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봐 후회안함..

원래 밑에 더있는데 이거만 가져옴

주방장이 스파게티집을 떠났다.

면발을 직접 뽑아내고 면의 반죽 비율을 고유의 방법으로 만들어 내며 소스 또한 기가 막히게 만들어냈던 주방장의 음식 솜씨 덕분에 스파게티집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모두다 그 스파게티집을 국내 최고로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았는데 주방장이 돌연 가게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으로 인해 스파게티집이 성공했음에도 일방적인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그 스파게티 가게가 국내 최고가 된 건 주방장의 음식 솜씨 말고도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으니 그건 가게의 서빙을 도맡아하는 서버였다. 그는 조각같이 잘 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음식 하나를 내어줄 때마다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웃음과 눈동자로 손님들과 말없이도 대화 하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방장의 맛있는 음식과 그 음식을 기분좋게 내어주던 나이스한 직원 때문에 이 스파게티집을 아끼고 사랑했다.

아마 그 스파게티집 이름은 브라운아이즈가 아니었을까 싶다. 윤건은 브라운아이즈 음악을 맛있게 요리했던 요리사였으며 나얼은 윤건이 만들어 낸 맛있는 음악을 멋진 보컬로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했던 나이스한 서버였던 셈이다. 그리고 지금 윤건은 팀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방장이 스파게티집을 떠났지만 주인은 의연했다. 주방장의 음식 솜씨가 국내 최고로 부르기에 손색없지만 국내 최고라 불리는 다른 가게의 주방장을 부르거나 이탈리아 본고장에 가서라도 새로 데리고 오면 되는거고 나이스한 서버만 계속 가게를 지켜준다면 스파게티집의 성공은 이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서버야말로 스파게티집의 얼굴이며 손님들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창구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서빙하는 직원이 가게를 떠났으면 스파게티 집을 찾던 손님들은 음식이 아무리 그대로라도 그의 서버를 받을 수 없음에 실망하고 가게의 매출은 눈에 보일정도로 떨어질지 모를일이지만 주방장이야 주방뒤에 있어서 요리만 만들었던 것이니까 그때랑 비슷할 정도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주방장만 구하기만 하면 영업이야 별 무리없다고 생각한 거다.

현실로 돌아와보더라도 기획사의 입장에서 볼 땐 윤건이라는 멤버가 탈퇴한 것은 그다지 감당하기 힘든 일은 아닐 수 있다. 브라운아이즈는 그동안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했던 그룹이 아니었던 만큼 사람들이 감각하고있는 브라운아이즈는 오디오를 이끌던 목소리에 집중이 되어 있었는데 그게 나얼이었던 만큼 윤건의 탈퇴는 사실 큰 일은 아닌 셈이다. 만약에 나얼이 나가고 브라운아이즈에서 나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그 일이야 말로 큰일 아닌가.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건 나얼의 목소리인데 브라운아이즈에 그가 없다면 정말 그건 브라운아이즈답지 않은 것이고 사람들이 브라운아이즈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나얼의 솔로 앨범을 구입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상대적으로 윤건의 음악은 국내 최고의 작곡가들에 의해서 아니면 미국의 R&B 작곡가들에 의해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계산법인 셈이다. 미디어를 통한 대중 음악이라는 시스템 상에서 대체할 수 있는 것과 대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논리인 셈이다. 마이크를 잡은 자는 무대위에 내려올 수 없고 마이크를 조정하는 자는 대체될 수 있는 논리 말이다. 그 때문에 스파게티집 주인의 계산법도 나름대로 영리한 것이었다. 그 정도 음식만드는 거야 대체될 수 있는거지만 직접 손님들과 얼굴을 맞대었던 서버는 대체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정말 그 스파게티집을 좋아하던 매니아들은 아쉬움을 감출 길이 없다. 주방장이 떠난 후에도 가게는 계속 똑 같은 이름을 걸고 장사를 할거라는 것도 알고 대다수의 손님들 역시 계속 그 집을 찾을 것이라는 것도 다 알지만, 그 스파게티집이 이렇게 국내 최고로 성공할 수 있기까지는 맛있는 음식을 내주던 주방장과 나이스한 직원 둘 중의 하나만 없어도 안되었던 건데 다시는 그 둘이 함께 하는 스파게티 집을 만날 수 없다니 너무 아쉬움이 남는거다.

지금 윤건의 탈퇴 역시 브라운아이즈라는 그럴싸한 이름과 나이스한 직원만 남겨놓고 음식은 다른 사람의 것으로 대체한 것과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물론 브라운아이즈를 목소리로 기억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윤건의 탈퇴가 별로 와닿지 않겠지만 음식을 찾았던, 브라운아이즈의 음악 그 자체를 선호했던 사람들은 윤건의 탈퇴 이후에도 그걸 계속 브라운아이즈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나얼만 남은 브라운아이즈를 브라운아이즈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