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에 초나라 장왕이 신하들에게 연회를 배풀었다.
그런데 한창 연회가 무르익어갈 무렵 갑자기 돌풍이 불어와 촛불이 모조리 꺼저버렸다.
당연히 천지가 암흑으로 휩싸여버렸다.
그런데 어떤 신하가, 간덩이가 부었지, 왕이 총애하는 애첩의 귀를 잡고 입술을 훔쳤다. 얼떨결에 그 신하의 갓끈을 잡아떼고 왕에게 사실대로 아뢰었다. 그러자왕이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늘 밤 이 자리에서 갓끌은 떼지 않은 자가 있으면 촛불을 켜는 즉시 엄벌에 처할 것이다.
이에 모든 신하들이 영문도 모르고 다투어 갓끈을 떼버렸다. 촛불은 켜졌지만 당연히 애첩은 어떤 신하가 무례함을 범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두 해가흘렀다. 초나라와 진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져 초나라가 위급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그때 한장수가 군사를 이끌고 대답하기를, 소인은 옛날에 대왕의 애첩에게 무례를 범한로 대왕의 너그러운 관용에
감동하여 그날로 산중에 숨어들어가 군사를 기르고 대왕께 목숨을 바칠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떤가 그대여.
장왕의 아름답지 않은가 신하의 보답 또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지만  비록 보답이 없어도 관용은 그자체가 아름답다.
관용이 없는 자리에 어찌 사랑이 머물러 있을것이며 사랑이 없는자리에 어찌 행복이 머물러 있을 것인가.
이제 그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중략-----------------
그대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라. 만약 거기에 세상에 대한 미움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용서하라. 용서하지 않으면
일체유심조를 깨닫기 어렵나니 먼저 세상을 용서하지 못했던 그대 자신을 용서하고, 다음에 지금까지 용서받지
못했던 세상을 용서해라.

용서는 한글로 쓰자면 고작 아홉 획수에 지나지 않지만, 실천을 하자면 적어도 아흔아홉 번은 갈등을 겪어야한다.
용서는 가슴 안에 사랑과 자비를 간직하고 있는 자만이 베풀 수 있는 최상의 덕목이다.

그대여.
그 어떤 것에도 적의를 품지 말라. 때로는 적의가 살의가 살의가 된다. 하지만 자신을 물어뜯은 개를 때려죽인다고해서
개에게 물린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는다. 그대가 적의를 품지 않아도 모든 생명체는 죽음에 이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부디 세상을 너그럽게 용서하라.세상이 사랑으로 가득차기에는 수천년의 시간이 흘러가야 하겠지만 그대가 세상이 가득 차기에는 수십 일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세상이 아직도 그대 하나를 끌어안지 못한다면 그대가 세상을 통째로 끌어안아버리자.
그때, 비로소 그대는 일체유심조의 진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노트 7

남을 비난하고 싶은가
그러면 그 비난을
자신에게 한번 적용시켜 보라.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가.

있다면
정작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당신 자신일지도 모른다.

--이외수의 청춘불패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