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집들이]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간 후 일주일 지난 시점]

“메뉴는 뭐로 할까?”

하얀 종이를 펴놓은 송이가 즐거운 표정으로 묻는다. 맞은편에 앉은 민준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집을 휘 둘러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정리도 다 안 됐는데 무슨 벌써 집들이를 하나.”

점잖은 그의 지적에 송이는 세차게 고개를 흔든다.

“어머 그게 무슨 소리야? 집들이라는 게 이사한 기념으로 해야 기분도 나는 거지, 어느 세월에 이 넓은 집이 완벽하게 정리될 날을 기다려?”

“내 말은 그래도 어느 정도...”

“아 됐어! 집들이는 이사하자마자 하는 게 손님들에 대한 예의다, 뭐 이런 건 동의보감에 없나보지?”

“명심보감이겠지...”

“그래 명심보감... 암튼 당신은 그 디테일에 집착하는 버릇을 고쳐야 돼.”

풉, 웃음이 터져 민준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여전한 내 천송이.

“복자한테도 벌써 다 말했단 말야! 세미랑 엄마한테도 애기했고.”

“그래, 그럼.”

그녀 고집을 당할 수가 있겠는가.

새로 이사한 집을 자랑하고 싶어 신이 난 송이 모습에 민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녀와 함께 마당 넓은 집에서 집들이를 하게 된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사실은 지난 일주일 내내 혹시 행복한 꿈에서 깨어난 것이 아닌가 걱정하며 아침마다 눈을 떴다.

턱을 괸 그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종알종알 떠드는 송이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한식이 쫘악 깔아놓으면 제일 잔치 음식 같지? 한식으로할까?”

“그래, 그러자.”

“아냐, 일식이 그래도 깔끔하지. 생선 물 좋은 걸로.. 츄릅...”

“그것도 괜찮고.”

“뭐니뭐니 해도 중식이 제일 푸짐하긴 해, 그치 도민준 씨?”

“그렇긴 하지.”

“아냐, 역시 스테이크가 젤 있어 보여. 최고급 안심 스테이크랑 페트뤼스 한 잔... 크으...”

“그것도 좋고.”

1시간에 걸친 신중한 회의 끝에 한식으로 결론을 내린 송이는 서둘러 초대장 도안을 시작했다.

도민준과 천송이의 아름다운 집으로 초대합니다.

놓치지 마세요,

천송이가 만드는 궁중 요리입니다!

“궁중 요리?”

“응, 궁중 요리! 할라면 그 정도는 해야지!”

“천송이가 만드는 궁중 음식?”

“아, 그렇다니까!”

“궁중 음식 할 줄 알아?”

“아직은 못하지.”

“아직은 못 한다니.. 말을 좀 알아듣게 할 수 없어?”

“아직은 못하지만 내일부터 인센티브 코스 수강하면 된다, 이 말이야.”

“일주일 안에 가능한가?”

“충분히 마스터 가능하지!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또 뭐든 끝내주잖아?”

“가르쳐 줄 사람은 있고?”

“훗, 지난번 촬영 때 만났던 전문가 있거든? 궁중요리 전문가. 내 광팬이라고 궁중요리 배우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단 말이지.

역시 사람은 인맥 관리를 잘 해야 돼. 두고 봐, 이번에 내가 어마무시한 요리의 잠재력을 보여 줄 테니."

씩씩하게 상황 설명을 마친 송이는 핸드폰에 입력된 전번을 찾아 힘차게 눌렀다.

“네, 안녕하세요, 황 선생님!”

궁중요리 전문가라는 사람과 신나게 강습 일정을 조율하는 송이를 보며 민준은 고개를 갸웃한다.

궁중 요리를 일주일 안에 마스터한다고?

천송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