시 캠코더 고칠지도..모르는데.."

니들 다 가버리면.. 난 어쩌란거야..

캠코더 고장낸 난 어쩌란거냐구..

"뭘고쳐.. 고장났다잖아.. 니가 고칠꺼야? 그럼 지금 나가서 고쳐오든가.."

................

아..

니들 진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떨군다.

"야.. 그만해.. 지연이 울잖아.."

옆에서 말리는 윤아..

"에이 젠장.. 이게 뭐야.. 기껏 고생해놓고.. 야 민성아 우리 가자"

"어.. 그래.."

................

"야.. 니들 진짜 갈꺼야?"

말없이 지켜만보던 태희가 묻는다.

"야.. 니들도 그냥 집에가.. 어짜피 여기 있어봐야 답도 안나오는데뭐..

그리고 지연이너.. 재영선배한테 얘기 확실히해라. 니가 떨어뜨려서 이런거라고.. 확실하게 말해.... 알았어?"

"뭐? 야.. 너 진짜.."

"뭐가.. 왜.. 어쩔라구?"

눈을 치켜뜨며 인상을 쓰는 민규..

아.. 너 이렇게 안봤는데..

실망이야..

"얘들아.. 그만해.. 니들 왜이래 자꾸.."

윤아가 심각한 사태를 눈치채곤.. 급히 말려본다.

"아.. 진짜.. 짜증나네.. 가자 민성아.. 야 영철이 넌 안갈꺼냐?"

기다렸다는듯 말없이 따라나서는 영철이..

...................

"지연아.. 우리도 그냥 가자.. 재영선배한텐 문자 너놓으면 되지.."

갑자기 설움이 밀려온다.

그래..

내가 뭐 잘못하긴 했어.

미안해..

근데

왜 이렇게 서러운거니?

그래도 동기라고 생각했는데..

힘들땐 함께해줄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 알았어.. 니들 먼저가.. 난 봉구선배랑 같이 가야되서.."

"어.. 그래.. 그럼 먼저 일어날께.. 태희야 가자.."

자리를 일어서는 윤아와 태희..

"지연아.. 힘내.. 너무 걱정하지 말고.."

문을 나서며 윤아가 위로를 해온다.

에휴.. 제법 착하네.. 윤아도..

애들이 문을 닫고 떠나자..

참고있던 눈물들이 쏟아져 내린다.

 

 

"야.. 왜이렇게 조용... 어? 야 너 왜 혼자야?"

한참을 울고 있는데 봉구선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 이 선배는 왜 맨날 나 울때만 이렇게 나타나는거야..

허둥지둥 눈물을 닦는다.

"아.. 애들.. 갔어요. 근데 그거 뭐에요?"

도시락?

"어.. 니들 밥도 못먹고 편집할까봐.. 도시락좀 사왔는데.. 뭐야.. 아.. 진짜.. 괜히 다 사왔잖아.."

................

왜 생전 안하던짓까지 하고..

"연락이나 하고 사오든가요.. 아까워서 어떡해요.."

"그러게 말이다. 근데 니들 벌써 편집 다했냐?"

...............

말할 힘도없다..

"짜식들 제법이네..  근데 너 아까부터 왜우냐?"

"누가 울었다고 그래요.."

"지금 울고 있구만뭘.."

.............

아.. 진짜 왜자꾸 눈물이 떨어지는거야.. 짜증나게..

"실은.. 캠코더 저거 고장나서 편집 못해요.. 애들도 화나서 그냥 다 갔구요.."

"뭐? 캠코더가 왜?"

에휴..

몰라요..

선배라도 혹시 알면 좀 고쳐봐요..

기대는 안하지만..

"몰라요.. 테잎 안빠져요.."

캠코더를 집어드는 선배..

"그래? 이게 좀 오래되서.. 종종 문제가 있긴 했는데.. 좀 바꾸라고 해도 말 진짜 안듣네 짜식들..."

...................

"야 펜좀 줘봐.."

펜을 건네받더니 캠코더 안쪽부분을 휘적인다...

찰카닥..

"오케이. ."

헉...

나왔다..

뭐야..

그렇게 안나오더니..

어떻게 고친거야?

"아.. 나왔다.. 진짜.. 나왔네.. 아.. 정말.."

"어? 뭐가?"

"아... 아니에요.. 근데 어떻게 한거에요?"

"아.. 이거 가끔 안쪽 연결부분이 걸려서.. 근데 이거 누가 떨어뜨렸냐? 아깐 멀쩡했는데.. "

...............

죄송해요.. 제가 그랬어요..

아.. 그나저나 너무 좋은 나머지

나도 모르게 선배를 껴안아버릴뻔했다.

고마워요 선배..

정말 너무 고마워요..

내일 제가 맛있는거 쏠께요..

진짜 눈물나게 고마워요..

"고마워요 선배.. 진짜.. 아우.. 진짜 너무 고마워요..."

"아.. 그래? 뭐 별거라고.... "

머리를 긁적이는 선배..

아... 그냥 한번 확 안아줘?

너무 좋으니까.. 눈에 뵈는것도 없넹..

 

 

"근데 이것들은 다 어쩌냐?"

"뭘 어째요.. 다 드셔야지.."

편집에 대한 걱정을 하는 나와는 달리..

선배는.. 잔뜩 사온 도시락 걱정만 하고 있었다..

...............

그러게 누가 그렇게 말도 없이 많이 사오래?

맨날 말하지만..

그돈 모아서 저 스테이크나 좀 사달라구요.. 제발.. 플리즈..

...............

뭐.. 오늘은 고마운것도 있으니.. 용서해줘야지..

아..

그나저나.. 애들을 불러야되나 말아야되나..

..............

남자애들은 그냥 안부르기로 했다.

괜히 와봐야.. 얼굴만 서로 붉힐거 같았다.

갠적으로.. 날 버리고 그냥 가버린.. 민성이랑 민규는..

절대 보고싶지 않았다.

* 테잎 빼놨어.. 아직 멀리 안갔으면 빨리와.. *

그래.. 우리 여자들끼리 열심히 해놓자..

그래서 내일 남자애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자구..

* 어머.. 어쩌니.. 나랑 태희 지금 스쿨버스 타고 집에가는중인데.. *

...................

 

 

그냥 혼자하기로 했다.

뭐 어짜피 혼자하나 셋이하나.. 다를건 없었다.

다만..

편집하는법을.. 배웠던게.. 좀 가물가물해서..

중간중간 모르면 어쩌나.. 그게 걱정일뿐이었다.

..............

혹시 선배는 좀 알려나?

"선배님.. 편집좀 할줄 알아요?"

"어?"

................

입에 한가득 밥을 넣고 있는 선배..

"편집좀 할줄 아냐구요.."

"어.. 근데 왜?"

다행이군..

"아.. 그래요? 그럼 하다가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볼테니까 좀 알려줘요.."

"어.. 그래 알았다.."

오케이.. 시작해보자..

테잎을 넣고.. 본격적인 편집에 들어간다.

..................

처음부터 막힌다.

"선배님.. 이거 어떻게 시작하는거에요?"

"너 할줄 알긴 아는거냐?"

................

 

당연하죠. 처음만 기억이 안나는거에요..

"거기 둥근거 있지? 그거 오른쪽으로 돌려봐.."

아.. 맞다..

"아.. 고마워요.. 이제 알아서 할테니까 먹던거 마저 드세요.. 그나저나 그거 언제 다드실꺼에요? 아직도 6개나 남으셨네.."

"야.. 너도 좀 먹으라니까.."

"아.. 전 바뻐서 먹을시간 안나요. 끝나고 먹든지 할테니까 남겨놔요.."

"식으면 맛없다니까 그러네.."

..............

맛없어도 먹어줄테니까 걱정마세요..

"선배님.. 이거 돌린다음 어찌하는거에요?"

...............

대체 왜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거야..

"뭐야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알아요.. 잠깐 생각이 안나서 그렇지.."

"자 봐.. 요거 돌리고.. 스톱.. 그다음 이거 누르고.. 오케이?"

"아.. 맞다.. 기억 났어요.. 이제 됐으니까.. 알아서 할께요.."

"진짜 된거야?"

"네.. 빨리 가서 드시던거나 드시라니까요.."

맞아.. 왜 이게 기억이 안났을까..

오케이.. 이제 본격적으로..

...............

"선배님.. 장면을 짜르긴 했는데.. 붙이는건 어떡하는거였죠?"

........................

 

 

결국 선배에게 기본작동법을  듣고나서야..

재대로된 작업을 진행할수 있었다.

요령이 생기니.. 작업속도도 제법 빨라졌다.

아.. 잘하면 여유있게 끝낼지도 모르겠네..

앗.. 내가 나오는 씬이네..

화면에서 내모습을 보니.. 웬지 민망하다.

근데..

이거.. 장면이..

뭐야..

내가 나오는 씬들만 너무 튀잖아..

"선배님.. 이거 뭐에요?"

누워서 영화를 보고있던 선배가.. 귀찮다는듯.. 뒤돌아본다.

"뭐가?"

"이거요.. 왜 제장면만 이렇게 페이드 오프 시키냐구요~"

"페이드 오프? 아.. 페이드 아웃?  그게 왜?"

.............

페이드 아웃이었나?

뭐 암튼..

"아.. 너무 튀잖아요.. 그리고 왜 민성이랑 투샷 잡아야 되는데.. 저만 클로즈업 한거에요?"

"아.. 그런거였어? 몰라.. 그냥 찍다 보니까 그렇게 됬네.. 대충찍으면 돼지 뭘그리 따지냐.."

그리고선 다시 등을 돌려 영화를 보는 선배..

................

으이그.. 저 선배가 카메라 잡을때부터 찜찜하다니..

 

 

드디어 끝냈다..

시간을 보니. 9시 ..

재영선배가 올 시간보다 1시간이나 빨리 끝낸것이다..

"다했냐?"

옆에서 영화만 보던 선배가 묻는다.

"네.. 한번 보실래요?"

괜시리 자랑하고 싶어졌다.

"뭐 잘했겠지.. 그나저나 너 이거 빨리 먹어.."

...............

뭐야.. 후배가 힘들게 작업했으면..

그래.. 어디 볼까? 하면서 봐주면.. 좀 좋아?

그놈의 도시락에 한이 맺혔구만.. 으이그..

"아.. 알았어요. 그놈의 도시락..도시락.."

선배가 준 도시락을 연다..

"어디 좀 볼까나.."

그러더니 재생버튼을 누르는 선배..

치.. 볼꺼면서 팅기긴..

훗.. 놀라지나 마세요..

 

 

"어때요?"

"오.. 괜찮네.. 재대로야.."

"진짜요?"

웬일이야.. 이 선배가 칭찬을 다해주고..

나도 모르게 우쭐해진다.

"뭐.. 이정도면.. 1등은 문제 없겠어.."

"진짜요? 그렇게 잘한거에요?"

"응.. 이거봐.. 캬.. 진짜 잘찍지 않았냐? 나 그냥 카메라 감독할까?"

.................

 

 

그나저나 도시락을 먹어서 그런가 슬슬 잠이온다.

긴장이 풀려서인가.. 피곤함이 몰려든다.

재영선배 올려면.. 40분은 남았으니..

잠깐 자둬야겠다.

"선배님.. 저 30분만 잘테니까 좀 깨워줘요.."

"어.. 그래.. 피곤해보이네.."

바닥에 배게하나를 놓고.. 바로 잠들어 버린다.

 

 


"야.. 가자.."

"어? 선배 지금 몇시에요?"

"어.. 10시 반.."

"에? 아.. 지금 깨우면 어떡해요.."

"아.. 재영이가 테잎 가져갔어.. 너 피곤해보인다고 그냥 자게 냅두라더라.."

"그..그래요?"

..............

뭐.. 그럼 다행이고..

 

 

다음날.. 동아리 사람들이 시청각실에 모였다.

세 팀들이 만든 작품들을 감상하고.. 1등을 가리는 자리였다.

오랫만에 평소엔 못보던 여러 선배님들도 방문해주셨다.

불이 꺼지고..

각팀들이 만든 영화들이 차례로 상연되었다.

훗.. 뭐야.. 우리들이 한게 젤 낫네..

어휴.. 저 어설픈 편집하고는..쯔쯧..

드디어 우리 작품 차례가 왔다.

멋진 캠퍼스가 먼저 잡히고 윤아와 민성이의 걸어가는 씬을 시작으로

서서히.. 내가 나오는 씬을 향해 진행해 가고 있었다.

드디어 나의 장면..

잔잔한 음악이 깔린다..

잉?

웬 음악?

다들 웅성거린다..

나 음악 깐적 없는데?

아니 깔줄도 모르는데?

그러더니.. 내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순간엔 화면의 색이 서서히 하얘지다가 회색톤로 바껴버리곤.. 페이드 아웃된다.

헉...

뭐야 저거..

"오~~~~~~"

여기저기 탄성이 나온다..

잉?

저거 혹시.. 봉구선배가 저래논거야?

"지연아.. 저거 니가한거냐?"

옆에 앉아있던 환수선배가 묻는다.

"아.. 아뇨..누가 저랬지?"

"그러게.. 제법이네.."

"잘한건가요?"

"애들 놀래는거 보면 모르냐? 니들이 한건 아닐테고.. 봉구가 했나?"

"아무래도 그런거 같은데.."

"하하.. 역시.. 저놈일거 같드라니.."

"네?"

"원래 저놈이 1학년때 영화찍는걸 하도 좋아해서.. 실력이 제법 있긴 있었어.... 아직 녹슬진 않았구만.."

....................

"근데.. 왜 하필 니장면만 저래놨데냐?"

"그러게요.."

"하하하.. 짜슥.."

..................

마지막 장면이 나오고...

난 불을 켜고자 어둠을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오~~~~"

뭐야 또..

뒤를 돌아 화면을 본다.

헉..

저건 또 뭐야 대체..

아.. 봉구선배..

도대체 뭘 해논거에요..

"지연아.. 어머 너 짱이다... 근데 마지막에 뭐니..홍홍.. 웃길라고 그런거야?"

"오.. 지연이 다시봤어.. 대단해.. 하하"

"기집애.. 누가보면 니가 주연인줄 알겠다 얘.."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건네는 사람들..

아 쪽팔려 진짜..

 


화면엔..

언제 찍혔는지도 모를

나와 윤아..태희가 밝게 웃으며 수다떠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고..

그 모습 위로.. 천천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주연 : 이지연.김민성

조연 : 장윤아

감독 : 이재영

촬영 : 이재영

조명 : 조영철

마이크 : 강민규

편집 : 이지연

 


윤아얼굴 어떻게봐... 힝..

 

 

 

 

◐ 봉구의 일기 ◑

 

심심하다..

지연이는.. 영화 다 찍었나?

밥먹을 시간됐는데.. 왜 연락이 없는거야..

문자를 보낸다.

* 어디냐? *

* 동아리방요 *

* 밥 안먹냐? *

* 저 오늘 밥 못먹어요. 지금 좀 바빠요 *

* 왜? *

* 애들이랑 영화 마무리 져야되요. 지금 머리아프니까 나중에 연락해요 *

편집하나 보군.. 이거 오늘 웬지 혼자먹여야 될거 같다.

* 그래 알았다 *

공주식당으로 향한다.

 

 

"어이 봉구.. 어디가냐?"

정우녀석이 부른다.

"어.. 밥먹으러.. 넌 어디가?"

"아.. 애들  밤늦게까지 촬영한다길래.. 도시락이나 사다줄려고.."

"그래? 아.. 알았다.. 나중에 보자.."

...............

뭐야..

저놈.. 언제부터 저렇게 선배티를 내고 다닌거야?

..............

"야.. 같이가자.."

"왜?"

"어.. 나도 애들 도시락좀 사다주게.."

"오.. 웬일이냐 니가?"

"웬일은 무슨.. 나도 쏠땐 쏜다 이놈아.."

"하하.. 그래 가자.."

지연이가 밥도 못먹고 편집을 한다는데..

나혼자 밥이 넘어갈리가 없지..

 

 

지연이껀.. 특별히.. 비싼걸로 샀다.

사실.. 애들이나 지연이가 오해할까봐..

다 똑같은걸로 통일할까 하다가.

그냥.. 내가 먹을려고 샀다고 해놓고..

맘 바껴서 지연이랑 할수없이 바꾸는척 하면 된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것이다.

역시.. 내 머리.. 아직 녹슬지 않았어.. 후훗..

모처럼.. 지연이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재대로 선배다운 모습을 보일 기회이기에..

더더욱 신나는 발걸음으로 동아리 방을 향하고 있었다.

 

 

...............

"야.. 왜이렇게 조용... 어? 야 너 왜 혼자야?"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지연이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다.

설마 이것들 벌써 밥먹으러 간거야?

아 썅..

근데 지연이는 왜 안가고 혼자있어?

잉?

뭐야.. 얘..

우는거야 지금?

허둥지둥 눈물을 닦는 그녀..

"아.. 애들.. 갔어요. 근데 그거 뭐에요?"

"어.. 니들 밥도 못먹고 편집할까봐.. 도시락좀 사왔는데.. 뭐야.. 아.. 진짜.. 괜히 다 사왔잖아.."

"연락이나 하고 사오든가요.. 아까워서 어떡해요.."

..............

그러게..

연락이나 해볼껄..

"그러게 말이다. 근데 너 아까부터 왜우냐?"

영화를 너무 슬프게 찍었나?

"누가 울었다고 그래요.."

"지금 울고 있구만뭘.."

혹시 아무도 없는거하고.. 지연이 우는거하고 무슨 관계라도 있는건가?

"실은.. 캠코더 저거 고장나서 편집 못해요.. 애들도 화나서 그냥 다 갔구요.."

...............

그래서.. 혼자.. 답답해서 울고 있었나보네..

불쌍한것..

"캠코더가 왜?"

"몰라요.. 테잎 안빠져요.."

"그래? 이게 좀 오래되서.. 종종 문제가 있긴 했는데.. 좀 바꾸라고 해도 말 진짜 안듣네 짜식들..."

...................

그나저나

테잎 안빠지는거면 웬지.. 그 문제겠구만..

오래된 캠코더라.. 충격만 좀 가해지면.. 테잎 열리는 부분의 연결부에 문제가 생기곤 했던터였다.

캠을 들고 안쪽을 확인해보니.. 역시나였다.

"야 펜좀 줘봐.."

매번 그랬던것처럼.. 펜으로 슬쩍 건드려주니.. 작동이 된다.

"오케이. ."

"아.. 나왔다.. 진짜.. 나왔네.. 아.. 정말.."

"어? 뭐가?"

표정이 급 환해지는 그녀..

뭐야.. 그렇게 좋은거야?

"아... 아니에요.. 근데 어떻게 한거에요?"

평소답지 않게 바짝 달라붙는 그녀..

어이.. 위험해..

"아.. 이거 가끔 안쪽 연결부분이 걸려서.. 근데 이거 누가 떨어뜨렸냐? 아깐 멀쩡했는데.. "

이거 애들한테.. 조심해서 들고다니라고 공지라도 띄워야겠군..

"고마워요 선배.. 진짜.. 아우.. 진짜 너무 고마워요..."

그나저나.. 얘 너무 좋아하네..

흥분에 못이겨 껴안기라도 할거 같은 반응이다..

뭐야..

별것도 아닌거에 이렇게 난리를치고....

캠코더 분해조립이라도 보여주면..아예 기절하겠네..

 

 

상태가 좀 진정되자..

방안에 떵그러니 놓여있는.. 도시락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 저게 얼마친데..

젠장할..

나하나.. 지연이 하나 먹는데도.. 6개나 남는데..

나 3개까진 먹는다치고.. 지연이 2개 먹으라고 해도.. 그래도 3개나 남네 젠장..

슬쩍 지연이에게 묻는다

"근데 이것들은 다 어쩌냐?"

"뭘 어째요.. 다 드셔야지.."

..................

이거 환불 안되나 혹시?

 

 


난 도시락을 먹고..

그녀는 편집을 하려고 준비중이다.

사실 내가 도와주고 싶긴한데..

이번 영화제작은 선배들이 절대.. 도와주지 말라는 특명이 내려져 있었다.

"선배님.. 편집좀 할줄 알아요?"

"어.. 근데 왜?"

설마 편집해달라는건 아니겠지?

미안쿠나..

맘은 굴뚝같다만.. 도와줄수가 없단다..

"아.. 그래요? 그럼 하다가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볼테니까 좀 알려줘요.."

오.. 다행이네..

고민할뻔 했잖니....

그나저나.. 얘도.. 은근 자기일은 철저하단 말야..

맘에 들어..

"어.. 그래 알았다.."

내가 없어도 알아서 잘할거 같았기에..

먹던 도시락을 집어든다.

"선배님.. 이거 어떻게 시작하는거에요?"

..................

뭐야.. 시작부터..

"너 할줄 알긴 아는거냐? 거기 둥근거 있지? 그거 오른쪽으로 돌려봐.."

"아.. 고마워요.. 이제 알아서 할테니까 먹던거 마저 드세요.. 그나저나 그거 언제 다드실꺼에요? 아직도 6개나 남으셨네.."

.................

"야.. 너도 좀 먹으라니까.."

배 안고픈가?

밥먹고 해도 충분하겠구만..

"아.. 전 바뻐서 먹을시간 안나요. 끝나고 먹든지 할테니까 남겨놔요.."

걍 내가 도와주고.. 얘는 밥 먹으라고 할까?

"식으면 맛없다니까 그러네.."

쳐다도 안보는 그녀..

................

별 생각이 없나보군..

뭐.. 알아서 먹겠지..

다시 도시락을 집어든다..

"선배님.. 이거 돌린다음 어찌하는거에요?"

...............

우이씨.. 진짜로 할줄 알긴 아는거야?

"뭐야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알아요.. 잠깐 생각이 안나서 그렇지.."

"자 봐.. 요거 돌리고.. 스톱.. 그다음 이거 누르고.. 오케이?"

"아.. 맞다.. 기억 났어요.. 이제 됐으니까.. 알아서 할께요.."

"진짜 된거야?"

웬지 영 찝찝한데?

그냥.. 모르면 솔직하게 얘기해.. 첨부터 갈쳐줄테니까..

"네.. 빨리 가서 드시던거나 드시라니까요.."

그녀의 성화에 못이겨 다시금 자리로 돌아와 도시락을 들었다..

"선배님.. 장면을 짜르긴 했는데.. 붙이는건 어떡하는거였죠?"

에이 진짜..

결국 그녀를 앉혀놓고 첨부터 다 가르쳐 줘야했다..

 

 

"선배님.. 이거 뭐에요?"

영화를 보는데 그녀가 부른다.

"뭐가?"

보아하니.. 내가 찍은 장면이었다.

"이거요.. 왜 제장면만 이렇게 페이드 오프 시키냐구요~"

페이드 오프?

"페이드 오프? 아.. 페이드 아웃?  그게 왜?"

원래 다 그렇게 하는건데..

뭐야.. 그럼 딴장면은 다 그냥 넘어갔단거야?

"아.. 너무 튀잖아요.. 그리고 왜 민성이랑 투샷 잡아야 되는데.. 저만 클로즈업 한거에요?"

그건.. 흠..

선배가 사심을 좀 담았단다..

미안해.. 후훗..

"아.. 그런거였어? 몰라.. 그냥 찍다 보니까 그렇게 됬네.. 대충찍으면 돼지 뭘그리 따지냐.."

그리고선 괜히 더 따지고 들까봐 그냥 돌아서 영화를 보고만다..

 

 

"다했냐?"

뒤를 힐끗 돌아보니 그녀가 기지개를 펴길래.. 물었다.

"네.. 한번 보실래요?"

어디 실력좀 볼까나..

"뭐 잘했겠지.. 그나저나 너 이거 빨리 먹어.."

일단은 도시락이나 좀 먹어줘라.. 응?

젤 비싼걸 끄집어내 그녀에게 건낸다.

"아.. 알았어요. 그놈의 도시락..도시락.."

"어디 좀 볼까나.."

그리곤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뭐.. 그럭저럭 괜찮군..

손좀 봐줄까 했는데.. 딱히 안건드려도 될만한 수준이었다.

근데.. 아무리 봐도..  내가 찍은 장면은 참 예술이란 말이지..

캬.. 지연이 저 표정봐라.. 여신이 따로 없구만...

..............

그나저나 이해할수가 없네..

지연이가 주연을 해야지..

어쩌자고 윤아가 주연을 한거야 대체..

 

 

"선배님.. 저 30분만 잘테니까 좀 깨워줘요.."

이그.. 하루종일 고생하더니 피곤한가보네..

그래 좀 자라..

"어.. 그래.. 피곤해보이네.."

눕자마자 잠들어 버린 그녀..

이쁘게도 자는군..

귀여운것..

잠든 지연이나 계속 쳐다보며

흐뭇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잠시 할일이 있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편집기 앞에 앉는다.

오랫만에.. 옛 실력이나 한번 발휘해 볼까나..

 

 

 

영화 상영이 끝나자 지연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선배님 뭐에요?"

"뭐가?"

"편집 그거 뭐냐구요.."

"그게 왜? 맘에 안드냐?"

"뭐.. 맘에 안드는건 아닌데.. 그래도 제 장면만 너무 튀잖아요.. 할거면 전체적으로 다하던가.."

"내가 찍지도 않은부분을 왜건드려.. 그건 재영이가 해야지.. 그리고 넌 화면빨이 별루라 효과좀 줘야겠더라고.."

"뭐에요?"

"하하.. 농담이야 농담.."

"그리고.. 엔딩크레딧 그건 왜 그렇게 해논거에요.. 망신스럽게.."

"뭐가?"

"몰라서 물어요? 왜 제가 주연이냐구요.."

"에이 딱봐도 니가 주연이던데뭘.."

"네?"

"아.. 아냐..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어? 방금 저보고 주연이라고 하신거 맞죠? 홍홍.. 선배님도 아시는구나.. 선배님이 봐도 제가 주연이긴 했죠?"

"주연은 무슨.."

"치.. 방금 주연이라고 해놓고선.."

"뭐 먹을래?"

"고기.."

"뭐래.."

"고기요.."

"니가 쏘냐?"

"몇일전에도 제가 쐈잖아요.."

"어젠 내가 도시락 쐈잖아.. 니차례네.."

"이씨.. 진짜로 나 스테이크 안사줄거에요?"

"어?"

"아.. 아녜요.. 그냥 공주식당이나 가요.."

"스테이크 먹고싶냐?"

"아뇨.. 뭐.."

"먹고싶나보네.. 가자 그럼.."

"진짜요?"

"어.. 가.."

"오.. 웬일이에요? 어? 선배님.. 근데 그쪽 아닌데.."

"중국집 할인기간 오늘까지다.. 빨랑와.."

"이씨.. 진짜.."

 

 

 

 

☆★☆★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3화 ☆★☆★

 


◐ 지연의 일기 ◑

 


"지연아.. 너 봉구선배랑 어떤관계야?"

뜬금없이 윤아가 묻는다.

"뭐긴..그냥.. 친한 선후배 관계지.."

"정말이야?"

얘가 오늘 왜이래..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어.. 근데 왜?"

"응.. 나.. 봉구선배랑 사귀기로 했거든"

"뭐?"

저..정말?

"그래 지연아.. 우리 사귀기로 했어.."

내뒤로 슬그머니 나타나서는 윤아의 손을 잡는 봉구선배..

"뭐..뭐에요?"

"이제.. 너랑 못놀아주니까.. 그렇게 알어"

"네?"

"그럼.. 안녕.."

둘이서 다정히 손을 잡고는 떠나버린다.

"아.. 안돼.. 가지마.."

.............

이거 꿈이겠지?

근데 왜이렇게 안깨지는거야?

아.. 깨고 싶은데..

뚜루루루루루루~~~♬

아.. 전화온다.

저거 받고 깨어나야지...

* 여보세요~ *

* 너.. 봉구선배 곁에 있으면.. 가만 안둘꺼야.. *

...................

이거 꿈 아닌가?

 

 

무슨놈의 꿈이 이렇게 찝찝한거야 대체..

아니 봉구선배가 누굴 사귀든말든

그게 내꿈에 왜 나타나냐구..

봉구선배 나온거 부터가 별로였어.. 흥..

그나저나.. 윤아는 뭐야..

왜 윤아가 봉구선배랑 엮이는 꿈을 꾼거야?

둘이 뭐.. 있나?

 

 


* 나 오늘 노가다 뛴다. 아침 못먹음 *

봉구선배다.

돈이 다 떨어진 모양이군..

에휴..

그러길래 좀 아껴쓰지..

꼭 보면 쓸데없는데다가 돈 펑펑 쓰고..

정작 중요한데는 안쓴단 말야..

뭐 아무튼..

선배도 없는데..

귀찮게 나갈 필요는 없겠네.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다시 잠을 청한다.

 

 


오늘도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책을 펼친다.

시험이 끝나서인지.. 활기찬 캠퍼스..

나 역시도 들떠버린다..

"저.. 저기요.."

헛.. 드..드디어?

"시간좀 있으세요?"

아.. 잔디밭에 앉아 책을 읽기시작한지 다섯번만에..

드디어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그래..

그동안 너무 조용했어.

아마 시험기간이라 그랬었나봐..

훗.. 이젠 바빠지겠네..

"네? 무..무슨일 이세요?"

"저.. 괜찮으시다면.. 잠깐 얘기좀 할수 있을까 해서요.."

"아..네.."

흠.. 뭐.. 나쁘진 않은 인상이라..

선뜻 응해준다.

"혹시.. 증산도 같은거 들어본적 있으세요?"

...........

"증산도요?"

"네.. 사람들은.. 태어날때부터.."

"저.. 저기요~"

"아..네.."

"저 독서하는거 안보여요?"

"네?"

"독서하는거 안보이냐구요.. 지금 좀 바쁜데.."

"그러지 마시고.. 잠깐만 들어보세요. 5분이면 되요"

"5분은 저한텐 목숨같은 시간이에요. 죄송해요."

"저기.. 그러지 마시구요.. 한번만 들어.."

"아.. 진짜.. 시간 없다구욧!!!"

소리를 질러버린다..

몇번 겪어보면서 터득한건데..

그냥 성질 내버리면.. 얌전히 가는 사람들이었다.

괜히 정중히 거절하면 끝까지 달라붙어서 안놔준다는걸..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럼.."

................

그냥.. 남자가 말걸어주는건 포기해야겠다.

 

 


"지연아.."

윤아가 다가온다.

"어.. 안녕.."

...............

그나저나 꿈에서 본 윤아가 떠올라서 그런지..

뭔가.. 묘한 느낌이 들어온다.

"오늘도 꿋꿋히 책을 보고 있구나.. 남자들은 말좀 걸어와?"

..............

얘는 내가 무슨 남자꼬실려고 책보는줄 아나보네..

............

뭐.. 조금 기대한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게 목적은 아니란말야..

"치.. 그런거 아니라니까.. 그나저나 어디가는 길이야?"

"어.. 그냥.. 갈데도 없고해서.. 매점에나 갈까하는데.. 너 있길래 온거야"

"선주랑 경은이는 어디 갔어?"

"응.. 조별과제 해야된다고 견학갔어.. 애들 없으니까 심심해 죽겠네.."

"아.. 그렇구나.. 너도 심심하면.. 나처럼 독서나 해봐.. 이거 은근히 재밌어.."

"에이.. 싫어.. 할일없어 보여.."

..............

뭐야..

나 지금 할일없어 보인단 거였어?

"그나저나 봉구선배는 수업이야?"

"아니.. 오늘 노가다 뛴대.."

언제부터인진 모르겠는데..

봉구선배에 대한 질문을 받는게 익숙해져가고 있던 요즘이였다.

"그래? 그럼 너 오늘 밥먹을 사람 없겠네?"

"어.. 뭐.. 그렇네.."

"잘됐다.. 우리 같이 밥먹자. 나 안그래도 누구랑 밥먹어야될지 고민했거등.."

"아.. 그럴까? 잘됐다.."

"지금 가자.. 나 배고파.."

"그래"

"뭐먹을까?"

"공주식당 가자.."

"뭐? 에이.. 거기 싫은데.. 우리 런치하우스로 가자.."

..............

"그래 그럼.."

 

 

"지연아.. 너 봉구선배 과거 얘기 알어?"

"응?"

뭐야.. 지금 윤경언니 얘기할려고 그런거야?

"그 있잖아.. 봉구선배 여자친구 였다는 사람.. 너 들어본적 있어?"

"아.. 아니"

"모르는구나.. 봉구선배.. 군대가기전에 우리 동아리 선배중 한명이랑 사겼었데.."

"진짜?"

모르는척한다.

"응..  00학번 김윤경 선배였는데.. 교통사고로 죽었데.."

...............

"정말? 어머 웬일이니.. 무슨 드라마같다 얘..."

태연한척 거짓말을 이어간다...

"근데 나.. 어제 그 언니 봤다..."

뭔소리야?

"뭐? 진짜?"

"응.. 어제 장철선배 집에서.. 예전에 엠티때 찍은 영상 봤는데.. 거기 나오더라구..

 보니까.. 너무 이쁜거있지?..  봉구선배 능력도 대단해.. 어떡해 꼬셨데?"

...................

그러게..

나도 늘 미스테리야..

그나저나.. 윤경언니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있긴 있었구나..

보고 싶네..

"장철선배가 그러는데.. 그 언니.. 공부도 진짜 잘하고.. 착하고 그래서.. 동아리 남자들이 다 난리였데.."

응..

그럴꺼야.

이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너무 멋진 언니였지..

천하의 이지연이도..

부러워한 언니였으니까..

"갑자기.. 봉구선배가 대단해 보이는거 있지.."

.................

뭐야.. 이 애매모한 말은..

"그래? 뭐.. 봉구선배도.. 재밌긴하지.."

"그래서 말인데..."

"어.."

밥을 한가득 입에 넣으며 대꾸해준다.

"나 봉구선배 꼬셔볼까봐.."

"켁.. 컼.. 에취.캌.. 에취..."

"어머.. 괜찮니?"

아.. 갑자기 그런말 하면..

놀래잖아..

"어.. 어.. 괜찮아.. 근데 뭔소리야? 봉구선배를 어쩐다고?"

"꼬셔본다고.."

"진심이야?"

"응.. 첨엔 별루였는데.. 보면 볼수록 뭔가 매력이 있는거 같어. 공부도 잘하고.. 순진해 보이기도 하고.."

..............

순진하진 않은데..

에로비디오나 보는 사람이라고 얘길 해줘야되나?

"그래? 하항.. 니가 그런 생각하고 있는줄 몰랐네.. 뭐.. 암튼 잘해봐.. 응원해줄께.."

"진짜?"

..............

빼꼼히..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묻는 윤아..

뭐하는거야~

"어.. 왜?"

"너.. 진짜 봉구선배랑 아무관계 아닌거지?"

"아니라니까.."

"오케이.. 알았어.. 그럼 한번 해봐야지.."

.............

엄청 적극적이네..

그나저나 윤아 얘는.. 제법 귀엽게 생겨가지고.. 인기도 많을거 같은데

어쩌자고 봉구선배한테 꽃힌거야?

아니 남자가 그렇게 없어?

하고많은 고령대 킹카.훈남들 다놔두고.. 왜 하필..

에휴.. 불쌍한것..

..............

"뭐해 근데?"

갑자기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윤아에게 묻는다.

"응... 봉구선배한테 저녁에 술한잔 사달라고 문자 보냈어.."

.................

 

 


오후 수업을 듣고..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봉구선배는 일 끝났나?

밥 먹어야 되는데..

문자를 보낸다.

* 어디에요? *

* 집 *

* 밥먹으러 안와요? *

* 힘들어서 못가겠다. 그냥 혼자 먹어라.. *

...............

뭐야..

노가다 한번 하고선 뻗은거야?

* 혼자먹기 싫은데.. 웬만하면 나오시죠? *

* 못가겠어.. 일어날 힘도없다. 허리 끊어지기 직전 *

................

* 알았어요. 쉬세요 *

에휴.. 혼자 먹어야겠군.

공주식당으로 향한다.

 

 

한참 밥먹고 있는데.. 선배에게 문자가 온다.

* 야.. 오늘 윤아가 술마시자는데.. 너도 같이 마실래? *

...............

아니 허리가 끊어질거 같아서 일어날 힘도 없단 사람이..

술마시러는 가겠다는거야 지금?

치사하게..

* 아뇨.. 저 바뻐요.. *

* 왜? 웬만하면 그냥 같이 마시지 *

에휴.. 바보..

상황도 모르고..

* 레포트 써야돼요. 그냥 둘이 마셔요 *

* 그래? 뭐 그럼 할수없구 *

아주 그냥 복이 터지셨네..

어쩜.. 여자가 끊이질 않어.. 이선배는..

생긴건 안그래가지구...

 

 

"오.. 지연이 왔구나.."

할일도 없고해서.. 동아리방에 왔다.

"뭐하세요?"

경수선배와 운석선배가 몇일전에 찍었던 단편영화들을 보고 있었다.

"아.. 지난번에 니들이 찍은거 보고 있다.. 하하.. 그땐 몰랐는데.. 이거 은근 재밌네.."

"아.. 저도 같이봐요.. 그때 정신없어서 대충봤는데... 잘됐다."

선배들이 사다논 과자들을 먹으며.. 감상에 빠진다.

"캬.. 지연이 너 진짜.. 잘나왔다.. 와.. 진짜.. 이건 무슨 예술영화가 따로없네.."

.............

"그러게.. 하하... 야 이지연.. 이거 니가 편집한거 아니지?"

"네?"

............

뭐야.. 지금 나 무시하는거야?

뭐.. 봉구선배가 한거긴 하지만..

"누가 한거냐? 솔직히 불어.. 이건 아무리봐도 환수형 아니면 봉구가 한거같은데.."

................

"봉구지?"

운석선배가 묻는다.

...............

"네.. 뭐.. 근데 거기만 한거에요. 나머진 제가 했어요 뭐.."

"아... 역시..하하하.. 봉구 이자식.. 선배들이 도와주면 안된다고 그렇게 말을 해놨건만.."

...............

"근데.. 저건 누가 찍은거냐?"

"뭐요?"

"너 저렇게 웃고있는거.. 잘 포착해서 찍었네.."

화면속엔.. 윤아와 태희앞에서 활짝 웃고있는 나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나오고 있었다.

 

 


"봉구는 어디갔냐?"

경수선배가 묻는다.

"몰라요.."

술마시겠죠.. 윤아랑..

"그래? 둘이 싸웠냐?"

이씨..

"아뇨.. 왜요?"

"아니.. 뭐 니가 봉구 어딨는지를 모른다니까 이상해서.."

..............

"모를수도 있죠. 그렇게까지 알아야할 관계도 아닌데요 뭘.."

"하하.. 그러냐? 미안미안.. 근데.. 넌 봉구 어디가 그렇게 좋은건데?"

"선배님!!!!!"

 

 

선배들도 집에갔다.

떵그러니 동방에 앉아있게 되었다.

아... 뭐 할거없나..

방을 한번 훑어본다.

앨범..

동아리 앨범이 눈에 띈다.

그래 심심한데 저거나 봐야겠다.

세권이나 되는 앨범을 꺼내..

방바닥에 눕고 감상을 해본다.

 

 

.................

윤경언니 사진은 어째 하나도 없는거야..

안찍은거야.. 아니면 있었는데 다 없앤거야..

봉구선배 사진은 이렇게 잔뜩 있구만..

.................

그나저나 군대 가기전엔 머리가 길었었군..

안어울려..

선밴 그냥 짧은 머리가 낫네..

스타일은.. 1학년때가 괜찮은거 같고..

음.. 저 1학년때 스타일을 하라고 조언좀 해줘야겠다..

호홍.. 이건 뭐야..

제법 폼좀 나네..

누가 보면 진짜 영화감독이라도 되는줄 알겠어..

사진속.. 파이프 담배를 물고 영화감독같은 포즈를 취한 봉구선배의 모습을 보곤

피식 웃어버린다.

 

 

.................

집에 가고 싶은데..

고민에 휩싸인다.

봉구선배에게 연락을 해야되는거야 말아야되는거야..

아.. 봉구선배가 윤아랑 사귀게되면..

이런 문제가 생기는거였네..

밥이야 공주식당을 가든 새친구를 사귀는 해결하면  되는거지만..

집까지 혼자가는건.. 이건.. 아.. 정말 끔찍한데..

.................

그나저나 봉구선배는..

아무리 윤아랑 노느라 정신없어도 그렇지..

매일처럼 바래다주는 나의 존재따윈 이제 안중에도 없다는거야?

난 이제 내 일상의 한 부분처럼 되버려서..

이렇게 시간만되면 반사적으로 의식이 되는데말야..

너무해 진짜..

오늘 못바래다줘서 미안해..

이런 문자한통 정도 보내주면..

손가락이 뿌러지냐고..

흥!!!!

 

 

그래.. 가자..

골목길부턴 뛰어가면되지 뭐..

슬슬.. 가방을 챙겨 동아리방을 나선다.

..............

비가 쏟아지고 있다.

아... 짜증나..

우산 안가져왔는데..

동아리방에 혹시 우산 없나?

후다닥 동아리방으로 돌아가서 우산을 찾아보지만..

역시나 없었다.

에휴..

비그칠때까진 버텨야겠네..

아.. 서글퍼 진짜..

 

 


영화를 보며

비가 그치길 기다리지만 어째 이놈의 비는 그칠 생각을 안한다.

이거.. 이러다 동아리방에서 밤새는거 아냐?

그냥 뛰어갈까?

아.. 집까지 그 먼거리를 언제뛰어가 흑..

선배한테 연락해볼까?

................

지금쯤 입이 헤~ 벌어져 있을을텐데..

절대 싫어..

커피나 한잔 마시면서.. 고민해보자..라는 생각에..

1층 커피자판기로 터벅터벅 걸어 내려간다.

 

 


"선.. 선배님.."

커피를 뽑아 방으로 돌아오자.. 봉..봉구선배가 와있다..

뭐야? 설마 나 데려다줄려고 온거야?

아닌데.. 나 여깄다고 말한적 없었는데..

어떻게 알고 온거지?

"어.. "

"여기서 뭐하세요? 왜왔어요?"

"뭐긴..  너 데려다 주러왔지.."

"진짜요? 나 여깄는거 어떻게 알구요?"

"뭐.. 그냥.. 여기 있을거 같더라고.."

"진짜요? 오~~ "

"암튼 빨리 가자.."

"오케이.. 가요 빨리.. 안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그래? 진작 연락하지 그랬냐.. 그럼 빨리 왔잖아.."

"선배님 윤아랑 술마신다면서요.. 방해될까봐 그랬죠.."

"아.. 하긴.. 하하"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뭐래요 윤아가?"

.............

좀 집요하게 물어봤나?

이상하게 생각하겠네..

"아.. 뭐 그냥.. 그럭저럭 재밌었어.. 윤아.. 은근히 귀엽더라고.."

.................

그래서 사귄다는거야 안사귄다는거야..

"그래서요? 사귀재요?"

어머..

이런걸 물어보면 어떡해.. 바보..

"뭐? 아냐.. 그런 얘긴 안했고.. 그냥.. 이런저런 얘기만 했다니까.. 하하"

"아 그래요? 그럼 다행이구.."

.............

"뭐?"

"아.. 아녜요.."

뭐야.. 둘이 안사귄다는데..

내가 왜 다행이야?

괜히 맘에도 없는 소리가 툭툭 튀어나오고 있어..

칫...

 

 

 


◐ 봉구의 일기 ◑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3일은 노가다를 뛰기로 마음먹었다.

뜻하지않던 지출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일요일이 지연이 생일이어서.. 선물살 돈을 마련해야만 했던것이다.

뭘 사줘야 하나..

 

 

지연이에게 밥 같이 못먹는다는 문자를 보낸후.. 용역업체로 향했다..

오랫만에 하는거라.. 걱정이 좀 되긴했지만..

까짓꺼.. 군대에서도 돈한푼 안받고 노가다를 했었는데..

이정도 못할까.. 라며.. 스스로 마음을 다져먹었다.

 

 

................

아.. 오늘 잘못걸렸다.

하필 제일 힘들다는 벽돌 나르는 일이다.

이건.. 노가다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일이라는데..

...............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녹초가 되버렸다.

 

 

* 봉구선배님.. 오늘 밤에 바쁘세요? *

오잉?

밥을 먹고 있는데 윤아에게 문자가 날라온다.

* 아니 뭐 딱히..  그런데 왜?"

*  바쁜일 없으시면 저랑 술한잔 하실래요? 선주랑 경은이 없어서 심심하네요 *

* 그래? 뭐 그러자.. 하하 *

심심하긴 심심한 모양이군.

지연이도 불러서 모처럼 즐거운 술자리나 가져봐야겠단 생각에.. 흔쾌히 승낙해준다.

 

 


끔찍한 오후..

한시간이 1년같던.. 시간도..

결국은 끝나고 말았다.

아.. 나 내일은 못나오겠네.

돈을 받아들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자마자.. 침대로 쓰러져버린다.

도저히..

움직일 힘이 안난다.

아.. 지연이랑 밥먹으러 가야되는데..

오늘은 안되겠다.. 하아..

* 어디에요? *

때마침 그녀에게 문자가 온다.

* 집 *

* 밥먹으러 안와요? *

* 힘들어서 못가겠다. 그냥 혼자 먹어라.. *

* 혼자먹기 싫은데.. 웬만하면 나오시죠? *

...................

나도 그러고 싶단다..

근데 지금 선배는 너무 힘들어서 파스붙여놓고 찜질중이란다.

오늘 하루만.. 힘들겠지만.. 혼자 먹도록 하렴..

* 못가겠어.. 일어날 힘도없다. 허리 끊어지기 직전 *

* 알았어요. 쉬세요 *

미안해.. 선배가.. 내일 맛있는거 잔뜩 사주마....

 

 


...................

그냥 밥먹으러 나갈껄 그랬나..

샤워좀 하고.. 찜질좀 하고나니.. 몸이 제법 가뿐해졌다.

뭐.. 지금쯤이면 밥 다먹었겠네..

그나저나.. 윤아가 술마시자고 했는데..

그거나 같이 먹자고 얘기해 봐야겠다.

* 야.. 오늘 윤아가 술마시자는데.. 너도 같이 마실래? *

* 아뇨.. 저 바뻐요.. *

.....................

* 왜? 웬만하면 그냥 같이 마시지 *

* 레포트 써야돼요. 그냥 둘이 마셔요 *

둘이 뭔재미로 마셔..

뭐.. 나쁘진 않다만..

그래도 너랑 마시는게 더 좋은데..

좀 아쉽다.

약속을 해논거라..

그냥 대충 놀다가 끝내고 와서 지연이랑 놀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 그래? 뭐 그럼 할수없구 *

 

 


"선배님 우리 시내가서 놀아요.."

결국 윤아랑 단둘이 놀게 되었다.

...............

예는 나랑 단둘이 노는거 안불편한가?

"시내? 그냥 여기도 좋은데.."

"에이.. 여기서 놀데가 어딨어요.. 시내에 제가 잘가는데 있는데.. 우리 거기로 가요.."

................

뭐야..

또 지난번처럼 비싼 술집에서 술값 뜯기는거 아냐?

"시내 비싸지 않냐? 그냥 여기서 먹자 웬만하면.."

"안비싸요.. 그리고 선배님한테 돈내라고 안할테니까 걱정마시구요..훗.."

잉?

뭐야.. 니가 쏜다는거야?

오.. 얘도 제법 괜찮은 구석이 많군..

갑자기 앞에 서있는 윤아가 이뻐보인다..

"에이 그래도 후배한테 얻어먹을순 없지.. 자.. 가자.. 뭐 그깟 술값 얼마나 한다고..."

"그럼 우리 각자 반씩 내요.. 자 가요 빨리.."

헉..

슬쩍 팔장을 껴오는 윤아..

얘.. 왜.. 왜이래?

 

 


...............

얘 나 좋아하나?

왜 이렇게 적극적인거지?

택시에서 내내.. 달라붙어있는 그녀..

"선배님은.. 맨날 지연이하고 붙어다니면서 도대체 뭐하고 다녀요?"

"어? 어.. 그게.. 뭐 그냥 공부하고 밥먹고.. 집에가고.."

..............

그러고보니..

그거뿐이네..

뭐야.. 뭔가 대단한 관계라도 되는줄 착각해오고 있었잖아..

별로 해온것도 없었군..

"그래요? 둘이 술같은것도 마시고 그래요?"

"어? 아.. 뭐 몇번.."

"그러시구나.. 선배님 혹시 지연이 좋아해요?"

헐..

얘 이거 웬지.. 나 좋아하는거 맞는거 같다.

이거 완전.. 내 마음 확인하는 질문이잖아..

"아냐.. 그냥.. 알잖냐 너두.. 걔랑 나랑은 그냥 친한 선후배 뭐 그런거라니까.."

"그래요? 근데 왜 제눈엔 선배님이 지연이 좋아하는걸로 보이죠?"

..............

예리한것..

확실히 여자들 직감은 무섭군..

.............

지연이빼곤 다 알잖아 이거..

뭐야.. 혹시 지연이도 알고 있는거 아냐?

...................

"하하하.. 니가 잘못본거겠지.. 이상하게 지연이는 여자로 잘 안보이드라고.."

"진짜요? 치.. 웬지 거짓말같애.."

"거짓말 아니라니까.. 아.. 거참.. 내 마음을 끄집어 보여줄수도 없고.. 답답하네.."

괜시리 더 오버해버린다.

"그럼 전 어때요? 전 여자로 보여요?"

헛..

본격적인 질문이 들어와 버렸다.

역시.. 얘는 지금

나에게 대쉬해오는게 맞는거 같다.

아..

김봉구..

너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거냐..

눈물나네 이거..

그나저나..

어쩌나..

여자로 안보이는데..

아니..

여자로야 보이긴 보이지..

근데..

그냥 여자로만 보이는거뿐..

관심이 안간단다.

내 머릿속은 지금

지연이로 포화상태거든..

딴 여자한테 관심줄 여유가 하나도 없단말이다..

"너? 하하.. 너야.. 귀여운 후배로 보이지.."

아.. 이런 상황에 가장 좋은 대답인듯..

잘했어 김봉구..

"치.. 그게 뭐에요.. 암튼 지연이한텐 아무 관심 없는건 확실한거죠?"

"어.. 그래.."

아.. 이거 거짓말 계속하려니 힘드네..

.................

 

 


"여기 비싸보이는데?"

"어휴.. 선배님.. 안비싸요 안비싸.."

"그래? 뭐.. 암튼 시키자.."

"네.."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1시간정도를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평소엔 몰랐는데..

의외로 생각도 깊고.. 성숙한 그녀였다.

사람 기분도 잘 맞춰줄줄 알고..

그리고 가장 맘에 든건.. 애교였다.

지연이에게선 절대 찾아볼수 없는.. 환상적인 애교들로

나를 시도때도없이 녹여버리고 있었다.

 

 


"아잉.. 선배님.. 우리 그냥 오빠동생해요.."

...............

그래 알았어..

첨부터 좋다고 허락하면 없어보이잖냐..

좀만 더 조르면.. 하는수 없이 승락한것처럼 해줄께.. 좀만더 부려봐..

"하하.. 안된다니까.. 사람들이 놀려.."

"아아아아잉.. 선배님.. 아니 오빠~~앙"

...............

그래..

좋아.. 후후훗..

"하하.. 알았다 알았어.. 오빠라고해.. 대신 너 딴사람 앞에선 그러면 안된다.. 알았지?"

"네.. 알았어요.. 오빠!"

"아.. 거참.. 민망하게시리.. 하하.. 야.. 근데.. 한번만 더해봐.."

"옵~~빠~~"

으이힉..

너무 좋잖아 이거..

30분동안 그녀에게 오빠 소리를 시키며 놀고 있었다.

 

 


"오빠.. 저 오빠에게 드릴말씀이 있는데요.."

"어? 뭔데.."

"저기.. 그게.."

................

뭐야.. 얘 지금 고백하려는거 아냐?

심각하게 나오는거 보니까.. 맞는거 같은데..

"저.."

"야.."

"네.."

"너 안늦었냐? 버스 끊기잖아.."

"네? 아.. 그건 그런데.. 근데 저.."

"에이.. 빨리 가야겠네.. 언능 챙겨.. 얘긴 나중에하고.."

"아.. 네.. 그래요.."

그녀가 실망하는걸 보고싶지 않았다.

그녀의 고백을 받아들일수 없는 나인걸 알기에..

먼저 그녀에게 말을 꺼낼 기회조차 주지 않아버렸다.

미안하다 윤아야..

선배한텐.. 지연이밖에 없다.. 지금은..

 

 

스쿨버스를 타기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온 윤아와 나..

윤아도 내심 눈치를 챈건지.. 아니면 맘이 바뀐건지..

오는 내내 영화얘기로만 대화를 유도하려 했다.

"조심해서가"

"네.. 저.. 근데 오빠라고 부르기로한건 유효한거죠?"

"그래 알았어.. 대신 둘만있을때야.."

"물론이죠.. 저 그럼 갈께요.."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윤아..

아..

아깝네.. 저렇게 귀엽고 착한 윤아를..

나좋다고 달려드는게.. 윤경이 빼곤 첨이잖아..흑..

아우.. 지연이만 아니면 진짜 당장이라도.. 가서.. 아우..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비가 와서 그런가 기분이 센치멘탈해진다.

지연이는 자려나?

괜시리 또 보고싶다.

................

어.. 비디오가게네..

오랫만에 비디오나 빌려볼까?

지연이와 함께 다닌후로.. 에로비디오를 못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래.. 지연이도 없겠다.. 간만에 좀 즐겨볼까나? 흐흐

비디오 가게로 들어가.. 화끈한걸로 3편 빌려.. 동아리방으로 향한다.

뭐.. 이시간엔 아무도 없겠지?

 

 


................

이거 아무리 봐도 지연이 가방인데..

얘 가방이 왜 이시간에 여깄는거냐..

가방을 놓고 갔을린 없고.. 불도 켜져있던걸 보니..

가방놔두고 잠시 어디 간 모양이다.

에이씨.. 괜히 빌려왔잖아..

아무래도 지연이 바래다 주고 다시 오던가 해야겠다.

 

 


"선.. 선배님.."

놀란 모양이군..

"어.. "

"여기서 뭐하세요? 왜 왔어요?"

"뭐긴..  너 데려다 주러왔지.."

뭐 데려다 주긴 할꺼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진짜요? 나 여깄는거 어떻게 알구요?"

................

미처 이 질문까진  생각을 못했네..

"뭐.. 그냥.. 여기 있을거 같더라고.."

믿을라나?

"진짜요? 오~~ "

"암튼 빨리 가자.."

"오케이.. 가요 빨리.. 안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그래? 진작 연락하지 그랬냐.. 그럼 빨리 왔잖아.."

"선배님 윤아랑 술마신다면서요.. 방해될까봐 그랬죠..

..................

넌 날 평생 방해해도 괜찮아..

"아.. 하긴.. 하하"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뭐래요 윤아가?"

"아.. 뭐 그냥.. 그럭저럭 재밌었어.. 윤아.. 은근히 귀엽더라고.."

"그래서요? 사귀재요?"

................

뭐야.. 어떻게 알았지?

얘도 은근 눈치빠르네..

너땜에.. 이 선배가 그 귀여운 윤아를 포기했단다.

알겠냐? 너땜에 포기했다고..

"뭐? 아냐.. 그런 얘긴 안했고.. 그냥.. 이런저런 얘기만 했다니까.. 하하"

당연히 그런얘길 지연이에게 하고싶진 않았다.

"아 그래요? 그럼 다행이구.."

잉?

뭐랬어 방금?

다행이라고 들은거 같은데?

"뭐?"

"아.. 아녜요.."

잘못 들었나?

하긴.. 지연이가 그런얘기할 이유가 없지..

 

 

 


"우산은요?"

"어.. 여기"

"하나밖에 없어요?"

"어.."

"선배님은 비맞고 가게요?"

"그거 너혼자 쓸려구?"

"이거 작아서 저밖에 못쓰겠는데요?"

"장난해?"

"홍홍..언능가요.."

"야.. 줘봐.. 내가 들테니까.."

"싫어요. 선배님이 들면 선배님만 다쓸꺼잖아요.. 내놔요 제가 들게.."

"너만 다 씌워줄테니까.. 걱정말고.."

"그나저나 좀 이쪽으로 붙어봐요.. 비 다맞으시네.."

"아.. 그래.."

"어어~ 또 멀어진다. 바짝 안붙어요?"

"알았다니까.."

"근데 윤아랑 뭔얘기 했어요?"

"어? 윤아랑? 글쎄다.. 뭔얘기 했더라..영화얘기나 전공얘기 뭐 그런거 했던거 같어..."

"그런 얘기만 했어요? 딴건?"

"딴거? 뭐?\'

"뭐 연애 얘기라던지 그런거.."

"아.. 그런것도 하긴했지.."

"그래요? 구체적으로 어떤거요?"

"비밀이야.."

"비밀?"

"응 비밀.."

"뭔데요?"

"비밀이라니까.."

"에이.. 그러지말고 저한테만 슬쩍 말해봐요.."

"그럼 비밀이 아니지"

"이씨.. 치사하게 이럴거에요? 그동안 쌓은정이 얼만데.."

"그래도 안돼.. 절대 비밀.."

"이씨.. 관둬요 그럼.."

"알고 싶냐?"

"됐어요"

"알기 싫어?"

"됐다니까요.."

"궁금하면 얘기해. 말해줄테니까.."

"뭐..뭔데요?"

"비밀.."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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