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Stolen Ice 41 (해커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07 11:02:38
조회 322 추천 25 댓글 10

뒤늦게 삭제된거 발견하고 다시 올림ㅇㅇㅇㅇ


링크모음집



============================================


*Chapter 41*: Suffocating (질식)



시끄럽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안나는 화들짝 놀랐다. 다행스럽게도, 한스도 마찬가지였다.

--------------------------


“해결할 게 생겼다,” 한스는 전화기에 대고 중얼거렸다. “법무 쪽 상대해줘서 고마워. 곧 뉴저지에 돌아갈 테니 그때 보지.”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잠깐,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하는 한스는 조금도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나시 이너웨어를 입었는데 반듯한 바지와 광이 나는 가죽 구두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가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안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씨발년, 한스, 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냐.”


알.


“뭐 마셔야 될 것 같은데,” 한스가 말했다. “방 안에 들어와서 미니바나 뒤져보자고.”

“내가 지금 적어도 본전은 쳤을 거라 생각하나 본데, 3만 7천이나 잃었다고.”

“3만 7천? 시발.”

“그 테이블에 1초도 더 앉아 있기 싫더라고. 오른쪽에는 죽어가는 여자에, 사람 불안하게 만드는 의사가 낀 게임에 놀긴 뭘 놀아? 그 녀석 소매에 카드 숨기고 다니는 건 알고 있었어? 이런 대회에 누가 그런 짓을 하냐? 프로의식이라는 건 없는 거냐고.”

“파실리에 선생님이 속임수를 쓰고 있었단 말야?” 한스가 물었다.

“그래. 내가 그걸 놓치다니 믿기지 않아, 뭐 조금 마시긴 했었다만,” 알은 트레일믹스 봉지를 뜯으며 말했다. “시발 존나 배고프네…건포도? 건포도 존나 싫어—"


그는 반쯤 씹은 견과류 덩어리를 쓰레기통에 뱉었다.


“그럼, 그걸 어떻게 알아챈 거야?” 한스는 크리스탈 잔에 남은 호박색 액체를 털어넣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아니야. 처음부터 금발이 바로 잡아내더라고.”

“누구?”

“금발? 들어오더니 완전히 싹쓸어가더라. 잘 몰라도 그 년도 속임수를 썼을거야. 그래도 난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어. 걸만한 게 등에 걸친 셔츠 밖에 남질 않았으니까. 어릴 땐 셔츠 없이도 살았지만, 굳이 그 때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그 말은, 아이스퀸이 그 판에 나타났단 말이야? 제인…”

“야, 니가 보낸 거잖아. 좀 귀띔해주면 덧나냐? 미국인들이 쓰는 표현이 뭐더라? ‘Bitches be loco (씨발년이 미쳤지)’?”

“미치겠네.”

“내말이, 돌겠다고!”

“전에 걔가 다른 애랑 같이 있었다고 말했었지?” 전보다 조금 강한 어조로 한스가 말했다. 취했는지 아니면 둔감한 건지, 알은 그의 어조가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안나는 당장에라도 총이 제 모습을 드러내도 괜찮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지금쯤이면 그 두 명, 방으로 돌아가서 축하를 겸해서 떡이나 치고 있겠지…말하다가 생각났는데 비슷한 거 준비해준다고 네가 얘기하지 않았던가?” 알이 물었다.


한스는 정말 놀랐는지, 입을 턱 벌리고 눈썹은 위로 튀어 나갈 것만 같아보였다. “뭐라고?” 그가 낮게 말했다.


“이봐이봐, 네가 여자 한 명이나 둘 정도는 나한테 붙여준다고 했잖아. 아직도 계약이 유효하다면 말야,” 알이 미니바에서 꺼낸 작은 갈색 병의 내용물을 비우며 말했다. 그는 책상에 기대 천천히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거 말고, 그 여자들 말인데…떡을 친다고?”

“그건 이미 얘기한 거 같은데.”

“그들이 같이 있다고만 말했지, 설마…” 한스는 말을 바꿨다. “우린 제인이 필요하다는 걸 너도 알고 있었잖아.”

“제인. 얌마, 난 그게 걔 이름인 줄도 몰랐다. 게다가 너 이미 걔랑 접촉해서 그거에 대해서 얘기한 거 같아 보이던데? 카지노 온라인 부분도 준비한다는 계획 말이야. 걔가 우릴 위해서 신용카드 정보를 빼올건데, 지 자유시간에 뭘하든 무슨 상관이야? 시발년이 쏘긴하지만, 그녀가 자기 일만 해주면 아무래도 좋아.”

“네 말은 그 두 명이 전, 아니—지금—섹스를 하고 있다고?” 한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안나는 한스가 이토록 그녀와 제인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내가 씨발 그걸 어떻게 알아?” 목소리 끝이 갈라지며 알이 물었다. “꽤 좋은 구경거리일 것 같긴한데, 그 영국 쪽, 망할 창년이 아까 연인사이라며 나불대는데—"


한스는 낮게 웃음이 터졌고, 그의 어깨는 멕시코의 점핑 빈마냥 산발적으로 작게 들썩였다.


“그녀는 정말 사람 가지고 노는 건 선수야,” 한스가 중얼거렸다. “내가 그녀를 너무 잘 가르친 것 같네. 애초에 어떻게 금발이 테이블에 낄 수 있었던 거지?”

“엥?” 알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지만, 안나는 제대로 이해했다. “제삼자인 척하는 거야 뭐야? 네가 그녀를 보낸 거잖아. 씨발, 너나 금발이나 같이 있으면 취조당하는 기분이네.”


안나는 바디랭귀지를 읽는 데는 늘 능숙했다. 입을 거짓을 고할 수 있지만 신체는 배신한다. 그리고 한스와 같이 지낸 수 년 덕분에 그의 태도를 잘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분노의 감정까지도. 글라스를 쥐고 있던 손이 주먹이 되어갔고, 그가 그것을 산산조각 내지 않고 조용히 가까운 표면에 내려놓기까지 상당한 감정의 삭힘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목 위로 힘줄이 일어섰고, 독일인은 이를 악물었다.


“무슨…질문을 했는데?” 한스가 험악하게 숨을 내쉬었다.

“우리 밖에 나가자,” 한스의 말을 단순하게 넘긴 알은 두 손으로 양 무릎을 치고 일어섰다. “지갑도 텅 비었고 곧 있음 술도 깰 것 같네. 주말에 이런 걸 기대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너 걔한테 알려줬어?” 바리톤의 낮은 음성이 더 이상의 무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한스는 다시금 말했다.

Ibn metnakah(씨발련), 그게 뭐 중요해? 그냥 담배 피면서 마시고 게임하는데 그녀가 B4를 언급했을 뿐이야. 내가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이 안나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한스가 총을 뽑아 불쌍한 아라비안 남자의 이마에 겨누고 나서야 안나는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때? 이제 기억 나나?”

“한스, 이게 무슨—”


한스가 총을 물리나 싶더니 핸드그립의 아랫부분으로 알의 턱을 후려쳐, 남자는 호텔 침대 가에 덜컥 넘어지고 말았다. 배게 하나가 가볍게 툭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알은 한스에게 시선을 맞추려 눈에 힘을 주었다. 


한편 안나는 숨을 참고 있었다.


“우리 다시 해볼까,” 한스가 배게를 주워 알에게 던졌다. “그녀에게—씨발—무슨 말을 했냐?”

“그그그녀가 아는 것 말고는 한 얘기가 없어!” 알이 더듬었다.

“그리고 그건?”

“B4에 대해서…캐롤 아줌마가 이미 카지노 선박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 네가 술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벨파스트에서 계약자를 찾았는지! 난 그녀에게 어떻게 신용카드 정보를 빼돌릴 건지 물었는데, 그녀는 보드카를 원샷하더니 비웃더라. 난 맹세코, 그걸 포커 블러프라고만 생각했다고! 그냥 게임잡담이었어.”


잠깐, 샷이라고? 제인은 절대로 그럴—


“그녀가 뭘 물어봤는지, 정확하게, 말해.” 한스는 소음기가 연결된 총구를 알의 턱 아래에 갖다 대어 남자의 머리가 둔각이 되도록 젖혀 올렸다.


“그냥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물어본거야!” 알이 숨을 들이켰다. “네 가족에 대해서 물어보더라구, 아니, 너도 아는 사이잖아, 안 그래? 그냥 우리 관계에 대해서 얘기해줬을 뿐이야. 어떻게 네 가족들에게 훔치는 법을 배웠는지. 한스, 진짜, 너 지금 무슨 생각이야? 만약 이 자리에 커트와 울리히가 있었으면—"


“넌 여기에서 내 형들을 보기나 했어!?” 한스가 물었다. “맙소사, 넌 정말 한심할 정도로 근시안적이야. 이러니까 형들이 기회가 되자마자 널 갖다버렸지.”


“그건 사실이 아냐!” 목에 느껴지는 금속에도 아랑곳 않고 알이 목소리를 높였다. “넌 지금 상상도 못할 거래를 하는 중—”


“닥쳐, 시발새꺄.” 한스는 알의 얼굴에 빠르게 잽을 날려 알을 더욱 정신없게 만들었다. 안나와 한스 각자의 성과 덕에, 다음날 아침 알의 얼굴은 코에서 턱까지 파랗고 검게 얼룩덜룩해질 게 뻔해보였다.


얕게 숨쉬며 안나는 돌처럼 가만히 있었다. 입술에서 뜨뜻미지근한 구리 맛이 느껴질 정도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불과 눈 앞 몇 인치거리에 거미가 기어다니고 있었지만, 촉촉하게 젖어가는 눈 앞에서 펼쳐지는 끔찍한 광경에 차마 움직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방금 통화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한스가 물었다. “오큰, 뉴욕에 있는 내 비서. 네 원유 소유권을 받았다고 말하더군.”

“그럴거라고 얘기했잖아,” 알이 겨우 뱉어냈다.


그의 입술에도 피가 맺혀 있었다.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알라딘.” 한스는 마치 이름 그 자체가 눈 앞에 있는 남자를 해칠 수 있기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그 거래는 내가 널 소유하게 되었다는 뜻이야. 엄밀히 말하면, 네 주식을 손에 넣었다는 거지만. 물론 너 같이 무능한 애를 소유하는 것보다 더 낫지만 말야.”

“원래 그런 거래가 아니었을텐데!” 알이 피투성이가 된 입으로 쇳소리를 내었다. “야 이 개새끼야, 원래 이런 계획이 아니었어. 우린 같은 배에 탔잖아!”

“정말로 네가 선물받은 원유주식 없이도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쭈그려 앉은 한스는 물었다. 그는 언제나 목표물을 망가뜨리기 전에 자신의 지혜를 나눠주는 걸 좋아했다. 안나가 한 때 이를 쓸모없고 불안정한 막내둥이 독백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한스의 나불거림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알라딘, 네게 친히 설명해주지. A가 왜 널 띄워줬는지 알고 싶어?”

“시발, 그건 대체 누구—”

“주먹을 날려서 병신답게 널 바닥에 대자로 뻗게 만든 여자,” 한스의 말에, 안나의 안에서 뿌듯함이 가득 채워지다 이내 빠르게 역겨움으로 번져갔다.

“넌 한치 앞도 못 보는 얼간이야.” 한스가 말했다. “계획 세울 줄도 모르고, 행동에는 14, 15수 기간으로는 1년, 2년, 5년 앞을 보고 움직여야 하는데도 한 치 앞 이상은 보지도 못하는 쓸모 없는 새끼. 넌 걔한테 당한거야.”

“이슬람혐오 영국 창녀가 이 일이랑 무슨 상관인지 전혀 모르겠—”

“그녀는 이슬람 혐오자가 아냐! 영국인조차 아냐! 창녀 부분은 나도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래서 네가 장기전에서 절대로 이겨본 적이 없는 거야. 넌 소매치기나 한탕치기를 잘 했지. 그 여자? 걔 우리 과야. 커트와 울리히와 로버트와 나머지 모두가 그녀를 훈련시켰어. 허영심 가득한 널 제대로 읽어냈고 속여 먹었어. 서양의 사업가들에게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네 이름을 바꿨고. 왕실의 다른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자기 이름을 바꾸지 않았는데도 존경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걸 눈치는 챘냐? 그들이 널 철저한 아랍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해서 넌 네 귀한 자산을 도박 사업 따위에 낭비하냐? 리야드에 있는 그 누구도 그런 위험한 사업에 자신의 수입의 원천을 줄 생각을 하지 않았어. 특종 어때, 호구새끼야!” 한스는 알의 얼굴 바로 앞에 있었다. 이젠 남자의 눈에는 피곤인지 아니면 어쩌면 눈물인지에 절여있었다. 한스의 소시오패스적인 면을 처음으로 대면한 그는 이제 한계를 넘어선 것 같았다.


“리야드를 제2의 두바이로 만들고 싶다고? 중동의 베가스? 맙소사, 망할 신문 좀 읽어라. 거기에 휴가를 갈 수 있는 상위 5프로 소득자들이 바로, 민간인대상 드론 폭격을 지지하는 아랍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대는, 네 그 이슬람 혐오자들이다. 한마디로 줄이자면, 넌 그냥 두바이에 투자하는 것이 나았어.”


한스는 가차없이 말을 이었다. “알, 넌 한번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지. 넌 그저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일 뿐. 뭐, 시장 바닥에서 멜론보다 가치 있는 걸 본 적이 없을 테니 말이야, 안 그래? 여기서 네가 도태되는 거야: 넌 음식을 훔칠 뿐, 식사권을 훔칠 생각은 못하잖아. 어째서 한치 앞조차도 보지 못하는 걸까? 그러니까 네가 꿈 속에 사는 공주를 꼬시기 전까지 계속 거지부랑자로 살고 있었던 거다.”

“지금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신기할 것도 없지. 넌 이것만 알면 돼…내가. 널. 소유한다.는 것을.”


알은 그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저 총으로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어둔 피부의 남자가 물었다. 

“요점은 짚고 넘어갈 생각이야.” 한스는 차분하게 말하며, 알에게 다가갔다.

“안돼, 제발 부탁이야—알라신이서여, 잠깐, 그러지—!”

“안됐군. 난 총을 싫어하는데 말이야.” 한스는 말하며 총 끝을 알의 오른쪽 어깨 관절에 가져다 대었다.

“한스, 제발, 그러지마, 대체 그럴 이유가 어디 있다고—"


알은 이제 울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탈출구라도 바라듯이 창문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곳은 24층이었고, 이 곳에서 뛰어내린들 죽을 것은 뻔해 보였다. 한스는 출구를 막고 떨고 있는 남자를 출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벽으로 몰아세웠다. 그는 화려한 문양의 베개가 애착담요라도 되듯 움켜쥐고 있었다. 한스의 두 눈엔 살의가 어려있어, 알은 저항해야 할지 아니면 한 때 친구라고 불린 인물을 계속 설득해야할 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 했다.


“허드슨에서 총기에 대한 내 명령을 어긴 두 놈도 손 좀 봐줘야 했다만. 내가 쏘는 건 문제도 되지 않아—"

“어째서야, 한스?!”

“왜냐면 넌 폰(pawn)에 불과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기 때문이지. 난 퀸을 노리고 있거든. 이건 나를 거스르지 말라는 좋은 가르침이 될 거다.”

“한스 안돼, 하지마, 씨발, 넌 씨발 미쳤—”


안나가 본 카지노로얄*이나 다른 본드 영화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총성이 완전히 조용하지는 않았다. 총에서 퍽소리가 났고 한스가 어깨 반대편에 받쳐둔 베개 덕분에 소리가 점차 묻혀갔다.


(*역주: 제임스본드 영화)


나노초 안에 총탄이 약실(chamber)을 빠져나가 알의 살점 안으로 파고들어갔다. 그곳에는 총을 맞은 자의것뿐만은 아닌 눈물과 헐떡임, 냉랭한 공포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망가진 마리오네트처럼 사우디 왕자가 바닥에 털썩 쓰러지자 한스는 자신의 입을 한 손으로 가렸다. 아랍인은 오른팔을 부여잡으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밝은 색의 수트 자켓 위로 피가 붉은 장미처럼 피어올랐다. 안나는 감히 얼굴의 눈물을 닦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누구라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불리면서 총에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어…


한스는 일어났다. 그는 남자가 제 눈 앞에서 고통에 비틀리는 모습을 보는 것에 음울한 쾌락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형씨, 잘 들어,” 한스가 말했다. “B4는, 그리고 원래도 그랬지만, 사기야. 넌 그것보다 훨씬 원대한 계획의 자금줄에 지나지 않아. 내 체면을 위해서 널 두고 있었지만 이젠 네가 그 두 명한테 접근해서 마음껏 떠벌리고 다녔으니 네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좆도 관심없어. 이제부터 넌 내 명령에만 따르도록.” 한스는 말하면서 가죽 구두를 상처 위로 가져다 대어 붉게 번져가는 카펫 위의 남자의 머릿속이 불꽃이 튈 정도로 힘을 줘 밟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은 무릎이야.”


“한스—” 알은 기침하더니 눈을 찡그려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갔다. “난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했어.”


“친구?” 뱀에게 물렸다는 듯이 한스가 되묻는다. “너랑 울리히라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우린 단 한번도 친구였던 적이 없어. 몇 해 전에 네가 독자적인 전자 서명을 가진 여자애를 따먹었다는 얘기를 했을 때부터 우리 관계는 바뀐거야.”

“걔?!” 알이 울부짖으며 바닥에 등을 부딪혔다. “이 모든 망할 짓이 다 걔가 컴퓨터 좀 한다고 일어난 일이란 말야?”

“네가 알 바 아냐.” 핸드건에서 소음기를 분리하며 한스가 말했다. 그는 핸드건은 자신의 곁에 둔 채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너너너, 지금—뭐—하는거야?” 알이 물었다. “적어도 스,사람부터 좀 부,부,불러주면 안돼?”

“출혈로 죽진 않을거야. 그 전에 누군가 널 발견하겠지. 이대로 이 감각을 기억하도록 해.”

“이 시,시,씨발…새끼가!” 외침보다 띄엄띄엄 속삭이는 것에 불과한 소리였다.

“손가락 몇 개 못 쓰게 만드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야.” 위협하는 한스의 얼굴에는 악의 가득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는 책상으로 돌아가 다른 검은 색 케이스를 열었다. 안나는 그가 더 작은 총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모델은 그녀에겐 낯선 것이었다. 그는 약실 안에 다트를 하나 넣고는 바지 뒷 편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자, 그럼 이만 실례하지,” 그는 말하며, 그의 부츠 끝을 엄지로 스윽 닦았다.


아마 피가 묻었던 것이겠지.


“내 상품을 회수하러 가야 되거든.”

“네 마,마,말은 그 여,여자?” 묻는 알은 이제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네가 금발을 거,건드리기도 전에 그 여자가 널 쓰,쓰러뜨릴거야.”

“다른 녀석은 다트를 쏠 필요조차 없어.” 문 쪽으로 걸어가며 한스가 조용히 말했다. “그거 알아?황금을 찾다보면 때로 황철석도 찾을 수 있는 법이지.” 한스는 단 몇 초만에 위협에서 농담조 그리고 음산함으로 회전목마를 타듯 분위기를 바꾸었다.


알은 카펫 위에서 넋이 나간 듯 투덜거렸다.


“내 말은, 다른 녀석을 두려워할 게 없다는 얘기다.” 한스는 투덜거림이 질문이라도 되는 양 답했다. “그녀는 완전히 평범해…최악의 방향으로 말이지. 상처입히지 않고 생포하기란 힘들테지만…”


알은 더 이상 듣고 있지 않았다. 안나는 적어도 그가 정신을 잃었거나 쇼크에 가까운 상태일 거라고 추측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하는 한스는 말로서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고, 안나는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숨을 멈추었다.


“경비대가 도착하게 되면, 기습 비슷한 걸 강행해서 구석으로 몰아넣을 수 있을테지. 전기를 어떻게 쏘아대건 간에…”


오 맙소사, 경비대가 있었지.


안나는 자신의 폰을 확인할 짬이 없었지만, 분명 10시는 지났을테고 11시면 그녀와 제인이 피해야할 경비의 수가 두 배, 어쩌면 세 배까지 늘어날 것이 보였다.


“— 박사는 A를 사지 멀쩡하게 잡아오길 원하지만, 뭐 그렇다고 행동불능으로 만들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한스는 말하며 무의식적으로 재킷 주머니 안의 바렛타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안나의 시야에 보일 듯 말 듯, 조급하게 앞뒤로 서성거리고 있었다. 바닥 위의 남자의 쌕쌕이는 숨소리는 마치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와도 같았다. 환풍구 덕트의 공기가 숨이 막혀온다; 한스의 발걸음마다 세미오토메틱 안에 든 총알 하나하나 떠오르며 벽이 점점 좁혀져 온다. 그의 주머니가 뻔하게 튀어나온 것을 보면서 안나는 그가 자만심에 가득 찬 것인지 아니면 카지노를 돌아다니면서 총기 두 자루를 소지한 것을 들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다시 생각해보면, A에게 무력은 잘 먹히지 않았던 것 같군. 감정적으로 조종하는 것이라면—"


안나는 한스의 발걸음이 멈춘 것이 들렸다. 제한적인 시야로 보이는 피 흘리는 남자보다 한스가 안나의 약점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그녀를 조용히 떨게 만들었다. 그녀가 밀어붙인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제인을 위해서, 그리고 자기자신을 위해서, 두 명이 함께할 수 있을 해답이 그 곳에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전부 복잡해 보였다. 어깨 중심부에 총탄이 박혀 뼈가 갈라지고 힘줄은 늘어져 덜렁거리는 것을 감수할 가치까지 없어보였다. 그녀는 확신했다. 환풍구의 벽은 이제 자신의 얼굴에서 수 인치 밖에 되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숨을 참고 있지는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안나는 폐로 제대로 숨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환풍구의 벽이 점차 닫혀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은 퀸부터 노리는 수밖에 없겠군,” 한스가 말했다. “A의 그 빌어먹을 애정결핍증이면 자기 친언니를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못하겠지.”


잠깐…


언니…


언니?


친언니?!


한스는 다시 그녀의 시야 속으로 튀어나와 테이블 위에 놓은 휴대폰을 잡아채 급하게 전화를 건다. “작전변경이다,” 그가 짖는 것이 들렸다. “내 방에 출혈 중인 게 있으니 좀 치워줘야겠어. 팀의 절반은 이걸 처리하라고 해. 질문 없이 사막에 갖다버리는 조건으로 비용을 4배로 지불해주고…고속도로 근처로 버리라고 해, 죽는 건 싫으니까. 나머지 반은 나랑 움직인다. 하지만 전원 모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일러 둬. 내 에임만 괜찮다면 여자애들이 순순히 따라와 줄지도 모르지.”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고, 동시에 밖으로 나서는 그의 대화소리도 끊겼다. 안나는 입, 기관지그리고 폐를 막아서는 환풍구에서 구르며 막연하게 생각했다. 과연 다시 숨을 쉴 수 있을까.



=================================


스톨른 검색하다가 안나와서 깜놀했네;;ㅎㄷㄷ 여튼 재업완료



추천 비추천

25

고정닉 4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이슈 [디시人터뷰] 웃는 모습이 예쁜 누나, 아나운서 김나정 운영자 24/06/11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3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8 286
1123722 쥬우웃 ㅇㅇ(211.179) 19:32 1 0
1123721 공고일정 설갤러(182.210) 18:25 10 0
1123720 죽지마!!! ㅇㅇ(223.33) 15:23 6 0
1123719 설득당하는 엘사 [1] ㅇㅇ(223.33) 06:24 18 0
1123718 밥 차려주는 요정같은 거 없나 [1] ㅇㅇ(223.62) 06:20 13 0
1123717 졸려요 [1] 설갤러(118.45) 04:47 13 0
1123716 살아만 있자가 목표 ㅇㅇ(223.38) 06.10 11 0
1123715 스포) 테스트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36 0
1123714 ai힘을 빌리면 개쩌는 픽썰 쪄지냐 [2] ㅇㅇ(223.38) 06.10 34 0
1123713 이 음란한 갤 [1] ㅇㅇ(223.38) 06.10 19 0
1123712 안녕 털복숭이들 [1] ㅇㅇ(112.157) 06.10 18 0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6.10 18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90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8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9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34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36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30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22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7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6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8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9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33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22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9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5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21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21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1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26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5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9 6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6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24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20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26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20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7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8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36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7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0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40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2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7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91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