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진짜 인간과 같다’는 판정을 받은 인공지능(AI)이 탄생됐다.

9일 영국 인디펜던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채팅 프로그램 ‘유진 구스트먼(캐릭터 사진)’은 8일 영국 레딩대와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로봇기술 연구기관 ‘로보로’가 개최한 ‘튜링 테스트 2014’에서 5분 길이의 텍스트 대화 테스트를 통과했다. 유진과 대화를 나눈 심사위원 중 33% 이상이 ‘진짜 인간’으로 확신한 것. 튜링 테스트는 영국의 전산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대에 제안한 인공지능 판정 테스트로 기계가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화할 수 있느냐는 기준으로 기계의 사고 능력을 판별한다.

유진은 블라디미르 베셀로프, 유진 뎀첸코, 세르게이 울라센 등이 개발한 채팅 프로그램으로, 2001년 러시아에서 첫 버전이 공개된 후 계속 업데이트돼 왔다. 유진은 햄버거를 좋아하는 13세 소년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산부인과 전문의인 아버지, 어머니, 애완동물 기니피그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어머니에 대해 질문하면 “엄마는 항상 ‘어쨌든 더러운 돼지 아니냐’며 기니피그를 친구들에게 생일선물로 줘버리라고 한다”고 응답한다. 베셀로프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믿음을 주는 캐릭터를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13세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유진이 뭔가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를 조직한 케빈 워릭 코번트리대 교수는 “이번 테스트는 독자적으로 검증이 이뤄졌으며, 또 결정적으로 대화 내용이 제한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우리는 앨런 튜링의 테스트를 통과한 최초 사례가 나왔다고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