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겨울부터 방영했으니까 내가 초등학교 3학년에서 4학년 됐을 때 끝난 드라마야

유튜브에서 우연히 성시경 너의 모든 순간 라이브를 듣게 됐고 노래가 너무 좋아서 한동안 열심히 듣다가 이 드라마 다시봐볼까?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어

방영 당시 워낙 일찍 자기도 했고 드라마 같은 TV 프로그램을 꾸준히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 띄엄띄엄 봤었던 거 같은데그 때문인지 큼직큼직한 스토리 말고는 잘 기억이 안 나더라고

그래서 예전 드라마를 한 번도 정주행 해본 적 없는 내가 처음으로 정주행을 시작했어

다음 화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너무 궁금해서 3일 만에 다 봤는데 그 사이에 얼마나 웃고 울었는지 모르겠다
8년이 지났는데 보고 나서 ‘아 이거 기억난다’ 이런 장면도 많았고볼 때 그냥 마냥 행복했어

겉보기엔 강하지만 속은 여린, 엉뚱하고 자존심이 강한 천송이라는 캐릭터(그 캐릭터 자체였던 전지현)의 귀엽고 웃긴 말과 행동모든 게 완벽한, 떠나기 3개월 남은 외계인 도민준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나올 때마다너무 든든한 착한 휘경이
휘경이를 좋아하는, 했던 행동들이 납득이 갔었던 세미
기가 막히게 범죄를 덮는 재경이
현실 남매를 보여주며 민준이 형을 너무 좋아하는 윤재
케미는 좀 안 맞지만 뭔가 잘 어울리는 형사, 검사님들
천송이의 귀여운 예전 매니저들
천송이의 엄마, 아빠등등캐릭터들도 다 개성 넘쳐서 보는 맛이 있었고

버티고개 가서 앉을 놈들, 병자년에 방죽을 부리는군 등등 도민준이 조선 욕을 하는 장면
천송이가 15초 동안 꼬시겠다고 말하고 끝난 다음 키스하는 장면그리고 도민준이 아파서 몸 저 누우는 장면
떠나야 하는 본인과 사이가 더 깊어지면 안 되니도자기, 강아지, 소나무를 예를 들며 설레지 않는다고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장면 도민준이 천송이와의 신혼생활을 꿈꾸는 장면
휘경이와 천송이의 신혼생활을 상상하며 “간지럽다잖아! 하지 말라잖아! 그러지 말라잖아!”를 외치는 장면
자신과 멀어지게 하기 위해 낚시하러 간 곳에서 가슴 아픈 말을 뱉고, 그걸 듣고 슬퍼하며 돌아가는 천송이에게 시간을멈추고 키스하는 에필로그 장면
그리고 똑같은 그 장소에서 천송이와 행복하게 뛰어노는 상상 속 장면
흘러가버리는 시간에 대고 이 얘길 하면, 모든 게 흘러가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수없이 시간을 멈추고 네가 모르는 그 멈춰진 시간 속에서 이 얘길 했었어라며 처음으로 천송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는 장면
천송이가 프러포즈 선물로 준 USB에 담긴 영상을 보며 우는 장면까지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엄청 많네


내가 드라마 같은 거 보면 과몰입을 조금 과하게 하는데 그래서인지 설정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도 내가 도민준이 되니까 너무 슬프더라


정말 내가 400년 동안 살아왔고 이런 이런 사연이 있는데내 앞엔 12년 전 구해준, 조선시대 때 봤던 그 어여쁜 아이를 닮은 소녀가 잘 커서, 이렇게 지켜주고 싶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어 내 앞에 있는데남아 있다면 내가 죽고, 죽지 않기 위해 돌아온다는 것을 보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떠난다면, 그리고 떠나서 정말 돌아오지 못한다면, 평생 동안 어떻게 살까, 어떻게 잊을까 등등 말이야


보면서 웃긴 장면, 슬픈 장면, 기억에 남는 장면 몇 개 녹화해놨는데 오늘도 천송이가 초록 옷을 입고 도민준이 쓴 일기를 보며 회상하는 장면을 보고 또 울었어하긴 OST만 들어도 그 장면 생각나고 감정이입돼서 울컥하는데 당연한 거겠지


드라마 이렇게 과몰입해서 보고 한참 동안 여운 안 가시다가 몇 개월 지나면 좀 괜찮아질텐데 몇 개월 뒤, 그때 다시 보면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지금 이 묘한 기분, 회포를 어디다 간 풀어야 할 것 같아 혹시 갤러리 있나 찾아보다 보여서 여기에 이렇게 글을 남기고 가


2022년 모두 화이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