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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4년 히키짓하던 고졸 엠생이 연봉 8천 찍은 썰 듣고가라.txt

ㅇㅇ(218.148) 2023.10.20 19:20:21
조회 4066 추천 101 댓글 31




나 역시 여기 여느 백수들처럼 지금이 몇 신지, 오늘이 며칠인지, 내 나이가 올해 몇인지조차 까먹어가며


내 방 침대에서 인생을 허비하는 좆찐따 엠창인생 흙수저 고졸 개백수였다... 






친구도 없고 제대로 된 취미도 없는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거라곤 엄마한테 타먹는 약간의 생활비랑


명절에 용돈 깨작 모아서 1년에 한두번씩 내가 좋아하는 전자제품(아이폰, 아이패드 같은거)사는거였음


가난한 놈이 사치부리고 싶을때 으레 그렇듯 가장 만만하게 질러볼 고가 제품이 전자기기니까.. 취미랍시고 하는게 그딴거였던거 같음 







뭐 그렇게 폰 바꾸고, 태블릿 사고.. 다시 그것들이 질려갈때쯤 되니까 맥북이 가지고 싶어졌음


돈이라고는 ㅅㅂ 평생 군대에서 달달이 십몇만원 벌어본 것밖에 없는 좆병신 거지새끼가


그게 너무 갖고 싶은거임.. 


그래서 당시 3년 가까이 매달 생활비 타먹던 엠생 백수새끼가 염치 불구하고 엄마한테 맥북을 사달라고 했다... 









우리집도 늘 가난했고 난 그 사실을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나이때부터 깨달은 놈이었음


그래서 그 나이때까지 군것질 거리 외에 난 단 한번도 엄마에게 고가의 뭔가를 사달라고 졸라본 적이 없었거든?


어쩌면 그거에 대한 못된 보상심리가 발동한걸지도 모르지.. 


다 커서 백만원 돈 넘는 맥북을 사달라고 조르는 내 꼴이 한심했지만 그럼에도 한심하게 사달라고 했다 









근데 사달라고 말하면서도 사실 난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엄마가 안사주길 바랬음 매몰차게 거절해주길 바랬음..


왜냐고? 엄마가 이걸 사주지 않아야 내가 더 엇나가고 방에서 나가지 않을 명분이 생기는거니까 ㅇㅇ


역시 내 인생이 망가진 건 이것 조차도 못사주는 부모탓임! 이러면서 계속 자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으니까..


근데 우리 엄마.. 그걸 사주더라...


나한테 사라고 돈을 쥐어준게 아니라 외삼촌한테 맡겨서 아예 새제품을 사와서 선물해주시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평생 게임도 안하던 애가 이런거 사달라하는거보면 니가 이걸로 뭐라도 해보고 싶은게 있으니까 그러겠지.. 하시는데


멍하니 맥북 포장을 뜯으면서도 새 전자제품 뜯을때의 두근거림보다 엄마의 그 말이 계속 맴돌더라 


그러고보니 내가 맥북 사달라 했을때 엄마는 니가 그걸 어디다 쓰게? 라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거든


애당초 이걸 사서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곘다? 그딴 계획 안중에도 없었다 


그냥 어린애가 장난감 갖고 싶다 떼쓰듯 사달라한거였으니까..









지지고 볶다가 자식 고집에 못이겨 사주는 거였으면 나도 그런 맘이 안들었을텐데 


싫은 소리 한번 안하고 뻔한 형편에 사주니까 뭔가.... 그냥 멍해지더라...

 

그래봤자 폰, 태블릿처럼 며칠 갖고 놀다가 금방 질려할게 뻔한데.. 괜히 사달라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엄마의 "니가 뭐라도 해보고 싶어서 그러겠지..?" 란 말이 떨쳐지지가 않아서


그 뒤로 난 우리 집안 2달치 생활비였던 13인치 맥북으로 정말 뭐라도 해보기로 했다 


적어도 그 맥북마저 아이패드처럼 유튜브, 넷플릭스 머신으로 만들진 말아야지라고 결심했음 









그래서 하기로 한 '뭔가'가 편집이었다 


예전부터 내가 좋아하던 it유튜버들도 다 자기 영상을 직접 편집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동경해왔던 것도 있고


나도 내 전자기기를 저렇게 한 번 굴려보면서 뽕을 뽑아보고 싶다는 바램이 작게나마 있었거든 


어쩌면 그게 고가의 전자기기를 제대로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도, 또 없는 형편의 엄마를 쥐어짜낸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라도


가장 알찬 쓰임새가 영상 편집이라 생각해서 그랬던거 같음 









그래서 단축키도 익숙하지 않은채로 편집 유튜버들 강의봐가면서 프리미어 크랙판이랑 가족들 계정으로 파이널컷 90일 무료체험을 돌려써가며


조금씩 편집 기술을 익혀나갔음... 하루 3~4시간? 1년 정도 꾸준히 하니까 아침에 똥싸면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정도의 퀄이 나오더라


난 그때까지도 그걸로 밥벌이 할 수 있을거란 기대는 안했다


하지만... 분명 뿌듯하더라


어제는 안됐던게 오늘은 된다는게 신기하고 그걸 익혀가는 내가 좀 대견했었다..ㅋㅋ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고.. 묘하게 중독돼가더라 딸칠때의 재미, 침대에 널부러져 영화 볼때의 재미하고는 다른 유형의 재미였다







하지만 그냥 그 정도였고.. 당시만 하더라도 이거 조금만 더 노력해서 이걸로 내 팔자 고쳐봐야지.. 이런건 꿈도 못 꾸는 상태였음


엠창 백수 인생이 3,4년 지속되니까 자신감, 자존감 이런건 이미 곤두박질 친 상태였고.. 


그냥 더이상 엄마한테 용돈 타먹지 않아도 굶어죽진 않겠구나란 정도...? 


거짓말이 아니라 그때의 내 포부는 정말로 고작 그정도였다.. "이거 배워서 굶어죽지나 않았으면..." 하는 딱 그정도... 


그래도 굶어죽진 않겠구나란 확신이 생기니까 어느정도 희열이 느껴지더라.. 








그렇게 자신감 좀 쌓였을 즘에 예전부터 소규모 편집팀 꾸려서 사업 시작할거라던 장교 출신 군대 지인에게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중이었고..


설사 당장 실전투입이 어렵더라도 동류들과 함께 있으면 내가 뭐라도 하나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무보수까지 각오하고 고민 끝에 어렵게 연락을 하게 됐다


지금 내가 생각해도 정말 엄청난 용기였음 


그렇게 내가 지금 혼자서 이 정도 편집할 수 있는데 써주실 수 있냐고 하니까 웬걸 당장 오라고 하대..?


오히려 노베이스로 시작한 애들도 있다면서...








그렇게 지금 일하는 사장 밑에 들어가게 됐고 당시 사장 포함 직원 7명..


굴러가는 시스템을 간단하게 말하면 유튜버-편집자 1:1 매칭이 아니라 각자 업무를 분담해서 여러 유튜버를 여러 영상 디자이너가 동시에 케어하는 구조였다


당연히 한명의 편집자가 한명의 유튜버를 편집할때보다 평균 편집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었고


혼자서 일할 경험치는 안되는 좆밥 편집자들에겐 꽤 좋은 일자리였음 






하지만 여느 소규모 사업체가 그렇듯 아이디어는 기발해도 현실은 시궁창이다..


애초에 혼자 일하는걸 좋아해서 편집자 됐을 놈들이 제앞가림 할 줄 알면 남 밑에서 들어가서 같이 일하겠음? 


출근해보니까 방구석에서 1년 독학한 나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맹탕들이 자기 책상 하나씩 꿰차고 있는 꼴이 참 가관이라 느껴지더라


그 중 2명은 사장과 친해서라는 이력 외엔 거기 있어선 안되는 수준의 밥벌레였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장은 사업할 성격이 아닌게 그런 직원 못 내쫓고 항상 품고 있음..


월급을 주는게 아니라 불우이웃한테 기부하는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뭐 암튼 그러던 와중에 그 왜,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자기보다 두려워하는 다른 사람을 보고 용기를 얻는다'고 하잖아?


처음엔 겨우 이정도 기술 가지고 일하면 남한테 폐만 끼치는거 아닐까 하고 걱정에 지레 짓눌려 있었는데


나보다 무능력하고 생각없이 사는 거 같은 사람들을 보니까.. 동족혐오에선지, 저렇게 살진 말아야지 하는 되내임에선지


자신감도 솟고 막 안심이 돼더라ㅋㅋ


사람 별 거 없어... 대부분 나 같거나 나보다 많이 나아봤자 까보면(?) 조금 더 나은거더라 







암튼 그렇게 일해서 받은 내 인생 첫 월급.. 뗄거 떼고 187만원이었다... 


요즘 누구들은 200충이라며 멸시하는 금액이지만 4년 백수 생활 끝내고 받은 첫 월급에 내가 느낀 희열이 어느 정도였는지 아냐..?


통장에 입금 내역 딱 뜨는 순간 단순히 뿌듯함이 아니라 어떤 '해방감'이 느껴지더라


4년 동안 무수입이었던, 원래라면 방구석에서 혼자 쓸쓸히 늙어 죽어갔을 것 같은 운명을 내 힘으로 종식시켰다는 그 해방감말이야...


선배들은 쥐꼬리라며 투덜거리던 그 금액이 '니 인생 그 정도로 가치없진 않아'라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다 ..








그렇게 좀 빡세게 일해서 220~230 정도 받게 됐고 나는 딱 그 정도 삶에도 감사하며 정착해가던 와중에


내게는 인생의 귀인이자 전환점이 될 어떤 여직원을 만나게 됐다


사장이 사무실 꾸리기 전에 단 둘이 같이 일했고 자기보다 한 살 많은 누나라는데 


우리 중에 경력도 가장 많고 얜 혼자서도 충분히 먹고 살 실력이고 이름 대면 꽤 알만한 대형 유튜버 편집자였는데


사람들이랑 복닥거리면서 일하고 싶어해서 큰 돈 주고 계약했다 그러더라







그전까지 내가 여자하고 사적으로든 일적으로든 긴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 누나 목소리에 히마리라 해야되나? 그렇게 매사에 자신감이 꽉 차 있는 여자를 태어나 그때 처음 본거 같다


첨에 사장이 얘 성격 장난 아니니까 조심하라고 언지를 해주는데..


한 1,2주 지나고 그 누나가 사무실 분위기 파악 끝내니까 그게 무슨 말인지 바로 체감이 되더라..








나한테도 눈엣가시였던 사장 지인빨로 들어온 월루 선배들 불러내서 "니들은 월급이 아니라 용돈 타러오는 기생충 새끼들 같다 제발 짐 싸서 꺼져라"라고 


사장 제끼고 ㄹㅇ 저렇게 말하는데 ㅅㅂ 그게 너무 사이다인거다 ㅋㅋ


사실 누구나 하고 싶었던 한 마디였지만 즈그들도 거의 비슷한 처지니 말할 수 없는 거였지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 자기가 해야될 말을 할 수 있다는거. 그게 부럽더라 





 


그렇게 그 누나가 업무분담도 세분화해서 나눠주고, 일 시작하기 전, 일 끝난 후 회의랑 결산까지 주도하면서 체계 다져가는데


이건 ㅅㅂ 뭐 에이스다, 실세다 이정도가 아니라 그냥 그 누나가 우리 팀 본체가 돼버렸음


그냥 놀라웠다.. 사람 하나 들어왔을 뿐인데 일터가 이렇게 천지개벽 할 수 있다는게... 


그전까지 찐따 편집덕후들 친목회 같던 사무실에서 그제서야 '아 여기 일하는 곳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라







근데 결국 기강만 겨우 다진거고 결국 다른 직원들도 여전히 그 누나 능력치나 눈높이를 한참 못 따라가니까..


우린 하루하루 그 누나한테 불려서 털리는게 일과였고.. 퇴근해서도 찐빠난거 걸리면 그 누나가 전화로 샤우팅해서 재출근 시키고.. 


직원들 대부분은 뭐 완벽주의자인척한다, ㅅㅂ 지가 사장이냐 사장도 가만히 있는데 왜 지혼자 ㅈㄹ이냐면서 그 누나 뒷담하는데


난 그 누나를 동경하게 되더라


표현은 좀 거칠어도 틀린 말이 하나도 없으니까..


누군가는 해줘야될 나사 빠진 것들에 대한 조임질을 자기가 도맡아해주는거니까.. 








그리고 목소리도 좋고 리더쉽도 있어서 그냥 한없이 멋있다고 느껴졌음


사람이 항상 자신감에 꽉 차 있어서 그런가... 그 사람 에너지가 나한테도 전달되는거 같아서 좋았다 


이건 좀 부끄러운데 그 누나가 직원들 털 때 말하는 몇 몇 대사가 인상 깊고 멋있어서 막 수첩에 적어놓고..


나도 후배 들어오면 그런식으로 기강 잡는 망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ㅋㅋ 


이게 막 남녀간, 이성으로서 좋아한다는게 아니라 어떤 드라마 속 사기캐의 팬이 된 거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될거 같다 










그렇게 그 날도 누나 없는 뒷풀이 자리에서 직원들이 누나 뒷담하는걸 멍하니 듣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음 


아니, 유일하게 자기 밥값하는 사람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씹고 있다는거.. 존나 한심한거 아닌가..? 하고..


이 누나를 뒤에서 까는 사람은 게으른 자기 자신을 혐오하기 싫어서 거의 유일한 정상인인 그 누나를 혐오하는거라고..








그래서 거기서 결심했다


유일하게 일 제대로 하고 있는 저 사람에게 인정 받을거라고..


저 사람한테 신뢰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보자고..








그때부터 난 뭘 하다가 안되고 막히면 '대충 수습'하는 습관을 말 그대로 완전히 끊어냈다 


그 누나가 하던 말 중에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는 영상이면 현실에서도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다"란 말이 있었거든


그 누나는 굉장히 무미건조하게 말했지만 나는 그 말에 엄청난 기운을 느꼈다..







그렇게 어떻게해서든, 무슨 수를 써서든 내 머릿속에 떠오른 영상을 현실로 옮겨냈음


남들 다 퇴근하는 5~7시가 되어도 집에 안가고, 10시까지고, 11시까지고... 자정을 넘겨서라도, 그렇게 막차 타고 집에 가서 까지도... 


다른 편집 유튜버를 보든, 구글에 검색을 하든, 외국 사이트를 뒤져서든, 책을 뒤져서든, 편집자 카페에 질문글을 올려서든


내 책상, 내 컴퓨터 앞에 끈덕지게 앉아서 내가 초기에 구상했던 영상미를 내 컴퓨터 안에서 그대로 구현해냈다







 

그렇게 몇 개월을 그 누나한테 털리고 거의 매일 같이 수당도 없이 자발적 야근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되더라


내가 봐도 이걸 진짜 내가 만들었다고?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퀄리티가 팍팍 올라가고 꼼꼼한 사람이 되더라 


결국 사장 눈에 먼저 들어서 그 누나 외에 처음으로 채널주랑 1:1 매칭돼서 편집하게 됐고







업로드하기 전에 그 누나한테 컨펌 받는데


진짜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또 털리면 그땐 멘탈 관리 어떻게 하지.. 하는 조마조마함 반 +


이번엔 진짜 찍소리 못하게 완벽하게 해냈다는 자신감 반으로 누나가 매의 눈으로 채점하는거 숨 죽이고 보고 있었음.. 









원래 같으면 진작 한숨이나 욕지기가 날라왔어야 했는데 누나가 한참을 조용히 마우스만 딸깍거리면서 한번씩 날 흘겨보는데


'이 놈 봐라?' 하는게 느껴지는거임 사실 거기서부터 '아 됐구나' 싶었음 ㅋㅋㅋ


역시나 자잘한 실수랑 디테일 몇 개만 잡아주더니 조용히 "....잘했다" 해주는거임...


정말 인생 처음으로.. 그게 내가 칭찬 받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받은 첫 칭찬이었음







좀 찌질하지만.., ㄹㅇ 난 그 자리에서 울뻔 했다.. 여자 앞에서 우는건 에바라 참았다..


그 한마디 들으려고 몇 개월 동안 노력한거니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노력해본 거였고, 그렇게 바쁘게 살아본 거였고, 간절하게 살아본 거였으니까..


독자 편집하면 받게 되는 인센티브보다, 그 영상을 쓰게 될 유튜버의 감사 메시지보다, 날 믿고 맡겨준 사장의 신뢰보다


그 누나한테 들은 잘했다라는 묵직한 한 마디가 내 모든 노력을 조용히 인정해주는 거 같아서 울뻔했다








그때를 기점으로 누나한테 털리는 자리에서 난 자연스럽게 열외됐다...


다른 직원들 털때마다 "너도 쟤 좀 보고 배워라", "너가 쟤 좀 가르쳐줘라" 이러는데 민망하면서도 내심 좋았음 ㅋㅋ..


누나 일 바빠서 업무 분담해야되면 나 먼저 찾고, 잔업 있으면 나 콕 짚어서 단둘이 야근하자고 부탁하고..


그러고 일 끝나면 아무하고도 안 그러던 사람이 나한테만 밥 사주고, 술 사주고 ..


나 없는 자리에서 사장이나 고객들한테 내 칭찬해준거 듣게되면 그렇게 뿌듯할수가 없더라 




 






'사위지기자사'라는 말이 있잖아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고..


일터 환경이 아무리 열악해도, 별 회괴한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어도


내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 한명 있으면 그 사람 하나 보고 열심히 살게 되더라..








그 누나를 피곤한 사람이라며 별종 취급하던 사람들은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 했고 


그 누나 하나 보고 노력한 나는 년 단위로 월급 앞자리를 바꿨다 


사람은 곁에 누구를 두느냐, 누구 뒤를 쫓아가느냐에 따라 자기 인생이 바뀌는거 같더라..






이젠 4년 동안 생활비 받고 살았던 무경력 엠생 백수가 엄마한테 용돈도 드릴 수 있고


명절에 내가 친척 어른들한테 용돈 안 받고 사촌동생들한테 용돈 줄 수 있게 됨 


그때서 처음으로 내 자신이 자랑스러워지더라. 태어나서 처음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마냥 잘 풀리던 어느 날, 또 다시 내 인생에 변화가 찾아왔는데


그 누나가 속도 위반으로 임신하고 결혼하게 된거다.. 


그동안 난 누나 이성적으로 좋아하는게 아니라 동경하거나 흠모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분 참 묘하더라... 







그렇게 결혼식도 후딱 해치우고 육아휴직 한다고 몇 달 쉬더니 그냥 그대로 관둬버림...


엄청난 충격이었다...


나는 친구도 없고, 취미도 없이 일이 인생의 전부인 사람이라 똑같이 일이 인생의 전부처럼 보였던 그 누나를 동경하게 된 건데


그 누나는 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었던거지...


아니, 일이 인생이 전부였던 사람이 가정이 생기니까 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거지


뭐 가정을 꾸리는건 인간이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업적 중 가장 숭고한 거라고 나도 믿는다






처음엔 그 누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론 이제 내가 더 잘해야된다는 책임감도 생기더라..


그래서 한동안 더 열심히 했다


그 누나 결혼 준비할때부터 자연스럽게 내가 에이스 이어받았고.. 그 누나가 실세였을때보다 매출도 더 찍었다


뭔가 그 누나 뒤를 내가 잇는거 같아서 또 내가 멋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ㅋㅋ


근데 결국 그런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얼마 못가서 동력을 잃게 되더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예년보다 돈을 더 받아도, 사장이나 고객한테 인정을 받아도, 그 누나가 보내던 신뢰에 비해선 채워지지가 않는거임..


이제 난 철이 든 어른이다, 홀로서기가 가능한 사람이다 여겼는데 아니었나봐


멋진 사람 발자취를 쫓아가는 건 그 자체로 좋은 일이지만, 그게 딱 한 사람이니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된 거 같더라..


난 더 이상 열심히 해도 내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게 된 거잖아..








그 누나랑 같이 일할 땐 하루 14시간씩 엉덩이도 몇 번 못 떼고 일했었거든


수면부족으로 탈모도 오고 피부 씹창나고 신장에 무리와서 횡문근융해증?인가 그것도 걸리고..


그래도 힘든 줄 모르고 살았는데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번아웃이랑 함께 밀려오더라







내 유일한 삶의 낙이자, 원동력이었던 사람은 가정을 꾸리고 아무런 미련없이 일터를 떠났는데 


난 월급만 올랐다 뿐이지 그 돈과 내 삶을 같이 나눌 단짝 하나 없고 여전히 사람 하나 깊게 사귀지 못하는 사교성 제로의 인간이라는걸 다시 한번 처절히 깨달았다.. 


그렇게 더이상 일할 기운도 동기도 없어진 나는, 결국 올해까지만 일하고 관둔다고 사장한테 말했음..







사장이 거의 애원하더라... 누나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너까지 나가면 우리 다 죽는다면서.. 근데 귀에 하나도 안들어왔음


다행히 내 밑에 나처럼 끈덕지고 꼼꼼한 후배 한 명 있어서 걔한테 맡기고 뻔뻔하게 떠날랬는데 


근데 나 관둔다는거 그 누나도 들었는지 밤에 집에 혼자 있는데 전화가 오더라










예전 같은 선배의 위엄 있는 목소리는 싹 빠져서 순 애엄마가 된 목소리로..


"너 관둔다면서? 왜? 일도 잘한다며" 


난 그게 누나 나가고 처음 듣는 누나 목소리였다 


걱정 서린 그 첫 마디가 지금까지 내 잔류를 설득하던 어떤 사람의 어떤 말보다도 깊이 파고들더라..








그때 누나 목소리 들었을 때 기분을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내가 이 사람 목소리를 이렇게 반가워했나.. 


내가 이렇게 된 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당신 잘못이라고 말할까..


그냥 장난스럽게라도 누나 복직하면 저도 계속 다닐께요 라고 해볼까.. 유부녀한테 그런 말 해도 되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입도 떼기 전에 목부터 메이더라








찰나의 순간에 그런 많은 고민하면서 그냥 "그냥... 너무 힘들어서요 좀 쉬고 싶어요" 라고 말했던거 같다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까 누나도 뭐라 대꾸를 못하더라..


그렇게 몇 초 적막 흐르다가 누나가 또 먼저 입을 떼는데 


"많이 힘들어?"하고 나지막히 묻는데 내가 "네..." 하고 대답하면서 ㅅㅂ 목메여서 큼큼댔다 병신처럼... ㅠ 







차마 누나가 없어서 그래요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그냥 선배 없이 나혼자 일 감당하는게 힘들다


직원들이 너무 나만 보는거 같아서 부담된다


어떻게 이끌어가야할지 모르겠다 이런식으로 얘기했던거 같음..







그렇게 누나가 한참 내 넋두리 들어주다가 해준 말이.. 내 이름은 불러주면서, 


진짜 일을 잘한다는 건 자기 혼자 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자기 주변 사람을 써먹는 능력이래..


아무리 잘난 사람도 혼자 일할 수 없다면서,,


그러면서 나라고 너가 그렇게까지 잘할 줄 알고 그랬곘냐면서..


자긴 갱생의 여지가 없으면 아예 내쫓고말지 욕도 아까워서 안한다는거야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자기는 언젠가 너한테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대


넌 스트레스를 동료하고 분담하는걸 죄스럽게 여기고 너무 혼자서 짊어지고 산다고..


내가 누나랑 다르게 능력을 갖추고도 동료들에게 싫은 소리를 안하는건 동료를 전혀 믿지 않아서랜다  


기본적으로 너가 남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으니까 남들도 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안드는거라고..


그 말이 딱 맞더라고...








난 그 누나를 동경한다고 하면서도 난 오직 인정 받을 생각만 했지 그 누나처럼 밑에 사람을 대하지 않았었음


오히려 이 중에 이쁜 후배는 나밖에 없구나 하는 맛에 자아도취했지.. 


그렇게 털어내고 한마디 들으니까 심란했던 마음이 정리가 되더라 


내가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될지 막혔던 길이 보이더라..









그래서 사장한테 다시 한다고 했다.. 연봉 8천 맞춰준다더라..


불과 몇년 전만해도 나같이 배운거 없는 고졸은 평생 꿈에도 못 꿔볼 액수였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능력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버리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더이상 그 누나 뒤를 잇는다는 사명감으로 일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뒤를 쫓을만한 사람이 돼보자, 이젠 내가 남들을 믿어주는 사람이 돼보기로 했어... 









오늘도 세상을 견디는 친구들아. 누나가 나한테 나도 너가 그렇게 잘할 줄 몰랐다고 말했던 것처럼


나조차도 나를 믿지 못하고 십수년을 살았다... 그리고 어느샌가 난 나'는' 믿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제 난 충분히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차려보니 나는 과거의 나 같은 또다른 '나'들을 안 믿어주고 있더라...







사람은 기대를 먹고 사는 존재라고 하잖아 


나는 정말 감사하게도 말없이 나를 믿어준 엄마가 있어서, 엄마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자그마한 손재주를 배우기 시작했고 


인정 받고 싶어질만큼 멋진 선배를 만나서 내 자신에게 채찍질해가며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었다 






만약 가족들조차 너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일단 밖으로 나가 누구든지 사람을 사겨봐.. 상처 받는거 두려워하지말고 계속해서 사겨봐..


나도 그 선배 만나기 전까지 무심한 사람들에게 치이는게 정말 괴롭고 힘들었어 ..


일보다 사람 대하는게 더 힘들어 아직도 그래 일을 영영 그만두는 순간까지 쭉 그럴거야 아마 

 

근데 그런 징글징글한 사람들한테도 돌이켜보면 다 배울 점이 있더라, 그 사람을 믿어주다보면 변화하더라


그리고 배울 점이 아주 많은, 멋진 사람이 니 인생에 찾아오면 그 사람을 가까이 둬 


그 사람한테 인정 받고싶어서든, 뛰어넘고 싶어서든 그 사람을 인생의 동력 삼아라 







사람은 홀로 서지 못하고 남한테 기대어 산다고 해서 '人'라고 표기한다 들었다


내가 혼자서도 저렇게 잘 살 수 있구나 여겼던 그 멋있는 선배조차도 결국 나혼자선 하지 못한다는 걸 진즉 깨닫고 후배들을 자기 방식대로 믿어준거잖아


저 바깥에는 우리처럼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나온 사람들밖에 없는거다 그저 조금 일찍 나왔을 뿐이야 







남의 사소한 기대를 만족시키며 살다보면 결국 내 마음이 채워지더라..


그리고 너희도 언젠가 남을 채워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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