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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칠킨스 파이어 감상 및 개인적인 해석

ㅇㅇ(128.189) 2014.09.28 14:39:55
조회 3221 추천 46 댓글 3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라만, 많은 사람들의 실망과 다르게 나는 칠킨스 파이어야 말로 스킨스, 그리고 스킨스의 영혼과도 같은 '에피'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작품이었다고 본다. 


이를 해설하기 앞서 내가 보는 스킨스 자체에 대해서 조금 먼저 부연하도록 함.

 스킨스는 1~6 시즌에서 청소년들을 다룰 때에도 개막장이었다. 막장 인생 사는 연놈들을 꼭 시청자가 혀 차고 재단하여 비난하기 좋은 각도로만 스크린에 보여 줬다. 그리고 끝내 뻔히 예견된대로 그들이 추락하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스크린에 담았는데, 이걸 예견하며 캐릭터들을 향해 선생질하던 시청자는 이 순간에 당도하면 외려 충격을 받는다.


 사실 우리가 막 나가고 쓰레기같은 인생을 사는 스크린 속 청소년들을 보며 편안하게 혀를 찰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결국 픽션 속 인물들이며 그렇기에 현실의 좆같은 엔딩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죄책감 없이 '저러다 좆되지 쟤네' 하면서 그들을 타자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스킨스는 스킨스 이전에는 상당히 흔했던 청소년 성장물의 관행을 무참히 부순 역사적인 작품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시청자 누구나 당연하고 뻔하게 예견하던 (혹은 필요하다면 온갖 사고나 불치병이라는 무리수들까지 동원해서 그 이상의) 절망의 구렁텅이로 보란듯이 캐릭터들을 쳐박아 넣는다. 어디선가 캐릭터들이 비상하길 기대하던 시청자들은 그 순간부터 당황한다. 이것이 시청자를 오히려 캐릭터들에게 강하게 감정이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아주 좆같고 좆같은 인생에서 캐릭터들이 각자 저마다의 살 방도를 찾아 앞으로 나아갈 때, 시청자들은 자신들 또한 그들과 같이 괴로움과 절망을 이겨낸 듯한 달성감을 느낀다. 


 이것이 스킨스가 성공적으로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는 방법이며, 스킨스가 오로지 강렬한 감정적인 경험에 올인하고 있는 드라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간혹 스킨스가 격렬한 감정적 반응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소위 '막장 드라마'나 '떡밥 드라마'라는 호도로 해석하여 화를 내는 스킨스 팬들을 만나곤 하는데, 이건 오해라고 말해두고 싶다. 문화의 향유자로부터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은 픽션의 굉장히 강력한 기능이다. 스킨스는 여러 장르의 문화들 중에 뚜렷한 감정적 체험을 타겟팅한 장르의 드라마라는 뜻일 뿐이며, 스킨스는 이러한 장르에서 굉장히 기발하고 출중한 성적을 보여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7시즌의 'FIRE'는 스킨스 한 시즌을 1시간 반에 몰아 넣은 듯한 구조의 완벽한 '스킨스'였다.


 감정적이고 격렬한 그야말로 '미친' 이 드라마에서 에피라는 캐릭터가 스킨스 그 자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고 본다. 


 에피는 항상 자신만의 규칙으로 세상을 아우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7시즌까지 온 우리는 모두 그녀가 사실은 항상 외로워하며 세상을 두려워하는 정신 심약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청소년이었던 그녀에게는 훈장이나 다름 없었다. 에피의 고통으로 얼룩진 청소년기의 기록들(3,4시즌)도 사실 항상 어딘가 한 구석은 멋있어 보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7시즌 FIRE에 등장하는 에피는 성인이다. 게다가 그 시절 여왕이나 다름 없었던 에피는 dead-end job에서 일하는 초라한 아가씨다. 이후 드라마의 러닝타임 동안 에피가 만드는 선택은 그 옛날 에피가 만들었을 선택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항상 에피는 원하는 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자신의 성으로 남을 이용하는 것에 서슴이 없었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지 못하여 괴로워하고 항상 이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도 우리가 알던 시절의 에피는 그렇게 크게 좆되진 않았다. 혹은 그녀가 하는 일의 무게가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고 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에피가 쿡이나 JJ를 자신의 감정적 해소나 도피를 위해 이용하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도미닉을 이용하는 에피를 보면서, 시청자는 이것이 에피가 할 만한 일임을 분명 인지하면서도 지독하고 고통스러운 불편함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청소년기를 넘어선 에피가 자아내는 슬픔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다들 읽어봤을텐데, 마지막에 주인공이 한심한 잡배가 된 옛날의 악인이자 우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그것을 처음 읽고 여러해동안 이해하지 못했는데, 스킨스의 FIRE 편을 보고 완전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우리는 항상 에피가 이런 순간에 도달할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에피는 항상 정신적으로 불안정했고 그 이상으로 외로운 아이였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우리 중 몇몇은 그녀의 전적으로 인해 그녀가 이러한 결말을 맺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항상 자신만의 세상을 고수하던 우리의 '미친 여왕'이 남자의 환심을 위해 몸을 던지거나, 성을 쉽게 팔아 남을 이용하고 사랑하는 친구의 중요한 순간에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스크린에서 목격하는 것은 상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시청자들은 에피가 예상하던 그대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그 충격과 고통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에피답지 못하다', '에피가 아니다', '에피였으면 더 똑똑하게 대처했을텐데...'


 하지만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FIRE는 제작진이 의도한,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에피의 성년을 가감 없이 그린 작품이라고 본다. 오히려 현실이었다면 에피와 같은 여자애는 여러가지 다른 사유로 성격이 마모되며 결국 정상적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킨스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드라마가 아니다. 이것은 어떠한 한 극단으로 꾸준히 추락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어떤 결말을 맞느냐를 그린 드라마다. 그렇기에 FIRE는 더더욱 불편한 것이고 더욱 슬픈 것이며 가장 스킨스다운 것이다.


  나는 FIRE을 정주행한 다음에 내가 울고있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지독하게 슬픈데 어째선지 눈물은 안 나오더라. 마지막 에피의 시그니쳐적인 표정을 보면서도 예전처럼 에피가 안심이 되기는 커녕, 그녀가 이제 3,4시즌의 아슬아슬한 바운더리에 선 여왕이 아니란 사실에 슬픔을 느꼈다.


 그야 물론 제작진이야 돈이 되니까 시청률만 받쳐 준다면 스킨스를 더 만들었겠지만, 나는 FIRE 이후에는 더 이상의 스킨스가 필요하지도 않고, 어떤 스킨스를 만들어도 의미가 없으리라고 본다. FIRE는 스킨스가 보여주려던 모든 것을 압축하여 한 방에 밑천을 다 드러낸 화였다. 


 에피의 추락에 대해서야 여러가지 해석과 감상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킨스다운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사람이니까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에피라는 캐릭터가, 인간으로써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캐릭터로써 에피의 결말은 끝끝내 불안하고 슬프고 어디로 가는지 모를 길 없는 길에 계속해서 서 있는 이대로가 탁월하다고 본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드라마였다. FIRE가 있었기에 나는 스킨스를 제대로 마무리하고 이제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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