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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Sweet Dream 14

ooo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5.21 07:10:03
조회 1092 추천 1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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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서 눈가로 쏟아지는 빗물때문에 시야가 침침하다.

민준은 줄줄 흘러내리는 얼굴의 물기를 연신 닦아내며 선실로 들어선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건장한 남자들의 뒷모습이었다.

한 명은 키가 크고 한 명은 땅딸한 대머리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며 노르스름한 실내등이 비추는 선실 내부를 휙 둘러보는 민준.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남자들이 동시에 뒤를 돌아 본다.

험상궂은 표정의 그들은 아랍인들이었고, 옷차림으로 미루어 분명 관광객은 아니었다.

뭔가 꺼림칙한 분위기에 멈칫하던 민준의 눈에 얼핏 보이는 하얀 얼굴.

드디어 완전히 깨끗해진 시야에 선실의 현재 상황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녀의 패딩쟈켓이 바닥으로 떨어진 채 구겨져 있다.

남자들의 무지막지한 손이 그녀의 어깨와 팔을 붙잡고 있는 것도 똑똑히 보인다.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린 그 여자의 얼굴.

몸싸움이라도 있었는지 마구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카락.

 

쟈켓이 벗겨진 채 두 남자에게 포위 당한 송이를 본 민준의 눈에 번쩍 불꽃이 튄다.

성난 맹수처럼 온 몸의 털이 곤두서며 머리 속의 피가 모두 꺼꾸로 치솟는다.

눈 깜짝할 새 선실 끝으로 달려간 민준의 긴 다리가 순식간에 키 큰 남자의 턱을 가격한다.

불의의 습격을 당한 그는 입술에 피를 튀기며 구석으로 나뒹군다.

 

별안간 나타난 남자의 존재에 놀란 대머리는 퍼뜩 뒤로 물러서며

현재 상황에서 도망을 쳐야 할지 저 동양남자와 싸워야 할지를 재빠르게 궁리해 본다.

신음 소리를 내며 쓰러져 있는 동료와 온 몸으로 분노를 뿜어내고 있는 동양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는 대머리.

순간 민준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그의 복부로 날아든다.

 

끄윽!!

급소를 공격당한 대머리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꼬꾸라진다.

 

지금 경찰 부를테니 둘 다 꼼짝말고 여기 있어! 해상경찰은 3분이면 도착할 거야!”

 

핸드폰을 꺼내 들며 이탈리아어로 말하는 민준의 경고를 듣는 순간 쓰러져있던 대머리는 냅다 몸을 일으킨다.

유창한 이탈리어로 해상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하는 저 동양 남자는 관광객이 아니고 현지인이었다!

제길 여자는 분명히 관광객 같았는데!!

 

체류허가증도 없이 베네치아에 거주 중인 그들은 현지인과 문제를 일으킬만한 신분이 아니었다.

경찰과 마주치는 일 같은 건 더더욱 피해야 했다.

 

무라드!!!! 뛰어!!!” 쓰러진 동료에게 고함을 치며 달아나는 대머리.

겨우 정신을 수습한 키 큰 남자도 대머리를 따라 허겁지겁 도망친다.

 

눈 깜짝할 새 그들이 사라지자 민준은 허깨비처럼 서있는 송이에게 서둘러 다가간다.

 

괜찮아?”

 

그의 손이 어깨에 닿는 순간 민준의 품으로 힘없이 무너지는 송이.

양 다리의 힘이 쭈욱 풀리며 참았던 눈물이 솟구친다.

 

제 가슴에 허수아비처럼 쓰러지는 그녀를 꽉 끌어안는 민준.

그의 든든한 품 안에서 이제 안전하다는 안도감이 들자 송이는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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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휘경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정복을 입은 경찰은 선장과 통화를 했으며 선장에 의하면 바포레또는 산타마르타에 안전하게 정박했고,

승객들은 각각 흩어졌으며 바포레또의 승객 중 키가 크고 아름다운 동양 여자가 분명 있었다는 말을 전한다.

 

선장과 통화를 다시 해달라고 요구하는 휘경.

송이가 무사히 산타마르타에 도착했다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보였다.

그녀가 탄 배가 산타마르타에 정박했다는 건 송이로부터 직접 들은 새로울 게 없는 사실이었다.

바포레또에 타고있다는 말 역시 그녀로부터 들었다.

문제는 어느 순간 송이의 짧은 비명과 함께 연락이 끊어졌다는 데 있었다.

 

경찰서에 모인 연수팀은 불안한 표정으로 휘경과 경찰을 번갈아 바라본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경찰때문에 통역을 맡고 있는 세미는

천송이의 행방은 둘째치고 민준의 행방이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강대리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천송이 팀장이 연락두절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민준에게 도움을 청했다.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는 민준.

하지만 그 때부터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폭풍우 속에서 그럴리는 없겠지만, 자꾸 민준이 송이를 찾아갔을 것 같은 불안한 예감에 세미는 치를 떤다.

결국 다시 선장을 전화로 연결하는 경찰.

그는 휘경의 부탁대로 선장에게 바포레또로 돌아갈 것을 요청한다.

 

우리 베네치아 공대의 초청으로 한국에서 온 귀한 손님입니다.

바포레또에 돌아가 천송이씨가 잘 있는지 확인을 좀 해주셔야겠어요!”

 

투덜대는 선장을 달래며 전화를 끊은 경찰은 자긴 이제 할 만큼 했다는 표정으로 휘경을 돌아본다.

 

선장이 바포레또에 가보고 연락을 주기로 했으니 기다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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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 우는 송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민준은 눈을 감는다.

 

조금만 더 늦게 도착했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민준의 가슴에 안긴 채 조금씩 울음이 잦아드는 송이.

몸의 기력이 모두 빠져나간 듯 후들거리던 다리도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들고 민준을 올려다보는 그녀.

민준은 코끝이 빨개진 송이의 눈물을 엄지 손가락으로 닦아준다.

 

걸을 수 있겠어?”

안타깝고 안스러운 마음에 민준의 음성이 꽉 잠겨있다.

 

힘들면 여기 앉아서 조금 쉬다 가도 돼,”

아직도 떨고있는 송이의 어깨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민준.

 

아니야.... 걸을 수 있어!”

빨리 이 끔찍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송이가 다급하게 고개를 흔든다.

 

지금도 눈에 선한 그들의 징그러운 눈빛.

금방이라도 그 놈들이 쳐들어 올 것 같은 불안감에 심장이 쪼그라든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그녀 눈동자의 두려움을 감지한 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송이를 안심시킨다.

 

그래... 이거 입어. 나가자!”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송이의 패딩을 입혀준다.

지퍼를 끝까지 채워주고 최대한 비를 덜 맞을 수 있도록 옷자락을 꼭꼭 여며주는 민준.

 

밖에 비가 많이 오는데....”

패딩자켓에 달린 모자를 씌워주며 민준은 창 밖을 살펴본다.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치고 있었지만 파도는 거의 가라앉아 바다는 비교적 잠잠했다.

 

이런 날씨라면 송이를 데리고 빗속을 뚫고 마을로 가는 것 보다는

근처에 정박해 놓은 민준의 보트에서 비를 피하는 것이 나을 듯 했다.

다행히 물결은 거세지 않으니 이 장대비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송이의 손을 잡으며 입구로 걸음을 옮기던 민준은 덜컹 소리를 내며 선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송이를 방어하며 공격의 자세를 취한다.

비옷을 입은 남자가 헐레벌떡 들어오는 걸 보며 송이 역시 소스라치게 놀라 저도 모르게 민준에게 매달린다.

 

오우!!! 여기 아직 있었군요!!!!”

반가운 함성을 지르며 가까이 오는 남자의 낯익은 얼굴을 본 순간 송이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녀를 꼭 끌어 안으며 미심쩍은 눈으로 방금 들어선 사내를 노려보는 민준.

 

당신 누구야?”

엇 이탈리아어를 하는군요!! 당신은 누구시죠? 저는 바포레또의 선장입니다!!”

 

그 여자와 함께 있는 동양 남자가 이탈리아어로 말을 하자 선장은 잘 됐다는 듯

제가 왜 다시 여기로 왔는지를 줄줄이 설명한다.

 

-------------------------------------------------------------------------

 

뭐요??? 천송이가 지금 누구랑 같이 있다고요??”

 

선장의 전화를 받은 경찰은 선장이 직접 천송이씨의 안전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그녀를 데리러 온 한국 남자와 함께 무사히 바포레또에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그 말을 미쳐 휘경에게 통역하기도 전에 세미는 비명을 지르며 경찰에게 천송이와 같이 있다는 남자에 대해 되묻는다.

 

.... 어디 보자...... 이름이... 도민준이라고 하네요?

선장 말로는 천송이씨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말랍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해 가쁜 숨만 내뿜고 있는 세미에게

휘경이 눈을 크게 뜨며 어서 통역을 하라고 재촉한다.

 

천송이 팀장님 바포레또에 무사히 잘 있대요.... 민준이가 같이 있다고 합니다....”

휘경에게 간단한 말을 전하는 그 짧은 순간에 세미의 가슴은 만신창이가 된 듯 욱신거리며 아파온다.

 

도대체 왜 나쁜 예감은 여지없이 맞아 떨어지는 걸까?

민준이는 이 폭풍우를 뚫고 어떻게 거기까지 갔을까?

끓어오르는 질투심과 배신감에 더 이상 여기 서있기가 힘들었다.

 

그럼 중요한 통역은 끝난 것 같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

홱 돌아서서 나가는 세미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휘경.

 

잠깐... 지금 유세미씨가 뭐랬어?? 도민준씨가 천송이 팀장이랑 같이 있다고...???”

강대리는 제게 되묻는 휘경의 얼굴을 마주 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다.

 

.... 저도 그렇게 들었는데요.... 도민준씨 그 이후 연락이 안되더니... 팀장님을 구출하러 갔던 모양이에요!!!

아우 그럼 연락이라도 좀 해주지!! 암튼 어우 다행이다!! ... 전무님, 너무 다행이예...”

 

일단 송이가 무사하다는 반가운 소식에 한 옥타브 올라가던 강대리의 목소리가

떨떠름하게 굳어가는 휘경의 안색을 살피며 소심하게 사그라든다.

 

그러고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어떤 모터 택시 운전 기사도 고개를 흔들 만큼 오늘 베네치아의 바다는 위험하다고 했었다.

그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도민준이 직접 거기까지 갔다니...

오로지 천송이 팀장님의 안전을 염려해서??

도민준씨가 왜 그렇게까지??

 

게다가 그 소식을 전해들은 유세미와 이휘경 전무의 표정.

두 사람 모두 송이의 안전에 반가워하기 보다는 도민준이 거기 있다는 사실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사실 도민준이건 누구건 천송이 팀장이 안전히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텐데 말이다.

 

강대리는 침을 꼴깍 삼키며 연수팀 멤버들을 둘러본다,

그녀와 똑같은 느낌을 모두 나누어 가진 듯 다들 어색하고 쎄에한 표정들로 서로를 힐끔힐끔 쳐다 본다.

휘경의 얼굴이 분노로 울그락불그락 해지는 걸 지켜보며 뭔가 보통 일이 아니구나 감을 잡는 직원들.

 

 

휘경은 죄없는 경찰에게 고함을 지르며 산타마르타에 들어갈 배를 구해주던지

해상 경찰이라도 투입하라고 난동을 부리다시피 했다.

평소 늘 스마트한 이휘경 전무의 예상치못힌 모습을 접하며 당황하는 직원들.

 

아니 여기가 어디라고 이렇게 소리를 질러요? 원하는 대로 다 알아봐줬는데 뭐가 또 불만입니까?

지금 날씨로 거기까지 들어가기 힘들다고 했잖아요!! 게다가 천송이씨의 안전이 확인된 마당에 위함을 무릅쓰고 해상경찰을 투입할 수는 없습니다!!!”

 

통역을 하던 세미가 사라지자 경찰은 유창하지 않은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섞어가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강대리와 최과장은 울분을 터트리는 휘경과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경찰 사이에서 안절부절하다가 이제 돌아가지 않으면 공무집행 방해로 고소하겠다는 경찰의 말을 듣자 통사정을 하며 일단 휘경을 끌고 나온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경찰서 앞에 선 일행은 모두 휘경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어금니를 꽉 물며 다시 송이에게 전화를 시도하는 휘경.

하지만 그녀의 전화기는 여전히 불통이다.

 

강대리! 도민준씨한테 다시 전화 걸어 봐!”

이를 갈아붙이듯 내뱉은 살벌한 휘경의 명령에 조심스레 전화기를 꺼내드는 강대리.

 

그녀는 얼마전까지 수없이 시도했던 민준의 번호를 다시 한번 꾹 누른다.

신호가 떨어지며 기계적으로 울리는 전화벨 소리.

하지만 민준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는다.

강대리는 죽일 듯 저를 노려보는 휘경의 눈을 피하며 제발 민준이 전화를 받기를 간절히 기원했지만 허사였다.

천송이 팀장과 함께 있다는 도민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

 

저기 하얀색 보트 보이지? 내가 타고 온 배야. 저기까지 뛰어 갈 수 있겠어?”

 

두 눈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빗물을 닦아내며 송이는 민준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바포레또에서 나온지 몇 초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그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있다.

때마침 하늘에는 콰르릉 소리를 내며 번개가 번쩍인다.

 

고개를 끄덕이는 송이의 손을 잡고 보트를 향해 달리는 민준.

비스듬한 각도로 요란하게 쏟아져 내리는 굵은 빗줄기는 회초리로 몸을 내리치듯 사납고 매서웠다.

민준은 어떻게든 송이가 그 장대비를 덜 맞게 하려고 두 팔로 그녀를 감싸안고 달렸다.

그의 안주머니에서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려댔지만 천둥 벼락을 동반한 폭우속에 모두 파묻혔다.

 

바닷물이 범람해 철퍽거리는 길을 정신없이 달려 민준의 보트에 겨우 도착한 두 사람.

얼른 문을 연 민준은 송이를 먼저 들여 보낸다.

안으로 들이치는 비를 막으며 문을 쾅 닫고는 헉헉 숨을 몰아쉬는 민준.

떨리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서있던 송이가 털썩 의자 위로 주저앉는다.

서둘러 마른 수건을 꺼내 비에 젖은 송이의 얼굴을 닦아주는 민준.

얼굴의 물기를 제거한 그는 이번에는 그녀 머리카락의 물기를 꼼꼼히 닦아낸다.

 

민준의 배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이제야 조금씩 정신이 드는 송이.

오늘 두 명의 아랍 남자에게 들러 싸였을 때의 두려움은

송이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원초적인 공포였다.

그들이 저를 유린하기 전에 달려와 준 민준의 존재가 지금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당신도 좀 닦아....”

얼굴과 머리카락이 모두 젖은 채 송이를 닦아주는 데만 열중하고 있는 민준의 팔을 붙잡는 송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 줄줄 흐르고 있는 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어낸다.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가 요란하게 창문을 강타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파도는 거의 완전히 잦아들어 보트는 흔들리지 않고 아늑했다.

 

드디어 거짓말처럼 밀려드는 평화.

 

고마워....”

송이는 그제야 입술을 움직이며 민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흘러내린 송이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 넘겨 주는 민준.

급격히 안정을 되찾은 송이는 지금 제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이제야 주위를 살펴본다.

 

고개를 돌리다가 벽에 붙은 작은 거울 속의 제 몰골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송이.

깨끗하게 묶고 있던 머리는 옆으로 마구 빠져나와 정신이 반쯤 나간 여자같았고,

눈물이 그렁한 눈동자는 실핏줄이라도 터졌는지 발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미친년처럼 산발이 된 머리를 다시 묶기 위해 머리끈을 무심코 툭 잡아 당기는 송이.

어설프게 묶여있던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출렁 쏟아져 내린다.

 

긴 머리카락이 하얀 얼굴을 감싸듯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어깨를 덮는 순간 민준의 심장이 철렁 소리를 내며 내려앉는다.

가슴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한순간 호흡이 훅 멎는다.

그대로 얼어붙은 채 송이를 응시하는 민준.

 

송이의 얼굴 위에 겹쳐지는 예니콜의 얼굴을 보자 세상의 균형이 무너지며 시야가 흔들린다.

착각과 허상일 것이 분명한 그 여자의 형상이 너무 실제 같아서 현기증이 난다.

 

손가락으로 대충 빗질을 하며 다시 머리를 묶으려던 송이는

별안간 제 팔목을 아프게 움켜쥐는 민준때문에 머리끈을 놓치고 만다.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틀어쥔 채 그를 바라보는 송이.

저를 마주 보는 새까만 동공이 터질 것처럼 확대되어 있다.

 

왜 이래....?”

놀란 송이의 긴장된 목소리.

 

잠깐만..... “

민준은 넋을 놓은 얼굴로 중얼거린다.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치켜올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보는 송이의 얼굴에서

방금 전 나타났던 예니콜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쓰는 민준.

 

늘 하나로 묶여있던 머리카락이 얼굴을 감싸 듯 풀어지는 순간 현실의 천송이는 꿈에도 그리던 예니콜이 되어 있었다.

풍성한 머리카락을 늘 길게 늘어뜨리고 있던 그 여자.

숨이 끊어질 것처럼 호흡이 가빠온다.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너

불현듯 나타났던 예니콜의 모습에 눈물이 핑돌며 세상이 흐릿해진다.

 

송이는 아직도 제 손목을 잡고 있는 그를 복잡한 눈빛으로 마주 본다.

 

당신 설마.....?

 

이 머리카락 좀 풀어 봐....

미친 소리를 내뱉던 그의 모습이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간절했던 그의 눈빛과 목소리.

 

그게 .... 언제였지?

한국에서 노래방에 갔을 때

그래, 그때 이 남자가 그런 미친 말을 했었다

 

방금 전 흐트러진 머리를 바로 묶기 위해 머리끈을 풀었을 때

긴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흘러내렸던 찰나의 순간,

그 짧은 순간 이 남자는 무얼 본 걸까?

순식간에 창백해진 그의 얼굴에서 왜 갑자기 그 때 이 남자가 했던 이상한 말이 떠올랐을까.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가 분명 존재했다고

그 여자는 나와 얼굴도 웃음소리도 모두 똑같았다고

이 남자는 그런 이야기도 했었다.

 

그리고 또 뭐라고 했었나

나를 닮은 그 여자를 무려 오천년 전에 만났다는 어이없는 소리도 했었지

 

제게서 다른 여자의 모습을 찾는 듯한 그의 눈빛에 가슴 속이 서늘해지는 송이.

 

이거 놔!”

민준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친 송이는 손가락으로 빗질을 하며 한 올도 남김없이 머리카락을 모아쥔다.

보란듯이 말끔하게 머리를 올려 묶으며 민준을 빤히 쳐다보는 송이.

 

저를 통해 누군가를 보는 듯한 그 남자때문에 슬퍼진 마음을 숨기느라

송이는 민준을 향해 적대적인 눈빛을 보내며 온 몸에 보이지 않는 날을 세운다.

 

쌀쌀맞게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내다보는 송이를 물끄러미 응시하는 민준.

 

이제 오늘 밤이 지나면 단지 사흘의 시간만이 남아있었다.

먹먹하게 내려앉는 가슴.

 

너를 두고 어떻게 갈까

 

민준은 가만히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제가 있는 방향으로 돌려 놓는다.

사랑하는 갈색 눈동자가 이제 저를 보고 있다.

 

너를 두고 가고 싶지 않다

 

그의 커다란 손이 송이의 뺨을 감싸쥔다.

굵은 장대비는 미친듯이 창문을 내리친다.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어서라도....

니 옆에 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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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968 딥디 추가씬 별갤러(124.59) 23.12.17 266 0
234967 난 별그대 ost 다 좋은데 잠자기 전에 듣는 음악은 이게 젤 좋아 [1] 별갤러(106.102) 23.11.26 429 0
234964 날 추워지니 슬슬 생각나서 들어온 먼지들아 [13] 별갤러(125.189) 23.10.26 532 1
234963 어제부터 정주행중입니다 [1] ㅇㅇ(211.234) 23.09.17 435 2
234962 여긴 아직도 글 쓰는 사람 잇네 [1] ㅇㅇ(220.84) 23.08.23 518 1
234961 너의 모든 순간 City pop 버전 ㅇㅇ(211.251) 23.08.07 290 0
234956 별하 [1] 모여 23.06.21 528 0
234955 천송이는 도민쥰이 옛날에 자기 구해준 아저씨인줄 [1] ㅇㅇ(175.203) 23.06.12 672 0
234954 혹시 별그대는 대본집 없어? [1] ㅇㅇ(117.111) 23.06.04 729 0
234953 올해 10주년인데 뭐 없겠지? [4] ㅇㅇ(211.110) 23.04.19 765 1
234948 별그대 보기 시작했는데 [2] ㅇㅇ(39.7) 23.03.20 706 0
234947 별그대 오스트 진짜 다 좋음 [1] ㅇㅇ(211.110) 23.02.23 600 1
234946 블레로 다시 정주행하고 있어 ㅇㅇ(101.235) 23.02.22 390 5
234945 정주행함 [1] ㅇㅇ(221.141) 23.02.14 578 3
234944 블레 질문ㅜㅜ ㅇㅇ(175.198) 23.01.28 463 0
234943 이 드라마 초3 될 때 봤는데 [1] ㅇㅇ(114.206) 23.01.17 740 2
234942 (속보)도민준 발견 [1] ㅇㅇ(121.139) 23.01.11 776 0
234940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별그대 ㅇㅇ(125.189) 22.12.29 640 15
234939 오늘 별요일이네 ㅠㅠㅠ ㅇㅇ(125.130) 22.12.18 464 18
234938 먼지들아 ㅠㅠㅠㅠㅠ 작가님이랑 도민준 본체 재회한대 [2] ㅇㅇ(183.109) 22.11.18 949 9
234937 앙어아아아아엉어ㅓ엉도도도도도도도도도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11 43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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