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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15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07 08:05:12
조회 517 추천 39 댓글 8

원문 링크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1화

8-2화


9화


10화


11화


12화


13-1화

13-2화


14화

한 발짝 옆에 15


64일차 - 나 어젯밤에 뭐 했니?


작가의 말:

이 픽이랑 연관된 노래를 모아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봤어. 이 픽에서의 엘사와 안나의 감정선 이해를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을까 싶어서.

스포티파이 링크


찌통주의


아-----.


아침이다. 적어도 커튼 사이로 눈부시게 내려오는 햇빛에 나는 확신했다. 온몸이 쑤셨다. 입안은 사포 같았고, 머리가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이 띵했다.


숙취는 좆같다.


나는 저번에 다신 필름 끊길 때까지 안 마시겠다고 다짐했는데, 내가 어제 뭘 했게? 아니 진짜 좀 맞춰봐. 나도 거의 기억이 안 나니까.


내가 기억하는 것은 엘사를 버려두고 간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 뒤에, 오로라의 오토바이 뒤에 탔고, 그리고 그 맨션에 다시 가서 좀 더 박살 내고, 그 술집에 갔는데… 6번째 잔하고 7번째 잔 사이의 기억에 큰 구멍이 있었다.


내가 여성스럽지 않은 소리를 내면서 조심스럽게 돌아 누었다. 일단 현재 상황을 체크해보자. 바지는 입고 있고 (시작은 좋다) 근데 어제 입고 있던 셔츠를 아직도 입고 있었다. 옷에서는 퀴퀴한 맥주냄새가 났다. 내 핸드폰은 침대 옆 협탁에서 충전 중이었다. 내가 코드를 뽑고 폰에 알림이 왔는지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다. 그 말인즉슨, 전날 밤에 내가 누구한테 이상한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다시 폰을 협탁에 올려두고--- 씨발, 내 머리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머리에서는 그 퀴퀴한 맥주 냄새와 더불어 마른 구토 냄새가 섞여 있었고 나는 속이 갑자기 울렁거렸다. 일단 최대한 속 울렁거림을 참아야 했지만 나는 이미 토하기 직전인 상태여서 딱히 조심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화장실로 뛰어가서… 맞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로 샤워하고, 이를 닦고, 전날 밤 술을 처먹는 선택을 한 나 자신을 타박했다. 일단 살짝은 괜찮아 진 것 같기는 한데, 살짝이었다. 두통은 아마 온종일 나랑 붙어있을 것이었지만, 적절한 벌이었다.


지금 몇 시지? 내가 핸드폰에서 봤던 숫자를 기억하려 애를 썼다. 아마 7시 반쯤이었을 것이다. 그럼 엘사는 아마 일어났을 것이고, 그것은 이제 다음 걱정거리였다.


나는 내가 엘사가 자고 있을 때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자신을 버리고 필름 끊길 때까지 술 마시러 간 것을 모르기를 바랐다. 내가 침대에서 입고 있던 바지가 다른 것으로 봐선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잠깐, 그 말은 엘사가 옷을 갈아입혀 줬다는 건데, 그럼 엘사가 또 반라인 내 몸을 봤다는 뜻이었다. 좋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헐렁거리는 후드티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숙취 해소에 들어갔다. 일단 커피가 좋을 것 같다. 내가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아 씨발, 엘사가 부엌에 있다.


“아, 안녕.” 내가 아직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 엘사가 말했다. “네가 샤워하고 있을 때 나와 있었어.”


“아, 그래? 좋네.” 그런가?


엘사가 눈썹을 올렸다. “그런가?”


내가 고개를 저었다. “커피 있어?”


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항불안제 때문에 못 마셔서 만든 지 좀 오래됐어. 그걸로 괜찮을지 모르겠네.”


“괜찮을 거야, 엘사.” 내가 웃으면서 머그잔을 꺼내었다. 엘사 말대로 방금 만든 커피 같았다. 근데 좀 말이 안 맞았다. “잠깐, 네가 못 마시는 데, 이건 왜 만든 거야?”


“왠지 네가 좀 필요할 것 같아서.” 엘사의 말투에서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엘사가 어제 뻗은 내 뒤치다꺼리를 해줬다는 것이다. 젠장, 커피도 엄청 맛있네.


내가 돌아서 엘사와 눈을 맞출 때 어떤 눈빛으로 엘사를 봐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래서 일단 죄책감이 가득한 눈빛에 입술을 깨문 표정을 했다. 내가 입술을 깨문 표정을 할 때마다 엘사는 내게 살살 대해줬다. “내가.... 뒤치닥거리 시켜서 미안해. 병신같이 보였겠다.”


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보고 있지도 않았다. 엘사는 그저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쳐다 보고 있었다. 내 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일단 참았다. 대신에 식탁에 엘사와 같이 앉았다.


내가 앉자, 엘사가 손에 들고 있던 그 무언가를 내 앞에 놓았다. 작은 아스피린 병이었다. “이것도 필요할 것 같아서.”


엘사의 긴장된 목소리에서 나는 엘사가 어제 일에 대해서 내게 얘기하고 싶지만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내가 이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내가 이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내가 병을 열기 전에 빠르게 고맙다고 하고 네 알을 입에 삼켰다.


잠깐동안, 우리 사이에는 실링팬하고 내가 커피를 홀짝이는 소리만 흘렀다.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칠 때면 바로 딴 곳을 보면서 상대가 눈치채지 못했기를 바랐다. 내가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을 때 엘사가 침묵을 깼다.


“어젯밤에 어디 가 있었어?” 엘사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불안한 눈빛을 했다.


“내가… 친구가 나 좀 필요하다 해서.” 내가 최대한 표정 연기를 하며 말했다.


“친구? 누구?”


“어, 넌 아직 못 만나 봤는데. 아, 내 말은, 내가 한 번도 얘에 관해서 얘기한 적이 없어.” 엘사는 말이 없었고, 나는 내가 하는 말이 엘사에게 전혀 진실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엘사의 불안감을 없애고 있지 않았다. 엘사의 긴장을 풀어주지 못했다.


내 의혹은 엘사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을 했을 때 풀렸다. “나한테 거짓말 안 해도 돼, 안나야.” 엘사의 말투는 차갑고, 불안했고, 뭔가 배신감이 느껴졌다. 우리가 지금까지 겪었던 과정을 보고도 나는 아직도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네가 누구 만나는 거면 괜찮아--- .” 엘사가 마지막 말을 하기 전에 잠시 망설였다. “규칙에 위반되는 것도 아니고. 돈은 잃지 않을 거야. 네가 누구--- ”


“아니야...” 내가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고 식탁에 팔꿈치를 내려놓았다. 너무 한심했다. 나는 지금 엘사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냥 친구야.”


“그래서 그럼 누구 만나고 싶은 사람은 있나 보네. 특정 인물이야?”


내가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둘 다 머리를 깨버릴 것 같은 두통과 오늘 아침이 향해가는 방향 때문이었다. 지금은 이런 것을 하고 싶지 않았고, 나는 엘사에게 그 사실을 말해야 했다.


“안나, 나는 그냥 네가 요새 뭐 하고 사는지 알고 싶어서 그래.” 엘사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다시 별로 얘기 안 하는 때로 돌아갔고, 나도 많은 게 내 탓인 거 알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지금은 우리 진짜 그냥 모르는 사람인 것 같네. 그게 네가 원하는 거야?”


아, 꼬리표다*.


다시.


씨발, 맨날 꼬리표야*. “엘사,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못할 것 같아.” (*역주: 원문은 label. 원래는 스테레오타입으로 어떤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인데, 여기서 label이 정확히 무슨 뜻으로 사용된 것인지 잘 몰라 남겨둠. 아마 엘사가 자주 안나한테 쓰는 말 습관이어서 그렇게 표현한듯.)


“아직도?”


내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씨발, 뭐가 아직 돈 데?” 내가 최대한 적대적이게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엘사의 눈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만큼 효과를 보지는 못 한 것 같다. 엘사가 이 대화를 다시 하려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그냥 이 대화를 할 기분이 아니었다. 나는 그냥 아스피린 아침하고 커피를 들고 다시 들어가서 자고 싶었다.


그렇지만 엘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엘사는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지만 확고했다. “안나. 내가 네 생일날 내가 너에게 무슨 존재인지 물어봤잖아. 나는 네게 생각할 시간을 줬고, 그리고 내가 그냥 무시해도 된다고 했지만… 이제는 나도 진짜 알고 싶어. 일주일이나 지났잖아. 내가… 네가 뭐라도 말해야지.”


“그럼 너는?” 내가 되물었다. “나도 똑같은 것을 물었잖아, 기억나?” 그리고 그때 더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근데 왜 다시 이걸 내밀어?


“나도 알고 있고, 나는 답이 있어. 적어도 내 생각엔 있어. 내가 내 생각을 말해줄게.--- 내가 너에게 무슨 존재인지 알려줄게.--- 근데 너도 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아. 그냥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지.” 잠깐의 머뭇거림이 없었다면, 나는 엘사가 이것을 위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냥 준비만 했을 수도 있지. 그것만 해도 나보다 더 많은데.


아스피린은 두통을 살짝 밖에 완화해주지 못했고, 나는 집중을 하지 못했다. “지금 당장은 얘기 못 해.” 내가 혹시라도 더 필요할지 몰라서 약통을 주머니에 넣고 커피를 집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말을 이었다. “아님 평생동안...“


“평생?”


좆같은 내 인생. 그냥… 하자, 네 손이 문고리에 있잖아, 안나. 너는 그냥 돌리기만 하면 돼. 그럼 이것에 대해 말 안 해도 되고. 이미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잖아, 그냥 문고리를 돌려. 그냥 돌려.


“안나, 제발 돌아봐. 난 그저 너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그냥 돌려. 신경 쓰지 마. 병신같은 말 하지 말고. 지금 이 숙취 때문에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네 방에 들어가.


아무. 말도. 하지. 마.


“안나야, 왜 나랑 얘기를 안 하려는 건데?”


젠장.


내가 너무 빨리 돌아서 뇌가 흔들려 안에서 튕겨 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고통이 너무 심해서 내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 매고 신음을 냈다. 그래서 커피가 절반이나 바닥에 쏟겨서 내 끔찍하고, 회의로 가득하고, 때에 맞지 않고, 초대받지도 않은 반박을 위한 무대가 완성되었다.


“왜냐하면, 씨발, 이제 너한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몰라서 그래, 됐어? 무슨 언제는 괜찮다가, 내가 병신같이 말해서 네 신경 건드리고, 그리고 너는 너 원할 때까지 나랑 말 안 하고. 그게 얼마나 지치는지 알아? 너에게 또다시 상처 입힐까 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 느낌을 아냐고!”


“그리고 내가 왜 대답을 못하는지 알려줘? 왜냐하면--- 놀랐어?--- 씨발, 우리가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고. 어떨 때는 남이고, 어떨 때는 가끔씩만 말하는 정상적인 동거인이고, 어떨 때는… 나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근데 나는 너랑 ‘그냥’ 동거인이 될 수는 없어.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이 너무 많아. 그리고 난 내 전여친하고 ‘그냥’ 친구로 못 지내. 그냥 씨발 안 된다고.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내가 지금 너에게서 원하는 것은… 제, 제발 이거로 나 들들 볶지 마.”


안 돼, 젠장.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고, 목이 메어져 왔지만 소리 지르는 것 때문은 아니었다. 내… 내 생각에는 울 것 같았다. 왜인지는 몰랐다.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내 목소리하고, 내 생각,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모든 말들.


“하, 씨발, 너 어쩔 때 엄청 짜증 나. 나, 나도 알겠어. 내가 병신같은 말 해서… 너에게 상처를 줬고, 너도 병신같은 말했잖아. 그러니까 그냥 넘어가면 안 돼? 왜 우리는 항상 이래야 하는 건데? 왜 우리는 항상 이렇게 어색하고 진지한 대화를 해야 되는 거냐고. 우리는 원래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그 대신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가 내가 병신같은 짓하고 그러면 또 너는 네 방에서 안 나오거나 나한테 며칠간 말 안 하잖아! 그래놓고 우리가 얘기를 안 하는 게 내 탓이라고?”


“나도 너랑 얘기 나누고 싶어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나도 너랑 사이좋게 시간 보내기 위해서 엄청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우리가 지금 이런 사이가 된 게 나한테도 상처라는 건 생각 안 해봤어? 난 우리 사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으면 해, 엘사. 근데 계속 좆같은 일이 생기고 나도 지긋지긋하다고! 항상 너랑 연관된 일이면 내가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는 게 지긋지긋하다고. 반은 나랑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 하는 사람하고 사는 게 지긋지긋해. 내 삶에 네가 다시 들어왔다는 사실을 즐기지 못하는 게 지긋지긋해. 내가 지긋지긋--- ”


딸꾹질, 잠시 숨 쉬는 것을 잊었다. 그게 나를 무너뜨렸다. 그것이 눈물을 흐르게 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하고, 토할 것 같은 메쓱거움에, 이제는 이거야? 더이상 계속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러면…


그리고 엘사. 엘사는 울기 직전인 상태로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죄책감에 휩싸였다. 나...


“다 집어쳐.” 내가 헐떡이면서 말했다.


내가 드디어 문을 열고 바로 쾅 닫았지만, 그전에 엘사가 울먹이면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안나, 기다려...”


나는 오늘 이미 많은 말을 했고 많은 것을 했다. 내 방에서 나가 있을 이유가 없었다. 설령 내가 나가 있고 싶어도. 근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씨발 진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떤 것이나 어떤 사람 때문이 아니었다. 내 머리에는 아직 두통이 가시지 않았고, 내 뱃속에 있는 장이 꼬이는 것 같았으며, 내 눈에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침대로 쓰러진 후에 온 세상을 등지듯 이불을 덮어썼다.


이렇게 까지 엘사를 괴롭혀야 속이 후련했냐! 이 작가야! 보는 내가 더 마음이 아프네 ㅅㅂ. 읽어줘서 고맙고 어색한 거는 지적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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