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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사람과의 회식.

님드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6.27 23:18:52
조회 164 추천 0 댓글 6
														

 술 몇잔을 들이킨 밤은 보통의 퇴근길보다 더욱 어둡다. 무심코 아무거나 탄 버스는 집으로 가지 않는 버스다. 잦은 유턴을 하는 이상한 노선의 버스, 많은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실패한 사람을 위해 다같이 마련한 자리다. 그 실패한 사람은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주위에서 연신 술을 권해 소주 반잔을 마셨을 뿐이다. 아내는 주부고 과장은 삼백 오십만원 정도를 받는다. 공장 아줌마들이 밥이나 같이 먹자며 송별회를 열어주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열댓명중 열두명정도는 송별회와는 전혀 상관없는 자기들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과장 앞에 앉아서인지, 아니면 남자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입에서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단 생각을 하고있다.
 나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과장이다. 나에게 사표를 썼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까진 거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 이미 많은 과장의 업무를 내가 대신 처리하고 있었고 과장의 일이란건 알아서 잘 돌아가는 기계 뒤에 멍하니 서서 창밖을 바라보거나 아줌마들과 저질 농담을 주고받는 것 정도로 보였다. 허구한 날 사고를 쳐서 팀장앞에서 고개를 떨구는 것도 그의 회사생활이었다.
 그런 사람이 사표를 쓰니 사표는 일사천리로 수리되고 후임자가 정해졌다. 회사에서 과장을 위한 송별회 같은건 열리지 않는다. 실패한 사람에겐 더없이 적절한 대우다. 아마 더 높은선에선 혹시나 과장이 동종업계나 하청업체같은곳을 알아볼까봐 그의 이직의 길을 막아섰을지도 모를일이다.

 울고싶다.

 울고싶다. 소주는 한병밖에 안마셨는데, 도대체 이게 뭔 일기람. 집까지 30분 정도 걸리는 버스 정류장에 내려 걸어오면서 가방의 카메라를 꺼내 이리 저리 재다가 카메라는 그냥 다시 접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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