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짤을 보고, 그리고 며칠 전 태국남이랑 결혼했다는 모 연예인이나,

프랑스남이랑 결혼했다는 한국녀 블로그 같은 걸 보고 느낀 미묘한 불편감을 떠올려 보니 든 생각임.

어쩌면 남자한테는 타 인종, 타 민족, 타 집단 소속원과 관계를 맺은 여자에 대해서

거부감이 느껴지는 본능이 있는 거 아니냐고.

이건 매춘부에 대해서도 전혀 안 느껴지는 터부인데 뭔가 수간에 가까운 게 느껴짐.

이런 케이스들에 대해 역사적 사례를 떠올려 보면,

20세기 초중반에 흑백커플이 나다니면 꼴보기 싫다고 조리돌림한 미국이나,

2차대전 후 독일군과 사귀거나 강간당한 여자들을 조리돌림한 프랑스나,

뭐 옛날부터 지금까지 수두룩하거든.

일단 순결 본능하고는 다르다고 느껴지는 게,

나도 모르게 '잠재적 배우자감 후보'로 생각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서도 발현된단 거임.

화자가 마흔의 나이를 밝히는 블로그 활자에 대해서조차.

순결 본능은 특히 시각적으로, 나도 모르게 그런 후보감 탐색에서 오는 거 같은데,

이게 꺼져있는 상태에서는 상대가 설사 매춘부라고 해도 아무 거부감도 안 들거든.

이 미묘한 감각을 자각하고 나니 흥미로워서 심상으로 여러 테스트들을 해봄.

예컨대 연예인이 버스기사와 사랑으로 결혼했다고 하면 대단하다 싶은데

알고 보니 그 배우자가 중남, 일남, 하다못해 북한남이었다고 하면 터부를 밟은 미묘한 거부감이 듦.

내가 소속했다고 정체성을 느끼는 집단에서 멀고 이질적일수록 이 불편감이 강함.

이건 판타지에서 이종족이나 괴물에게 덮쳐진 여자에 대해 더럽다고 느끼는 감각하고도 닮은 거 같음.

그리고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여자를 오염된 것마냥 따돌리거나 심지어 죽여버리는 묘사도 심심치 않게 나오잖아?

판타지물이 아닌 경우엔 같은 인간인 도적떼에게 당한 경우에도. 이건 아마 그 마을 단위의 소속 정체성과 관련이 있겠지.

여하튼 '열등감'이라기엔 현실에선 한국보다 못하다고 은연중 여기게 되는 동남아 남성, 북한 남성을 대입해도 그렇고,

판타지에선 오크가 아니라 열등하기 짝이 없는 고블린 따위에 대해서 대입해봐도 이 불편감이 있음.

따라서 열등감 가설은 각하되는 거 같음.

나는 이 기제가 '수간에 대한 거부감'과 동일하지 않을까 싶은 게,

수간의 경우 그 인간이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서 사실 느껴지는 게 같지 않거든.

남자가 수간을 했거나 당했다는 매체를 접할 때마다 느낀 건

그 남자가 오염되었다거나 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병신 같다', '한심하다'의 느낌임.

남자가 퍼리나 리얼돌에 관련되었을 때도 그냥 이 연장선상에서 느껴지고.

그냥 멀쩡하게 생겨서 못생기고 돼지 같은 여자와 사귀는 것을 볼 때와도 비슷하고.

결론적으로 단순히 '문란할 것이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남자들이 워홀이나 유학파 여성을 꺼리는 게 아니란 판단이 들었음.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컷의 본능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내 잠정적 결론임.

진화심리학적으로 정식 연구가 되면 재밌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