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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이라는 오도된 언어가 걸어놓은 마법

http://녘.ne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30 11:16:25
조회 387 추천 1 댓글 0




1. 어떤 구독자님께서 주신 질문


제가 네이버포스트와 네이버밴드에서 노동법 강의를 연재하고 있는데요, 어제 어떤 구독자님께서 질문을 주셨어요. 

 

“질문 한가지 하겠습니다.^^ 현재 어떤 그룹에서 계열사의 정규직을 모기업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뀐다는 것을 저는 좋지않게 생각하지만 다른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듯 합니다. 그리고 모기업 대표이사의 직속 부서를 신설하여 무기계약직들만 모아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가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부서에 모기업의 정규직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경영상의 문제로 부서를 폐지한다면 무기계약직들의 고용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되물었습니다. “저도 한가지 질문드립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고 계시나요?”


그 구독자님께서 대답해주셨습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차이는 임금과 처우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분위기는 매년 임금 상승정도가 많이 다르고 있고 복지 또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직군자체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해고도 조금 더 쉽지않을까 생각합니다.”

 

2. 누구가 그 뜻을 안다고 믿지만, 그 뜻을 말할 수 없는 단어 “정규직”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철학의 문제는 오성[지성]이 우리에게 마법을 걸어 언어를 오도함으로써 발생한다. 오성이 우리에게 마법을 걸어서 언어를 오도하면서 발생한 문제는 해결하기 참 어렵습니다. 그 마법을 먼저 풀어줘야 하니까 말입니다.

 

오늘은 그 마법에 걸린 언어를 하나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정규직”입니다. 정규직이라는 말은 누구나 쉽게 얘기하고 있지만, 그리고 누구나 자신은 그 뜻을 알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정작 그 정의를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습니다.


그 “정규직”이라는 말의 뜻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적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누군가 개떡같이 쓰면, 다들 찰떡같이 알아듣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정규직”이라는 말은 대통령도 사용하고, 정치인도 사용하고, 심지어 대한민국 정부도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한 정의를 내려준 사람이나 기관, 법령이 아무 것도 없어요.


국무총리 훈령 중에는 이런 게 있어요.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단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심지어 여기서도 정규직이 무슨 뜻인지는 안 나와 있어요. 사회적 합의가 이렇게 없는데도 사람들이 모두 그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있는 것은 대단히 신기한 일입니다.


오늘은 이 “정규직 근로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 조세특례제한법이 말하는 “정규직 근로자”의 의미


그런데, 과연 어떤 사람들을 “정규직 근로자”라고 하는가. 그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법을 겨우겨우 하나 찾았습니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살펴보면, 제26조의4 제13항에서 “정규직 전환 근로자”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의를 해놓았어요.


“법 제29조의4제3항 각 호 외의 부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정규직 전환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자(이하 이 조에서 "정규직 전환 근로자"라 한다)를 말한다.” 1. 직전 과세연도 개시일부터 해당 과세연도 종료일까지 계속하여 근무한 자로서 「소득세법 시행령」 제196조의 근로소득원천징수부에 따라 매월분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사실이 확인될 것 2. 해당 과세연도 중에 비정규직 근로자(「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간제근로자 또는 단시간근로자를 말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근로자로 전환하였을 것 3. 직전 과세연도 또는 해당 과세연도 중에 제2항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아닐 것

 

즉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이 말하는 이른바 “정규직 전환 근로자”란, ‘기간제 근로자 또는 단시간 근로자’에서 ‘기간제 근로자도 아니고 단시간근로자가 아닌 근로자’로 전환된 근로자를 말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이 법이 정규직 근로자의 정의에 대해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4. 대전 문화방송 판결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5다 254873)

  

지난 해 말 신문마다 대서특필된 판결이 하나 나왔는데요, “정규직 근로자”라는 말이 나온 판결이에요.

  

아! 여기서는 “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 정의를 해놨겠구나? 찾아가봤더니, 아쉽게도 거기서도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정의를 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판결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원고들이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되기 이전부터 피고의 취업규칙과 그에 기초한 인사규정, 보수규정을 차등없이 적용받고 있던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언급하면서 그 옆에 괄호 붙여놓고, "(이하 '정규직 근로자'라 한다)"라고 써놨어요.

  

그러니까, 이 판결을 내린 법원은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정규직 근로자"라는 의미에 대해 해석을 한 것이 아니고, 단지 어떤 특정 집단을 적어도 자신의 그 판결문 안에서는 "정규직 근로자"라고 부른다고 선언을 한 것에 불과한 거에요.

  

살펴보면, 그 판결에서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되는 근로자"와 구분하여 "정규직 근로자"라고 부르는 것 같죠?

  

그런데 이 판결이 의미가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정규직 근로자’라는 말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해석해주진 않았지만, 이 판결의 결론을 통해 온몸으로 ‘정규직 근로자’가 무엇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간제 법 제8조 제1항은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문언상으로는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만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규정 취지와 공평의 관념 등을 함께 고려하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종 또는 유사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보다 불리하여서는 아니된다“

  

말이 어려운가요? 이 판결의 내용을 쉽게 설명드리죠. 이 판결은 “무기계약직 근로자, 즉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모두 정규직이고,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면, 입사시의 신분에 따라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5. 문제는 정규직이 되는게 아니라 차별을 해소하는 것

   

그런데 이 말이 와 닿지 않으시죠? 그래서 이미 무기계약직인데도, 정규직 전환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거거든요?

  

이렇게 자신이 이미 무기계약직인데도 정규직 전환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간과하는 아주 고질적인 오도된 언어의 마법에 걸려있는 분들입니다.

  

이제 이 분들이 지향해야 할 일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입사 당시 신분에 따라 무기계약직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 즉 입사 당시 신분에 따라 정규직 사이의 존재하는 차별의 해소입니다. 

  

차별 자체에 문제를 느끼셔야 하는데, “정규직”이라는 오도된 언어가 걸어놓은 마법에 걸려서, 차별에 문제를 못 느끼시니까,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을 굳이 달리 보시고, 아직도 정규직 전환을 갈망하시는 것이거든요. 

   

이제는 자신이 정규직이 아닌 것이 아니라, 차별 자체에 문제를 느끼시고, 그 차별이 합리적인 차별인지, 불합리한 차별인지 판단하신 후에, 불합리한 차별이라면, 차별시정을 위해서 싸우셔야 할 때입니다. 같은 일을 한다면,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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