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공장 이미 번역되어 있는 거 알지만, 내가 새로 번역해서 올린다
지난주에 폴이퀘 연재 못한 것에 대한 사과의 표시라고 생각해줘
다음주엔 무지개 공장 후속작인 '깨어나다'도 올릴게!
원본 출처: https://www.fimfiction.net/story/5381/rainbow-factory
역자: Ad Hoc

무지개 공장
by AuroraDawn
연령대: M (성인)
장르: 고어, 다크
2012-12-7
이제 무지개 이야기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알겠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말이야.
무지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페가수스들이 기상 공장의 무지개 부서에서 고용되어 일하지만, 대부분 단순한 노동에 불과한 일을 한다. 무지개 개개의 색을 나타내는, 스펙트럼의 거대한 흐름이 거대한 강판을 통과해 흘러 엄청나게 큰 통에 담겨진다는 것과 그 뒤 직원들이 공장과 도시 여기저기에 산재한, 응고된 무지개 풀장에 스펙트럼을 균일하게 섞어 넣은 다음, 혼합물을 아래 바닥에 퍼내려, 직원들이 뿌리거나, 다른 기상 관리 페가수스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관한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스펙트럼이란 게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재료를 반입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아, 무지개에 뭐가 들어가는지에 대한 단서조차 알 수가 없다. 공장을 견학하는 관광객들도 평범한 벽과 누구든 언제나 통행할 수 있는 거대하고 견고한 문만 볼 수 있고, 극도로 불길한 예감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공장 시설의 다양한 간판과 건축물이 관광객들을 반겨주는 가운데, 무지개 공장의 상층부는 위험 요소와 죽음을 나타내는 무서운 형상화가 그려진 채로 보호되고 있었고, 구름 벽은 도시 건물에 쓰이는 깨끗한 흰색이 아닌, 검고 조용히 번개가 치는 안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무지개 공장의 직원이 된다는 것은, 이 검은 벽 바깥의 모든 삶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비밀을 유지할 것을 맹세하고, 외출은 금지되었으며, 시설 안에서만 생활한다. 시체 가방에 넣어지지 않고 간신히 공장을 빠져나간 소수의 페가수스들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생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말하지 못했다. 수많은 가설이 제기되었다. 생포된 유니콘들의 흑마법이니, 제정신이 박힌 이상 사용하지 못할 화학적, 환경적 위험 물질이니, 태양이나 달을 띄우는 대신 스펙트럼을 만들어내는 사명을 가진, 셀레스티아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자매니 하는 것들이었다.
그 어떤 가설도 진실에 근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지개는 일단 알고 나면 쉬워.
페가수스 장치의 마법의 도움이란 걸
"빨리, 오리온! 그러다 최종 시험에 늦겠다!" 스쿠틀루는 자신의 친구를 불렀다. 그녀는 이제 나이가 들어, 비행 학교를 다니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 되었다. 그녀는 학교의 다른 페가수스와 마찬가지로 최종 시험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었다. 시험에 통과한 포니들은 세상에 나갈 자유를 부여받는다. 큐티 마크를 얻지 못한 포니들은 아직 찾지 못한 자신의 큐티 마크를 찾으러 갈 수도 있다. 그리고 일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종 시험에 떨어진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흔치는 않지만, 반에서 한두 명 정도는 최종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한다. 시험에 떨어진 포니들은 무시당하고, 외면당하고, 혐오의 대상이 된다. 클라우즈데일의 거주민들 사이에선 일종의 종족주의가 형성되어 있기에, 만약 최고가 아니거나, 최고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영예로운 이들'에 낄 수가 없는 것이다.
스쿠틀루는 키가 크지만, 꽤 마른 포니인 오리온이 곁에 앉자, 옆으로 조금 움직였다. 오리온은 옅은 갈색 깃털을 부풀리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서 걱정스러운 듯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스쿠틀루와 오리온은 큰 대기실에 앉아, 시험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졸업을 앞둔 페가수스들이라면 다들 그랬다. 저 멀리에 '공장'이 보였다. 오리온은 공장을 흘끗 쳐다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왜 그래, 오리온? 눈 생산 라인 같은 답 없는 곳에서 일하게 될까 봐 그래?"
오리오는 조금 웃더니,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아니... 그냥 난... 모르겠다. 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 만약 떨어지면 어떡하지? 시험은 통과해도, 다들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볼 정도로 못하면 어떻게 해? 추방당하는 걸 감수할 수 있을까? 근데 어디로 추방되는 걸까?"
스쿠틀루는 오리온을 친근하게 툭툭 건드렸다. "아무도 모르지, 바보야. 그리고 우린 시험에 떨어지지 않을 거야. 여기 있는 포니들도 다 그럴 거야. 뭐, 적어도 난 통과하겠지." 스쿠틀루는 웃었다. "레인보우 대쉬가 팁을 알려줬으니까 난 잘 할 거야."
"아, 그래, 물론이지. 덕분에 안심이 되네. 여기 있는 모두가 퍼트리고 싶어 하는 광적인 증오보단 덜 안심이 되지만."
"겁 좀 먹지 마, 이 겁쟁이야." 스쿠틀루가 대답했다. "여기서 떨어질 애는 저기 암녹색 갈기를 가진 노란색 포니밖에 없을걸. 저번 달에 아파서 학교 못 나왔잖아."
"아, 그 애." 오리온은 목을 길게 빼어 그 포니를 바라보고는, 기억이 난 듯했다. "발굽이랑 날개가 안 좋다는 애 말이지. 그래도 꽤 자신만만해 보이는데."
"통과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 스쿠틀루는 '공장'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걸 보자,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니라, 자신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난 쿨한 날씨 관련 직업을 얻고 싶어. 어때? 포니빌이나 필리델피아에 있는 포니들이 전부 다 나를 올려다보면서 '저기 스쿠틀루다! 정말 굉장한 비행사야! 클라우즈데일 출신이래! 역시 클라우즈데일이야!" 라고 외치는 걸 상상해봐." 스쿠틀루는 잠시 긴장감은 잊고,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굉장하긴 하네. 인정해. 뭐랄까, 클라우즈데일에서 막 오는 길이라니... 다들 널 경외하겠지?"
"그러겠지. 페가수스를 찬미하자."
"페가수스를 찬미하자."
"제자리에 앉아주세요, 여러분." 거대한, 황색 페가수스가 시험장 입구로 걸어 들어왔다. "이름을 부를 거예요. 평가관은 시험장 동쪽에 있습니다. 절대. 절대로 서쪽으로 너무 멀리 날아가지 마세요. 여러분이 비행하는 걸 평가관들이 못 보면, 그 즉시 시험에 떨어집니다. 심호흡하고, 마지막으로 날개를 한 번 더 풀어주세요. 시험은 날씨 정리와 민첩성, 복귀. 이 세 가지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름을 치우고, 날아가는 중에 고리 안으로 들어가고, 표시된 곳까지 날아가세요. 표시된 곳에 도달하고 나면, 최소 3초 동안 날개를 접으세요. 3초보다 더 짧게 접고 있으면 실격 처리가 되지만, 더 오랫동안 접는다 해서 '추가 점수'는 없다는걸 기억하시고요. 마지막으로, 구름 바닥에 추락하기 전에 원상복귀하세요. 알겠죠? 질문 있는 포니?" 진행자는 말을 멈추고, 방 안의 포니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모두가 그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긴장해서 맥이 빠진 포니는 없었다. "좋아요. 오로라 던. 첫 번째예요. 청소하고, 날고, 떨어져서, 돌아오세요."
오로라 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출발점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녀는 평가관들을 바라보았고, 세 평가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오로라는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 반동으로 도약대가 살짝 튕겨 올랐다.
오로라 던이 높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모두가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배치되어있는 구름을 결단력 있게, 바로 쳐냈다. 완벽한 타이밍과 정확한 각도로 쳐내어, 하늘은 구름 한 조각 없이 깨끗해졌다. 스쿠틀루와 오리온은 입을 쩍 벌린 채로 오로라가 빠르고 급격하게 방향을 꺾어, 각 고리의 정중앙을 능숙하게 통과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드디어, 오로라는 적당히 높게 올라가고 주위를 맴돈 뒤에, 날개를 접었다.
오로라가 구름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학생들은 숨을 죽인 채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오로라의 날개가 정확한 타이밍에 펼쳐지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오로라의 날개가 휙 뻗쳤다. 학생들은 '뚜둑'하는, 크고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리자 공포에 질려 몸을 움찔했다. 곧이어 날카로운 비명이 오랫동안 들려웠다. 많은 학생들이 오리온처럼 날개를 펼쳐 눈을 가렸다. 스쿠틀루를 포함한 다른 학생들은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노랗고, 빨갛고, 녹색이 감도는 형채가 '쿵' 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구름에 곤두박질쳤다.
지체 없이, 진행자는 앞으로 나섰고, 평가관들은 단순히 평가를 하고 서류를 뒤적거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진행자는 큰 소리로 다음 학생을 불렀다. "데이지 필즈. 청소하고, 날고, 떨어져서, 돌아오세요."
데이지 필즈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출발점으로 나아간 뒤 날아올랐다. 그때, 스쿠틀루와 오리온은 입이 떡 벌어진 채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로라가 떨어진 구름을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 전의 충돌로 인해 생겨난 파편이 바람이 불자 날렸다. 노란 몸뚱이가 덜덜 떨며, 움직이려 했지만, 이내 쓰러져 울음을 터트렸다.
"패러데이 스파츠. 청소하고, 날고, 떨어져서, 돌아오세요"
오로라는 걷는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흐느꼈다. 다리는 부러지지 않아, 걷는 데엔 지장이 없었지만, 날개에 느껴지는 고통과 장래의 삶을 잃고 말았다는 절망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오리온은 불안하여 안절부절못했고, 일그러진 얼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홀리데이 샤인. 청소하고, 날고, 떨어져서, 돌아오세요"
"아무도 도우러 가질 않잖아." 오리온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스쿠틀루도 그 노란 페가수스에 대해선 매우 안타까웠지만, 그녀를 도와주진 못했다. 오로라는 시험에 떨어진 죄로 클라우즈데일과 이퀘스트리아의 친숙한 마을과는 멀리,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질 것이다. 그녀와 시험에 떨어진 다른 학생들은 클라우즈데일의 명성을 더럽힐 수 없는 곳으로 보내질 것이다. 끔찍하고, 애석한 일이었지만, 스쿠틀루는 실패해선 안 됐다. 친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고, 특히 레인보우 대쉬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레인보우 대쉬는 스쿠틀루를 언제나 도와주고, 보살펴 주었으니까. 눈을 깜빡이자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을 애써 지켜보았다. 날아올라,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평가관들이 앉아있는 자리 아래에 있는 동쪽 문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스쿠틀루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바로 저것이었다. 시험을 통과하고, 문으로 날아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오리온 솔스티스. 청소하고, 날고, 떨어져서, 돌아오세요"
"... 싫어요."
"뭐라고요?" 진행자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한쪽 다리를 치켜들었다. "비행 시험을 그렇게 포기할 수는 없어요. 평가관님들이 화내기 전에 어서 가세요."
"싫어요. 저 애의 미래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절 생각해 주는 척하지 마세요." 오리온은 확신이 서지 않은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제가 좋은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하면서, 저 애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도록 내버려 뒀잖아요."
"반항하지 말고, 탈락시키기 전에 어서 가." 진행자가 위협적으로 소리쳤다.
"알겠어요." 오리온은 날카롭게 대답하면서, 출발점으로 걸어갔다. 그는 평가관들을 빤히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를 기다렸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날아올랐다. 하지만 지정된 곳까지 올라가기도 전에, 급하게 방향을 꺾어 오로라 옆에 부르럽게 착지했다. 오로라는 몸을 돌려 오리온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이마와 옆구리엔 피가 흘러내렸고, 얼굴에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뭐... 뭐 하는 거야? 그럼 나처럼 탈락할 거야. 추방당할 거라고."
"다른 포니들이 마음대로 살지 못하는 걸 보면서 내 삶을 살 바엔 포니들을 이따위로 대하는 곳에서 추방되는 게 나아."
오로라의 멍들고 부은 눈에서 슬픔이 아닌 기쁨이 엿보였다. 하지만 발을 헛디뎌 강렬한 고통이 전신에 퍼지자, 그 기쁨은 사라졌다. 오리온은 오로라를 자신에게 기대게 해주고, 날개로 감싸주었다. 그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평가관들을 쳐다보았다. 평가관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시선을 아래로 돌리고는, 평가를 한 뒤, 다음번 학생이 출발점으로 걸어가기를 기다렸다.
스쿠틀루는 충격을 받아,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도 모르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멍하니 출발점으로 걸어갔지만, 두 눈은 자신의 친구와 그 친구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도와준 포니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잠시 후, 스쿠틀루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가다듬고는, 평가관들을 바라보았다. 평가관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지켜보는 스쿠틀루의 머릿속에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셀레스티아 공주님. 어떡하죠? 절 믿어주는 포니들을 실망하게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오리온을 두 번 다시 못 볼 것 같아요... 오리온은 이런 짓을 하면 이런 위험이 따를 것을 알고 있었을까요? 오리온도 지금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스쿠틀루는 오리온을 힐끗 쳐다보았다. 오리온은 스쿠틀루를 보고 있지 않았다. 스쿠틀루는 상심하여, 날아올랐다. 익숙한 바람이 몸을 식히고, 생각을 저편으로 날려버리자, 그녀는 본능에 몸을 맡겼다. 적당한 고도에서 멈춰, 다시 날아가기 시작해 모든 구름을 보고 감지하면서 저것들을 쳐낼 계획을 세웠다. 1분도 안 되어 하늘이 맑아졌다. 스쿠틀루는 첫 번째 고리를 향해 원을 그리며 날아갔다. 힘찬 날갯짓으로 첫 번째 고리를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두 번째, 세 번째도 뚫고 날아가, 능숙하게 방향을 틀었다. 그녀는 시험장 바닥에 가까운, 마지막 두 번째 고리를 향해 날아갔다. 하강하면서, 오리온과 오로라가 서쪽 문에 거의 다다른 것이 보였다. 오리온은 고개를 돌려,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오리온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었다. 오리온도 스쿠틀루를 생각했다. 그는 스쿠틀루와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절대 작별 인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스쿠틀루는 고리 아래쪽에 부딪혀, 몇 미터 정도 굴러떨어져 바닥에 부딪혔다. 순간 두려운 느낌이 강렬하게 몰아쳤다. 스쿠틀루는 몸을 획 돌려, 날개를 퍼덕이기 시작했다. '아마 이건 탈락으로 안 쳐주겠지'라고 생각했다. 아직 날 수 있다. 땅에서 정신이 산만해진 스쿠틀루는 평가관 주위를 맴돌았다.
세 발굽이, 탈락을 표시했다.
스쿠틀루는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흘러 시야를 흘렸다. 이럴 순 없다. 이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 오리온은 시험에 통과하여, 동쪽 문에서 자신을 응원해줘야 했다. 스쿠틀루는 오리온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그저 비행에만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변명을 들어줄 리는 없다. 떨어진 스쿠틀루는 천천히 오리온 주위를 맴돌다가, 그의 옆에 착지했다. 스쿠틀루는 보라색 눈망을로 오리온을 바라보았다. 그는 뒤를 돌아보더니, 미소를 지어주었다.
"잘했는걸."
스쿠틀루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흐느꼈다. 그 후 그녀는 오리온의 곁을 걸어가며, 날개 하나를 펼쳐, 오로라가 서쪽 문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벽에는 '시험 탈락자'에게 복도를 내려가라고 알려주는 문구가 써져 있었다. 세 포니 앞에는 불이 켜지지 않은 기나긴 복도가 있었다. 그들은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어디로 추방될지 생각하며 모두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무지개에 담힌 진실을 깊이 탐구해 볼까
클라우즈데일의 신화와는 매우 다르지
저 떠다니는 도시를 잘못 판단하는 건 당연해
멋진 장식과 군중 심리 때문이지
황량한 복도 너머에는 빈 마차가 있었다. 늠름한 포니 세 명이 별 관심 없고, 지루해하는 태도로, 마차에 몸을 기대며 서 있었다. 처량해 보이는 망아지 셋이 비틀거리며 탁 트인 곳으로 나오자, 그중 한 포니가 고개를 돌렸다. 이들은 시험장 아래쪽 가장자리에 있었는데, 그 아래 멀리 이퀘스트리아의 광활한 구릉과 평지가 보였다.
"어이, 보스. 쓸모없는 페가수스 놈들이 왔는데." 첫 번째 포니가 마차 반대편에 있는, 몸집이 더 큰 포니를 불렀다. "일할 시간이 됐나 본데?"
"가만있어 봐. 더 있을 수도 있잖아."
"아, 아뇨... 우리가 마지막이에요..." 스쿠틀루가 흐느끼며 말했다. 오리온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 그니까..." 스쿠틀루는 잠시 말을 멈추곤, 숨을 깊이 들이마셔 가능한 한 강인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셋이 전부예요. 오로라의 날개가... 부러졌어요. 도움이 필요해요."
"그냥 울어제끼는 추한 년일 뿐인데 뭐. 그게 어때서? 차라리 날아서 여기로 돌아오는 것보단 낫지."
"우리가 그 망할 시험에 떨어졌긴 해도, 살 가치도 없다는 건 아니잖아요!" 스쿠틀루는 벌컥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녀는 가능한 한 위엄있는 모습을 보이기로 작정했다.
"그래, 그래. 쳇! 어이, 패치스. 가기 전에 좀 치료해 줘. 시트에 피를 묻히고 싶진 않거든. 방금 청소했단 말이야. 너희 둘. 여기 타."
오리온과 스쿠틀루는 마차에 뛰어올라 딱딱한 시트에 최대한 편안하게 앉았다. 오로라가 앉을 자리를 남겨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패치스가 오로라의 날개에 붕대를 다 감자, 오로라는 조심스럽게 마차 위에 올라타고 뒤쪽에 있는 벤치에 누웠다. 스쿠틀루는 오로라를 향해 몸을 숙였다. 마차 문이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닫히자, 뭐라 말을 하려고 몸을 숙였다. 보스라는 작자는 수레 뒤쪽, 문 옆에 서서 그들을 한명 한명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니까..." 스쿠틀루는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로라라고 했지? 난 스쿠틀루야.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다니 좀 맘 아프네."
"친구랑 만나는 건 언제든 환영인걸." 오로라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부드럽게 말했다. "우린 최선을 다했어. 그것뿐이야. 게다가, 추방자들의 도시가 꼭 나쁜 곳이라는 보장도 없잖아?"
그 말을 듣자 한 생각이 스쿠틀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추방당한 페가수스가 어디로 끌려가는지는 들은 적이 없었다. 대부분의 포니들은 그곳이 얼룩말들이 사는 곳 같은, 어떤 이상한 곳이라고만 추측할 뿐이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스쿠틀루는 더욱 심오한 무언가를 깨달았다.
"만약 우리가 제코라의 고향에 가게 된다면, 다시 돌아올 방법이 있을 거야. 이퀘스트리아에서 사는 게 금지되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 플러터샤이라는, 내가 예전부터 알고 지낸 포니빌에서 사는 페가수스가 있는데. 그 언니는 비행 학교를 수료한 적도, 시험을 본 적도 없어. 그렇다고 해서 어디 끌려간 적이 있는 것도 아니야."
"맞아!" 오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오리온은 스쿠틀루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멀리 보내지는 이유는 비행 학교에서 떨어진 포니가 클라우즈데일에 사는걸 용납하지 못하는 포니들이 있어서 일 거야. 정말 뭐 저런 개같은 도시가 다 있담? 이제야 알았네.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래서 떠난 페가수스들도 안 돌아오는 거겠지. 클라우즈데일이 싫어서 말이야."
"너희들처럼 쓸모없는 포니들은 '페가수스'라 불릴 자격도 없어." 문가에 있는 보스가 말했다. 마차가 들어 올려져,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의 몸이 조금씩 흔들렸다. "너희들은 쓸모없는 패배자에 불과해. 추방당한 것들은 누구도 돌아오지 못하지. 이유가 어떻든지 말이야. 빌어먹을 시험도 통과 못 하다니, 못 살겠구만."
스쿠틀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공중으로 날아오르고는, 보스에게 뛰어들었다. "우리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지 마요. 다른 포니들을 그렇게 대해선 안 되죠!"
보스는 발굽을 들어 올리고는, 스쿠틀루를 바닥에 팽개쳤다. "내가 원하면 네놈 따윈 어떻게든 다룰 수 있어. 넌 클라우즈데일, 아니 이퀘스트리아 전역에서도 '포니'라 불릴 자격도 없어. 이제 지랄 말고 자리에 앉아서 도착할 때까지 입 다물고 있어."
"그래서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아저씨들이 데려다주니까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오리온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난들 아나. 우린 양복 입은 포니들에게 마차를 건네주고, 이 일에 입을 다문다는 조건으로 몇 푼 받을 뿐이야. 천 년 동안, 늘 그래왔지."
세 아이는 미지에 대한 공포에 몸을 떨며,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그들은 각자 생각에 잠겨, 참을 수 없는 여행이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 가족, 사랑하는 이들, 애완동물. 그 모두를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른 채로. 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또 한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마차가 갑자기 멈춰 휘청하는 바람에 그 불편하기 짝이 없는 침묵이 깨졌다.
"음." 보스가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멈추면 돼. 너희들은 이제부터 얌전히 구는 게 좋을 거야. 얼마나 좆 같은 곳으로 보내지는지는 몰라도 즐겁게 지내라." 마차 문이 덜커덕거리며 열리자, 보스는 차가운 바람을 날리며 뛰쳐나갔다. 어느새 밤이었다. 빛이라고는 거의 보이질 않았다. 스쿠틀루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다른 포니가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포니는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고, 꼬리는 비현실적으로 검게 염색되어있었다. 그 포니의 머리는 어둠으로 덮여 있었고, 얼굴엔 잘 맞지 않는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갈기를 감추고 있었다. 보이는 거라곤 마차 안의 세 포니를 냉담하게 쳐다보는, 장밋빛의 두 눈뿐이었다. 그 포니의 시선이 스쿠틀루에게 잠시 고정되었지만, 그 포니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포니가 문을 쾅 닫았고, 마차는 다시 한번 이륙했다.
"적어도 이제 대화를 할 수는 있겠네." 오로라가 어둠 속에서 속삭였다.
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큰일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
클라우즈데일이 날씨를 관리하는 것 같은 일엔 말이야
마차는 마구 흔들리며 멈췄다. 적막한 세 아이는 눈을 깜박이며, 다음에 닥칠 일에 대비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비축해 두기로 다짐했다. 긁히는 듯한 소리를 내며 문이 흔들리더니, 활짝 열렸다. 양복을 입고 가면을 쓰고 있어, 알아볼 수 없는 포니 몇 명이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스쿠틀루는 불빛에 눈을 깜박였다.
구름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두 눈이 어둠에 적응해,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검게 염색한 포니들 몇 명이 주변을 헤집고 있었다. 그 중엔 클립보드를 들고 있는 포니들도 있었고, 서류 가방과 뭔가 중요한 물건들을 등에 지고 다니는 포니들도 있었다. 건물은 온갖 기계와 표지판로 가득 차 있었다. 파이프는 천장을 따라 나 있었으며, 우우웅 거리는 큰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왔다. 이따금씩 굉음이나 경보 같은 공장에서나 날 법한 소리도 들렸다. 스쿠틀루는 숨이 턱 막혔다.
"여긴... 이 건물... 뭔가 낯이 익은데... 기상 공장인 것 같아!"
오리온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 엄청 오랫동안 이동했는걸. 도시는 물론이고, 이퀘스트리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 거야."
"근데, 스쿠틀루의 말이 맞는 것 같아." 오로라는 골똘히 생각했다. "우리가 시험장을 떠나서 마차를 모는 포니가 바뀌었을 때랑 거기서 여기까지 왔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 비슷해. 근데... 모르겠다. 혼란스러워. 그냥 우연이겠지."
"환영한다. 노새들아." 크고 웅장한 목소리가 말했다. 양복을 입은 포니들이 하얀 실험실 코트를 입었으며, 검붉은 털을 가진 페가수스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지금 여기가 어딘지 궁금한가 보네. 멍청하긴. 너흰 클라우즈데일에 있어! 정확히는, 무지개 시설 내부에 있지. 한번 둘러볼래?"
"대체 무슨 일이죠? 우릴 노예로 쓸 생각인가요? 고맙지만, 그럴 바엔 추방이나 당할게요." 스쿠틀루가 소리쳤다. 오리온과 오로라는 마차에서 내려 스쿠틀루 뒤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같은 패배자들에겐 단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어. 평생을 여기서 지내는 것밖에 말이지! 아, 미안, 소개가 늦었군. 난 애트모스피어 박사야. 혹시나 저 뒤에서 끔찍한 수술 같은 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할까 봐 말해주는데, 의학 박사 학위를 딴 건 아니니 안심해. 쓸모없는 페가수스 놈들은 왜 다들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난 공학 박사야. 이 시설의 감독관이지. 너희 모두 공장 하층부를 견학해 본적 있지?"
세 포니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모른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그럼 어디부터 견학하는지 아는 포니?"
오리온이 말했다. "공장 상층부에서 스펙트럼이 내려와서 섞이는 곳이요."
"아주 잘했어. 네가 페가수스에게 쓸모없는 존재라니 불쌍하구나, 똑똑해 보이는데 말이야." 애트모스피어 박사는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오리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오늘은, 공장 상층부를 보게 될 거야. 날 따라와. 너무 뒤처지진 말고. 그렇지 않으면 내 조수가 너희를... '재촉'할 테니까." 그 말을 하면서, 그는 양복 입은 포니들에게 눈짓을 했다.
양복 입은 포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세 포니가 몸을 앞으로 숙여, 아이 하나하나에게 테이저건을 쏴, 전기 충격을 주어 풀썩 주저앉게 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쓰러질 때, 애트모스피어 박사는 소리 내어 웃었다. 아이들이 다시 일어나자, 그 웃음소리는 작게 킥킥거리는 소리로 이어졌다.
스쿠틀루는 눈을 깜박여 눈물을 닦아내고는, 몸을 떨어 신경까지 느껴지는 따가운 느낌을 떨쳐내려 했다. 스쿠틀루는 몸을 돌려, 양복 입은 포니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면서, 눈을 마주쳤다. 마차에 타고 있었던, 장밋빛의 눈을 가진 포니는 없었다. 스쿠틀루는 마지못해 검붉은 털을 지닌 엔지니어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턴 조심해야 한다." 애트모스피어 박사는 공장 하층부의 견학 인솔자와 비슷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자칫하다 빠질 수도 있는 구멍이나 통풍구, 통이 많거든. 조심하지 않으면 다치게 돼. 다치게 되면 너흰 더 쓸모없게 돼서 우리가 너흴 써먹을 수도 없게 되지." 그가 심술궂게 뒤를 돌아보자, 세 아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들은 진동하는 기계와 조립 라인이 줄지어 선 복도를걸어가고 있었다. 이따금씩 낮게 늘어진 전선 아래로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거나, 김이 나는 파이프 위를 조심스럽게 건너가야 했다. 더 깊이 들어갈수록, 건물 안은 더 쌀쌀해졌다. 세 아이 모두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곳을 살펴보고, 찾아보았지만, 아무 데도 없었다.
"자, 이야기 하나 들려주지. 클라우즈데일은 날씨가 만들어지는 곳이야. 우리가 없으면 이퀘스트리아의 포니들은 굶주리고, 추위에 얼어붙고, 물에 빠져 죽게 되는, 그다지 좋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가게 돼. 그래서 우린 특별한 영예를 얻게 됐어. 너희들처럼 무능력한 놈들에게 더럽혀지지 않을 그런 영예를 말이지. 만약 '너희' 같은 페가수스 놈들이 클라우즈데일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싸돌아다니면 포니들이 우리를 우러러보고, 믿을 수 있을까? 못하지, 못해. 그래서 우린 너희 같은 놈들을 처리해야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천년도 더 전에 아주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렸지. 그 당시의 똑똑한 포니들이 말이야. 요즘엔 그런 똑똑한 포니가 별로 없지. 말이 딴 길로 샜군, 하하하... 자 그럼, 이 문을 통과해. 어서. 너희들을 더 '재촉'하기 전에." 애트모스피어 박사는 비좁은 복도 끝에서 묵직해 보이는 문을 열고는, 아이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스쿠틀루는 애트모스피어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양복 입은 포니들을 흘끗 보고 있었다. 그가 또다시 소리 내어 웃자, 스쿠틀루와 다른 아이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한심한 여생을 즐기길 바란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문을 쾅 닫았다. 아이들은 몸을 돌려, 자신들이 들어온 넓은 방을 바라보았다. 영사실처럼 탁 트여있었고, 안은 텅 비어있었다. 방의 한쪽 끝에는 사각형 통 여섯 개가 있었는데, 통에는 각각의 스펙트럼이 하나씩, 가득 차 있었다. 그 위에는 특이하게 생긴 기계가 있었다. 가운데 기둥이 여섯 개의 호스로 갈라져, 각 통에 이어져 있었다. 기둥의 꼭대기엔 하나의 개구부가 있었는데, 반짝이고 깨끗한 기계와는 달리 빨갛게 녹이 슬어 있었다. 그 위에는 체인과 톱니바퀴가 철근과 파이프에 느슨하게 걸려 있는,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 물체가 있었다. 그런 기계보다 더 높은 곳에 건축 현장에서 쓰이는 비계로 이루어진 길이 이어져 있었다. 길 양쪽 끝에는 방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었다. 그 밑의 방 안에는, 시험에 떨어진 아이들이 앉아서 울거나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 저 애들은 도시 건너편에 있는 다른 비행 학교에서 온 애들이야." 오로라는 충격을 받은 채로 말했다. "그리고... 저 포니들, 저기 앉아 있는 애들, 보여? 레비테이팅 에이커 사립 학교 애들이랑 같이 여행 갔을 때 기억나? 그때 봤던 애들이야."
"그럼... 시험에 떨어진 애들은 다 여기로 오는 거야? 추방당하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강제로 일해야 한다는 거고?" 오리온은 조용히 흐느꼈다. 다른 포니를 도움으로써, 자기 자신과 좋은 친구를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게 했기 때문이었다. 스쿠틀루는 안심을 시켜주려고 날개를 뻗어, 그의 턱을 받쳐 주었다. 스쿠틀루는 미소를 지어주고는, 그가 얼마나 슬플지 이해해 주었다.
"그래도 혼자서 헤쳐나가는 건 아니잖아." 스쿠틀루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갑자기, 아이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어느 학교 출신인지는 잘 알아볼 수 없는 포니가 비계 위의 문을 향해 날아갔다. 그 즉시, 양복 입은 포니 둘이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오르더니, 빠져나가려는 아이에게 테이저건을 쏘아냈다. 그 포니는 허공에서 경련을 일으키더니, 바위처럼 땅에 떨어졌다. 그 아이가 떨어지면서 크게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미친 듯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다른 포니들은 공포에 휩싸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뒤로 물러났다. 희망을 가지고, 오랫동안 그 아이를 쳐다보았지만...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작게 흐느끼는 아이들이 몇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더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혼란스러워서인지, 고개를 돌렸다.
"저렇게 빠져나갈 순 없겠네." 오로라가 말했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들려주려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근데 너 어차피 지금은 못 날잖아." 오리온이 물었다.
"날 치료해준 아저씨. 이름이 패치스였나 뭐였나... 그 아저씨가 날개 관절을 고쳐주고 피부가 찢어진 곳에 붕대를 감아줬어. 뭐 경주 같은 건 못 하겠지만... 날 수는 있어."
그들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서, 아이들 무리에 합류하고는, 서로의 슬픔을 이해한다는 듯이 서로 쳐다보았다.
"앞에 잘 보고 있어. 이 무능한 노새들아." 양복 입은 포니가 소리쳤다. 방금 그 일이 있었으니, 그 명령에 따르지 않는 포니가 있을 리가 없었다. 모두 위의 통로를 바라보고 있자, 문이 열렸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 해답은 이 단순한 시설에서 찾을 수 있지
이곳의 임원들로 보이는 페가수스들이 비계 위를 걸어오더니, 역겹다는 표정으로 아래의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중 한 포니는 한가운데에 설치된 작은 단상에 서서 크고 또렷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너희들도 추방당하는 게 아닐 거란 걸 다들 알고 있겠지. 추방은 없어. 단 한 번도 없었지. 너흰 '공장'에 있다. 너흰 절대 '공장'을 떠나지 못해. 지금까지 너희들이 쓸모없다는 말을 들어왔겠지만, 아주 그렇지만은 않아. 너희들은 페가수스 무리에게 포니로서 쓸모가 없는 것뿐이지, 아직 쓸모는 있어! 이 드넓은 땅의 모든 포니들을 위한 일을 하는 데에 말이야. 너흰 무지개를 만드는 걸 도울 거야! 아름답고, 마법 같은 무지개를 말이야. 기쁘지 않나?" 의문의 연설자는 황홀해 하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아래, 바닥에 있는 아이들은 그런 연설자를 역겹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난 기쁠 것 같은데!" 그는 껄껄 웃었다. "영광스러운 일이지. 그 일을 맡은 포니들이 전부 다 할 말을 잃게 만들정도로 영광스러운 일이야! 자, 지원자는 없나?"
아이들은 그를 증오 어린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레비테이팅 에이커 사립학교에서 온 연분홍색 포니가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더니, 소리쳤다.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요? 셀레스티아 공주님, 아니면 루나 공주님이 어떻게 이 일을 용인하실 수가 있는 거죠? 이건 노예제나 다름없어요! 고문이라고요!"
"그보다 더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다른 임원 포니가 그림자에서 걸어 나와 단상에 올랐다. 그 포니는 양복을 입고, 가면을 쓰고 있었다. 기존에 단상에 올라 있었던 포니는 걸어 나와, 조금 전에 올라온 포니가 말할 수 있도록 했다. 스쿠틀루는 그 포니가 마차를 운송한 그 장밋빛 눈을 가진 포니임을 알아차렸다. 스쿠틀루는 이제 더 집중한 채로 그 포니를 지켜보았다.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천 년 전,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루나 공주님을 이퀘스트리아에서 추방하고 달에 보낸 뒤.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세 가지 업무를 수행해야 했어. 원래는 태양을 띄우고, 무지개를 드리우는 일만 하셨지만, 달을 띄워야 하는 일이 추가로 생겨버린 거야. 그 때문에 무지개에 관한 일은 다른 이에게 맡겨야 하셨지.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클라우즈데일의 페가수스들에게 무지개를 만들게끔 하셨지. 처음 수십 년 동안은, 스펙트럼을 생성해내는 걸 도와주는 강력한 유니콘들의 도움도 받았지. 스펙트럼은 순수한 색소이자, 순수한 색채 그 자체야. 모든 것은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지. 하지만 우린 거기서 색을 빼낼 수 없었어. 특정 물체에서 색을 빼내는 건 불가능했지. 그래서 그땐 마법으로 스펙트럼을 만들어내야 했어." 마스크를 쓴 포니는 용맹스럽게 나선 분홍색 포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우리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 엔지니어들은 색을 추출하는 기발한 방법을 발견했고,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단순한 기계장치도 만들어냈어. 하지만 그냥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모든 조건이 딱 들어맞아야 했거든."
"그 끔찍한 포니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죠?" 분홍색 페가수스가 분노에 차 소리를 질렀다.
의문의 포니가 가면을 벗어, 장밋빛 눈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털은 밝은 파란색이었고, 갈기는 화려한 무지개색이었다. 어린 포니들 몇몇이 헉하고 숨을 쉬었다. 스쿠틀루는 충격을 받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레인보우 대쉬였다. 수많은 생각이 스쿠틀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방 안이 빙빙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럴 리가 없어. 아마 쌍둥이이고 그중 나쁜 놈일 거야. 숨겨둔 여동생일 수도 있지. 레인보우 대쉬가 이런 나쁜 짓을 할 리가 없잖아.' 그녀는 스쿠틀루의 친구이자, 멘토였다...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유일한 가족이기도 했다. 스쿠틀루의 머릿속에선 '어떻게... 어떻게?'라는 질문만이 맴돌았다.
"그래, 살아 있는 포니가 있어야 해! 마법과 스펙트럼 모두가 내재하어있는 포니만이 가능하지!" 레인보우 대쉬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미친 듯이 웃었다. "그래야만 스펙트럼을 추출해낼 수 있었어! 너무나 아름다운 아이디어였고, 너무나 놀라울 정도로 끔찍한 아이디어였지. 그리고 아주 효과적이었지. 우린 진짜 스펙트럼으로 더 좋은 품질을 갖춘 무지개를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게 됐어! 그 덕에 잘 날지도 못하는 역겨운 페가수스 자식들이 클라우즈 데일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도 막을 수 있었고! 아하하하하!"
스쿠틀루는 버틸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다들 두려움과 공포에 찬 채로 소리를 지르고, 들어온 통로를 향해 갈려가 나가려는 동안, 양복 입은 포니들이 아이들을 에워싸고 다시 방 한가운데로 밀어 넣을 때, 스쿠틀루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언니가 날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스쿠틀루는 레인보우 대쉬의 웃음을 끊으며 소리쳤다.
"응?" 레인보우 대쉬가 몸을 돌리고는, 그 주황색 페가수스를 바라보았다.
"날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날 아껴주는 줄 알았다고! 날 그렇게 위해주고... 도와주고... 날 여동생으로 대해줬잖아! 나도 언니를 친언니처럼 생각했어! 대쉬 언니는 나한테 있어서 친언니나 다름없었어! 언니는 내 유일한 가족이었어. 언니도 알잖아!" 눈물이 쏟아져나와, 시야가 흐려졌다. 울고, 소리치느라 목이 아팠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도... 언니는 날 죽게 내버려 둘 거야? 난 언니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스쿠틀루는 고개를 떨구었다. 모두가 조용했다. 스쿠틀루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레인보우 대쉬를 똑바로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눈엔 슬퍼하는 기색이 보이질 않았다. 스쿠틀루는 그 장밋빛 두 눈을, 레인보우 대쉬의 내면의 깊은 곳을 보았다.
"날...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레인보우 대쉬도 스쿠틀루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레인보우 대쉬의 두 눈엔 사랑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고, 아무런 감정조차 보이지 않았다. 무관심뿐이었다. 하지만, 그 두 눈은 천천히 스쿠틀루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스쿠틀루의 절규 어린 비명에 대한 대답으로, 레인보우 대쉬의 입에서 끓어오르는 순수한 증오가 터져 나왔다.
"널 사랑했지! 널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 네가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면서 내가 아는 모든 걸 너에게 가르쳐 줬어! 너도 알고 있잖아! 난 여기서... 여기서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알고 있었어. 내가 소닉 레인붐을 해낸 뒤로, 어떤 포니들이 내게 접근했어... 그들은 스펙트럼을 만들어 낼 방법을 더 찾아내길 바랬지. 내가 무지개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스펙트럼을 만드는 일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근데, 못 했어. 하지만 난 공장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지. 이제, 난 이곳의 관리자야. 알겠어? 난 비밀리에 일하고 있었어. 단순한 기상 관리만 하는 척하면서 열심히 일했지. 포니빌에 있는 그 거대한 집을 내가 어떻게 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 어떻게..."
그녀는 말꼬리를 흐리다, 머리를 흔들더니 다시 분노를 토해냈다.
"그래! 난 노력했어! 네 목숨을 구하는 것은 너에게 달린 일이었지! 넌 너 자신만 저버린 게 아니야. 클라우즈데일만 저버린 게 아니라고. 넌 날 저버렸어! 그게 네가 한 것 중 가장 끔찍한 짓이고! 넌 클라우즈데일 때문에 죽는 게 아냐. 나 때문에 죽는 거야."
스쿠틀루가 레인보우 대쉬의 말을 이해하려 하자, 방이 기우는 것 같았다. 정신이 멍해져, 그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스쿠틀루의 몸이 기울었다. 오리온이 날개를 펴서 받쳐줘, 가까스로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레인보우 대쉬도 그걸 보았다. 그러곤 더욱 격분한 채로, 스쿠틀루를 가리키면서 소리를 질렀다.
"넌 행복해질 자격이 없어! 넌 날 망쳤어. 이제 내가 널 망칠 차례야. 이봐 직원들! 저 갈색 놈, 저기! 저놈부터!"
"안돼!" 스쿠틀루, 오로라, 오리온 셋 모두가 벌떡 일어섰다. 양복 입은 포니들이 스쿠틀루와 오로라는 옆으로 밀어내고, 오리온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오리온은 도망쳐 나가려고 했지만, 한 숫말이 몸을 빙 돌리고는 오리온에게 발길질을 했다. 발굽이 오리온의 어깨를 쳤고, 오리온은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물러서!" 양복 입은 포니들이 눈물을 훌쩍이는 오리온을 방 앞으로 끌고 가면서, 오로라와 스쿠틀루에게 소리쳤다. 거대한 기계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작동하기 시작했고, 일련의 쇠사슬이 위에서 들어 올려지더니 바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쇠사슬이 족쇄임을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양복 입은 포니들이 오리온에게 족쇄를 채웠다. 그는 용감히 양복 입은 포니들을 올려다보고는, 스쿠틀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걱정 마, 스쿳. 사랑해. 잘 있어."
"... 잘 가, 오리온." 스쿠틀루는 숨이 턱 막혔다. "나도... 나도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져 갈색 페가수스를 기어가 있는 곳까지 들어 올렸다. 쇠사슬이 당겨질수록, 오리온의 사지도 위아래로 잡아당겨졌다.
"갈비뼈가 부러지면 기계가 더 잘 작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쇠사슬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오리온의 몸이 비틀어지자, 레인보우 대쉬가 비꼬듯이 말했다. 오리온은 '우득'하는, 뭔가 부서지고 조각나는 소리를 거의 덮어버릴 정도로 크게 비명을 질렀다. 뾰족한 뼈 한두 개가 옆구리를 찢어 튀어나왔고, 그의 비명은 이제 조용하고, 느린 숨소리로 바뀌었다. 꼬인 쇠사슬이 다시 풀리더니, 족쇄가 풀려져 산산조각난 포니를 기둥의 개구부 안으로 떨어뜨렸다.
스쿠틀루는 공포에 질린 채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머릿속은 지금 이 상황에 압도되어, 아무런 감정조차 느낄 수가 없었다. 스쿠틀루는 기둥의 꼭대기 부분이 녹슨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건 피였다. 오리온의 산산조각난 몸에서 터져 나온 것과 같은, 그런 피였다. 그의 남은 몸뚱아리는 거대한 기계 속으로 삼켜져 갔다. 마지막으로 위로 곧게 뻗은 다리 하나만 보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초록색과 빨간색 스펙트럼 통으로 이어진 호스가 화려한 색상을 뿜어내기 시작하자, 스쿠틀루의 시야는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스쿠틀루는 털썩 주저앉았다. 오로라의 걱정스럽고, 쇠약한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것이 들렸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파트 2]에서 계속 (클릭)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