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사직 권기범 기자] 승패를 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당했다면 복수를 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우완 박진형(22·롯데)은 “요즘 테임즈만 보고 있다”고 눈빛을 번득였다.

입단 4년차 박진형은 토종선발진이 무너진 롯데의 단비 같은 대체자원이다. 최근 롯데는 부상으로 송승준이 재활군으로 내려가있고, 고원준도 부진을 겪다 노경은과 트레이드됐다. 박세웅도 들쑥날쑥한 구위로 안정감을 주지는 못한다. 린드블럼과 레일리 외에 토종선발들이 흔들리면서 조원우 감독도 긴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진형은 대체선발로 나서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두 차례 선발등판했는데 결과도 나쁘지 않다. 첫 선발임무를 맡은 지난달 22일 사직 두산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여 개인 통산 첫 승을 기록했고, 다음 등판인 28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5⅓이닝 4실점으로 버텨냈다. 박진형은 “간절하다. 1군에서 살아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박진형은 3일 사직 NC전에 다시 선발등판한다. 그러다 보니 신경쓰이는 선수가 있다. 바로 KBO리그 최고의 괴물타자 에릭 테임즈다.

박진형은 테임즈에게 안좋은 기억이 있다. 4월29일 사직 NC전, 2-0으로 리드한 8회말 그만 테임즈에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아 역전패를 불러왔다. 박진형은 1사 후 윤길현의 바통을 이어받았는데, 나성범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테임즈에게 좌월 투런포를 허용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폭투로 추가실점해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는 동안 3실점 악몽을 겪었다. 롯데는 3-6으로 패했고, 당시 6연패의 시작점이었다.

박진형은 그날만 생각하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팀에 미안한 마음과 함께 테임즈와 상대할 때 좀더 신중했어야한다는 자책도 했다. 박진형은 “그날 이후 요즘 NC 경기에서는 테임즈만 보고 있다”며 “테임즈는 꼭 잡는다”고 눈빛을 번득였다.

다만 상황은 다르다. 이제는 선발진에 합류하면서 1구에 온 힘을 다해 뿌릴 수 없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을 바꿨다. 박진형은 “테임즈만 잡는다고 팀이 이기는 게 아니다”며 “우선은 팀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타겟을 테임즈가 아닌 NC로 확장했다. 한 달이 흘러 다시 만나는 테임즈, 박진형의 복수혈전이 성공한다면 롯데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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