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어요.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일까요? 아니면 테러를 당한 걸까요? 놀랍게도 원인은 너무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였기 때문이라고 해요. 사람이 많이 모인 것만으로 그런 큰 피해가 발생하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이번 사고에서 사망 원인은 대부분 흉부 압박에 의한 질식, 즉 강한 힘에 가슴이 눌려서 숨을 쉬지 못해 숨진 것이지요. 이렇게 강하게 누르는 힘에 사망하는 사고를 '압사 사고'라고 해요. 가만히 모여 있다가 숨진 것이 아니라 떠밀려 넘어진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 깔려 목숨을 잃은 거예요.

우리가 숨을 쉬는 과정은 펌프질과 비교할 수 있어요. 우리 몸에는 가슴과 배가 나뉘는 부분에 '횡격막'이라는 넓은 막이 있어요. 이 막이 아래로 내려가면 폐가 부풀어 올라 외부의 공기가 폐로 들어오게 되고, 이 막이 위로 올라가면 폐가 수축하며 폐 속의 공기가 외부로 나가게 되지요. 떠밀려 넘어져 깔리면 가슴에 강한 압박으로 공기가 폐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산소 부족으로 결국 사망하고 마는 거예요.

자신의 몸무게와 비슷한 사람에 깔렸다고 숨이 막혀 죽는 경우는 드물어요. 하지만 어떤 자세로 눌리느냐에 따라 압력의 크기가 달라질 수는 있지요. 자동차의 무게가 대개 1000㎏쯤 되는데 이 무게가 우리 뼈를 누른다면 대부분의 뼈는 부러지겠죠? 그런데 자동차 바퀴가 한쪽 발을 밟고 지나갔는데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경우는 왜일까요? 자동차는 바퀴 4개로 지탱하고 있어서 무게가 각 바퀴에 골고루 분산되기 때문이에요. 인체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누웠을 때는 몸의 무게가 바닥에 닿은 면적만큼 분산되지만, 반듯이 섰을 때는 무게가 발바닥 부분에 집중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수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넘어져 밟히는 경우엔 눌리는 무게 또한 집중돼 큰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져요. 특히 어린이는 더욱 위험하지요. 이런 상황은 공연장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가까이 보기 위해 갑자기 몰려들거나, 버스를 서로 먼저 타려고 달려들 때, 비상 상황에서 먼저 대피하려고 몰리는 경우 흔히 일어나요.

사고 장소의 기울기도 피해 규모에 큰 영향을 미쳐요. 책을 수직으로 쌓아올렸을 때엔 맨 아래 책을 뺄 때 다소 힘이 들 거예요. 그만큼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뜻이지요. 평지보다 경사가 가파른 길에서 깔렸을 때 눌리는 힘이 커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에요. 운동 경기장이나 대규모 공연장처럼 관람석이 중앙을 내려다보는 구조에선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인명 피해 규모가 커질 위험이 있어요.

경사가 없는 평지라고 방심해선 안 돼요. 평지에서도 수많은 사람에 떠밀려 깔리면 눌리는 무게가 엄청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실험에 따르면 몸무게 65㎏인 성인 100명이 한꺼번에 밀 때의 압력이 최고 18t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해요.

압사 사고는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몰려 있는 경우에 발생해요. 이럴 때 주변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누군가 여러분을 강하게 밀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럼 몸은 반사적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팔이나 다리를 뻗어 중심을 잡으려 해요. 이때 밀려가는 방향에 가파른 경사나 계단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가까운 곳에 사람이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밀쳐내게 되겠죠? 결국 여유 공간이 부족하면, 한 사람이 넘어지면서 주변의 사람을 넘어뜨리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넘어뜨려 그 힘이 도미노처럼 퍼져 나가게 되요. 한 방송사에서 출입구 근처에 마네킹을 세우고 인원 100명을 최대한 빨리 문밖으로 탈출하도록 했는데, 대부분이 마네킹을 쓰러뜨리고 밟고 지나갔어요. 심지어는 마네킹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도 있었어요. 또 다른 실험에 따르면, 사람 사이 간격이 30㎝ 이하로 좁혀지면 앞에 사람이 넘어지더라도 뒤에서는 알 수가 없다고 하지요.

우리 주변에는 많은 사고가 일어나지만 안전 수칙만 지켰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대부분이에요. 압사 사고의 원인을 보면 대부분 질서를 지키지 않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알고 있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해요. 귀찮다고, 바쁘다고, 아무도 안 본다고 우리는 너무 쉽게 안전 수칙을 잊을 때가 많아요. 안전 수칙이 우리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임을 마음에 새긴다면, 부주의로 다치거나 생명을 잃는 안전사고가 줄어들 거예요.


[관련 교과] 4학년 1학기 '무게 재기', 6학년 2학기 '에너지와 도구'

[함께 생각해봐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넘어졌을 때는 어떻게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요?

풀이: 떠밀려 넘어졌을 때는 머리를 감싸고, 팔과 다리를 최대한 몸 쪽으로 끌어당겨서 옆으로 몸을 웅크리세요. 그러면 가슴이 눌리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밟히는 부위도 상대적으로 적어 피해를 줄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