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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우열은 존재하는가에 대해

ㅇㅇ(58.234) 2020.09.25 18:32:38
조회 160 추천 1 댓글 6

많은 사람들이 바흐와 케이팝 아이돌같은 비교를 들며 당연히 존재한다고 말할 거다. 하지만 막상 형식논리적으로 엄밀하게 증명해보려 하면 불가능하단 것을 알게 된다. 엄밀한 증명이 불가능하면 정답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왜 증명이 불가능할까? 형식논리는 집합론을 기반으로 한다. 집합론은 양적 비교가 가능한 관계 안에서 전개된다. A가 B에 포함되려면 A가 B의 성질들 중 일부로 구성돼야 한다. B가 가지고 있지 않은 성질이 있을땐 여집합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치들간에는 아무런 포함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공허한 이념적 가치가 아닌 실재적 가치들은 모두 완전히 질적으로 다양한 것인 개체의 감각에 귀속된다. 우리는 자유 평등이 보편적으로 가치 있다고 일상적 언어로 말하지만 자유 자체 평등 자체란 실존하는 것이 아니고 자유와 평등의 개별적인 표현들에 대한 가치판단만이 실재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절대로 어떤 것과도 조금도 동일하지 않은 개인만의 감각, 그것에 대한 좋거나 나쁨의 판단이다. 왜 어떤 것과도 조금도 동일하지 않은가? 이것은 개인이 타고난 것과 삶을 통해 축적한 것들 전체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구조를 이룬 몸과 뇌 그것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구조를 이루는 하나하나가 모두 동일할 것, 같은 환경적, 시간적, 공간적 맥락에 있을 것이란 모든 조건들을 충족했을때만 동일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 때문에 가치간에 우열을 드러내는 일은 형식논리적인 엄밀한 증명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완전하진 않지만 상호주관의 체계 하에서 어느정도 공평하게 우열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치란 분명 개인의 감각에 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케이팝 아이돌의 수요층에게 바흐의 음악은 가치가 없다. 그렇다 해도 보통은 사회통념적으로 허용된 발화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자발적 세뇌를 하거나 발화하지 않거나 할 것이다. 그렇게 내적으로 우열을 인정하든 안하든 외적으론 흔들리지 않을거 같은 우열관계가 형성된다. 그게 정말 최선인지는 일단 차치하고. 하지만 비교대상 양자간에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어 어느정도 동등한 가치가 있다 여겨질땐 분간불가능한 영역이 생긴다. 바흐와 비틀즈간의 비교가 그 예다.


어쩌면 이걸 넘어서면 동등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문턱이 있는걸까?

이런 생각도 양자간에 '어느정도 동등한 가치'란 애매한 규정때문에 바로 폐기된다. 어떤 작품이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는지가 다시 가치에 대한 비교기 때문에 주관에 의거하는 판단이다. 항상 찬성 반대로 나뉘게 된다. 그럼 상호주관의 체계를 도입해서,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것이 문턱을 넘은 것이라 했을땐? 소수 엘리트들이 향유하는 예술이나 비대중적인 순수예술은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된다. 그 수요층 사이에서 보편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라 했을땐? 현재의 보편적인 기준에 맞지않는 비운의 천재들이 소외될 것이다. 애초에 보편적인 기준이란 것이 위에서 말한 공허한 이념적 가치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재할 수 없다. 가치에 대한 기준이란 개인들의 감각에 귀속된 것이다. 아무리 파고 들어도 결국 가치간의 비교가 근본적으로 주관적이고 기준이 조금도 통일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그럼 이제 모두 같은 가치를 가진 것이라고 인정해야 할까?

하지만 그럴땐 노력해서 고차원적이라 생각되는 예술을 만드려는 의지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모두 같은 가치라고 인정하면 예술은 발전할 수 없다. 공산주의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원리와 같다. 예술작품을 만드려는 의지가 지속하려면 의지가 관철됐을때 어떤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보상이란 반드시 더 가치있는 것이다. 다른 것들과 똑같은 가치를 가지면 보상일 수 없다. 예술창작의 목표는 명예, 미적 이상의 실현, 부 등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보상으로 줄 수 있는 가능성은 비평계가 가지고 있다. 명예는 구태여 설명할 것 없이 비평계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적 이상은 주체가 자기원인적으로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선험적 구조와 환경적 영향에게 강제로 전해받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완전히 사회적인 것이다. 그래서 비평계의 가치판단들이 먼저 있지 않고선 생길 수 없다. 부는 반드시 더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생산을 한 생산자에게 간다. 그 더 가치있다고 여김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평계다. 결국 예술의 발전사를 추동하려면 비평계가 필연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그래서 내 생각엔 이 문제는 대립하는 과정 자체가 정답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예술에 우열이 있다는 쪽도 없다는 쪽도 어느 쪽도 정답일 수 없다. 양자가 함께 있어야 예술이 가능하다. 양자는 서로를 죽이려고 하지만 사실 자신의 존재가능을 상대가 쥐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완전히 죽일순 없다. 우열이 있다는 측의 존재만이 있을땐 평등을 전제로 하는 예술관이 있을 수 없고 우월한 예술로 여겨지는 쪽으로 모든 수요가 쏠려 다양성이 불가능해진다. 없다는 측만 있을땐 어떤 작품을 내놓든 항상 가치가 동일할 것이므로 굳이 노력해서 차별화되는 작품을 만드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다양성이 불가능해진다. 즉 어느 쪽도 홀로 있으면 자신을 실현할 수 없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대립이 존재를 만든다"고 통찰한 그대로 대립이 예술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이것은 어떤 극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결론은 아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양자가 계속 싸우고 있으면 된다. 그 싸우는 과정 자체가 예술 발전을 추동하고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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