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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어느 바랑인 노병의 이야기(8편)

파르바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5.18 23:00:58
조회 171 추천 15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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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잡아라! 무조건 잡아!!!"

"저쪽이다! 친위대 제1 백인대는 즉각 추격하라!"


어두워야 할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밤하늘이 불그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방에 횃불이 피워올려져 있었고, 도시 전체에 병사들이 깔려 있었다. 이들이 노리는 목표는 단 하나, 폐위된 선제였다.


******************


"...어딜 가는 거냐."

"헉...!"


안나의 심장이 요동쳤다. 별궁으로 향했던 안나는 입구에 기대선 아그나르를 보자 가슴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안나는 곧바로 창을 들었다.


"...나 하나만 쓰러뜨리면 그만일 거라고 생각하느냐?"

"죄송합니다, 대장님."


창을 쥔 안나가 자세를 낮췄다. 아그나르는 한숨을 푹 내쉬었지만, 뜻밖에도 문에서 비켜섰다.


"내가 눈감아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이 다음부터는... 친위대가 배신자를 주살하러 나설 것이다. 그러니 부디... 잡히지 마라."

"...대장님...!"



"안나?!"

"폐하!!!"


안나가 울음을 터뜨리며 엘사를 끌어안았다. 휘둥그레진 엘사의 눈동자를 본 안나가 급히 속삭였다.


"폐하, 폐하... 저랑 같이 도망가요. 내일... 형이 집행될 거예요."

"안나, 안돼... 너는 어쩌고..."


안나가 엘사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이대로 당하기만 할 거예요? 크리스토프 그자가 눈만 빼앗을 것 같아요? 폐하 없인 저도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저랑 같이 가요..."


피를 토하듯 말을 잇는 안나 앞에서, 엘사도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어디든 안나와 함께하기를.


*******************


"헉... 허억..."


엘사를 들쳐업은 안나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하지만 안나는 끝내 추격대를 따돌렸다. 금각만에 미리 숨겨놓은 조각배를 타고 둘은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향해 나아갔다.


제발, 추격대가 바다로만 나오지 않기를. 안나는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초승달의 이교도들이 자비를 베풀어주기를.


안나의 목적지는 살라흐 앗 딘이 장악한 아이깁투스였다.



18

한참 동안 노를 저은 끝에 조각배는 마르마라 해 한복판으로 나왔다. 지칠 대로 지친 안나가 잠시 노를 놓자, 엘사는 안나를 부축해 제 무릎을 베고 눕게 했다.


밤이었지만, 하늘을 수놓은 별 덕분에 캄캄하지는 않았다. 별빛을 받은 엘사의 머리카락이 은은하게 빛났다.

안나는 자기도 모르는 새 엘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엘사는 스르르 눈을 감으며 안나 옆에 누웠다.


"아... 폐하,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이젠 황제도 아닌데, 그렇게 부르지 마. 이름을... 불러줘."


눈이 동그래진 안나를 쳐다보며 엘사가 픽 웃었다.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

"뭐를요...?"


"내 곁에 네가 있었다는 거."


엘사는 안나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 안나를 끌어안았다. 따뜻한 체온과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안나에게 닿았다. 안나는 무심결에 손을 뻗어 엘사의 뺨을 쓰다듬었다. 엘사는 이내 눈을 감고 제 뺨을 쥔 안나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안나의 얼굴이 점점 더 엘사 가까이 다가갔다. 숨결이 느껴질 만큼 다가가자 엘사가 눈을 떴다.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한 말간 눈동자에 별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눈을 들여다본 안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엘사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


덜덜 떨리는 안나의 손이 또다시 엘사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안나의 입술이 엘사의 입술을 부드럽게 머금었다. 아찔한 단맛이 흘러들자, 안나는 엘사의 입술을 비집어 열었다.


말랑한 혀가 엘사의 이를 훑자 엘사가 몸을 떨었다. 어느 새 안나의 손은 엘사의 목덜미를 쓰다듬고 있었다. 손가락이 귓가에 스치자, 엘사에게서 힘겨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흣...!"


엘사의 들뜬 숨소리를 들은 안나의 머릿속이 폭발했다. 정신없이 엘사의 옷을 풀어헤치고 드러난 몸 곳곳에 키스했다. 안나의 거친 몸짓에 조각배가 출렁이자 깜짝 놀란 엘사가 안나를 제지했다.


"안나, 조금만 살살... 배가 흔들려..."


안나의 눈에 안타까운 욕망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안나의 손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탐스러운 가슴을 한입 가득 베어문 안나가 엘사의 다리 사이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곳은 이미 촉촉하게 젖어 안나를 반겨줬다.


"아흑...! 안나... 안돼...!"

"엘...사..."


몽롱해진 눈으로 엘사를 쳐다보던 안나가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둘 다 옆으로 누운 채 한쪽 무릎을 세운 자세가 되었다. 안나가 먹잇감을 찾은 듯한 눈빛으로 엘사의 꽃잎을 베어물었다.


"하으윽...!"


엘사의 허리가 크게 휘었다. 그것도 잠시, 안나가 엘사를 거꾸로 끌어안고 밑에 누웠다. 눈앞에 안나의 꽃잎이 펼쳐지자 엘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찔하게 피어오르는 향기에, 엘사도 안나의 다리 사이에 제 입술을 파묻었다.


"앗, 아아...! 엘사..."


짜릿한 쾌감에 몸을 떨던 안나가 엘사의 몸 속 깊이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그러자 엘사도 똑같이 안나의 몸에 손가락을 넣었다. 밤하늘 아래 위태롭게 떠있던 조각배가 점점 크게 흔들렸다.


"안나... 아흑... 흐읍...!"


둘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머릿속에 불꽃이 일었다. 한참을 부르르 떨던 둘은 간신히 몸을 추슬러 나란히 누웠다.


제발, 이대로 무사히 도착하기를.

--------------------

(계속)


카섹도 아닌 쉽섹 장면을 찌게 될 줄은 몰랐음...

다음화부터는 조금 판타스틱하게(?) 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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