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나서 끄적여본 조각글..

(여기서 시그제럴은 연성이아닌 그저 조합)

항상,꿈을 꾼다.

시계는 한없이 뒤로 돌아가,나의 무책임했던 과거가 펼쳐진다.꿈에서 나는 항상,피철갑이 된채로 멍하니 서있었다.그래,아무것도 없듯이.

그럼 네가 다가온다.구슬픈 녹색빛의 눈을 빛내면서.

시계는 분명 너와나의 시작을 가리키고있는데,왜 너는 항상 끝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는지.

너의 깊은 녹색눈에선 옅은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밑으로 힘없이 추락해갔다.

"이럴거면..네가 다 이겨버릴거면...,차라리,차라리 그날....나를..."

너는 서러움 맺힌 울음을 토해내며 가느다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안았다.

그때가되면 멍하니 서있던 내 눈에서도 조용히,눈물이 흘러내렸다.하지만 너와나의 시간이 끝이날 때까지도,난 용서를 구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라는 단순한 말 한마디에 너는 무너져버릴테니까.

미안하다,라는 빈 껍데기 가식따위에 나는 용서 될 테니까.

시곗바늘이 움직인다.너의 눈은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더 이상...더 이상 너는..사신이 아니잖아.."

아아.

그날,증오섞인 말을 내뱉던 녹안의 '아이'는 더 이상 없었다.

그 대신 나의 앞에 있는 너는,짙은 허무라는 쓰디쓴 독을 품고있는 '어른'이였다.

네가 그렇게 손을내려 허무이 나를 바라볼때면,나는 입을열어 오랫동안 하지않아 퀴퀘해진 목소리를 울려낸다.

"맞아.나는 사신이 아니야."

그리고나서는 끔찍하게도 정적이 계속된다.주위는 불타는 성의 잔해에서 올라오는 미지근한 열기만이 잔재했다.

이윾고,시계바늘이 모두흘러 시작의 끝이 될때면,너는 항상 내게 말했다.

항상 환하게 웃으면서,굵은 눈물방울을 떨어트리면서 나를 향하여 한마디를 던졌다.

"이곳을 떠난뒤에,다시는 돌아오지 말기를.부디 썩어 부패한 세상에서 부득부득 살아남아 모든것을 잃게 되길."

너의 나약함이,너를 지킬테니까.그러니 넌 그저 부패의 굴림돌사이에 끼어 서서히,죽어가기를.

"나는.죄인인가?"

"너는. 이야."

"...아."

한 늪이 초록빛 침낭에서 어기적거리며 몸을세운 후,짧을 탄식을 질렀다.

"...뭔가 되게 중요한걸 까먹은 느낌인데."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하품을 하고서,곰곰이 생각했다.

"방금 꿈 뭐였더라.."

그는 한참을 그렇게 고민하다가,더이상은 못하겠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뭐,이런 꿈같은거에 연연할 시간같은거,없으니까!하루빨리 총본산 재건에 힘써야지."

그렇게말하며 시그킨은 서둘러 밖을향해 뛰어나갔다.

주인이 나가버린 초록빛 텐트는,어색한 정적만이 지속되었다.

몇분이 지난후,누군가가 바스락거리며 텐트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정적.

텐트에 들어온 누군가가,살며시 입을열었다.

"너는.죄인이다."

어두컴컴한 텐트속에서,어두운 녹색빛이 잠시 반짝였다.

구슬픈 목소리가 텐트를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