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용가리들이 어디가찌?! 안놔는 안나의 주머니에서 나와 안나의 팔을 타고 올라와서 어깨에 안착했어. 와이번들이 눈앞에 있었다면 모아둔 포자를 갓이 쪼그라들때까지 쏘려고 했대. 꿈도 크지. 성녀는 작은 버섯을 놀려댔어.

"너. 찍소리도 못한게!"
"찍쪼리?! 쨍쥐만 하는 쪼리닷!"
"너는 쥐새끼보다 작아 이 말랑아."

성녀는 의외로 안놔의 말을 전부 알아듣는 듯해. 안놔가 안놔식의 논리를 펼쳐 길게길게 말할때면 안나도 가끔 못알아 듣는게 많았지. 아직 인간의 언어가 익숙치 않아 단어를 틀리게 말하거나 오해해서 듣거나 하는 경향이 있었어.

안놔는 용가리를 누가 전부 없앴는지 물었어. 엘쨔가 한 일이라 듣자마자 깜짝 놀라서 어깨 위를 한번 뛰더라지. 엘쨔가 그래쪄?! 안놔는 지금껏 전직마왕의 위대함을 까먹고 있었던건지 엘쨔를 다시 평가했어.

"엘쨔도 안놔만큼 짱짱 쩨?!"
"쬐그만게 사람이랑 비교하네."
"닌겐이 안놔랑 짜우면 안놔가 이긴다! 안놔는 안놔도 이겨쪄!"

평소 안놔에게 지나치게 배려한 안나는 안놔에게 무시당했어. 연약한 닌겐이라며. 쬐그만걸 봐준지도 모르고 기세등등해서는 안나의 얼굴에 말랑한 주먹을 날리고 난리도 아니야. 적당히 해야지. 안나는 안놔를 잡아서 두손에 가두었어.

"너 가만히 있어."
"안놔는 안놔를 괴롭혓!"
"너는 조용히 할 필요가 있어."
"엘쨔한테 보내줫!"

안놔의 말에 안나는 엘사에게 안놔를 넘겨줬어. 가슴품에 들어가겠다는 안놔의 징징거림에 엘사는 가슴골 사이에 안놔를 넣어주고 갓을 문질러줘. 수다쟁이 작은 버섯은 가슴골 천국에 조용해 질지도 몰라. 가쯤품은 안놔의 만능약이야.

엘사는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 발밑에서는 작은 눈사람이 졸졸 쫓아오면서 엘사의 기분전환을 위해 할 수 있는만큼 폴짝 뛰었어. 작은 눈사람만큼 엘사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마법 생물체도 없을거야.

엘사는 자신의 의식마저 집어삼킨 마법이 혐오스럽다고 느끼고 있었어. 어디까지 커져서 자신을 괴롭힐 셈인지, 엘사는 두팔을 감싸서 몸을 가려. 덕분에 가슴이 뭉쳐 강조돼고 안놔는 가슴골에 끼어서 끽! 소리를 내.

"엘쨔! 쭘막ㅎ..."

안놔는 가슴품에서 찐빵이 돼서 안나의 손가락에 잡혀 끌려 나왔어. 얌전히 주머니에 들어가 있으라며 주머니에 넣고 단추로 잠그기까지 했지. 엘사는 안놔의 말랑한 몸을 신경쓸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어. 안나는 엘사가 걱정되기 시작해.

"엘사.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까는 네가 너무 흥분해서..."
"자꾸 조절이 안돼."

마력을 이어받기 전엔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기라도 했지. 소리없이 다가오는 차가운 마력은 언제 또 엘사를 집어삼켜서 무언가를 저지를지도 몰라. 안나라도 해쳐서 안나가 싫어하거나 위험하게 되면 어떡하지? 엘사는 일단 손을 등 뒤로 숨겼어.

안나는 엘사를 위로해주고 싶었어. 아까 거대 와이번을 묵사발만든 엘사는 친철한 엘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만 안나는 그 또한 이해해야 엘사가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전부 풀어낼 거라고 믿었어. 엘사는 분명 저를 해치지 않으리라. 강한 믿음이 용사의 가슴속에 새겨져.

안나는 손을 뒤로 뺀 엘사의 손을 다시 제곁으로 가져오더니 꾹 잡아줄거야. 엘사는 안나의 눈동자를 봐. 그 너머에 있는 강한 믿음이 엘사의 가슴을 서서히 녹여갔어. 또한 안나를 보기만 하면 뛰었던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

"잘 될거야. 걱정마."
"안나. 나 갑자기 여기 쿵쿵대."
"어...어? 또? 또 막 누구 죽이고 싶어?"
"아니야."

그럼 왜그럴까? 혼자 자문자답식으로 웅얼거리던 안나는 엘사의 따뜻한 포옹을 받았어. 작은 눈사람도 흐뭇한 광경에 가만히 서서 지켜볼거야. 성녀는 이정도되니 더는 돋을 닭살도 없었어. 저게 저들의 연애방식이고 보고싶지 않으면 자신이 먼저 떠나야 한다며 궁시렁대겠지.

안나는 얼굴이 빨개져선 방금 흙바닥에 굴러 몸이 더럽다고 웅얼거리겠지. 엘사는 딱히 신경 안 쓰는 것 같아 보였지만.


공약글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