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샌가부터 그녀가 머리 속에서 아른아른 떠다니더니, 밥을 먹을 때는 물론 일을 할 때 심지어
걸어다닐때까지 생각나기 시작했다. 언제인지는 자세히 모른다. 그냥, 그렇게 많이 생각 난다는 것 뿐. 
그녀를 좋아해?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자신에게 수 없이 물어보아도 되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그냥 관심이겠지. 요즘에 보기 드문 젊은이여서 그런 것일 뿐이야. 좋아한다니, 미쳤고. 미쳤고 말고. 
설마. ...그럴리가.




"저 좋아하냐구요." 




선뜻 대답하지 못 했다. 마주 잡고 있는 손도 놓아버렸다.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좋아한다고 해버리면, 사랑한다고 해버리면, 그 말의 무게는 곧 날 짓눌러 올 것이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하수는 질려버렸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고 갈데 없는 두 눈이 그저 그녀의 얼굴 위에서 이리저리 헤메다가 끝내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렇게 끝내길 원해? 아니, 그럴리가. 
그러면 고백이라도 하려고? 아니, 그러지 못 해. 
속이 답답했다.



" 좋아하는 거 아니라면 이제 이런 호의, 관심. 주지 마세요. 그런 거 함부로 남에게 주고 다니는 거 아니예요. 
애초에 왜 저한테 관심주고 도와주면서 사람 마음 헷갈리게 해요? 
그 쪽은 그런게 취미세요?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거? 
... 더 이상 회사에서 마주쳐도 서로 인사하지 말아요. 사적인 일로는 더 더욱이요.
서로서로 좋을 거 없어 보이네요." 
"..."
"그럼 가보겠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성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관심 가지고 도와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점점 커지더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공간까지 번져버렸다. 
껍데기만 30대일 뿐 속은 70대인 노인네와 파란만장 젊은 20대 여성의 사랑은 보나마나 뻔했다. 
사람들이 알아버리면 누구든지 우리를 지탄하고 비난하고 더럽다고 기피할 지 모른다. 
그 사실을 알고도 잡는 건 뻔뻔하기까지 하겠지.
그러므로 난 널 잡을 수 없다. 




*
만약 나중에 나이제한 걸려서 할배가 찌통오는 날이 있으면 어떨까 하고 쓴거야.
글리젠 부족한 거 같아서 똥상플 던지고 감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