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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엽편이 뭐야? 이런 거 내도 되는 거임?

로팡(125.184) 2008.01.23 03:22:52
조회 96 추천 0 댓글 12


학교가방을 맨 뒤 인사를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얇게 을ㅁ조리듯. 

진녹색 페인트에 녹이 슨 집 대문을 열고 하늘을 마주했다.

타는 햇빛이 내리쬐는 한 여름만큼의 열기를 감당해내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도보로 정문까지 약 14분이 걸리는 학교까지 가는 길에는 흰 상의와 군청색 하의를 입은 학생들의 이동이 마치 흰개미의 무리같았고,
나는 잠시 그 정글길에 서서 생각하다가, 여느 때에서 벗어나 군중개미의 이동과 정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대로 정처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장마의 끝에서 맴도는 청량한 냄새를 코끝으로 빨아들여 폐 깊숙히 집어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워를 하고 나온 몸은 어느새 끈적거리며 더운 여름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온갖 새들이 머리위에서 짖는다.

 

그 소리가 너무 거슬려 이어폰을 꼽았다.    

시원한 하드코어의 랩이 고막 근처에서 울린다.

잠시 더위가 가시는 듯한 공감각적인 환상을 느끼며 다시 걸었다. 

 

길이 트여있는 곳으로 마냥 걷다보니 지나쳤던 장소에 다시 와버린 듯하다. 

이런 블럭형 도시 안에서 길의 방향이란 네모의 둘레를 어느 각도를 따라 걷느냐에 달린 걸까.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중세의 마을과 마을 사이의 갈래길이었으면 도착지는 정해져 있지 않을텐데. 
부질없는 소망을 버리고 난 다시 현실의 길을 걸었다.  

 

지독히 높은 빌딩들이 가는 곳마다 솟아나 있어서 더 이상 나아가면 곧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무작정 앞에 보이는 가장 큰 건물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뒤 힘겨운 다리를 마저 이끌었다. 방금 전 40층의 계단을 다 올라온 참이었다.

끈적한 땀이 온몸을 뒤덮었고 바쁜 심장은 뇌 끝까지 피를 몰아붙였다.

후...하... 숨을 잘게 고른 후 옥상문을 열고.

 

 

곧이어 농도 짙은 바람이 나를 맞이한다.

젖은 셔츠가 말라가면서 내 몸에 고인 열기까지 다 취해가는 황홀한 기분에 들떠 있을 때

희미한 사람냄새를 맡는다. 

 

\'누구세요\'

그가 돌아본다.

\'당신은 왜 여기에 올라왔나요.\'

 

대화의 시작.

 


말없이 하늘로 손을 뻗었다. 

그러가 그가 웃었다.
\'아아. 저도요.\'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서 여정의 종지부를 찍는다.




 







옛날에 비공개블로그에 끄적여둔 건데,
이런 거 내도 되는 거야?
이거 소설이라고 내도 돼나?
흠 짤방은 그냥 내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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