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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아이돌 안나 홈마 엘사 붐은...! 붐은...! - 2

설갤러(61.98) 2024.05.12 08:51:02
조회 196 추천 1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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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 하고 철제 경첩이 울리며 문이 닫혔다. 


도어락이 삐빅거리는 신호음을 내며 걸쇠를 걸었다. 가까스로 집에 들어온 엘사는 입을 틀어막은 채로 숨을 들이삼켰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야?


방금 전의 기억을 뇌까리던 엘사는 집에 들어오던 순간의 기억이 통째로 날아간 것을 깨달았다. 콘서트나 팬싸를 갔다가 오면 개쩔었다는 것만 뇌리에 남고 디테일한 부분은 다 사라지지 않는가. 뭐, 그런 원리다.


안나가 나를 알아봐줬어. 


그 사실이 제일 먼저 엘사의 전두엽을 자극했다.


안나가 옆집에 들어갔어.


이것이 두 번째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그 요란한 이사의 주인공이 안나였다고? 아니, 옆집이 이사온 후로 여자애들 여럿이 떠드는 소리가 부실 시공된 엘사의 순살 아파트 벽을 꿰뚫고는 했다. 그러면 옆집을 숙소로 쓴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는다. 이러한 논리적 고찰을 끝낸 엘사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로 얼굴을 씻어냈다. 아침에 바른 파운데이션이 녹아내리는 느낌이 났다. 저 시멘트 벽 건너에 안나가 있는 것이다. 안나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볼 일을 보- 아니, 안나는 그런 거 안해. 안나는 요정이니까. 


도무지 정신이 차려지지 않았다. 엘사는 현기증을 느끼고는 대충 얼굴을 수건으로 닦은 후 침대에 풀썩 몸을 쓰러뜨렸다.


"으아아아아아악-!"


좋아. 아니 좋은데, 좋아서 정신이 나가버릴 법한 일인데, 뭔가 조금 꺼림칙했다. 최애 아이돌이 옆집에 산다니, 무슨 2000년대 초 인소도 아니고 말야. 그런 우연이 어디 있냐고.


엘사는 그렇게 형체 없는 운명에게 속으로 소리치며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알콜로 정신을 죽이지 않으면 이 현실에 압도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엘사는 하루 이틀쯤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으나...


2주가 지나니 그 사실이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우선 엘사의 업무 과중이 심해진 게 컸다. 안나의 스케줄을 따라다니기 위해 연차와 반차를 남발한 탓이었다. 엊그제 있던 팬싸의 응모를 포기할 때 엘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기랄, 제기랄! 어째서 내가 가지 않은 팬싸는 항상 레전드 팬서비스가 나오는 거냐고오오오! 회사 임원 앞에서 유창하게 부서의 사업 전개 현황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이어나가던 엘사는 그렇게 속으로 절규했다.


그리고 안나를 복도에서 다시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으레 아이돌이 그렇듯, 항상 과중한 스케줄을 수행하는 탓에 새벽에 나가고 밤 늦게 귀가하는 생활 패턴은 엘사의 것과 그리 겹치지 않았다. 무작정 문 앞에서 서성거려 볼까, 하고 엘사는 잠시 고민했으나 너무 사생팬처럼 보일 것 같아 참았다. 아니, 이건 사생팬이 아니지 않아? 내가 내 집 앞에 서성거리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하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아니, 용기가 없다기 보다는 그럴 체력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렇게 그날도 엘사는 야근을 했다. 회사 밖으로 나오니 추운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쳤다. 어느덧 겨울의 초입. 그녀가 덕질을 시작한 지 꼭 1년이 되던 시점이었다. 안나를 좋아하기 전의 자신은 빈 껍데기였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계절 탓인지 자꾸만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안나가 처음 데뷔하던 순간 그녀의 덕질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옆집에 산다. 


옆집에 산다니. 진짜 개미쳤네, 이거. 


조금 무덤덤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놀라운 현실이라고 엘사는 그렇게 뇌까리며 아파트 복도로 들어섰다. 지친 탓인지 발걸음이 다소 비척였다. 그렇게 도어락을 열던 순간, 뒤로 잰 발걸음이 스쳐지나가 옆집 앞에 섰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쳤다. 


"아... 안녕하세요."


2주만에 다시 마주친 안나는 핼쑥한 얼굴이었다. 개인 스케줄이 있다더니 밤늦게 끝난 모양이었다. 몇 주전의 발랄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표정. 그대도 지쳤나 보오, 엘사는 그렇게 생각하며 꾸벅 목례를 한 후 들어갔다. 이번에는 최애를 눈 앞에 둬서 짜릿한 느낌보다는 지친 모습의 안나가 조금 안쓰러웠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늦은 저녁을 때우던 엘사는 TV로 안나의 직캠을 켰다.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고서 에너제틱한 안무와 고음을 내지른다. 그런 그녀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금 옆집으로 들어갔다. 그녀 사이를 가로막는 건 얇은 콘크리트 벽뿐인데, 어째선지 너무도 멀리 있는 느낌이었다


그날 밤 엘사는 꿈을 꾸었다. 우주인이 되어 우주를 부유하고 있었다. 눈 앞에는 거대한 목성이 있었다. 너무도 아름답지만 표면에 닿으면 곧장 죽고 말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서도 그 표면에 손을 가져대고야 마는, 그런 이상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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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다들 잘 지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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