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시리즈 7차전

NC에게 4:1로 지고 있는 KT의 9회말 마지막 공격.

그리고... 2사만루의 마지막 찬스.

덕아웃 이강철 감독의 한마디.

'정권이 내'

콱정권. 그가 누구인가. 장기간 임대 끝에 SK에서 은퇴하였으나 2020시즌 도중 은퇴를 번복하고 뛰던 중 KT로 복귀한 명실상부한 KT의 레전드. “수원에 천하무적 2호점을 내겠다” 라고 예고은퇴를 선언한 그의 마지막 경기에, 결정적인 찬스에 이강철 감독은 콱정권을 기용한다.

묵묵히 스윙연습을 하던 콱정권은 터벅터벅 홈플레이트쪽으로 걸어간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젠 이런 느낌도 다신 못느껴보겠지, 하고 콱정권은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지금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 콱정권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껌을 짝짝 씹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초구. 투수의 긴장감이 첫공에서 묻어나온다. 볼. 관중들은

GIGA 쎈! 전화장사! 무선으로 만든! 콱! 정! 권!
콱정권 메들리를 부르고 있다.

제 2구, 바깥쪽 꽉찬 스트라이크. 아직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다.

제 3구, 몸쪽 떨어지는공에 배트가 나가고 만다. 콱정권은 언제나 그랬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제 4구, 하이패스트볼 유인구, 그는 속지않는다.

제 5구, 몸쪽 패스트볼이 제구가 잘됐지만 스트라이크 콜은 들리지 않는다. 풀카운트.

...그리고 제 6구째, 불펜진의 과부하로 인해 나온 이재학이 던진 유사 체인지업이 정말 예술적으로 한가운데에 몰린다. 그리고 콱정권의 방망이도 함께 돈다.

딱, 소리와 함께 공은 우중간 담장 너머로.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이상 들리지않는다. 한국시리즈 대타끝내기역전만루홈런. 콱정권은 지난 선수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1루, 2루, 3루, 홈...... 그리고 다시 시점은 현실로. 덕아웃의 모든 선수들이 뛰어나온다.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이강철감독을 찾아가 껴안은 콱정권. 그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해냈구나, 정권아'  









그리고 그의 등번호 36번은 전세계 프로스포츠의 영구결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